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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20화 (120/140)

〈 120화 〉 강산: 남다른 집중력이 생겼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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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이러는 거 2월 말까지다. 정화가 올라오면 더 이상은 안 돼.”

강산이 강산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있는 김두호와 유명세에게 말했다.

강산의 말에 김두호가 ‘만세’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 있던 유명세도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그랬지. 명세야. 산이가 우리를 받아줄 거라고 했잖아.”

“그래. 다행이다.”

강산은 자신의 오피스텔로 쳐들어오듯이 짐을 들고 들어온 김두호와 유명세에게 둘째 정화가 방을 쓰기로 해서 안 된다고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김두호의 표정이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

전생에 부도나서 고시원에 숨어있는 강산에게, 김두호가 주고 간 천만 원을 생각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김두호의 아내 문숙이 만성 신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라 김두호도 어려운 시절이었을 텐데 말이다.

강산이 동거를 허락하자, 김두호는 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를 켜고 냄비에 물을 올려놓았다.

“산아. 라면 끓이려고 하는데 너도 먹을래?”

“나도 하나. 계란은 냉장고 안쪽에 있다.”

“명세 너는?”

“나도”

강산은 유명세의 얼굴을 보았다.

유명세의 깔끔한 얼굴과 옷에 비해, 자신은 지금도 사각 트렁크에 런닝구를 입고 있었다.

묘한 승리감이 강산을 관대하게 만들었다.

“명세야.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자.”

강산은 유명세에게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자, 유명세가 강산의 손을 잡았다.

“그래. 산아. 잘 지내보자.”

“그런데 내 몫은 언제 정산되냐?”

“무슨 몫?”

“영화 <첫눈>에서 정산 안 된 나머지 내 몫 있잖아? 이천만 원 정도 될 거야. 내가 그 이천만 원 빌려줄 테니까, 두호하고 같이 월세방이라도 알아봐라. 명색이 <gf필림> 대표가 코딱지 같은 감독 집에 더부살이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게 말이야...”

강산은 유명세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뭐가 잘못됐어?”

“두호가 말 안 했어?”

“무슨 말?”

“그게, 사비로 만든 1억 말이야. 그중에 내 돈이 5천이고 두호 돈이 3천이야.”

“나머지 2천은? 2천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돈이 맞는 거야”

“그래. 아마 맞을 거야. 산이 네 몫 2천도 포함되어 있어.”

“유실장! 아니 어떻게 거기에 내 돈을 넣어, 나하고 상의도 하지 않고 말이야.”

“강산아. 나는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두호가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래! 이야기하지 않았어. 야! 김두호!”

김두호는 어느새 젓가락을 들고 옆에 있었다.

“산아. 흥분하지 말고 내가 너한테 통장을 줄 때 이야기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네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그냥 따라오라고 하고 나가버렸잖아.”

“끄응, 좋아. 그럼 또 언제 이야기하려고 했어.”

“오늘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미 하고 있네. 산아, 투자가 어려우면 배당을 나중에 받는 거로 하면 안 될까?”

“그러다가 영화가 망하면?”

“그럼, 배당은 조금 힘들겠지. 어이쿠, 라면이 퍼지겠다.”

*   *   *

“무슨 일 있었어?”

“왜?”

“현장이 왜 이렇게 살벌해?”

“나도 모르겠어. 아마도 강산 감독이 이번 씬들부터는 달라진 것 같아.”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아마도 정명성이 한 말이 이제부터 나오는 것 같아”

“무슨 말?”

“저번에 한 말 있잖아. 배우들을 한계상황까지 몰아넣어서 배우들이 가진 능력 이상을 뽑아낸다고”

강산이 NG를 연이어 걸자, 원영묵과 임채명은 조용히 소곤거렸다.

안정민과 서정아는 강산의 NG가 익숙한 듯, 어쩐지 그동안 쉽게 간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는 긴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산은 김두호에게 자신의 돈도 강제로 투자됐다는 말을 듣자, 영화 <삼검문>에 남다른 집중력이 생겼다.

지난번에만 해도 그냥 넘어가던 장면들도 눈에 다 걸리고, 도저히 그냥 지나가지 못하겠다.

이 영화에 실패하면, 강산은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혼자라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와 여동생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야 조금이지만 아들과 큰 오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과거의 강산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 다시 가겠습니다. 수인족 분들은 제각기 다른 포즈로 초밥이 날아오는 것을 상상하고 피해 주세요. 원감독님은 조금 유머스럽게 표현해주고요. 서배우님은 섹시하게요,

지금 카메라 네 대가 배우님들을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B지점 까지 달려와 주세요. 뒤에 있는 엑스트라 분들도 앞에 있는 배우님들을 따라서 움직여 주세요.

A지점에 도착하면 ‘텅’ ‘텅’ 하는 기관총으로 초밥 폭탄이 쏟아지는 소리가 날 거예요. 그러면 배우님들은 다시 C지점까지 물러서 주세요. C지점부터는 초밥 폭탄에 수인족이 많이 다친다는 설정으로 메이크업을 다시 하고 촬영할 예정입니다.”

다시 촬영을 시작하고 강산은 수인족들 전체가 등장하는 씬을 먼저 촬영했다.

이 장면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에서 타노에 대항하기 위해 어벤져스들이 등장하는 에섬블, 최종 전투장면에서 등장하는 씬을 오마주한 것이다.

시점상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감독한 루소 형제들이 <삼검문>을 오마주하는 형식이 되겠지만,

할리우드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따라갈 수는 없어서 배우들의 연기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래도 수인족 네 명으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에는 등장인물이 너무 부족했다.

강산은 신태형 대표에게 수인족의 인물을 CG로 최대한 늘려서 화면을 채워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신태형은 가능하다고 하면서 대신 지금의 네 명보다 좀 더 등장인물을 늘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네 명의 배우들 뒤에 네 다섯여 명을 추가하기로 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배우들 사이 사이에 CG로 만든 인물로 채우기로 했다.

강산은 배우들과 액스트라들에게 등장하는 템포를 강조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등장해 주세요. 정면에 상대하는 적들인 삼검문이 있는 것을 상상하고 표정을 엄숙하고 긴장한 표정을 지어 주세요.”

표범, 멧돼지, 원숭이, 고양이 모습을 한 수인족들이 걸어 나오면 하늘에서 독수리가 활강하듯이 그들 사이로 날아와서 멈춰 서면 날개를 단 인간으로 변했다.

강산이 어렵게 OK를 하고, 다음 씬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김두호가 강산의 어깨를 잡았다.

강산이 김두호를 보자, 반대편에서 와이어를 잡았던 스태프들을 가리켰다.

반대편에 있는 스태프들은 손을 ‘X’표기를 했다.

배우들 사이에 날아오는 독수리를 끌어 올리던 와이어 스태프들이 지쳤다고 쉬었다가 하자는 것이다.

강산은 잠시 쉬었다가 촬영하기로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무언가에게 쫓기고 있는 심정이다.

강산은 수인족과 삼검문도들이 싸우는 장면을 <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14>처럼 대규모의 전투 씬을 만들고 싶었다.

제작비 문제는 강산의 상상력을 자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조리대에서 이어지는 무대가 넓은 평야와 거대한 성벽이 아니라 작은 장원 규모의 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방벽과 조금 넓은 들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자, 수인족 연기자들은 보이지 않은 초밥 폭탄을 피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장일후 역을 맡은 안정민과 뒤에 있는 엑스트라들은 표범족을 연기했다.

온몸에 그린 스크린을 두르고 재빠르게 동작을 전환하면서 초밥 폭탄을 피하지만 초밥 폭탄을 피하지 못한 표범족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채원영 역을 하는 원영묵과 그의 무술팀은 멧돼지족이라 뚱뚱한 몸을 굴리며 초밥 폭탄을 피하지만 대부분 몸으로 폭탄을 받아내는 연기를 했다.

원영묵은 묵묵하게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폭탄들과 괴물 생선들을 도끼로 쳐내며 전진했다.

무술팀이라 그런지 폭탄이 터지는 부분에서 실감 나는 몸 연기를 보여주었다.

손일석 역을 하는 임채명과 임채명의 무술팀은 현명한 원숭이족이라 원숭이처럼 몸을 놀리며 초밥 폭탄을 피했다.

임채명의 무술팀도 원영묵 팀 못지않은 근사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문영 역의 서정아와 여자 엑스트라들은 화려한 움직임으로 뛰어난 몸매를 자랑하며 초밥 폭탄을 피했다.

여자 엑스트라들중에는 세명대 체조부원 1명, 리듬체조부원 2명을 섭외해서 덤블링을 하는 연기와 춤을 추는 연기를 하게 했다.

여담으로 덤블링을 하는 체조 선수는 이 장면 말고도 여러 장면에서 더블링을 해야 했다.

수인족들은 강산이 말한 B지점까지 전진했다가 ‘텅’ ‘텅’ 하는 소리가 들리자,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저마다 종족 특유의 동작을 연기하며 쓰러지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컷. OK입니다. 이제부터는 삼검문도를 촬영하겠습니다. 그동안 수인족들은 상처 입은 분장을 하고 쉬고 계십시오. 삼검문도 배우님들,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삼검문도가 요리를 하던 조리대는 그린 스크린으로 덥혀 있었다.

신태형 대표에게 작은 장원 앞에 성곽처럼 방벽을 CG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작은 장원에 수인족 무리들이 둘러싸고 습격하는 느낌으로, 삼검문도들의 상황이 위태로워 보이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방벽 위에는 강사장, 문일 선자와 덕일, 덕현, 덕수 사형제들, 그리고 그들의 제자들이 서 있었다.

강산은 삼검문도들의 복장으로 덕일은 스님 복장과 덕현은 문사 복장, 덕수는 도복 스타일의 복장을 입혔다.

삼검문의 문도들은 하늘과 땅에서 달려드는 수인족들을 향해 초밥 폭탄과 화살을 쏘고 있었다.

덕일이 합장하고 ‘갈’하고 외치자 땅에서 풀과 꽃들이 피어나 수인족들의 발목을 잡고 그 위에 초밥 폭탄이 터졌다.

하늘에는 독수리같이 커다란 새떼들이 삼검문으로 날아들다가 중간에 화살 같은 비수들이 하늘을 뒤덮고 줄줄이 떨어졌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수인족들이 땅과 하늘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수인족들이 인해(?) 수해전술처럼 거의 삼검문 장원에 다 도착했다 싶자 저마다 발을 구르고 포효를 하며 삼검문 정문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뿌앙’하는 나각(뿔피리) 같은 소리와 함께 수인족들이 삼검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하는 허공에 결계가 쳐진 듯이 수인족들의 몸들이 튕겨 나갔다.

“결계가 이제야 힘을 발휘하는 모양입니다. 덕일 사형”

“그렇군. 제때에 켜진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겠구만. 덕수 사제. 자네 몸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형들, 결계가 쳐지면 반대로 우리도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끝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끝이 좋지 않다면?”

“멸문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gf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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