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40화 (140/140)

〈 140화 〉 정연: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잖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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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영화 <봄날>의 대본 리딩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유명세와 김두호는 제작자들과 스태프, 배우들과 손님들을 상대하기 위해 2차를 따라갔다.

강산은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회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세면장에서 간단하게 씻고 침대에 쓰러졌는데, 깨어나 보니 다음날 늦은 오후였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머리가 맑지 못하다.

아! 장도연과 같이 이야기하며 와인을 마셨구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난다.

고희윤이 자기하고는 안 마시느냐고 해서 같이 마시고 김여정 선생이 자기는 왜 빼냐고 해서 또 같이 마셨구나.

장도연이 러브샷을 하자고 해서 마시고 고희윤이 자기도 러브샷 하자고 해서 마시고 김여정 선생이 자기는 왜 또 빼냐고 해서 마셨구나.

누구에게 사랑한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누구에게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강산이 깨어나 주위를 살펴보자, 유명세와 김두호가 침대 옆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정화에게 이 자들이 언제 들어왔는지 물어봤더니, 정화도 언제 들어왔는지 잘 모른단다.

강산은 처진 몸을 다시 살리려고 사우나에 다녀왔다.

사우나에서 나와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자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욱신거린다.

몸살 기운이 오는 것 같았다.

동태탕을 끓이고 있나 보다.

강산이 집으로 돌아오자, 정화는 저녁으로 동태탕을 끓이고 있었다.

동태탕의 구수한 냄새를 맡고 보니, 허기가 올라온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 끼도 먹지 않았었구나.

끓고 있는 동태탕을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정화가 몸살 기운이 있는 오빠를 위해 칼칼한 동태탕을 끓였나 보다.

“정화야. 무슨 동태탕이냐?”

“명세 오빠가 동태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끓이는 거야. 어제 술을 많이 먹은 거야”

강산은 무심한 정화의 말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강산의 식탁에 앉자 정면에는 유명세가 앉아 있었고 강산의 옆에는 김두호가 앉아 있었다.

정화가 식탁 가운데에 있는 가스버너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동태탕을 올려놓고 국자로 떠서 동태를 나누어주었다.

정신없이 동태탕을 먹느라 몰랐는데, 정화가 유명세의 옆에 앉아 있었다.

국자를 든 정화는 옆에 있는 유명세에게 신경 쓰는지 유명세의 접시가 비자 새롭게 동태탕을 덜어주었다.

강산의 접시가 비었는데도 채워주지 않고 말이다.

“정화야. 나도 좀 더 줄래?”

“네. 오빠”

강산이 정화에게 더 달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정화가 강산의 국그릇에 동태를 더 떠주었다.

강산은 자신의 국그릇과 유명세의 국그릇을 보았다.

유명세의 국그릇에는 곤이(알)들이 가득한데 자신의 그릇에는 이리(정소)가 많다.

이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리보다는 애(간)를 더 좋아하고 애보다는 곤이를 더 좋아한다.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오빠는 동생들 학비와 집안 살림을 책임지느라 피곤해도 쉬지도 못하고 병마(?)...는 아니지만, 병마 같은 피로와 싸우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 동생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강산은 회귀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기분이 상한 자신이 너무 쪼잔한 것 같아서 유명세가 괜히 더 싫어진다.

이 모든 것이 다 유명세 때문이다.

과로하면서까지 여동생들을 위해 고생하는 강산이 정화와 남매의 애틋한 정을 느낄 사이도 없이 유명세가 남매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강산은 유명세를 이 집에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 간의 정이다.

정화와 다정한 남매로 남으려면 유명세를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 때문에 집 안에서 옷도 자유롭게 입지 못하고, 치약을 짜고 양치하는 것도, 소파에서 티비를 보면서 식사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됐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유명세에게 한집에서 같이 살자고 괜히 대인배처럼 허세 부리다가 자충수를 두었다.

*   *   *

“명세야. <첫눈>을 일본에 판매한 거하고 <삼검문> 선판매 된 거 말이야.”

“그거 왜?”

“언제 입금되는 거야?”

“그거 <첫눈>은 임금 됐는데 <삼검문>은 아직이야.”

“그럼 우리 몫은 얼마 정도 되는 거야?”

“아직 분배하지 않았지만, 강산이 몫까지 합치면 8천만 원 정도 될 거야.”

“그래. 그 돈이 나오면 유명세, 김두호, 너희들 방 좀 구해서 나가라.”

강산이 방을 구해 나가라는 말에, 즐거운 식탁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강산은 겉으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두호가 따지듯이 강산에게 말했다.

“왜? 강산아. 너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괜찮다고 했잖아?”

강산은 속으로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겉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정화 때문에 안 되겠어.”

“오빠. 나는 괜찮아.”

강산이 심각하게 말하는데, 김빠지게 바로 정화가 대꾸했다.

“아냐. 아냐. 정화야. 혼자서 객지 생활하면서 공부하기도 힘든데 밥하고 빨래하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힘들었겠냐?”

“정말 괜찮다니까!”

“아냐, 아냐, 아무리 오빠 친구들이 잘해준다고 해도 어떻게 친오빠만 하겠냐.”

“오빠. 난 정말 괜찮아. 나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거라면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어. 산이 오빠가 없을 때 명세 오빠나 두호 오빠가 있으면 정말 안심되거든”

“정화야. 서울은 세계에서도 안전한 도시야.”

강산이 세계에서도 안전한 도시라고 언급하자 김두호가 말했다.

“산아. 혼자 사는 아가씨들은 일부러 남자 신발을 현관문 근처에 내놓는다고 하더라. 자장면 배달도 일부러 2인분을 한다고 하고 요즘 세상이 여자 혼자 살기 편한 것도 아니야.

그리고 산이 너나, 나나 작품에 들어가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명세라도 없으면 그럼 정화 혼자서 자취하게 되는데 더 위험하지 않겠냐?”

김두호는 정화의 안전을 위해서 정화 혼자 것보다 오빠들하고 같이 사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두호의 속으로는 다른 계산이 있었다.

구두쇠 김두호가 잔머리를 굴려보니 영화촬영을 시작하면 임대한 집에서 사는 날보다 촬영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사는 날이 더 많아서 강산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산이 천천히 생각해보니 두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자신이나 두호가 영화를 시작하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는 명세도 없으면 정화 혼자 지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명세의 느끼한 얼굴하고 오빠 친구에게 꼬리 치는 정화를 두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줘”

강산은 유명세와 김두호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유명세와 긴장하고 있는 정화의 얼굴을 보았다.

‘정화야. 유명세같이 잘난 남자에게 빠져서는 안 된단다.’

강산은 정세가 어떤 여자와 사귀거나 정분이 나도 상관하지 않겠지만 내 동생 하고는 안 된다.

유명세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강산이 전생에 본 유명세 주변에 있던 여자들, 유명세의 사생활은 모르지만 잘난 남자에게 모여드는 여자들은 많이 보았다.

‘나뭇가지는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바람이 불어오는데 어쩌란 말인가?’

강산은 정화가 너무 빠지지 않게 지금이라도 선을 그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화의 말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은 어른(?) 아니 오빠가 정화 대신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산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했다.

- 오빠. 무슨 일이에요?

“정연아.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

- 잘 지내고 있어요. 오빠는 어때요?

“나도 잘 지내고 있어. 너 청담동에서 같이 사는 것은 어때?”

- 학교하고 너무 멀어서 안 돼. 길에서 한 시간을 버려서는 친구들을 따라갈 수 없어.

“그럼 방학때 만이라도 어때? 정화하고 같이 지내면 좋잖아.”

- 정화하고 무슨 일 있어?

“아냐. 아냐. 내가 영화 촬영가면 정화 혼자 있어서 말이야.”

- 오빠 친구 있잖아. 명세 오빠.

“너도 알고 있어?”

- 뭘? 정화가 명세 오빠 좋아하는 거

“너도 알고 있던 거야. 나만 모르던 거야.”

-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 정화는 명세 오빠하고 두호 오빠를 산이 오빠 친구니까 오빠라고 생각하는 거야.

“......”

강산은 안이한 정연의 말에 남녀 관계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쏘아주고 싶었다.

그럼, 오빠는 남녀 사이를 잘 아느냐고 정연이가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할까?

‘당근이지’

하고 대답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강산이 남녀 관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만약에 강산이 여자를 잘 알았다면 전생에서 혼자서 살지는 않았겠지.

아니, 개인적인 인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강산이 만든 영화는 좀 더 사랑받지 않았을까?

- 오빠. 정화에게 무슨 일 있어? 그리고 오빠.

“왜?”

- 정화 좀 믿어주는 게 어때.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잖아.

“알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고”

- 알았어, 오빠. 나 스터디 가봐야 해. 오빠. 몸 조심하고 그럼 안녕.

“그래. 너도 몸 조심”

- 뚜, 뚜, 뚜...

아니, 얘도 참, 오빠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끊는 거야.

강산은 정연이에게 거절당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두호는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는지, 정화와 명세는 다정하게 소파에 앉아서 TV를 같이 보고 있었다.

전생에 정화는 술과 노름을 좋아하고 손버릇이 좋지 않은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을 혼자 키우던 정화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인한 모습의 정화가 저렇게 여리여리한 여자였나!

“산이 왔어. 내가 산이하고 할 말이 있는데, 이야기할 시간이 될까?”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두호! 같이 이야기해야 할 일이 있는데 들어와 줘.”

유명세가 김두호가 들어오자, 강산과 김두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말한 8천만 원 말이야. 4천만 원은 들어왔지만 4천만 원은 아직 안 들어 왔다고”

“아까 그랬다고 말했잖아.”

“그 돈들은 회사 운영비로 다 써버렸어. 4천만 원이 들어와도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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