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윤서영: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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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세트장에서 다음 씬을 준비하려고 잠시 쉬고 있었다.
이 영화가 삼부작으로 나누고 이번 영화를 1부로 결정하면서, 시간상 대사로 처리하려고 했던 부분을 실제로 촬영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마교 사자의 지시를 받은 수인족 4부족의 족장들이 다른 수인족을 힘으로 통합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서정아가 역을 맡은 묘족 문영이 마교 사자 전일기와 관계를 가지면서 문영이 흑화되고, 수인족들이 마교의 수하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강산은 문영과 전일기의 정사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대사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밋밋하고, 컷 바이 컷으로 정사 장면을 촬영하고 편집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나갈까?
하지만 이 장면을 강렬한 정사씬으로 보여준다면 초반 도입부의 긴장감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씬 이후에 서정아와 고양이 묘족들이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다른 긴장감을 줄 것이다.
강산은 초반부의 수인족들의 전투장면과 함께 문영의 정사 장면은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은 대기업 CF를 포기하고 온 서정아에게 대본에 없던 정사씬, 그것도 파격적인 정사씬을 촬영하겠다고 하면 동의할지 의문이다.
영화의 흐름상 필요한 장면이라 서정아에게 말을 꺼내야 하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때. 김두호가 대화 소리가 상대에게 들리지 않게 스피커 부분을 꽉 쥐고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전해줬다.
“강감독, 전화 좀 받아”
“누구 전환데?”
“며칠 전에 만났던 김철웅 기자.”
“김철웅, 나 지금 바쁘다고 하고 다음에 전화하자고 그래.”
“나도 그랬지. 강감독 바빠서 전화를 받지 못한다고 그랬더니. 영화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통화 안 돼서 사고 나면 나보고 책임질 수 있냐고 하는 거야.”
“알았다.”
강산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상대가 급하다고 하니 일단 전화를 받기로 했다.
김두호에게 전화를 건네받고 친근한 척 말을 걸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김기자님”
“감독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썬데이 저널>에서 감독님 영화 기사가 나갈 것입니다.”
“좋은 일인데 뭐가 죄송합니까? 무플보다야 악플이 났죠. 악플이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기자님”
강산은 김철웅이 이번 영화에 악평을 해서 죄송하다고 하는 것 같아서, 무플보다야 악플이 났다고 했다.
어떤 악평이기에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요.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기사가 나가는데요. 이번 감독님의 영화가 수위 높은 에로영화로, 서정아씨하고 이규리씨가 과감한 노출을 경쟁하고 강렬한 정사씬이 많이 나온다고 나갈 겁니다.”
“김기자님. 이건 악평이 아니라 오보입니다. 그 부분은 고민하고 있지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오보에요. 오보”
“감독님.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정사씬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저는 죽습니다.”
“아니 완성되지도 않는 씬 때문에 왜 김기자님이 죽습니까?”
“제가 회사 이직을 하려고 해서요. 오보를 내면 안 되거든요. 감독님. 제발 사람 하나 살려 주십시오.”
“내가 김기자님 때문에 생각에도 없던 정사 장면을 넣어야 합니까?”
“제가 미쳤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감독님의 영화 홍보기사를 쓰려고 한국 최초의 판타지 무협영화라고 했는데, 데스크에서 이래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고 화끈한 거 없냐고 해서요.
이규리씨하고 서정아씨하고 노출 경쟁이 있었다는 소문을 이야기했더니, 노출, 경쟁, 정사씬으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옥보단> 이야기도 나왔는데 감독님이 부정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옥보단> 못지않은 에로영화를 만들었다고 데스크가 썼는데 제 이름으로 나간다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큰 실수 하셨네요. 이번 영화에는 일부 그런 장면이 있지만 <옥보단> 급은 아닙니다.”
“감독님. 제가 감독님 말대로 <동해신문>으로 이직하겠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이 청단 감독이라는 것을 죽을 때까지 함구하겠습니다.”
“아니 여기서 그런 말이 왜 나옵니까?”
* * *
커다란 천막 아래, 수인족 네 부족의 족장들이 원탁에 모여 있었다.
삼검문도들의 끈질긴 저항에 수인족들은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받았는데, 그중에 선두에서 공격하던 표범족은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다른 족장들보다 나이가 많은 손일석이 회의를 진행했다.
“삼검문에서 단기접전기가 올라왔습니다. 족장님들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표범 족장님 말씀은 알겠습니다. 멧돼지 족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표범 족장 장일후는 강력하게 단기접전을 반대했으나, 다른 족장들의 생각은 장일후와 다른 것 같았다.
“저는 찬성입니다. 이번 전투로 많은 수인(獸人)이 다치고 죽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얼마나 죽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안 된다는 말입니다. 조금만 더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삼검문은 그렇게 폭탄을 쏘아 놓고는, 우리가 이길 것 같으니까 일대일로 싸우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고양이 족장님. 족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도 찬성이에요. 우리는 천지인 구슬이 목적이지, 사람들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이렇게 가다가는 천지인 구슬은 얻는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되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만 남았군요. 저는 기권으로 하지요. 2:1로 단기접전을 받아들이기로 하겠습니다.”
손일석은 삼검문의 단기접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 수인족이나 삼검문,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교도에게 수인족 족장들이 약점을 잡혀서 삼검문에 있는 천지인 구슬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고 온 것이다.
삼검문도들에게 특별한 원한이 있어서 원수를 갚으려고 온 것은 아니다.
수인족의 대표인 원숭이 족장 손일석은 삼검문 문주인 덕일 스님과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중간지대에서 만났다.
“수인족은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삼검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로군요. 좋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승부는 나야겠지만 불필요한 죽음은 피해야지요. 나무아미타불”
“우리 수인족이 승리하면 삼검문의 천지인 구슬을 받고 패하면 그냥 물러나기로 하지요.”
“좋습니다. 그럼 단기접전의 규칙을 정하기로 하지요.”
“덕일 스님, 승패는 어떻게 정할까요? 전통처럼 생사투로 할까요?”
“굳이 생사투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상대가 항복하면 승패가 난 것으로 하지요.”
“항복하지 않으면요?”
“그때는 죽음으로 승패를 결정하지요.”
“좋습니다. 스님의 뜻대로 하지요. 숫자는 몇 명입니까?”
“네 명, 아니 다섯 명으로 하지요.”
* * *
준석은 강사장, 아니 문일 선자의 지시로 윤서영을 살펴보려고 휴게실로 내려갔다가 휴게실에서 나와 복도로 걸어가는 윤서영을 보았다.
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라 처음에는 윤서영인 줄 몰랐다.
육감적인 여자의 뒷모습에 호기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기접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여자가 지나간 자리에서 묘한 향기를 맡았다.
휴게실에서 윤서영에게 초밥을 건네줄 때 맡은 향기였다.
그 향기가 아니었다면 그 여자가 윤서영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준석은 윤서영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모습이 수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인족과 전쟁하는 상태라 위험한 상황이다.
준석은 서영을 찾아 나섰다.
아니, 서영의 향기를 찾아 나섰다.
서영의 향기는 끊기는 듯 이어지고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김경희와 그의 제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이곳에 서영이 머물렀다가 갔는지,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
준석은 서영의 향기를 찾아 쓰러진 김경희를 지나서, 비밀의 방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이곳은 삼검문도들에게는 금기의 장소로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장소다.
평소라면 준석도 출입해서는 안 되지만 지금은 김경희와 제자들이 쓰러져 있어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것 같았다.
준석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중앙에 쓰러져 있는 서영을 발견했다.
윤서영은 천지인 구슬을 훔치려다가, 강렬한 빛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준석은 재빨리 서영에게 다가가 서영의 부푼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 뛰고 있는지 확인했다.
“으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윤서영은 가슴에 닿은 차가운 기운에 움찔하며 눈을 떴다.
“나? 지금 당신 심장 소리를 들어 보려고요.”
“내 심장 소리를 들어서 뭐 하려고요?”
“당신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난 괜찮아요.”
서영이 괜찮다고 하면서 일어나려고 하자, 준석이 서둘러 서영의 손을 잡아 주려고 했다.
서영은 준석의 손을 거절하며, 혼자서 일어서려다가 힘이 풀린 듯이 털썩 다시 쓰러졌다.
준석은 쓰러진 서영을 안아 들고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섰다.
“컷. 음, 잠깐만요. 규리씨. 성호씨가 가슴에 귀를 대는 장면부터 다른 버전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하나는 야한 맛 버전으로, 하나는 매운 맛 버전으로요. 대사는 애드립으로 하고 바로 가죠.”
준석이 서영의 가슴에 귀를 대려고 하자, 서영이 눈을 뜨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준석의 행동을 의심하는 서영의 목소리에 당황한 준석은 말을 더듬는다.
“지, 지금 당신 시,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요.”
“내 가슴은 만져서 뭐 하려고?”
“네? 당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너, 나한테 반했니? 반하지 마라. 너 상처받는다. 난 위험한 여자거든”
“나는 괜찮아요.”
서영은 손을 뻗어 준석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연스럽게 준석의 입술을 쓰다듬으며 키스를 했다.
서영이 준석이 어깨에 매달리자 준석은 서영의 허리를 안고 일어섰다.
“컷. 음, 규리씨.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이것은 무슨 맛이야. 야하지도 맵지도 않지만 나쁘지 않아.
규리씨. 여기에서 서영은 구미호, 여우족이야. 준석은 늑대 인간족이거든, 좀 더 야한 버전은 안 될까?”
강산은 이규리에게 다양한 버전을 요구했다.
이성호는 이런 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규리가 이성호를 리드해 주기를 원했다.
이제 다음 씬부터는 두 사람이 정사씬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두 배우가 좀 더 친해지기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