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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33화 (133/140)

〈 133화 〉 강산: 내가 금사빠도 아니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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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형 선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로배우다.

젊은 시절부터 요즘의 실장 전문배우처럼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미남 기준으로는 잘생겼지만 선한 인상이 아니라고 해서 여자들을 유혹하는 제비나 서민들의 등을 치는 사기꾼 등 잘생긴 악역을 주로 맡았다고 한다.

60이 넘은 지금은 재벌가 회장님이나 부패한 정치인, 범죄조직의 보스 등 악역이지만 연기 내공이 필요한 역할을 많이 했다.

의외로 일제 강점기에 일본 순사 역할을 많이 했다.

얼마나 악랄한 연기를 잘하는지 어린 시절 강산은 박군형 선생의 일본 순사 연기를 보고 치를 떨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모습이 강산의 기억에 많이 남아서 박군형 선생을 캐스팅하는 계기도 되었다.

하녀 강서희 역은 고희윤으로 결정했다.

강서희는 홍주의 하녀지만 친구이기도 하고, 홍주와 원일의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드는 연적이기도 하다.

강산이 이 역할을 두고 고민한 것은 소속사 <파인트리>의 끼워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희윤의 미모가 너무 튀기 때문이다.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다.

도시 미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1930년대의 하녀의 모습으로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장도연과 고희윤이 같이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장도연은 연기가 빼어나지만, 발군의 미모를 가진 배우는 아니다.

모델처럼 긴 팔과 다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둥근 얼굴에 이마도 조금 튀어나와서 짱구라는 별명으로 놀리기도 한다.

반대로 고희윤은 신인배우지만 독보적인 미모로 유명하다.

아직은 고희윤의 미모가 폭발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고희윤의 미모만으로 하나의 장르라고 하였다.

고희윤이 출연한 작품이 스토리가 부실해도 고희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배우의 힘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강산은 작품을 만들지 화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장도연과 고희윤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출할 것인가?

잘못하면 여배우 간의 묘한 긴장 관계나 불협화음으로 영화가 먼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이 생각만 하면 벌써 머리가 아파오지만, 반대로 흥미롭기도 하다.

문제는 늙은 남편의 조카 김원일(일본명, 가네야마 겐이치 金山元一)역이다.

키가 크고 잘생긴 얼굴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노는 플레이보이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강산은 장동원 배우를 생각했다.

장동원은 잘생긴 얼굴 때문에 연기력이 평가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다.

장동원은 바르고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으려고 나중에는 조폭이나 해병대원, 해적 등 마초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바르고 착한 청년 이미지의 연기를 계속해왔다.

착하고 잘생긴 이미지의 남자가 사실은 바람둥이고 여자들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넘치는 섹시한 잔인함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가 너무 변태적인가?

*   *   *

“오랜만이에요. 선배님.”

“그래. 오랜만이다. 뭐 마실래?”

“저는 카페라테요.”

“그래. 잠깐만”

강산은 커피숍 카운터에 가서 카페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강산은 고희윤의 소속사를 통해 한번 만나자고 연락하고 청담동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고 있었다.

고희윤은 오랜만에 만난 강산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강산은 최근에 계속되는 야근으로 피곤했는지, 눈에 다래끼가 나서 선글라스를 쓰고 나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잘 지냈어. 너는 어떻게 지냈니?”

“저도 잘 지냈어요.”

고희윤은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강산은 고희윤의 미소 속에서 조금 부자연스러운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쯤 고희윤은 연기를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구?

전생에 사귀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헤어졌지?

이놈의 건망증! 하여간 좋은 이유로 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배님.”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세요.”

“아냐. 희윤아, 말 좀 편하게 해도 될까?”

“참. 선배님도. 언제는 말을 높였다고 그래요. 학교에서 영화 만들 때처럼 편하게 하세요.”

“그래. 그게 무슨 영화였지?”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길을 걷는 아이들> 기억나지 않으세요?”

“미안하다. 요즘 너무 바쁘게 살아서 한 30년 전에 있던 일인 것처럼 까마득하다.”

강산의 기억으로는 30년이 지난 기억이다.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물며 앞에 있는 고희윤과도 정말로 사귀었는지, 고희윤에 대한 팬심으로 기억을 조작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님”

“무슨 일?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선배님이 만나자고 연락했잖아요?”

“아~. 영화 <봄날> 이야기 좀 하려고. 참, 너 요즘 바쁘냐?”

“아뇨. 지금 촬영 시작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 잠깐 나 좀 보고 가만히 있어 봐”

강산은 고희윤을 선글라스를 쓰고 정면으로 쳐다보자, 고희윤도 긴장을 하는 것 같이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강산은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고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만들어 고희윤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수첩을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강산 선배님, 뭐 하세요?”

“잠깐만, 희윤아. 허리 좀 펴고, 좋아. 얼굴 좀 오른쪽으로 돌려 볼래.”

“이렇게요.”

“그래. 이제는 반대로 조금 왼쪽으로, 됐어”

고희윤은 강산의 지시대로 허리를 펴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렸다.

“으음, 그래 됐다.”

“후...”

강산의 됐다는 말에 고희윤이 숨을 편하게 쉬었다.

“희윤아. 너 원래 코 위에 미인점이 있었냐?”

“네.”

“그래. 그렇구나.”

“선배님. 안 좋아요. 점을 뺄까요. 안 그래도 신경이 쓰였거든요.”

“아냐. 빼지마. 다른 여배우들은 일부러 문신까지 하는데, 네 매력점을 왜 빼냐. 누가 뭐래도 그냥 놔둬.”

“네.”

고희윤의 코에는 점이 없었다.

강산은 기억이 부실해져서 뭐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화장할 때마다 점을 찍었다고 기억한다.

“희윤아. 영화 <봄날>에 꼭 출연해야겠냐?”

“네? 무슨 말이에요?”

“아니. 네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하고 맞지 않을 텐데 말이야.”

“왜요? 왜 선배님은 내가 그 역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말이야.”

강산이 기억하는 고희윤은 노출 연기를 한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노출 연기를 했었나? 노출 연기를 했는데 내가 모르는 걸까?

“영화에서 강서희는 김원일을 유혹하고 정사를 하는 씬도 있어. 그래서 노출도 심해서 말이야.”

“할 수 있어요. 아니 해야 해요.”

“희윤아. 영화가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 그때 가서 못한다고 하면 너 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큰 폐가 될 거야.”

“선배님. 아니, 산이 오빠. 지금 하지 못하면 연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오빠. 저 좀 도와주세요.”

“......”

갑자기 고희윤이 강산에게 오빠라고 급발진하자, 옛날 생각이 나서 당황스러웠다.

혼란스럽다.

옛날, 아니 전생에 고희윤은 절대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연인이던 강산에게까지 말이다.

얘, 지금 연기하는 건가?

아니면 이런 진지한 면이 있었던 것을 전혀 몰랐던 건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솔직히 네 말이 이해가 안 돼서 조금 당황스럽다.”

“다른 감독님들은 저를 병풍으로 여기는 거 같아요. 지난 4년간 로맨틱 코미디, 그것도 철없는 부자 아가씨 역할만 했어요. 이러다가 진짜 연기는 해보지도 못하고 은퇴할 거 같아요.”

“희윤아.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감독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그리는 거야. 감독이 오케이 하면 만족했다는 거야.”

“그럼 저는요? 저는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감독이 불러주지 않으면 하고 싶은 연기를 하지 못 하잖아요, 보여주지도 못했는데요.”

고희윤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강산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산이 고희윤을 다시 만난 것은 2010년 정도일 것이다.

<좋은 친구들>을 운영하던 시절, 고희윤의 연기도 어느 정도 고정되고 로코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앗! 기억났다.

고희윤과 헤어진 이유. 당시 찌라시가 돌았다.

고희윤이 재벌가 장남과 열애설이 나면서 기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순진한 모 영화감독과 만나는 척하고 있다고 말이다.

나중에 재벌가 장남과 헤어졌지만, 약혼기사도 보았다.

강산의 표정이 다시 냉정해 진다.

“음, 그런데 왜 나냐? 다른 감독들도 많잖아. 굳이 내 작품에 출연하려고 하는 거야.”

“오빠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편견 없이 저를 봐 줄 테니까요.”

“내가? 내가 편견이 없다고?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학교 다닐 때 <길을 걷는 아이들>에 출연했을 때 오빠가 그랬잖아요?”

“내가 뭐랬는데.”

“화장 지우라고, 지금 희망이 없는 가출 소녀가 무슨 화장을 그렇게 하냐고. 머리까지 풀라고 했잖아요.”

“후,,, 그게 다냐?”

“다른 감독님들은 울어도 예쁘게 울라고 한다고요.”

“로코니까 그러겠지! 로맨틱 코미디에서 누가 진지하게 울어!”

강산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희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고희윤의 얼굴에 고인 눈물을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되는데,

강산은 선글라스를 쓰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고희윤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서정아에게 차인지도 얼마 되었다고 남자가 지조 없이 다른 여자에게 빠진다는 말인가?

내가 금사빠도 아니고 그것도 고희윤에게 말이다.

“끄응, 내 영화는 지금 네 모습으로는 출연할 수 없어”

“왜요?”

“너무 허약해. 대본상 하녀 역을 하려면 건강하게 보여야 해. 피부도 너무 하얗고”

“그럼 어떻게 해요?”

“희윤이 너 운동 싫어하잖아, 특히 달리기”

“어떻게 저를 잘 아세요?”

“지금부터 일주일 후에 3주간 정도 제주도에서 <달리는 여자>라는 영화를 촬영할 거야. 조감독이 대본을 메일로 보내 줄 거야. 준비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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