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강산: 명세도 그런 거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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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장이 조리대로 돌아와서 심각한 얼굴로 서자, 얼굴에 검은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장일후(안정민 분)가 말했다.
“낄낄낄, 김실장님, 후식은 아직 인가요?”
“...”
김실장은 장일후의 도발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장일후를 보았다.
“저도 마지막 후식은 먹고 싶은데 말입니다.”
카운터에 있던 채원영(원영묵 분)이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채원영의 얼굴에도 검은 기운이 일어났다.
“나도 먹고 싶소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요.”
손일석(임채명 분)이 굵은 안경테를 올리며 김실장에게 말했다.
김실장은 자연스럽게 조리대에 있는 칼을 집으며 웃으며 손님들에게 말했다.
“손님, 지금은 후식을 먹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저 여자가 먹는 것은 무엇이요?”
“나? 나는 진작 배가 불러서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어요. 팥 앙금과 녹차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모나카 피가 진짜네요. 진짜 아쉬워요. 어쩌죠. 이 맛있는 것을 더 이상 나 밖에 맛을 보지 못 하겠군요.”
“그렇겠군요. 이 세상에서 맛보는 마지막 음식이 될 테니까요. 햡!”
김실장이 ‘햡!’하는 고함과 함께 조리대 옆에 있는 빨간 접시를 부수자, 조리대 앞에 있던 카운터 자리가 갑자기 ‘푹’하고 밑으로 꺼졌다.
장일후와 채원영, 손일석은 재빨리 물러나면서 위험을 피했지만, 문영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취했는지 검은 구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컷, NG입니다. 배우들 와이어 속도가 어긋나요. 조금 쉬었다가 다시 갈게요. 다시 호흡을 맞춰 주세요.”
강산은 판타지 무협 영화의 특성상 사람이 날아다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와이어 액션을 사용하기로 했다.
강산은 와이어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2000년대 당시만 해도 ‘홍콩은 와이어, 할리우드는 CG. 한국은 리얼 액션’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리얼한 액션을 강조하는 것은 헐리우드처럼 제작비가 많지 않고, 홍콩처럼 스텐트 인력이나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리얼 액션을 강조했다.
영화 <삼검문>의 무술을 만들기 위해 원영묵, 임채명 무술감독과 와이어 액션을 상의했다.
각자의 무술팀들에서 파트너 배우들의 와이어 액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와이어는 연기하는 배우의 옆구리와 허벅지 등에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신속한 진행이 필요하다.
또한, 사고가 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테이크 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어야 한다.
와이어 액션은 연기하는 배우와 반대편에서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무술팀의 호흡과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중을 뛰어가고 공중에서 회전하고, 하늘을 날아가는 우아한 모습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리대 카운터에 손님들이 앉아있던 자리가 ‘푹’하고 꺼지면서 검은 공간으로 무너지는 공간은 박성희 감독이 일주일 동안 만들어 놓은 세트 구멍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 같은 이곳은 사방이 검은 페인트로 칠해진 한 평 정도의 세트지만 CG로 구멍을 커다랗게 넓혀 놓을 것이다.
전체 조명이 켜지자, 조리대의 사방은 녹색의 그린 스크린이 삼면으로 커다랗게 펼쳐져 있었다.
잠시 후, 강산은 반대편에서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팀들을 보며 강산이 확성기 마이크로 말했다.
“1팀, 준비됐습니까?”
“네!”
“2팀!”
“네!”
“3팀!”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레디 액션”
강산은 반대편에 있는 팀들도 집중하기 쉽게 하려고 확성기 마이크를 사용했다.
무술 감독들에게 직접 액션을 연기하게 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어차피 표정 연기는 동물 얼굴 CG로 처리할 예정이고 목소리가 어색한 부분은 성우들을 기용할 생각이었다.
장일후, 원영묵, 임채명이 반대편에 서로 다른 포즈로 무사하게 착지했다.
장일후를 연기하는 안정민도 예상외로 안정적으로 착지하고 원영묵과 임채명은 저마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회전하며 실제 같은 연기를 해주었다.
“컷. OK요. 다음 씬은 서정아 배우가 무저갱에서 올라와서 수인족 동료들과 같은 라인에 착지하는 장면을 촬영하겠습니다. 다른 배우님들은 대기해 주세요.”
문영 역을 맡은 최영신 배우의 출연은 여기 까지다.
문영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최영신 배우 밑에서 아래로 사람이 잡아당기고 푹신한 스펀지 위에 쓰러지게 했다.
다음은 서정아가 탄력을 받고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며 공중제비를 하고 수인족 동료들의 자리 옆으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강산은 서정아의 몸매가 드러나는 검정 타이즈를 입혔다.
서정아에게 <배트맨 리턴즈, 1992>에 등장하는 캣우먼 미셸 파이퍼의 이미지를 참고해 달라고 했다.
여담으로 많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캣우먼을 연기했지만, 피셜 파이퍼의 캣우먼이 역대 캣우먼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한다.
강산이 ‘레디 액션’을 외치자, 서정아가 전신에 검정 타이즈를 입은 채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서정아는 서커스를 하듯이 하늘 위에서 공중제비 두 바퀴를 돌고 자신의 자리로 착지했다.
서정아는 이번 와이어 액션이 처음으로 하는 와이어 액션이었다.
영화 <삼검문> 촬영을 위해 2주 전부터 임채명 무술팀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훈련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오전에는 체력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와이어 액션을 연습하고 김여정 선생과 합을 맞추는 장면을 연습했다.
그 덕분에 총 일주일 동안 계속된 와이어 액션을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서정아의 공중제비를 촬영하기 위해 촬영감독 박형수는 카메라로 아래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서정아를 잡고 강산은 천장에서 크레인으로 위에서 아래로 카메라를 잡았다.
서정아의 얼굴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번 화이어 액션이 처음으로 하는 와이어 액션이라서 그런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사전 훈련을 열심히 한 덕에 무사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와이어에 매달려 잠을 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정아는 중간에 크레인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서 힘들었을 텐데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정아가 두 바퀴 공중제비를 돌고 착석하자 공중에서 슬로우를 걸었던 강산은 정상 속도로 전환했다.
“컷. OK입니다. 오늘 촬영은 이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일 하루 쉬고 모래 아침 9시에 뵙겠습니다.”
* * *
“띵동, 띵동, 띵동”
강산은 모처럼 쉬는 날이라 늦잠(?), 아니 단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지만, 강산의 오피스텔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단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강산은 반응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지 않을까 싶어 무시했지만, 이제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쿵, 쿵, 쿵”
강산은 바몽사몽간에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행해 걸어갔다.
자다가 일어났더니 머리에는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고, 사각 트렁크 팬티에 늘어진 누런 런닝구를 입고 있었다.
“누구세요?”
“산아! 빨리 문 열어. 나야, 김두호!”
강산은 김두호라는 말에 오피스텔 문을 열어주고, 김두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무슨 일이냐?”
강산이 김두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김두호는 강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끌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왔다.
“너는 지금이 몇 신데, 지금까지 잠자고 있는 거야?”
“지금이 몇 시나 됐냐?”
“12시가 다 됐어. 점심시간이야. 점심시간”
“하~아. 벌써 점심시간이 됐어. 그런데 너는 집에 들어오면 문을 닫아야지. 문을 왜 안 닫는 거야.”
강산은 피곤한 듯이 연신 하품을 하며 김두호에게 말하며 문을 닫으려고 가는데 김두호가 강산을 말렸다.
“잠깐만 강산아. 조금만 기다려봐. 누가 오기로 했어.”
“누가 오는데? 그리고 이 짐들은 다 뭐냐?”
“응, 내가 일이 생겨서 며칠간 네 집에서 쉬었다 가려고.”
“두호야. 너 예전에 이 근처 주상복합 빌딩으로 이사 왔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었지.”
“그럼, 편한 네 집 놔두고, 왜 남의 집에서 쉬려고 하는데.”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네가 불편할까 봐 그러는 거지”
“나는 괜찮아”
“내가 불편해. 내가”
“산아. 저 방 비었지. 내 짐 좀 놔둘게.”
김두호는 강산의 불평을 무시하고 강산의 건넌방으로 자신의 짐을 가져갔다.
“야~ 깨끗하네. 두 사람이 써도 충분하겠는데.”
강산은 건넌방에 동생 정화를 재우면서 깨끗하게 치워놓은 후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김두호의 뻔뻔한 행동에 강산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두호. 너 수상한데, 지금 너 뭔가 있지?”
“있기는 뭐가 있다고 그래.”
“너 솔직하게 말해. 네 집 어떻게 됐어?”
“그거, 사실은 급전이 필요해서 전세 내줬어.”
“전세 내줬어? 무슨 일이 있었냐? 네가 급전이 필요할 게 뭐 있어?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다친 거야?”
강산이 아는 김두호는 소심한 자린고비다.
자신을 위해서는 절대로 돈을 쓰지 않았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가족들에게 외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단 강산에게 만은 예외였다.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런 거 아냐. 어머니는 건강하셔. 너무 건강하셔서 문제야”
“두호야. 어머니 건강 가지고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그럼, 무슨 일로 급전이 필요하게 된 거야?”
“그게 말이야. 지난번에 3억 만들 때 나하고 명세하고 1억을 만들었다고 했잖아.”
“너희들 사비로 만들었다면서, 혹시 너 전세 내주고 만들었어?”
“맞아. 내가 돈이 어디 있냐? 전세 돈이 아니면 빈털터리나 다름없는데?”
“야! 김두호. 그 돈을 거기에 다 넣은 거야.”
그때 초인종 소리가 ‘띵동, 띵동’하고 들렸다.
강산이 문으로 가려고 하자, 김두호가 문을 향해 소리쳤다.
“명세야! 문 열렸어. 그냥 들어와”
“김두호! 명세도 그런 거야!”
유명세도 커다란 가방을 끌고 강산의 오피스텔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