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30화 (130/140)

〈 130화 〉 강산: 삼검문 촬영을 종료하겠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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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그린 스크린 세트장에서 마무리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이 잘 안 되려는가 보다.

어제는 강산의 가슴속으로 다 들어왔다고 생각한 서정아가 두 손에 고인 모래처럼 사라지더니,

오늘은 원영묵 감독이 팔목에 깁스하고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언제부터예요?”

“일주일 전에 촬영할 때, 부상당한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6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원감독님, 정말 바보 같군요.”

“죄송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지요. 그것을 바보처럼 참고 있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건강회복에나 집중하세요. ”

원영묵 무술 감독의 건강도 건강이지만 영화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원영묵과 이성호는 이번 촬영을 위해 합숙 훈련하며 준비해 왔는데, 진짜 촬영은 부상으로 촬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중에 별도로 촬영해서 넣을 수는 있지만 뭔가 개운치 못한 느낌이다.

*   *   *

강산은 지금도 어젯밤에 벌어졌던 일들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젯밤 강산은 얼마 마시지 않은 와인에 취했는지, 서정아의 미소에 취했는지 모르겠다.

<삼검문>의 앞부분 출연이나 마교 사자와의 정사씬을 부탁하러 온 것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강산은 서정아의 빈 잔에 와인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서정아는 더 이상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

오히려 와인을 마시기 전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산에게 물었다.

“감독님~, 왜 내게 이런 아이디어를 말해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서정아가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강산은 천상 축구 선수처럼 굴러들어온 호박을 축구공으로 알고 걷어차 버린 것이다.

그때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고백했어야 했다.

전생에도 여자하고는 잘 안되더니 이번 생에도 여자하고는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제가 말한 아이디어들은 서정아 배우님에게는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도전을 마치고 나면 달라져 있을 거예요.”

“뭐가요?”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배울 부분이 많을 거예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당연히 힘들겠죠. 하지만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영화제 여우주연상요?”

“네. 여우주연상은 모두 서정아 배우님 것이 되지 않을까요?”

강산은 서정아에게 하고 싶은 말, 아니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 예쁜 서정아에게 감히 <삼검문>의 정사 씬을 부탁한다고 하기에는 서정아의 눈빛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결국, 강산은 서정아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위한 예술동맹을 맺었다.

이런 동맹 관계는 강산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정아도 마찬가지였다.

서정아는 강산의 말에 러블리한 리액션을 하거나, 강산에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만지거나, 강산의 옷에 묻은 것을 떼어주며 가벼운 스킨쉽도 시도해보았다.

서정아는 강산에게 여러 가지 호감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강산은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 이야기만 계속했다.

서정아가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관심 있는 척 하자, 강산이 그제야 서정아에게 관심을 주는 것 같았다.

강산은 영화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   *   *

“아자!”

강산이 영화에 집중하려고 자신의 두 뺨을 세게 때렸다.

지금은 올인한 <삼검문>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만 서정아와의 지난번의 일들이 떠올랐다.

강산은 잡념을 떨쳐버리려고 뺨을 친 것이다.

갑작스러운 강산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스태프들은 조금 방심하고 있었다.

감독인 강산이 자신의 뺨을 때리며, 스태프들에게 긴장하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레디 액션”

강산은 밀어두었던 <삼검문>의 도입부를 촬영했다.

분열되었던 수인족이 통일하는 과정들을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촬영하려고 한다.

표범족과 들소족이 초원에서 싸우거나 고양이족이 너구리족을 습격하는 장면, 멧돼지족이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족과 싸우는 장면 등 관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화려한 장면들을 촬영했다.

야생적으로 수인족들이 싸우는 장면들이 이어지다가 수인족의 왕이 검을 들자 수인족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서 정지했다가 화면이 어두워진다.

수인족이 통일되는 장면까지 5분간의 도입부는 장중한 음악과 이 영화의 세계관을 중년의 성우가 세 줄의 나래이션을 마치고 어두워진다.

다시 윤서영이 빗물에 젖은 모습으로 걸어 나오면서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으로 편집할 예정이다.

*   *   *

하얀 띠로 머리를 묶은 신이치가 왜검(倭劍)을 들고 단기접전 무대 위로 올라왔다.

반대편에 있던 손일석은 사인검(四寅劍)을 들고 올라왔다.

사인검이란 인(호랑이)년 인(호랑이)월 인(호랑이)일 인(호랑이)시에 만들어진다고 해서 사인검이라 불린다.

신이치는 손일석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흐압’ 큰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손일석에게 달려들었다.

“컷. 오케이입니다.”

대본상의 처음 설정은 원숭이 부족 족장 손일석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신이치는 손일석의 방심을 이용한 승부수가 행운으로 이어져 승리를 거둔다.

다음 시합인 원영묵과 준석의 대결에서는 팽팽한 승부 끝에 준석이 간신히 승리하고 3:1로 삼검문이 승리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원영묵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대본 설정을 수정해야 했다.

단기접전은 4회 차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3회 차로 줄이고 손일석과 신이치의 대결을 마지막 대결로 수정했다.

원영묵과 준석의 대결을 삭제하는 대신, 신이치와 손일석의 대결을 좀 더 과격하고 아슬아슬한 대결로 만들어야 했다.

전화위복이 될수 있다.

1회차를 삭제하다 보니 오히려 대결 내용이 간결해지고 영화가 더 긴박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강산은 신이치와 손일석에게 합을 강조했다.

3분에 불과한 씬이지만, 테이크를 더해 갈수록 신이치와 손일석의 합은 정교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검들이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날카로운 소리와 불꽃들이 일고, 검술 대결이 거친 사나이들의 박투처럼 부딪혔다.

아무렇게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무모한 난투극을 벌이는 것 같지만 합이 맞지 않거나 템포가 조금 늘어진다 싶어도 바로 NG를 걸었다.

손일석의 검술을 힘으로 상대하던 신이치는 시간이 갈수록 손일석의 화려한 검술에 밀리고 있었다.

신이치는 갈수록 지쳐오는지, 숨이 거칠어지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

이러다가는 손일석에게 패할 것 같아서 신이치는 승부를 걸어야 했다.

신이치는 온 힘을 다해 손일석에게 달려들었다.

손일석은 신이치의 도전을 피하지 않고 힘과 힘으로 부딪히며 여러 색깔의  불꽃들을 만들었다.

신이치의 검이 손일석의 기술에 걸려 하늘로 날아오르자, 손일석의 검은 재빨리 신이치의 목에서 멈췄다.

“항복이냐?”

“......”

손일석은 신이치에게 항복을 권했지만 신이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자신의 패배를 죽음으로 감당하려는 것이다.

신이치가 고개를 돌려 덕현 사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하자, 덕현은 고개를 저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묻겠소. 항복이요?”

“네... 항복입니다.”

신이치는 항복이라는 말을 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카메라는 고개를 떨구며 침울한 삼검문의 분위기를 비추고 반대로 수인족 진영에서는 다양한 타악기가 울리며 흥이 나는 분위기의 수인족을 비췄다.

손일석의 승리로 수인족 상황이 매우 유리해졌다.

준석은 굳은 표정으로 단기접전 무대 위로 올라가 수인족 상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수인족 상대는 나타나지 않고 삼검문 진영이 술렁거렸다.

“문주님! 수인족이 물러났습니다.”

“대체 무슨 말이냐?”

“수인족 상대가 올라오지 않아 제가 수인족 진영에 가봤더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일은 수인족들이 물러났다는 말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인족의 행동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았다.

수인족의 의도를 고민하다가 한비자 <설림 상>편에 나오는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떠올랐다.

성동격서란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습격한다.’라는 뜻으로, 다른 행동으로 상대의 관심을 끈 다음, 예상치 못한 곳을 습격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수인족이 삼검문의 단기접전 제안을 받은 것이 성동격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수다. 수인족이 단기접전을 핑계로 삼검문의 주력을 이곳으로 돌리고 삼검문의 본진인 장원을 공격하고 있다면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덕현 사제. 자네는 서둘러 제자들을 데리고 장원으로 돌아가게. 방벽 문을 닫고 결계를 펼쳐 수비를 굳게 하게. 덕수 사제는 수인족 진영으로 가서 확인하고 장원으로 오게. 나는 여기에서 사제를 기다리겠네”

사제인 덕수는 직접 수인족 진영을 확인하고 돌아와서 덕일에게 수인족들이 아무도 없다고 보고했다.

삼검문도들은 2:1로 유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수인족의 퇴각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덕일과 덕수는 비검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서둘러 삼검문 장원으로 돌아왔는데 다행히도 장원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어 보였다.

장원으로 들어서자, 강사장과 덕현, 그리고 김경희와 제자들이 덕일과 덕수 사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경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덕일 문주에게 보고했다.

“덕일 문주님. 천지인을 빼앗겼습니다.”

“누구에게요?”

덕일은 이제야 수인족들이 후퇴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 윤서영인 것 같습니다.”

“윤서영이라면 문일 선자가 말하던 반인반수가 아닌가요?”

“네. 구미호의 딸이죠.”

문일 선자, 강사장은 천지인 구슬을 수인족에게 넘겨주고 그들이 마교 교주를 구하게 놓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마교 교주를 죽이려면 먼저 마교 교주가 군마벽에서 밖으로 나와야 하고 군마벽을 나오려면 천지인 구슬이 필요하다.

그래서 강사장은 김경희를 시켜 천지인 구슬을 윤서영이 가져갈 수 있게 상황을 만들었다.

“덕현 사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형. 윤서영을 쫓아서 천지인 구슬을 되찾아야 합니다.”

“문일 선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윤서영을 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적은 다르지만요.”

“그럼, 누가 구슬을 되찾는 임무의 적임자라고 생각하시오?”

“준석과 신이치가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만해를 같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준석과 신이치, 그리고 젊은 승려 만해가 스승들과 삼검문도들에게 인사하고 노을 지는 석양을 향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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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오케이입니다. 영화 <삼검문> 촬영을 종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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