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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14화 (114/140)

〈 114화 〉 김여정: 이 영화가 어디로 가냐구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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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장은 베일이 있는 검은 모자를 쓰고 손에는 헵번 파이프를 든 채, 스시집 몽(夢)의 입구로 걸어왔다.

헵번 파이프 끝부분에 있는 검붉은 옻칠 광택이 빛났다.

김여정은 오드리 헵번처럼 스타일링을 하고 있지만, 오드리 헵번처럼 걷지 않았다.

사실, 김여정이 오드리 헵번처럼 걷는다고 느낌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강산은 약간 구부정하게 어깨를 굽히고 촘촘히 걸어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강사장이 나타나자 김경희가 몸을 틀어 정면을 비켜주었다.

강사장은 온몸이 전부 빗물에 젖어서 어깨를 떨고 있는 윤서영을 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김경희에게 말했다.

“경희야. 이 아가씨에게 타월 좀 가져다줘라. 아가씨, 감기 들겠다.”

“네. 사장님”

김경희는 살짝 윤서영을 흘겨보았다가, 타월을 가지러 안으로 들어갔다.

강사장은 헵번 파이프 끝에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고는 입안에만 넣었다 다시 내뱉었다.

강사장은 새빨간 루즈를 바른 입술에 헵번 파이프를 물고, 김경희가 가져다 준 타월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윤서영을 보았다.

강사장은 고민이 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아가씨.”

“네. 사장님”

윤서영은 자신을 들어오게 해준 강사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사장이 서영을 부르자, 서영은 머리 말리는 것을 멈추고 강사장 앞으로 왔다.

“아가씨, 이름이 어떻게 돼요?”

“윤... 서영입니다.”

“서영씨, 우리 몽(夢)을 어떻게 알고 왔어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았는데요.”

“우연히라... 서영씨, 다른 식당이나 술집은 보이지 않던가요?”

“네”

“으음, 여기는 진법이 처져있어서 보이지 않을텐데.”

“뭐가요?”

“아니에요. 그런 게 있어요.”

“사장님. 저도 이곳에서 식사할 수 없을까요?”

“서영씨. 이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곳이에요.”

“그럼, 간단한 라면이라도 안 될까요? 너무 배가 고파서요.”

“흠, 흠, 서영씨. 여기는 동네 분식점이 아니에요. 서영씨, 머리를 다 말렸으면 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사장님. 비가 그칠 때까지만 있다가 가면 안 될까요.”

윤서영이 비가 그칠 때까지만 쉬었다가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강사장은 고민된다는 듯이 고개 돌려 김실장을 보았다.

강사장과 눈이 마주친 김실장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강사장도 서영에게 안 된다고 거절하려고 했다.

서영은 강사장의 말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강사장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실망한 표정이다.

“서영씨 손 좀 줘 볼래요?”

강사장은 윤서영의 손목 부근을 잡고 진맥을 하려는 지, 눈을 감고 집중했다.

윤서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강사장에게 손을 내주었지만 얼굴이 살짝 굳었다가 얼굴이 펴졌다.

잠시 후, 눈을 뜬 강사장은 무언가 확신한 듯 김경희를 불렀다.

“경희야! 손님, 휴게실에 데려가서 요기할 것 좀 드려라. 밖은 위험하니까 나오지는 못하게 하고 비가 그치면 보내 드려라.”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김경희가 윤서영을 데리고 휴게실로 가자, 이 장면을 보고 있던 김실장이 강사장 앞으로 왔다.

“사장님!”

“이미 들어왔잖아. 들어와 버렸는데 어떻게 해.”

“그래도 안 되죠.”

“그럼, 처음부터 김실장이 환상진을 잘 처서 못 들어오게 하지. 이미 들어왔는데 어떻게 밖으로 내보네요!”

강사장은 화가 난 듯이 헵번 파이프를 쓰레기통으로 휘두르자, 파이프에서 발사된 담배가 비수처럼 쓰레기통으로 날아갔다.

쓰레기통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 담배를 받아먹었다.

*   *   *

“어서 오세요.”

김경희가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하자, 조리대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김실장, 신이치와 준석도 일을 멈추고 합창을 하듯 다 같이 손님에게 인사한다.

“““어서 오십시요!”””

김경희는 예약자를 확인하는 명부를 들고 손님에게 말했다.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장일후요.”

“네. 장일후 손님. 예약 확인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김경희는 얼굴에 심한 상처가 있고 깡패처럼 건들거리며 걷는 장일후(안정민 분)를 데리고 조리대 앞 카운터 제일 안쪽으로 안내했다.

장일후가 자리에 앉자, 입가심 반찬으로 준비된 절임류(쯔께모노)와 장국을 가져다주었다.

잠시 후, 깨끗한 한복을 입은 고운 얼굴의 할머니 문영(최영신 분), 뚱뚱한 몸매로 항상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는 회사원 채원영(원영묵 분), 공부를 많이 한 학자처럼 두꺼운 안경을 쓴 손일석(임채명 분)이 김경희를 따라 조리대 앞 카운터에 앉았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혹시 생선 알레르기나 못 드시는 생선 같은 것이 있습니까? 그럼, 지금부터 오마카세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실장은 예약한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 가를 물어보고 오마카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마카세에는 보통 츠마미(안주)가 나오고 이어 스시(초밥)가 나온다.

츠마미는 시간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런치에는 좀 가볍고 단순한 츠마미, 디너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츠마미가 나온다.

츠마미는 보통 계란찜(자완무시)으로 시작한다.

자완무시는 오마카세를 시작하기 전에 뱃속을 따뜻하게 만드는 단계로 무난해 보였다.

자완무시의 ‘자완’은 그릇, ‘무시’는 찐다는 뜻의 일본어로, 계란과 육수를 자완이라는 그릇에 섞고 닭고기, 생선, 새우, 은행 등의 재료를 넣어서 찐다.

김실장은 처음 트러플 오일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자완무시를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자완무시에는 새우와 송로 버섯, 은행이 들어가 있었다.

이어 자연산 감성돔 사시미 한 조각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츠마미의 시작을 알렸다.

아귀 간, 붉바리, 고등어, 가리비 성게크림, 문어조림, 갈치, 전복 찜, 전복내장 비빔을 내놓고, 츠마미의 마지막을 알리는 모시 조갯국을 내놓았다.

강산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에게 말했다.

“오늘 연기는 관객들 대신 배우님들이 오마카세 맛을 보고 있는 것이에요. 맛 표현을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셔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지는 마시고요.”

강산은 음식의 맛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츠마미는 보통 접시 위에 한 점이나 두세 점 정도를 올려놓기 때문에 생선회를 아름답게 데코하기 어려웠다.

사실, 츠마미는 눈요기도 중요하지만 눈보다는 입으로 먹는다.

츠마미로 나오는 몇 점의 생선회와 초밥의 맛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장미꽃과 같은 꽃들과 장식을 해 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회를 뜨고 초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붉은색의 참치살, 주황색의 연어살, 노란빛이 도는 하얀 광어살, 검붉은 실핏줄이 보이는 회색 농어살, 마쓰까와 작업한 도미살, 빨간색 혈압육과 흰색 살이 조화로운 보리숭어, 부드러운 기름이 차있는 잿방어 뱃살,

원색의 생선살과 회칼이 부딪히며 생선살이 분리되는 장면과 작은 접시에 회와 초밥이 올라가는 과정을 슬로우와 정상으로 템포를 변화시키면서 재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이치가 색감이 다른 생선 덩어리들을 한 조각씩 베어내는 장면들은 리드미칼하게 촬영했다.

잘려진 생선살에 신중하게 칼집을 넣고 데코하는 장면들에서는 신이치의 손과 칼에 포커스를 맞췄다.

조리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촬영하고 조리대 반대편 카운터에 있는 손님들의 표정을 촬영했다.

손님들은 저마다 감동 받은 표정을 지으며 생선회의 맛을 표현했지만 강산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컷. NG요. 감동 받은 표정이 조금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아요."

"감독님. 그럼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요?"

안정민이 강산에게 물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하는 동작들 있잖아요. 감동의 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이태리 사람들이 오른 손을 돌리는 식 있잖아요.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주세요.”

강산은 배우들에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강조하면서 집중력을 높여서 표현해 달라고 말하고 잠시 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다.

*   *   *

촬영이 잠시 쉬는 동안, 김여정이 접시를 들고 와서 조리대에 썰어 놓은 회들을 모아서 촬영장 세트 밖에 있는 테이블로 가져갔다.

그 테이블에는 생선회와 잘 어울린다는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이 놓여 있었다.

“규리야. 너도 이리 와서 좀 먹어.”

“네. 선생님.”

이규리는 김여정의 테이블로 와서 젓가락을 들었다.

두툼한 생선회를 한 점 집어 먹을 때마다 생선 종류가 다른지 어떤 것은 찰진 감칠맛이 돌고 어떤 것은 부드럽고 쫄깃하다.

“그런데 선생님 저희들만 이렇게 먹어도 될까요?”

“왜?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네.”

“다른 애들은 촬영하면서 많이 먹었어.”

김여정은 세트장 한쪽 구석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강산과 이야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맛있는 생선회와 와인을 즐겼다.

“선생님. 이 생선이 뭐예요? 너무 맛있는데요.”

“그거, 나도 몰라. 잠깐만, 내가 알아봐 줄게. 민호씨! 잠깐만요!”

반대편 구석에서 쉬고 있던 장민호가 무거운 다리를 끌고 김여정에게로 왔다.

“여정씨. 무슨 일이야?”

“이 생선 이름이 뭐에요?”

“겨우 그거 물어보려고 피곤해서 쉬고 있는 나를 불렀어.”

“민호씨. 정말 이럴 거야. 나한테 시간 내주는 것이 그렇게 아까워?”

“그게 아니라, 그거 붉바리야.”

“뭐라고요?”

“제주도에 유명한 3대 바리라고 다금바리, 붉바리라는 생선하고 비바리라는 해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인 붉바리에요.”

“다금바리는 들어봤는데 붉바리는 처음 들어 봤어요. 선생님”

“규리씨. 붉바리는 다금바리하고 값비싸기로 유명한 최고급 어종이에요."

“그래요. 그럼 좀 더 가져와야 하겠네.”

“여정씨. 안돼요. 지금 먹은 것만 해도 수십만 원어치가 넘을 거예요.”

“알았어요. 알았어. 나이가 몇인데 생선회 한 점에 쪼는 거예요. 이게 다 내 출연료에요. 출연료.”

장민호와 김여정은 이번 영화 <삼검문>의 출연료를 런닝게런티로 받기로 했다.

실패하면 무료출연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강산은 <첫눈>의 최종 정산으로 받은 칠천만원 중에서 오천만원을 출연한 배우들에게 나누어줬다.

장민호와 김여정은 강산의 마음에 감동해서 이번 영화는 런닝게런티로 출연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

“됐어요. 민호씨는 강감독 편이잖아요. 배우가 배우편을 들어야지, 왜 감독편이에요. 완전 어용배우야. 어용배우”

“어용 배우?”

“그런데 이 영화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민호씨는 알고 있어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민호씨도 모르면 누가 알아. 민호씨는 강감독 페르소나잖아?”

“페르소나는 무슨? 내가 아니라 여정씨가 페르소나지.”

페르소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나 상징처럼 애정하는 배우를 말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 영화가 어디로 가냐구요? 규리야. 너는 이 영화 어떻게 갈 거라고 생각하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량으로 보면 요리 영화인데 마지막 부분 무술 씬에 CG에 입힌다고 하더라고요.”

“강산 감독은 어떻게 할지 예측이 되지 않아. 예측이 안 돼”

“처음 대본에는 사람들 사이에 정이 넘치는 영화로 보였는데, 지금 대본에서는 판타지 무협영화가 된 것 같아요.”

“판타지 무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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