소설리스트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117화 (117/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43. 이그니트 연방! (2)

이그니트의 연방에 들어온다는 문서에 사인을 한 두 지도자들.

공식적인 문서는 탄신일의 일정에 맞춰서 할 테지만, 지금 하는 건 비밀 협정서였다.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비밀 협정서.

1. 지옥의 문제는 연방의 모든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처리해야 한다.

2. 대륙적 재앙이 해결되지 않는 한 독립 및 개별 행동은 할 수 없다.

3. 재앙에 관련된 사안일 경우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따라서 연방에 소속된 이들은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진다.

위의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된 비밀 협정서.

자치권을 주는 대신 미래의 재앙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협조를 얻기 위한 이 협정서에 아이론 연맹주와 공왕은 군말 없이 사인을 한 것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시종장이 들어와서 지옥을 비롯해 그에 준하는 재앙들의 기준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 협정서를 가져갔다.

“이 협정서는 비밀 수호대가 보관하겠습니다.”

시종장의 말에 카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공왕과 제이론 폴과 공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밀 수호대!”

“허…….”

제국의 유명한 비밀 수호대를 직접 본 것에 놀란 표정을 짓는 이들에게 빙그레 웃으며 차를 대접한 카리엘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그니트 연방이 되면서 카리엘의 계획은 좀 더 구체화되고 거대해졌다.

단순히 서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작업 이상으로 단단한 계획을 세웠다.

공국과 세일럼 항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업단지.

아일론과 기존의 서부 항구를 중심으로 한 무역과 금융도시.

그리고 모든 개혁의 중심인 제국의 수도.

이 세 개를 연결해서 시너지를 만들 생각이다.

동부를 대규모 공업단지로 만들어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바로바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아이론의 경우 지금보다 규모를 훨씬 키워서 신대륙과의 교역량을 늘려 버릴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금융과 무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계획을 만들었다.

“알다시피 시간이 없소. 난 지금보다 제국을 몇 배 이상 키울 생각이오. 사실 이렇게 키워도 승산은…… 낮을 것이라 보고 있소.”

“……그렇게 강한 것입니까?”

공왕의 물음에 카리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도 없이 몰려오던 지옥의 존재들.

그로 인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제국을 보면 지금의 발전 속도도 더딘 것이었다.

“명심하시오. 우리의 목표는 성국이나 남부 왕국 따위가 아닌 재앙을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카리엘의 말에 두 남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하지 말고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카리엘은 두 사람을 내보낸 후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반투명한 창.

[지옥의 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옥과 관련해서 알려 준다는 것은 진짜였다.

지옥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을 넘어서 지도에서 해당 위치까지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만이라…….”

로만의 사막 지역에 숨겨진 고대 신전.

악마들과 계약한 흑마법사들에 의해 발견된 그 고대 신전에서 소환된 마족들이 지옥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리엘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비밀 수호대를 통해서 동대륙 국가들의 고위층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로만 내부에도 알렸다.

하지만 둘 다 이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

동대륙의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혼란을 진정시키기도 버거워 보였고, 로만 역시 내부가 불안정했다.

-영악한 놈들이네. 신화시대 로키를 보는 것 같아.

“그놈들만 아니었어도 내가 단명할 일은 없었을 거야.”

어느새 나타난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비밀 수호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흑마법사들의 세력이 동대륙 곳곳에 퍼져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들과 손잡은 범죄 세력들이 각국에서 활개치고 있었고, 로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밀 수호대가 접선한 로만의 귀족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 흑마법사들을 파헤치다가 목숨까지 잃었다.

이미 로만 내부의 고위층이 흑마법사 세력과 손잡았다는 증거였다.

“그래도 진실을 알려 놨으니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 셈이야.”

카리엘의 말에 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만의 고위층과 흑마법사들이 손잡은 이상 카리엘이 로만에 몰래 잠입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대륙을 평정하지 못한 이상 대규모 군사를 일으켜 그 지역으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미 비밀 수호대를 파견해 보았지만, 그 근처에 도착조차 하지 못했다.

로만의 군부가 갑작스럽게 그 지역에 군사들을 촘촘하게 박아 놨기 때문이다. 거기다 숨어 있는 흑마법사들과 마족들까지 생각하면 비밀 수호대나 그림자들을 파견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현시점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끝났다.

“알아.”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웬만하면 지옥문이 열리기 전에 막아 보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혹시 지옥문이 열리기 전에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

그걸 위해서 은연중에 지옥에 관련된 정보들을 조금씩 풀고 있었다.

이미 동대륙 내에선 카리엘이 알고 있는 정보들 상당수를 신문이나 소문을 통해 알리고 있었고, 서대륙에도 작업을 시작했다.

탈로스가 로만과 손잡았다는 것을 이용해서 로만을 흑마법사과 손잡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런 로만과 동맹을 맺은 탈로스를 몰아가기 위한 밑작업을 끝내 놓았다.

거기다 비밀리에 혁명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니, 제국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내부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성국 같은 경우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지옥에 대한 소문과 로만과 손잡았던 정황증거를 잘만 이용하면 성국을 한 방에 무너뜨릴 수도 있겠어.’

그렇게 생각한 카리엘이 성국의 혁명 세력 내부에 그림자를 꽂아 놨다.

때가 온다면 성국을 내부부터 무너뜨릴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이 정도 했음에도 안 된다면 그건 정말 안 되는 거다.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가정할 시, 서대륙의 힘을 한데 모으고, 동대륙에 혼란을 야기해 흑마법사들의 힘을 줄일 수 있었다.

덤으로 지옥문이 완성되는 걸 방해할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멸망을 한다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가름에게 인정받기 위해 수련이나 해.

“결국 그거냐?”

그렇게 말한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만 해도 강해지는 거 맞아?”

-지금 네 수준은 마스터라도 쉬이 볼 수 없을걸.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지금껏 해 온 것이라곤 온몸에 화기를 축적하고, 더 많은 화기를 만들기 위해 육체를 단련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마스터에 버금간다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타리온에게 확인해 봐. 아니면 마스터에 가까워졌다는 글렌이랑 겨뤄 보든가. 장담하는데 우리를 소환하는 순간 그 꼬맹이 녀석도 널 이기기 쉽지 않을걸.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수르트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강함이야 나중에 확인해도 되었다.

지금은 연방을 세워 서대륙의 주인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을 위해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오글거리는 행동까지 감수할 생각이었다.

* * *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그곳에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에서 내린 남자를 호위하기 위해서 제국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 호위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광장의 중심부로 향한 제국에서 가장 높은 자가 분수대 앞에 서서 제국민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짐이 황위에 오른 후 처음으로 맞이한 생일 덕분이기도 하지만, 과거 영광스러웠던 제국의 형제들과 다시 손잡은 것이 더욱 기쁘다.”

일부러 웃으면서 말한 카리엘은 황실의 문양을 만들어 내면서 양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이론 폴과 공왕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과거엔 이그니트라는 이름에 묶여 있었지만 짐은 그것을 강제하고 싶지 않다. 제국의 영광이 져 버린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아온 그대들을 존중하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마탑이 새로이 만든 거대한 비공선에서 거대한 구체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구체에는 하나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이그니트 연방」

“제국을 중심으로 한 연방에 소속되겠지만, 공국과 아이론은 자치권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감히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소국들에게도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거대한 구체에 하나의 이름이 나왔다.

「트리아 자유 연합」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여 만든 연합체이다. 이 안에서 각기 다른 문화를 보전하며 그대들의 역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트리아를 다스릴 총독은 현 세일럼의 시장인 마르크스 베버가 맡을 것이다.”

카리엘의 말이 끝나는 순간, 거대한 구체 안에서 이그니트 연방의 지도가 나왔다.

네 개로 나뉜 국가들이 한데 뭉쳐 만들어진 연방.

서대륙을 절반 이상 집어삼킨 거대한 땅덩어리에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그런 사람들의 환호가 채 끝나기 전에 카리엘이 구상했던 것들이 지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부에서 동부를 관통하는 철도 사이사이로 각 도시들마다 촘촘하게 연결된 철도. 그리고 수없이 많은 거점들이 표시되며 비공선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제국은 지금보다 더 번영할 것이며, 과거의 영광을 넘어 더 강력한 제국을 만들 것이다.”

카리엘의 선언이 끝나는 순간, 내무대신이 다가와 카리엘의 앞에 문서 하나를 들고 왔다. 그러자 바늘을 통해 엄지손가락에 피를 낸 카리엘이 피로 지장을 찍었다.

뒤이어 공왕과 제이론 폴에 카리엘의 아래에 지장을 찍었고, 마지막으로 트리아의 총독으로 임명된 마르크스가 지장을 찍었다.

“이로써 우리는 이그니트 연방 아래 한데 묶였음을 선포하노라.”

황제의 선언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수도 상공에 비공선이 날아다니면서 이그니트 연방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그 순간 모든 제국민들과 새로이 제국의 품으로 들어온 모든 이들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반면에 이 모습을 침울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전쟁을 벌였던 남부 왕국들과 성국이었다.

적대 국가가 되어 이그니트 연방의 탄생을 축하하러 오지는 못했지만 이 모든 영상은 남부 왕국들과 성국에서도 보이고 있었다.

“개혁이라…….”

성국 안에 있는 혁명 세력이 멀리서 이그니트 연방의 탄생을 영상구로 보면서 다짐했다.

자신들의 국가 역시 반드시 혁명을 이뤄 내 저런 영광을 만들어 내겠다고.

그리고 이건 탈로스와 로테온의 혁명 세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각한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동대륙의 국가들 중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은 로만 역시 이 모습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은 자신들이 쳐들어가는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반대가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로만의 국민들이 수도에서 이그니트 연방이 탄생하는 걸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와중에 이 모습을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이그니트의 부활이라……. 앞으로 재밌어지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검은 로브를 쓴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조용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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