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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68화 (68/201)

<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24. 흑마법사들의 한 방!

제국에 암약하고 있었던 그림자들.

황태자에 의해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서북부와 남동부를 통해 혼란을 야기하려 했지만 완벽하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이번 작전은 매우 중요했다.

“다들 준비는 잘되고 있나?”

그들의 수장이자 대계를 완성시킬 자로 여겨지는 자가 세 명의 마법사들에게 물었다.

“예, 하오나 1황자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중앙에 앉은 남자가 잠시 침묵했다.

“……우리가 준비한 비수는?”

“그 역시 준비되었으나 1황자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1황자라…….”

본래 신경도 쓰지 않던 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꽤나 곤혹스러울 정도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마치 자신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또 어떤 전략을 펼칠지 아는 것처럼 콕콕 짚어서 공격해 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서대륙에서 준비하던 대계는 무너졌다.

다행히 대계를 이룩할 씨앗을 챙겨 나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무사히 동대륙으로 넘어가 대계를 준비하려면 눈을 돌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내가 직접 나서면 1황자를 죽일 수 있겠나?”

“안 됩니다. 마스터께선 씨앗을 가지고 가셔야 하옵니다.”

흑마법사들의 수장이자 다크 마스터라 불리는 자가 직접 움직인다면 흑마법사들의 전력 상당수를 희생해서 1황자를 잡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만약 실패한다면 흑마법사들은 회생 불가였다.

또다시 수백 년을 기다리며 숨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수장은 1황자라는 존재가 굉장히 거슬렸다.

“1황자가 살아 있다면 훗날 우리의 대계에 큰 방해가 될 것이 자명하다.”

다크 마스터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어디서 알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남동부에서 정령왕의 파편의 폭주를 잠재운 것도 황태자라는 것을 확인했기에 더더욱 위험했다.

흑마법사 하나가 목숨 걸고 찰나의 영상을 보내온 덕에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

갈기갈기 찢긴 정령왕의 파편들을 잠재우는 그 장면.

그것을 본 순간, 다크 마스터는 1황자가 초대 황제의 유지를 이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너무 위험해.”

“마스터, 차라리 저희들이 움직이겠습니다.”

장로들이 자신들이 나선다 했지만 다크 마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어설프게 움직여선 전력만 깎아먹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크 마스터는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보인 1황자의 역량을 보면 지금 준비한 한 방으로는 부족했다.

“그들로는 1황자와 제국 정보부의 눈을 완전히 속이긴 어려울 거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해.”

“……동부에 숨겨 놓은 걸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후에 서대륙에 돌아올 때를 대비해 숨겨 둔 한 방.

그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다크 마스터의 의도를 알아차린 장로들은 무겁게 침묵했다.

사실상 서대륙에 숨겨 둔 모든 힘을 전부 사용하고 동대륙으로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금 다크 마스터는 후에 서대륙을 혼란에 빠뜨릴 힘마저 끌어다 쓸 정도로 제국의 1황자를 위험인물로 보고 있었다.

“…….”

다크 마스터가 침묵하는 것을 본 장로들은 고심했다.

1황자를 잡기 위해선 흑마법사들이 명운을 걸고 싸우든가, 아니면 지금 남은 자들 중 절반을 희생하고 대계를 준비하든가 해야 했다.

하지만 대계도 아니고, 1황자 하나 잡겠다고 흑마법사의 미래를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또다시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미 북동부에서 일을 벌이기 위해 장로 하나가 나선 상황이다.

그 역시 살아 돌아오기 힘든 상황에서 또 한 명의 장로가 죽을 가능성이 높은 자리로 뛰어들어야 했다.

뼈아픈 희생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다크 마스터.

“1황자를 잡기 위해 명운을 걸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한 다크 마스터는 남은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본래 일곱 명이었으나 네 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쉽사리 정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자들이었기에 쉽게 입술을 열지 못하자 한 장로가 나섰다.

“제가 비수가 되겠습니다.”

“…….”

다크 마스터가 선뜻 답하지 못하자 자신이 비수가 되겠다던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대계에 제국이 필요 없어진 지금, 제가 가는 것이 맞습니다.”

제국에 혼란을 야기하는 모든 작전에 관여했던 인물.

하지만 동대륙으로 떠나야 하는 지금에 이르러선 그는 대계에 필요 없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제국에 큰 한 방을 주며 흑마법사들의 도주를 도와야 했다.

“대계를 위해서라면 웃으며 죽을 수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한참을 침묵하던 다크 마스터가 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숙인 장로가 조용히 사라졌다.

오랫동안 대계를 준비해 왔던 자이자, 다크 마스터와 함께 성장해 왔던 동료가 스스로 사지로 걸어가는 모습에 모두가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은 대계를 위하여.”

“대계를 위하여.”

다크 마스터의 선창에 모두가 후창하고 흩어졌다.

* * *

흑마법사들이 서대륙에 숨겨 둔 모든 것을 끌어다 쓸 것을 결정할 때, 성국와 제국의 접경 지역에 도착한 카리엘은 미궁이 있는 지역으로 곧장 이동했다.

“……벌써 반응하나?”

카리엘이 심장에 손을 얹고선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심장에서 느껴지는 화기가 독특한 고동을 만들어 내면서 미궁을 만들게 한 마수와 공명하고 있었다.

아직은 거리가 있기에 미약한 공명에 불과했지만, 확실했다.

‘녀석이 괴로워하는군.’

본래라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어야 할 존재가 강제로 깨어나 아직까지도 안식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화가 나는 상황에서 또다시 그 존재를 이용하려 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미약한 영혼의 조각이 육체 속에서 분노하며 이 괴로운 상황을 누군가 끝내 주길 희망하고 있었다.

미약한 공명임에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로 마수의 염원은 강렬했다.

쿵!

“전하! 조심하십시오.”

타리온이 날뛰는 말을 제어해 주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에서 내렸다.

미숙한 승마 실력으로 괜히 말에 올라타 있는 것보다는 내려서는 것이 나았다.

“마수가 날뛰는군.”

아직 완전히 나오지 않은 거대한 마수가 미궁의 벽을 뚫고 거대한 몸을 드러냈다.

웬만한 성벽보다 2배 이상 큰 미궁의 벽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은 몸을 가려 주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마수.

그런 마수를 향해 대규모 신성 마법이 쏟아지고 있었다.

“교황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시카리오 후작의 말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하늘에 새겨진 거대한 마법진은 전생에도 본 적 있는 마법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하얀 섬광.

‘천벌’이라 불리는 성국 최강의 공격 마법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울부짖을 뿐 큰 타격이 없는 마수.

이것만으로도 만약 이성이 존재했다면 서대륙이 멸망했을지도 몰랐다는 말이 어째서 나도는지 알 수 있었다.

“마도사가 모든 힘을 다해 공격했음에도 움직임을 묶는 게 전부라…….”

“신화시대에 존재했던 마수가 맞군요.”

현시점 서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시카리오 후작조차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강력한 존재.

그런 존재를 성국은 그럭저럭 잘 막고 있었다.

교황까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막는’ 것에 불과했지만 훌륭히 대처하고 있었다.

늙은 여우라 불리는 교황이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며 전쟁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덕에 성국을 훌륭히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우리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카리엘이 머리를 굴렸다.

바로 그때, 뒤에서 타리온이 다급하게 카리엘에게 다가왔다.

“저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예, 소국들이 연합해 제국의 접경 지역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타리온의 보고에 카리엘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위치는?”

“아이사르만입니다.”

“설마 제국와 탈로스, 공국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곳?”

“예.”

삼국의 접경 지역이 모여 곳, 아이사르만.

한때 제국은 이곳을 점령해 직접 동대륙과 교역하려 했으나 탈로스와 공국이 힘을 합쳐 지켜 냈었다.

그 이후로 이 지역은 분쟁 지역으로 남겨졌는데, 그런 곳을 소국 연합이 공격한 것이다.

이것이 괜찮은 한 수인 이유는 탈로스와 공국 때문에 제국이 쉽사리 군을 움직일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탈로스나 공국이 대응하기도 참 애매했다.

“여길 점령해서 제국과 협상해 보려는 건가?”

“정보부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리온의 보고에 카리엘은 고민에 빠졌다.

‘겁쟁이 새끼들이 이걸 직접 결정했을 리 없다.’

자기들 권력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국에 굴복하고 귀족으로 남으려는 놈들이 이런 결정을 직접 내린다?

말이 되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의 수작인가?’

그렇게 생각한 카리엘은 타리온에게 물었다.

“동생들에게서 온 연락은 없어?”

“아직 없습니다.”

타리온 역시 흑마법사들의 수작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그때, 동부군의 정보장교와 그림자가 동시에 카리엘을 향해 달려왔다.

“보고드립니다! 현재 제국 동부 지역에서 다수의 언데드들이 나타났습니다!”

동부군의 보고에 카리엘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동부 변경백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카리엘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 언데드들이 공국 쪽으로 움직였나?”

“그…… 그렇습니다!”

동부 변경백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정보장교.

그러자 변경백이 카리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하! 아무래도 공국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공국?”

카리엘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로만?”

“예, 흑마법사들과 로만의 세력 중 일부가 거래했을 수도 있사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공국이 뚫릴 가능성이 있겠군.”

서대륙의 벽이라 불리는 공국이 뚫린다면 피곤해진다.

지금 당장 동부군을 철수시켜 언데드와 소국 연합군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데 이미 탈로스에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알기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국군이 언데드와 소국 연합을 제압하는 동안 탈로스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저하!”

동부 변경백이 속히 결단을 내려 달라 요청하자, 고민하던 카리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다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몬스터와 마수가 거슬렸다. 거기에 숨어 있을 흑마법사까지 생각해야 했다.

바로 그때 카리엘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황급히 말한 카리엘은 생각을 정리했다.

잘만 하면 이 상황을 제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을 듯싶었다.

‘잘하면 공국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최소 현재 분쟁 지역인 아이사르만의 영토 일부를 먹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제국의 무역은 한 단계 더 발전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카리엘이 빙그레 웃으면서 동부 변경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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