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31화 (131/140)

〈 131화 〉 이덕배: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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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검문>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

강산은 수정된 시나리오를 탁성대 음악감독과 이기수 편집기사, 신태형 <태형 그래픽스> 대표에게 보냈다.

물론 빨간 펜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기수 편집기사는 녹음기사로 일하는 친구들과 같이 <이기수 편집실>이라는 전문 편집실을 창업했다.

지금은 편집실 운영 때문에 다양한 작업을 받아서 하지만 나중에는 일을 가려서 받을 것이다.

CG 작업을 맡은 신태형 대표에게 편집 완료 시점을 이야기하자, 기본 편집을 마친 후에도 4~5개월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 완료일은 7~8월 정도를 예상했다.

강산은 최대한 빨리 영화 <삼검문>의 기본 편집을 마쳐야 했다.

3월부터는 다음 작품 <봄날>을 시작해야 하므로,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봄날>부터는 <첫눈>에서 막내 스텝을 하던 승현이가 조감독을 맡기로 했다.

<삼검문>까지는 강산이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서 했지만, 스태프들이 많아지면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해졌다.

그리고 강산의 집에 변화가 생겼다.

둘째 동생 정화가 고구려 대학 회계학과에 합격하고 서울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강산은 자신의 투룸 중에서 임시로 유명세와 김두호가 쓰던 방을 정화가 쓰기로 하고, 두 사람의 짐들을 강산의 방으로 옮겼다.

강산은 영화작업 때문에 <gf 필름=""> 집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지면서 접이식 침대에서 잠을 자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유명세와 김두호도 사무실 구석에 접이식 침대를 두고 숙식을 같이했다.

강산의 방은 세 남자의 짐 방이 된 것이다.

빨래는 정화가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에 들러서 오빠와 오빠 친구들의 빨래를 수거해갔다.

유명세가 영화를 판매하기 위해 지방 도시나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서 자리를 자주 비우자, 사무실 침대 하나를 조감독 승현이가 차지했다.

유명세가 호텔이나 여관방을 잡거나 다른 방을 찾아야 했지만, 강산이 유명세에게 자신의 방을 쓰라고 했다.

집에는 정화 혼자 있었으므로 유명세가 강산의 방을 쓴다는 것은 강산의 투룸에 유명세와 정화 둘이 지낸다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남녀 둘이 한집에서 지낸다는 것은 어색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돈이 없었다.

강산도 유명세도 당장은 돈이 없었다.

강산은 곤란해진 유명세에게 자신의 방을 사용하라고 했다.

다른 수가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유명세는 믿을 수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유명세는 강산과 스타일이 너무 달라 재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사회관계나 여자에 대한 매너는 믿을 수 있었다.

정화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유명세도 자주 출장을 가고 같이 산다고 해도 실제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음, 부작용이 있는 것 같았다.

정화가 유명세와 같이 생활하면서, 세상 남자들이 다 강산 오빠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오빠. 양말 좀 제대로 벗어 놓으면 안 돼?”

“무슨 말이냐?”

“명세 오빠나 두호 오빠는 제대로 벗어 놓는데, 오빠는 항상 뒤집어 놓잖아. 나중에 다시 정리하려면 손이 더 가야 해서 불편해”

이런 불손한(?) 정화의 태도는 강산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도 정화는 강산에게 이런 불손한 모습은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충성스러운 여동생이었다.

“오빠, 사각팬티나, 런닝구만 입고 다니지 않으면 안 돼?”

“그건 또 왜?”

“명세 오빠는 항상 방 밖으로 나올 때는 제대로 입고 나오거든, 그렇게 입고는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아.”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시골에서는 아버지도 편하게 입었잖아.”

“아버지는 파자마를 입어. 그리고 아버지도 이제부터는 행동을 고쳐야지.”

“아버지도?”

“이제 오빠도 결혼하면 며느리가 들어올 텐데, 며느리 앞에서 그렇게 다녀서는 안 되잖아?”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을 거야.”

“명세 오빠 말로는 오빠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많다고 하던데”

“좋아하기는 개뿔, 그거 감독에게 잘 보이려고 연기하는 거야. 돌아서면 아예 모르는 사이보다도 못해. 그리고 정화 너, 명세하고 그런 이야기도 하냐?”

“말 돌리지 말고. 오빠. 우리도 이제는 어린애가 아니잖아. 우리도 다 컷다고.”

“그렇기는... 하지만, 이거 너무 갑작스럽다.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노력해볼게.”

“안 돼! 지금 당장부터 고쳐!”

“그래. 알았어. 하면 되잖아. 그런데 정화 너, 너무 단호하다. 갑자기 왜 그래?”

강산은 ‘우리도 다 컷다.’는 정화의 말에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먼저, 하늘 같은 오빠의 권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약간의 분노(?) 같은 감정과 섭섭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너무 순해서 전생에는 남자들에게 고생하던 정화의 삶에서, 이번 생에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걱정하던 정화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놀라움, 대견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그 이유가 유명세 때문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학교 학비도 대주고 생활 공간까지 기꺼이 내주는 전생의 무심한 오빠가 아니라 다정한 오빠의 공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전생에는 자신을 무서워해서 거리를 두던 정화하고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강산은 정연, 정화 여동생 둘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시골에 있는 아버지와 막내 정미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천만 원을 남겨두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영화에 전액을 투자하게 되었다.

강산은 돈이 필요해지자, 최룡해 사장에게 부탁하거나 해피머니에서 이천만 원을 빌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덕배 사장이 감나무 집에서 식사하면서 작품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   *   *

이덕배는 영화 <첫눈>에 5천을 투자하고 1차 중간 결산으로 5억이 넘는 돈을 벌게 되면서, 자신과 <애플 프로덕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강산의 말대로 다람쥐 쳇바퀴 같이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덕배 사장은 최룡해 사장에게 해피머니에 남은 빚 2억도 갚고, 마누라에게 2억을 주면서 강남의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을 갚으라고 했다.

그즈음, 2차 정산으로 2억이 더 들어왔지만, 강산의 다음 영화 <봄날>에 3억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7억이 모두 사라졌다.

그래도 정산을 마무리하면 2~3억은 더 들어올 것이다.

문제가 생겼다.

해피머니에 남은 빚도 없어지고, 마누라의 잔소리도 없어지면서, 사업에 대한 열정도 예전 같지 않고 삶이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플>의 에로영화 사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강산이 떠난 자리는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로 채우고 에로영화를 계속 만들었다.

이덕배는 해피머니에서 한 달에 세 편을 납품해야 하는 압박이 사라지자, 소속 감독들에게 한 달에 1편만 만들라고 하였다.

감독들에게는 작품당 3백만 원의 보수와 비디오 판매시 기본 3천 개가 넘으면 이익금의 10%를 성과급으로 걸었다.

대신, 이덕배가 참여하는 기획회의를 통과해야만 촬영을 시작하게 했다.

이덕배는 강산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모든 감독이 강산과 같은 천재는 아니지만, 대본이 좋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2주일에 한편을 만들어야 하는 에로영화 세계에서 대본 내용이 거기서 거기지, 무슨 특별한 대본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덕배는 평범한 대본이 나오면 결재를 거부했다.

이덕배의 에로영화에는 다른 회사의 에로영화와는 총싸움이 나오고, 여형사와 여죄수가 나오고, 심지어 여자 탈옥범이나 레즈비언도 나왔다.

소재뿐만 아니라 남녀 관계도 복잡해서 삼각관계는 기본으로 사각 관계나 오각 관계도 나왔다.

애플의 감독들도 이덕배 사장의 성향이 이런 쪽이라고 생각했는지, 특이한 소재나 실험적인 영화도 만들었다.

시절이 좋아서인지, 작품이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애플에서 만드는 작품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너무 실험적인 영화들은 괴작이라고 평가받았지만, 베드씬이 많아서인지 흥행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덕배는 한 달에 한 번인 기획 회의를 마치고 나면 할 일이 없어졌다.

오른팔인 김두호도 강산에게 가고, 김애란도 연애하는지, 6시가 되면 땡 퇴근이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시킬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중에 <무산영화제>가 들어온 것이다.

이덕배는 영화 <두 자매>의 제작자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을 세 개의 상을 받았다.

경쟁작도 별로 없고 이름도 없는 영화제였지만, 이덕배는 <무산영화제>에서 큰 감동, 은혜를 받았다.

‘그래. 이것이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바로 이것이다.

양아치처럼 영등포 뒷골목을 헤매고 다니면서 취객들을 관리하고 반대파를 위협하던 때가 엊그제였다.

그때는 사건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형사들의 취조를 받았지만, 지금은 연예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있었다.

돈이 있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나를 위해 이런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어주지? 그것은 바로

.

.

.

강산.’

이덕배는 강산을 찾았다.

<무산영화제>의 감독상 트로피를 건네주자, 강산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가 보다.

강산의 감정도 자신과 같아 보였다.

<감나무 집>에서 맛있는 남도 한정식을 먹으며, 이덕배는 강산에게, 작품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제작비는 2억 이내, 어떤가?”

“사장님, 2억으로는 독립영화 정도밖에 만들기 어려워요. 그리고 저는 이제 에로영화는 안 만들어요.”

“오케이, 제작비 3억. 내용은 강감독 마음대로, 어때?”

“시간은요?”

“강감독 마음대로.”

“음, 계약금은요?”

“계약금은 1천, 대신 런닝개런티로 수익의 7:3을 주지. 당연히 7은 나고, 3은 강감독”

강산은 마침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제안이 <삼검문>을 만들기 전이었다면 바로 받았을 텐데, 지금은 <삼검문> 때문에 한창 바쁜 시간이었다.

강산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덕배의 눈이 번뜩였다.

이덕배는 강산의 거절을 예상했다.

이전에 김두호에게 전화를 걸어 강산의 사정을 알아두었다.

영화제작사 사람들과 만나면서 강산의 작품 수준과 흥행 결과에 비해, 강산의 연출료나 영화 제작비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대부 1972>의 한 구절처럼 상대에게 제안할 때는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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