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자는 은퇴가 하고 싶습니다 >
11. 다시 만난 최강의 기사 (3)
유난히 기분 좋은 오늘, 카리엘의 은퇴를 환영하는 것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꼬장 부리는 놈들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대공가를 밀어주는 것에 귀족들의 반대는 전무했고, 황제의 허락을 받으면서 행정 업무 역시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한껏 텐션이 올라간 카리엘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황태자궁으로 오는 글렌과 대공을 맞이했다.
“전하를 뵙습니다.”
“일은 잘 마치셨소?”
카리엘의 물음에 듀칼이 감읍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전하 덕분이옵니다. 다시 한번 대공가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딱딱하게 말하는 듀칼을 보면서 카리엘이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오. 공짜로 부려 먹을 수는 없지 않겠소?”
벨푸르스의 견제를 맡게 된 대공가.
앞으로 많은 희생을 겪을 예정인 만큼 지원만은 빵빵하게 해 주어야 했다.
“그래도 감사드리옵니다.”
듀칼의 감사 인사에 카리엘이 웃으면서 말했다.
“공적인 보상은 끝났고…… 이제 내 개인적인 보상만 남았소.”
카리엘은 가만히 글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글렌의 얼굴이 흥분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웃으면서 본 카리엘이 고개를 돌려 듀칼을 바라보았다.
“그럼 약속했던 보상을 위해 이동하시겠소?”
“……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까?”
“방금 허락 맡고 왔소.”
카리엘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고는 마차로 향했다.
“반출은 어렵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옵니다.”
듀칼 대신 글렌이 대신 답했다.
‘천재의 자신감인가?’
카리엘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전생에도 그러했다.
초대 대공의 무서를 몇 시간 동안 반복해서 읽고선 혼자서 수련했다.
천재를 넘어 괴물이라 불리는 재능이니 복원하긴 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글렌은 너무 어리다는 것이다.
전생에는 대공가가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홀로 서부를 돌아다니며 실전을 쌓은 상태였다.
게다가 제국이 위기에 빠지면서 온갖 전쟁까지 겪었기에 무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린 것을 넘어 실전 자체가 없었다.
‘흠, 좀 걱정되기는 하네.’
전생의 글렌이 말하기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터급 존재의 심득을 받게 되면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천재이니 다시금 제 길로 돌아올 것이다.
‘뭐, 이번 생엔 대공도 있으니…….’
카리엘이 그렇게 생각하며 걱정을 털어 버리고 황궁 도서관으로 향했다.
황제궁의 시종장이 사전에 말해 놨는지 도서관 사서들이 미리 밖으로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하를 뵙습니다.”
“폐하의 명은 들었겠지?”
“예, 전하. 안으로 들어가시면 되옵니다.”
사서 하나가 허리를 숙이며 말하자 카리엘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렇게 문 앞에 도달하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내관 하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두 분 중에 어떤 분이 들어가실 예정인지요?”
“무슨 소리지?”
카리엘이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내관을 바라보았다.
“황실 법도상 황족을 제외한 한 분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카리엘이 법도를 들먹이는 내관을 노려보자 그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황급히 입을 열었다.
“나, 남은 한 분은 황궁 보고에 들어가실 것이옵니다.”
내관의 말에 카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전생에선 없어졌던 법이라 잊어먹고 있었다.
제국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고자 도서관을 개방하고 황궁 보고도 마구 풀었기에 잠시 잊고 있었다.
본래는 어떤 귀족이라도 황궁 보고와 황궁 도서관을 들어갈 때 까다로운 규율을 지켜야 하기에 머쓱한 표정으로 뒤돌아 대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대공이 웃으면서 말했다.
“무서는 글렌에게 맡기겠습니다.”
듀칼이 그렇게 말하면서 글렌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시겠소?”
걱정스러운 마음에 카리엘이 묻자, 듀칼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엘은 사서에게 눈짓했다.
“글렌 소가주와 들어가겠다.”
카리엘의 말에 거대한 도서관의 문이 열렸다.
“믿겠다.”
“예.”
듀칼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글렌.
그런 아들을 믿음직스럽게 바라본 듀칼은 카리엘에게 다시 한번 인사하고는 내관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카리엘은 글렌을 데리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
직계 황족들을 위한 도서관을 지나 강체술을 찾았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전하.”
“오랜만이군.”
카리엘의 인사에 늙은 사서가 조심히 고서를 들어 올려 책상으로 가져갔다.
“무서는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늙은 사서가 초대 대공의 무서를 조심스레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글렌의 눈이 책상에 놓인 고서에 고정되어 떨어지질 못했다.
“편히 읽으시오.”
고서를 보고 싶어서 안달 난 글렌에게 편히 읽으라고 말하자 그는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책상에 앉았다.
초대 대공의 고서는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는데, 그림과 함께 마나 운용 방법, 육체의 움직임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주변에서 시끄럽게 굴어도 상관없을 만큼 삽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한 글렌을 뒤로한 채 주변 책들을 구경하던 카리엘에게 늙은 사서가 다가왔다.
“더럽게 크군.”
“그만큼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늙은 사서가 초대 대공의 고서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사서가 보기에 초대 대공의 무서는 어떤가?”
“글쎄요. 소신은 책을 관리할 뿐 자세한 건 알지 못하옵니다.”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체술을 찾으러 왔을 때도 그러했지만 오늘 다시 본 늙은 사서의 모습은 범상치가 않았다.
“그래도 설명해 주겠나?”
카리엘의 말에 늙은 사서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초대 대공이 창안한 검술의 정수는 없으니 큰 가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래?”
“또한 높은 단계에 이른 무사들 역시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할 것이옵니다. 깨달음의 일부가 담겨 있긴 하오나 철저히 대공가의 직계들만을 위해 풀어서 쓴 내용이기 때문이옵니다.”
늙은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대공가의 직계한테는 어떻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무서일 것이옵니다.”
그의 말에 카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유심히 글렌을 바라보던 늙은 사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국의 새로운 검이 되실 분이군요.”
늙은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지. 제국의 새로운 기둥이 될 거다.”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늙은 사서를 가만히 보다 물었다.
“폐하께선 자네의 존재를 알고 있나?”
카리엘의 물음에 늙은 사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짓던 늙은 사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는 계시옵니다.”
“전부는 아니군.”
카리엘의 말에 늙은 사서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전생엔 몰랐던 거지?’
볼수록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글렌 역시 그것을 느낀 것인지 힐끔 늙은 사서를 보았다.
-범상치 않은 자군.
반투명하게 나타난 수르트가 늙은 사서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늙은 사서가 갑자기 나타난 수르트를 정확히 응시하며 말했다.
“정령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수르트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을 수르트를 곧바로 알아챈 것에 카리엘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나온 늙은 사서의 말이 더욱 놀라웠다.
“혹 수르트의 파편으로 계약하신 것이옵니까?”
늙은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서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저자, 최소 네 시종장이랑 동급이군.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놀란 표정으로 늙은 사서를 바라보았다.
“저분이 무슨 말을 했나 보군요.”
늙은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같은 자들이 황궁에 얼마나 더 있지?”
“저와 같은 자는 하나가 더 있으며 저보다 못한 자는 열 명 정도 되옵니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
카리엘의 물음에 늙은 사서는 빙그레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카리엘이 물었다.
“폐하께오선…… 자네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그림자 출신이라는 것까진 알고 계십니다.”
그의 대답에 카리엘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선 어째서 저런 자들이 없었던 것일까?’
황제조차 이들의 존재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도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이들의 존재는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생각났다.
“혹시 그대는 이곳에서 초대 황제 폐하의 비밀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카리엘의 물음에 사서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도서관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초대 황제의 비밀이 담긴 책.
역대 황제들이 그걸 찾기 위해 이곳을 수없이 뒤졌지만 찾지 못한 그것을, 이자는 알고 있는 듯했다.
여기까지 알게 되자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황가의 비밀 수호대인가?’
오래전에 없어졌다고 들었던 황가의 비밀 수호대가 비밀리에 전승되고 있었다.
오직 황가의 가장 중요한 비밀들을 지키기 위한 단체.
한때 자신의 몸을 고치기 위해서 온갖 고서들을 읽어 봤을 때 보았던 단체.
‘시종장도 비밀 수호대였나?’
자신의 임종을 지켜 주었던 늙은 시종장.
각혈하며 뒈질 것 같을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목숨을 연명시켜 주었던 자였다.
타리온이 죽은 후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때 황제의 시종 출신이라며 나타나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묵묵히 일하며 올라와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던 늙은 시종이 생각났다.
의원조차 감탄할 정도로 카리엘의 몸에 맞는 음식과 차를 내오던 늙은 시종장은 결국 카리엘의 믿음에 부합하며 임종까지 지켰었다.
그땐 몸이 아팠던 선황의 시종 출신이라 약학에 대한 지식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쪽 출신이 아닐까 의심되었다.
“후, 뭐 더 알아봐야 뭐 하겠나.”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늙은 사서에게 눈을 돌렸다.
은퇴를 앞둔 입장에서 비밀 수호대의 비밀을 캐 봐야 의미가 없었다.
괜히 알면 머리만 복잡해지니 이럴 때는 모르는 게 약이었다.
-그래도 대단하긴 하군.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제국의 안녕과 비밀을 수호하는 자들.
그렇기에 이들은 황제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전생에 이들이 있었다면 달랐을까?’
이렇게 생각했지만 어쩌면 비밀을 수호하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흑마법사, 몬스터, 마족, 반란까지 연이어서 사건이 터졌으니 그 과정에서 전멸했을 거라 추정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카리엘의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호기심이란 녀석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꾹 누르며 글렌을 바라보았다.
무아지경으로 고서를 읽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를 얻은 것 같았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했으니 좋긴 한데…….”
“지루하시다면 저번에 읽었던 책이라도 읽는 게 어떠신지.”
“강체술 말인가?”
“예, 전하.”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그게 괜찮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사서는 고대 웨어 울프의 강체술이 담긴 고서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한 권이 아니었다.
“이건?”
“도움이 될까 싶은 책들을 제 나름대로 추려서 가져온 것이옵니다.”
늙은 사서의 말에 카리엘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아니옵니다.”
늙은 사서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어느새 도서관에는 카리엘과 글렌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려왔다.
마나등에 의지한 채 정신없이 읽어 가던 카리엘이 침침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사서가 조용히 다가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반나절은 지났을 것이옵니다.”
“음…….”
“아쉬우시다면 좀 더 계셔도 되옵니다.”
늙은 사서가 그렇게 말하면서 안에 씻을 곳과 쉴 곳도 있으며 음식 반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글렌을 잠깐 바라보던 카리엘은 사서에게 부탁하고는 자신도 강체술에 빠져들었다.
이리스에 의해 강체술의 기초는 만들어졌고, 아르슈나에 의해 화기를 컨트롤하는 방법도 구체화되었다.
그렇다 보니 전과는 다른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서가 가져다준 자료들 역시 참고하자 강체술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조금 지지부진하던 강체술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자 카리엘은 쉬는 시간도 없이 강체술에 빠져들었다.
나중에는 늙은 사서가 조금 쉬시라고 만류할 정도까지 되자 카리엘은 그제야 조금 쉬고는 다시금 고서를 탐독했다.
그리고 그렇게 도서관에서 며칠 동안 밤낮없이 강체술을 탐독한 끝에 마침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뼈대는 만들어졌군.
“그래.”
수르트의 말에 카리엘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강체술을 완전히 개조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몸에 맞는 강체술의 뼈대는 구축한 것 같았다.
이제 근육과 살을 붙이는 건 친위대한테 맡기면 될 일이었다.
“끝났소?”
“……예, 전하.”
카리엘의 물음에 글렌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미련이 남는 듯 초대 대공의 무서를 힐끔 보았으나,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내용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자신과 다르게 홀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머리에 각인시킨 천재를 보면서 카리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천재라…….’
전생에도 글렌은 내심 부러웠을 정도로 사기적인 능력을 보였기에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볼일을 다 봤으니 이제는 나가야 할 때였다.
곧바로 도서관에서 나가기 위해 움직이자 늙은 사서가 문 앞에 서서 배웅했다.
“있는 동안 편안히 있다 가네.”
카리엘의 칭찬에 늙은 사서는 말없이 고개만 숙였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글렌 역시 늙은 사서로부터 때때로 따뜻한 차와 음식 등을 받았기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두 분 모두 이곳에서 뜻하신 바를 이루셨기를 바라옵니다.”
사서의 말에 카리엘과 글렌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도서관을 나섰다.
수많은 책들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거대한 문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전하!”
문을 나서자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타리온이 황급히 다가왔다.
그런 그를, 카리엘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전하,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되었소. 급할 텐데 얼른 가 보시오.”
머릿속에 각인된 것을 직접 몸을 움직여 확인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알기에 카리엘은 글렌에게 가 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표한 글렌은 황급히 멀리서 기다리는 대공가의 마차를 향해 움직였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네.”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
타리온의 걱정 어린 시선에 카리엘이 그럴 리 없다며 웃은 후 마차에 올랐다.
“내가 명령한 것은 다 끝났지?”
“그렇습니다.”
타리온의 대답에 카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이제 다 끝났군.”
자신이 회귀한 후 계획했던 은퇴 계획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다가섰다.
“궁에 도착하는 대로 폐하께 내 퇴위서를 상신해야겠어.”
***
그 말대로 카리엘은 궁에 도착하자마자 퇴위서를 작성하기 위해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전하, 그리 급하게 하시지 않아도…….”
“이런 건 바로바로 해야 하는 거야. 미적거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카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재빠르게 퇴위서를 적어 내려갔다.
바로 그때, 시종이 찾아왔다.
“전하, 대전에서 내관이 찾아왔사옵니다.”
“내관이?”
카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방문을 허락하자 내관이 다급하게 황제의 명령을 전달했다.
“지금 당장 대전으로 오시라는 폐하의 명이옵니다.”
“지금?”
“그렇사옵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하셨사옵니다.”
내관의 말에 카리엘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의 촉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려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