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장도연: 왜 나를 캐스팅 한 거예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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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주목해 주십시오. 오늘 저는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부족한 저의 영화에 출연해주신 박군형 선생님, 김여정 선생님, 장도연 배우님, 장동원 배우님, 고희윤 배우님, 그리고 이름을 언급하지 못한 배우님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 <봄눈>을 위해 가수 나인수 선생님과 채은숙씨가 축하공연을 해주러 오셨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두 분 가수님도 우리 영화 <봄눈>에 출연하십니다.
두 분 가수님의 축하공연을 감상하고 난 후에 회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산이 멘트를 하고 연탄집 구석을 가리키자 연탄집 구석에는 키보드와 기타 주자, 나인수 선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인수 선생은 반짝이 상의를 입은 채, 플라스틱 원형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영화 <봄날>은 일제강점기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원일이 시골 출신 어린 숙모 홍주를 유혹하기 위해 경성 클럽에 데려갔을 때, 당시 국민가수였던 남인수와 이난영의 노래를 사용하려고 한다.
남인수의 모창가수인 나인수 선생과 채은숙씨가 전설적인 가수 남인수와 이난영의 대표곡을 부를 것이다.
이번 공연은 축하공연이자 영화촬영을 위한 리허설이다.
먼저 나인수 선생은 자신의 대표곡 같은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을 부드러운 미성으로 부르고 내려가자, 채은숙이 올라와 새롭게 재해석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불렀다.
회식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여운에 빠져있을 때, 강산이 ‘짝’ ‘짝’ ‘짝’ 박수를 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강산이 박수를 친 것은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려고 한 것이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일이다.
“바쁘신 가운데 축하공연을 해 준 나인수, 채은숙 가수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 짝, 짝”
“제가 ‘청바지’ 하면 여러분은 ‘청춘은 바로 지금!’을 외쳐 주십시오.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
강산은 연탄집에서 회식의 시작을 알리자, 화식 자리에 사람들은 건배하며 왁자지껄해졌다.
* * *
영화 <봄날>의 제작자 자리에는 <gf 필림=""> 대표인 유명세와 <해피미디어> 최룡해가 있었다.
유명세는 몇 달 전만 해도 보스였던 최룡해를 보자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세요. 최룡해 사장님”
“반가워요. 유명세씨. 이젠 <gf 필림=""> 유명세 대표님인가요?”
“대표는 무슨 대표요. 바지 사장에 불과하죠.”
“요즘 <gf 필림="">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첫눈>은 국내 판매는 종료 됐고 해외 판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판매하고 홍콩 골든하베스트와는 협의 중에 있습니다.
<삼검문>은 후반작업 중이지만 일본에 선판매하고 프랑스와 홍콩과는 선판매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달리는 여자>는 후반작업 중입니다.
최사장님과 이야기하다보니 보고하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음, <달리는 여자>는 누구 작품인가요?”
“강산 감독 작품입니다.”
“강산 감독요? 이번 작품 말고 강산 감독이 들어가는 작품이 있었나요?”
“제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사장님.”
“유대표가 잘 모른다니 정말 섭섭해지는데요. 유대표님.”
“최사장님이 말씀하신 의도는 잘 알지만 저를 난처하게 만드는군요.”
“지나간 일이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앞으로의 일들은 섭섭한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사장님”
이때 <애플 프로덕션>의 이덕배 사장이 연탄집으로 들어오며, 유명세와 최룡해 사장이 있는 테이블로 들어왔다.
“아이고 최사장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방금 전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이 사장님을 보고는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최사장님”
“이사장님, 신사적으로 플레이 하시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달리는 여자>요.”
“음...”
“지난번에 <첫눈>을 제작할 때 강산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는 같이 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이런 식이라면 제가 돈으로 베팅해도 되는 건가요?”
“최사장님.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강산 감독이 그 뭣이냐, 동생들 대학교 등록금을 하도 걱정 하길래. 먼저 연출료로 준 것이에요. 영화는 나중에 촬영해줘도 된다고 말이에요.”
“그런데요.”
“그런데 갑자기 강산 감독이 빚진 것이 싫다고 갑자기 영화를 찍은 거예요. 나도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나가서 부담스러워요.”
“이사장님, 총 제작비가 얼마에요?”
“3억 정도... 더 들었나?”
“정확하게 말씀하세요. 나중에 후회하시지 말고요.”
“3억입니다. 3억”
“그럼 이 사장님 1억으로 하고 40%로 하세요. 나하고 <gf 필림="">이 각각 1억씩 투자하기로 하고 30%씩 나누기로 하죠.”
최룡해와 이덕배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유명세가 말했다.
“최사장님, 죄송하지만 저의 <gf 필림="">은 1억을 투자할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1억을 빌려주는 것으로 하지요.”
“최사장님, 말씀은 고맙지만 지금도 채무가 많아서 부담스러운 제안입니다.”
“최사장님. 그럼, 저 이덕배가 이미 3억을 투자했으니 <gf 필림=""> 대신 1억을 더 투자한 것으로 하지요. 제가 2억, 최사장님이 1억 어떠세요.”
“이사장님?”
“네.”
“싫습니다.”
“뭐라고요?”
“싫다고 했습니다. 유대표, 1억을 내가 빌려주는 대신 영화, 음... 영화 제목이 뭐라고 했죠?”
“<달리는 여자>요.”
유명세가 최룡해에게 말했다.
“유대표님, 영화 <달리는 여자>가 이익이 나면 <gf 필림="">이 1억을 갚기로 하고 <달리는 여자>가 손해가 나면 제 손해로 처리해 주세요.”
“최 사장님. 지금 감정적인 결정인 것 같습니다. 최 사장님에게 유리한 점이 없는 제안, 아니 전적으로 불리한 제안입니다.”
최룡해는 영화를 만드는 이덕배와 유명세, 강산은 자신이 싸우고 있는 세계에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다.
이덕배의 속이 드러나 보이는 서툰 욕심이 조금 당황스럽지만 유명세의 무모한 도전, 강산의 천재적인 재능은 지켜주고 싶었다.
“상관없습니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우리들 사이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사이가 오래갔으면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사장님.”
이덕배는 최룡해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주먹 싸움이라면 몰라도 돈 싸움은 아무래도 전공 분야가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 싸움에는 최룡해를 상대하기 어렵다.
우리 사이가 오래가려면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최룡해의 말을 듣고 찔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최사장. 이번 <달리는 여자>의 제작사 대표를 나로 해주면 최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덕배가 무리하면서 <달리는 여자>를 제작한 것은 자기 이름으로 만든 작품으로 영화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다.
강산의 성장세를 볼 때 내년 정도에는 이덕배의 이름으로 영화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덕배는 사과하는 의미로 최룡해에게 연신 술잔을 권하며 주고받았다.
* * *
“강감독! 여기 좀 봐? 지난번처럼 여기 와서 고기 구워 줘야지”
“선생님. 조금만 있다가 건너갈게요.”
김여정이 강산을 부르자, 회식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던 강산이 김여정에게 말했다.
김여정이 있는 테이블에는 <봄날>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제작자 테이블과 스태프들의 테이블, 나인수 선생과 채은숙, 반주자들이 있는 테이블을 거쳐 박군형 선생과 장동원 배우가 있는 테이블에 들렸다.
강산은 장동원 배우에게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다가 박군형 선생에게 잡혀서 반강제 연기론을 경청하고 있었다.
나이가 먹으면 이래서 안 되는가 보다.
예전이라면 무릎 꿇고 경청해야 하는 강의가 나도 알 만큼 안 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터지는 하품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여야 할 지경이다.
김여정 선생의 호출을 들었을 때, 강산은 김여정 선생에게 윙크하며 고마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희윤 배우님. 집게 좀 주세요.”
강산은 여배우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들어서자, 고기 집게를 들고 있던 고희윤에게 집게를 건네 달라고 했다.
“제가 할게요. 감독님.”
고희윤이 고기 집게를 주지 않고 계속 고기를 구우려고 하자, 김여정이 고희윤에게 말했다.
“얘, 밖에서는 남자가 집게를 잡는 거야. 여자가 집게를 집다 보면 습관이 돼서 안 돼. 고기는 강감독이 잘 구우니까 건네줘.”
“그래, 강감독님에게 건네줘”
장도연도 고희윤에게 고기 집게를 강산에게 건네주라고 말했다.
그제야 고희윤은 마지못해 고기 집게를 건네주었다.
강산은 고기 집게를 건네받고 고기 상태에 집중하며 돼지고기를 뒤집기 시작했다.
강산이 고기를 굽는 동안 여배우들은 까르베네 쇼비뇽이라는 값비싼 와인을 나눠 마시기 시작했다.
다섯 병을 준비했는데 벌써 두 병이 비워졌다.
“선생님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드세요?”
“나한테 하는 질문이야?‘
술기운인지 얼굴이 발갛게 오른 장도연이 김여정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비슷한 역할을 연기해도 전혀 다른 톤으로 나오잖아요?”
“나는 말이야. 감독하고 많이 이야기해. 이봐 감독, 내게 원하는 게 뭐야? 그래. 알았어, 원하는 대로 연기해 주지. 나는 프로니까. 이런 식으로 연기하지.”
“그럼, 강산 감독은 선생님께 어떻게 연기해 달라고 지시해요?”
“강감독?”
“네. 강산 감독요. 강산 감독하고는 세 번이나 작품을 같이 하잖아요?”
“내가? 벌써 세 번째야? 이런, 나는 원래 같은 감독하고는 잘 안 하는데, 어쩐지 감독이 익숙하다 싶었네”
“선생니임, 좀 가르쳐 줘요.”
“강감독은 말이야. 아무 말도 안 해.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놔두더라고. 아~ 그래서 내가 강감독하고 같이 하는구나.”
이때, 강산이 여배우들에게 고기를 나눠 주며 말했다.
“배우님들, 고기 좀 드시고 이야기 좀 하세요.”
“그래. 우리도 안주 좀 먹고 한잔 더 건배할까? 너희들도 내 나이가 되면 먹기 싫어도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고.”
김여정은 장도연과 고희윤에게 강산이 나눠준 고기를 먹자고 했다.
그때 장도연이 강산에게 물었다.
“감독님, 감독님은 왜 나를 캐스팅 한 거예요?”
“캐스팅요. 아름다워서요.”
“네?”
“대본을 제가 썼습니다. 장배우님. 대본을 보시면 제가 왜, 장배우님을 캐스팅 했는지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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