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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11화 (111/140)

〈 111화 〉 강산: 컷. NG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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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NG입니다. 다시 가겠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채 떨면서 걸어오던 이규리는 강산의 NG에, 걸어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강산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감독님, 왜요? 대체 이유가 뭐예요?”

이규리는 강산의 NG 콜에 화가 났다.

1년 전에 보았던 이규리가 아니다. 예전의 이규리는 강산의 NG 콜에 절망하고 자기 비하가 심했는데 이제는 왜 NG가 났냐고 강산에게 물었다.

화를 내면서 말이다.

1년 동안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이규리가 연기할 때 보여주는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다.

강산에게 화를 내는 포스가 강산이 잘못하면 잡아먹을 것 같았다.

“이배우님 문제가 아니라 조명 때문에 NG를 걸었어요. 이배우님 머리에 묻은 빗물이 조명에 반사되면서 너무 튀었어요.”

“감독님, 이번엔 지난번 영화처럼 뒷모습에 감정이 안 보인다고 계속 NG 거는 거 아니죠?”

“......”

강산이 바로 대답하지 않자 이규리의 두 눈에 쌍심지가 치켜 올라간다.

“아니, 진짜로 그러실 거예요!”

“......”

“감독니~임, 이번에는 그러는 거 아니죠.”

“......”

이규리는 강산에게 작년처럼 자신을 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려는지 일부러 시비 거는 것 같았다.

짧은 대화중에 화난 표정과 목소리를 보여주었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콧소리를 섞어가며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강산의 계속되는 무응답에 다시 표정을 돌변한다.

“아유. 내가 미쳤지 정말. 그렇게 당하고도 감독님이 같이 하잔다고 그걸 덥썩 받아서 물다니, 내가 미친년이야. 미친년.”

“이배우님. 그게 아니라...”

“아뇨. 됐어요.”

이규리는 강산의 성향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강산의 말을 깨끗이 무시하고 다시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갔다.

강산은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 근처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주위는 어둠이 내리고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규리는 흰색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 빨간 하이힐을 신고 한강대교를 걸어오다가 중간에 멈춰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난간에는 이규리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간 아래에는 빨간 하이힐만 남아 있었다.

주변을 지나가던 남녀가 이규리가 있던 난간으로 가서 소리쳤다.

“사람이 빠졌어요!”

“어디요?”

“저기요. 저기에요!”

카메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뒷모습을 비추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데, 그 끝에 물에 흠뻑 젖은 이규리가 보인다.

카메라는 이규리가 추위에 떨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정면으로 촬영하면서 이규리의 걸음에 따라 뒤로 물러서다가 카메라가 멈춰서고, 이규리는 멈춰진 카메라를 스쳐 지나갔다.

강산은 이규리가 물에 빠지고 사람이 모여드는 순간까지는 어두운 다크 블랙톤이지만 컬러로 촬영하고 카메라가 뒤로 물러서면서 어디론가 걸어가는 이규리를 비추면서는 흑백화면으로 전환시켰다.

*   *   *

강산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영화 <첫눈>을 마치고, 다음 영화 <봄날은 간다>을 촬영하기 위해 스텝들을 모았다.

<첫눈>에서 호흡을 맞췄던 음향감독 김철수, 조명감독 정진수, 미술감독 박성희, 음악감독 탁성대가 그대로 참여하고 촬영감독 박형수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선애가 새롭게 참여하기로 했다.

투자 과정은 예전에 비하면 매우 순조로웠다.

영화 <첫눈>이 전국통계 35만을 넘어가면서 극장에서 내려가자 기다리던 중간정산이 이루어졌다.

아직 정산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중간정산으로 17억을 투자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투자자들은 평균 5억 넘게 배분받았다.

벌써 투자대비 10배가 넘는 초대박 수익을 거뒀지만, 대박난 수익들의 대부분은 바로 영화 <봄날은 간다>에 투자되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총 제작예산 10억중에서 4억은 GF필림에서, 최룡해와  이덕배는 개인 자격으로 각각 3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정도 예산이라면 저예산 영화는 충분하게 벗어날 수 있다.

이덕배 사장은 애플프로덕션을 정리하고 산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니, 이번 영화 <봄날은 간다>만 보고 들어간다고 입산 시기를 뒤로 미뤘다.

아마도 추위를 많이 타는 이덕배가 산에서 겨울을 지내기가 어려워서 나중으로 미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강산도 일억 칠천을 정산 받았다.

일억 칠천은 강산이 회귀하고 처음 받은 거액이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중에 이천은 최룡해에게 빌린 돈을 갚았고 일억은 GF필림에 투자했다.

나머지 오천은 노량진 고시원에서 나오려고 청담동 부근에 있는 오피스텔을 구매했다.

강산도 나름,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다.

GF필림은 주주 3명의 유한회사로 강산은 40% 지분을 가지고 유명세, 김두호는 각 30%의 지분을 가지기로 했다.

대신 10억은 기본 자산을 모으기 위해 5년 안에 강산은 4억을, 유명세와 김두호는 각각 3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배우들 캐스팅에서 발생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일제 강점기, 1940년대를 배경으로 양조장을 운영하는 부자 노인에게 팔려서 시집온 시골 아가씨 홍주가 남편의 젊은 조카와 사랑을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홍주는 남편 몰래 조카와 사랑을 나누다가 조카에게 배신당하고 남편과 조카, 조카의 애인을 죽이고 자살한다.

<봄날은 간다>의 주요 배역의 캐스팅은 오픈 마인드로 다양한 배우들을 고민했지만 주인공인 홍자 역만은 배우 장도연을 고집했다.

강산은 회귀하기 전에 보았던 장도연의 눈물연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밖으로 지르고 싶은 분노를 안으로 삭이면서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려온다.

배우들의 눈물연기는 잘 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타이밍에 눈물을 흘려야 한다.

장도연이라도 20년 후에나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일지 모르지만 강산은 <봄날은 간다>의 홍주에게서 장도연의 연기를 보고 싶었다.

강산은 <봄날은 간다>에서 홍주 역에 장도연 대신 다른 여배우를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다른 배우들이 홍주를 연기하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았지만 어울리지 않았다.

영화 속의 홍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로 변신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순진한 아가씨에서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게 복수하는 진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강산은 <봄날은 간다>의 성패를 장도연이 출연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장도연을 섭외하기 위해 <첫눈>을 촬영하는 도중에도 장도연의 소속사인 <나무앤터테인먼트>에 시나리오와 장문의 손 편지를 보냈다.

장도연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강산은 실망하지 않고 유명세에게 <나무앤터테인먼트>와 교섭해 달라고 보냈다.

출연료는 배우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하면서 직접 장도연 배우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제야 장도연 매니저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강산은 유명세와 같이 <나무앤터테인먼트> 근처의 커피숍에서 장도연의 매니저 최성배를 만났다.

“장도연 배우님은 언제?”

“장배우님은 지금 나오기 어려운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장도연 배우님을 직접 보고 대화할 수는 없는가요?”

“어렵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장도연 배우가 우리 영화에 출연할 수 있습니까?”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연할 수 있습니다.”

최성배 매니저의 말에 강산의 표정에 안도감이 돈다.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로 홍주를 만들어 머릿속에 돌렸다가 상상하던 이미지가 안 맞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후, 다행입니다.”

“안심하시긴 아직 이릅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인가요?”

강산은 조건이라는 말에 ‘출연료를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설마 터무니없이 부르는 것은 아니겠지?

“장배우님은 영화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2가지를 들었습니다.”

“말씀하세요.”

“먼저 조건은 영화촬영은 5개월 후부터 가능합니다.”

“5개월 후부터요.”

“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하려면 3~4개월이 걸립니다. 5개월 후, 내년 3월에나 출연이 가능한데 괜찮은지요.”

“좋습니다. 오케이입니다.”

강산이 선선히 승낙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유명세가 끼어들었다.

“최매니저님, 장도연 배우님이 드라마는 지난달에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조금만 빨리 시작하면 안 될까요?”

“유실장님, 장배우님 개인 사정이 있어서 당기기는 어렵습니다.”

유명세는 최성배 매니저에게 자신을 GF필림 실장으로 소개하면서 실장 직책이 박힌 명함을 주었다.

강산은 유명세의 어깨를 살며시 잡으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두 번째 조건을 듣고 싶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조연 역할로 여배우 한 사람이 같이 출연했으면 합니다.”

“......”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바로 오케이하기 어려웠다.

강산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출연하는 배우들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래서 GF필림을 만든 것이다.

최성배는 강산 감독의 표정을 보니 심상치 않았다.

장도연의 출연을 위해 촬영을 5개월이나 기다리는 것을 OK하면서 배우하나 더 쓰라는 것이 그렇게 민감한 것일까?

자신도 강산 감독에게 이른바 '배우 끼워팔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은 배우의 출연을 반대하고 몇 번이나 다른 영화에 출연하자고 배우를 설득했다.

최성배는 자신의 여배우가 노출이 많은 영화에 출연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면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최성배는 강산의 곤란한 표정을 읽었는지 말을 이었다.

“제가 추천하는 배우를 보면 감독님도 만족하실 것입니다.”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최성배 매니저는 탁자 위에 사진을 하나 올려놓았다.

“고희윤 배우입니다.”

강산은 고희윤이라는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최성배가 내려놓은 사진을 들고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강산이 알고 있는 그 고희윤이 맞았다.

최성배는 강산의 놀란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핫한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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