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강산: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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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김두호와 저는 영화제작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
“감독님도 저희들과 같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산아. 같이하자.”
“유부장님. 생각할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당연히 드려야죠. 천천히 생각하시고 좋은 결과 부탁 드립니다.”
유명세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강산은 조금 당황했다.
실패의 두려움을 모르는 어린애(?), 아니 청년들의 열정에 무턱대고 따라나설 수는 없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만은 없었다.
강산의 계획도 이런 창업과정을 거쳐 영화제작사를 만들려고 했다.
강산의 계획은 먼저 <첫눈>에서 시드머니를 모을 생각이다.
다음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돈을 모아서 제작투자에 지분 참여할 생각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가 계획대로 흥행에 성공하면 그렇게 모은 돈으로 제작사 <좋은 친구들>을 다시 만들고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할 생각이었다.
이 계획은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영화제작사를 만들었을 때 운영할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강산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이 부분은 전생에 실패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의 강산의 성공은 강산의 실력보다는 어쩌면 우연한 성공이자 초보자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만일 전문경영자가 <좋은 친구들>을 운영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20년에 걸쳐 100억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고도 불과 몇 년 만에 다 소진하고 부도를 맞는 결과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생의 성공이 강산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만들었던 에로영화들이 2010년이 지나면서 IPTV, 케이블TV에서 대박이 났다.
덕분에 강산이 만들고 싶은 극장용 성인영화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줄이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에로영화 판권이 돈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강산도 김애란 부장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만든 에로영화 판권들을 모두 처분했을 것이다.
<좋은 친구들>을 만들었던 2005년 이후, 에로비디오 시장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강산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면서 다른 에로영화사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어려운 에로영화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도나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김애란 경리부장은 <좋은 친구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부수입을 될만한 것들을 찾고 있었다.
강산이 만든 영화만으로 <좋은 친구들>을 운영하기 쉽지 않았다.
매달마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좋은 친구들> 사무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도가 난 <동해바다> 영화사의 사무실을 인수하였다.
덤으로 <동해바다>에서 만든 에로영화 비디오 판권도 같이 인수했다.
그런데 많은 수요는 아니지만 가끔씩 비디오 대본소에서 <동해바다>에서 만들었던 옛날 에로비디오 주문이 들어왔다.
김애란은 알바를 하듯이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주문이 들어온 에로비디오를 복사하고 라벨을 부쳐서 팔았다.
이게 푼돈이지만 돈이 된다는 것을 알자, 박리다매라고 <좋은 친구들>은 부도가 난 에로영화 제작사들의 비디오판권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그러던 중에 IPTV가 터진 것이다.
강산은 김애란이 회사자금을 횡령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법적 처리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에 김애란이 강산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빌려달라고 했다면 그냥 주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강사에게 김애란은 오피스 와이프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이런 과거의 경험은 회사를 만들고 직접 운영하는 것이 좋은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부족한 자질의 경영자 때문에 <좋은 친구들>의 동료들과 그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괜히 미안해진다.
반대로 유명세의 경영능력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유능하다는 말이다.
그런 유명세가 동업을 제안한 것이다.
며칠 후, 강산은 유명세에게 만나자고 전화했다.
강산은 노량진역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유명세, 김두호를 만났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강산의 모습과는 달리 유명세는 조금 긴장한 모습이다.
유명세는 탁자 위에 놓인 커피를 마시지 못했지만, 김두호는 어색한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커피를 잘 마셨다.
“감독님. 지난번에 제가 한 제안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네. 생각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기로?”
강산은 고민이 많다는 듯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유명세 부장님. 제가 말하는 조건을 들어주시면 합류하기로 하겠습니다.”
“어떤 조건이신지?”
“제 조건은 동료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과 수익의 일부는 사회에 기부하는 것입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생각 잘하셨습니다. 감독님”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두호가 말했다.
“산아. 잘 생각했다. 우리 죽을 때까지 같이 가자.”
“그래. 고맙다.”
“명세야. 봤지. 내가 산이가 오케이 할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 네 똥 굵다.”
“왜 여기서 똥이 나와, 더럽게끔”
“하하하”
유명세는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유명세가 생각한 영화사는 강산의 영화를 만드는 영화제작사다.
따라서 강산 감독이 참여를 거절하면 영화사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
유명세는 강산의 영화에 반했다.
영화 <두 자매> <사랑의 데자뷰>에서 희망을 보았다면 <첫눈>에서는 확신을 했다.
강산 감독과 영화를 만드는 실력과 자신의 경영능력이라면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눈>에서 수익을 전부 다 투자한다고 해도 얼마 되지 않아서 강산이 투자를 받아주지 않으면 투자로서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유부장님. 회사 이름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여러 가지 이름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만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어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제가 제안해도 될까요?”
“네. 감독님이 좋아하는 이름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옛날부터 고민해 온 이름이 있는데요. <좋은 친구들> 어때요?”
“좋은데요.”
“나도 마음에 들어”
“그러면 영어로 Good Friend, GF필름으로 하죠”
* * *
강산이 박윤경 비서의 안내로 사장실에 들어서자, 최룡해는 반갑게 악수를 청해왔다.
“어서 오세요. 강산 감독님.”
“안녕하세요. 최룡해 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지난번 시사회때 보고 처음이군요.”
최룡해는 강산을 자신의 오른쪽 소파에 앉게 하고, 인터폰을 통해 박윤경 비서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윤경씨. 커피 두 잔 좀 부탁해요?”
“저는 아이스로”
“하나는 아이스로요.”
박윤경이 아이스커피를 강산 앞에 내려놓자, 강산이 박윤경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커피 잘 마실게요.”
“네”
강산이 박윤경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자, 최룡해가 웃으며 강산에게 말을 걸었다.
“박윤경 비서가 미인이죠.”
“네. 매력적인 미인이네요.”
“강감독님, 박윤경 비서는 비서로서도 실력하고 마모도 보통이 아니에요. 관심이 있으면 내가 도와드릴까요?”
“네. 관심 있습니다. 그런데 박비서님은 저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요. 잘 몰랐네요. 누가 윤경씨 마음을 훔쳐갔을까요?”
“누구긴 누구겠어요. 복이 많은 사람이겠죠.”
“복이 많은 사람요. 하기는 윤경씨 같은 미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면 복이 많은 사람이겠군요.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부러운데요.”
“사장님. 내가 보기에는 사장님은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지만 사랑 냄새는 맡을 줄 모르시는군요.”
“사랑 냄새요?”
“네. 그건 그렇고 최사장님. 이번 영화 <첫눈>의 반응은 어떤가요?”
“매우 좋습니다. 임정재 배우하고 서정아 배우가 무대인사를 다니는데 감독님도 같이 하는 것은 어떠세요.”
“나중에 하지요. 관객 스코어는 어떤가요?”
“음, 감독님 잠깐만요.”
최룡해는 강산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책상 위에 있는 A4 자료를 들고 왔다.
유명세가 대강의 성적을 말해 주었지만, 긴장되는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음, 전국통계는 20만을 넘었군요. 주간 3만 정도, 하향추세지만 최종 예상은 전국 30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얼마나 정산될까요.”
“대략 극장 수익은 순수익만 15억 정도가 될 것 같군요. 부가판권 5억까지 합치면 총 20억 정도 예상됩니다.”
강산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룡해 사장에게 직접 들으니 가슴이 짜릿해 온다.
최사장 말에 따르면 강산의 몫은 2억 정도 된다.
물론 최종 정산을 받을 때는 내년 정도 되겠지만, 중간 정산만 해도 일억은 넘을 것이다.
“최사장님. 제가 다음 작품으로 <봄날은 간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상 투자는 총 10억 정도이고, 나중에 추가투자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3억 정도 투자 가능하신가요?”
“물론이죠. 강감독님이 거절하지만 않으면 저는 언제나 투자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사장님.”
“별말씀을요. 저에겐 강감독님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즐겁습니다.”
“최사장님.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부탁일까요.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들어드리고 싶습니다만”
“이천만 원만 빌려주세요. 개인적인 사정이라 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정산금이 나오면 바로 갚아드릴게요.”
정연이는 방학에도 집에 내려오지도 못하고 서울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2학기 등록금을 준비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대 친구들과 경쟁하려면 알바를 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고3이 된 정화도 중3이 된 정미도 돈 걱정 없이 공부하게 해주고 싶었다.
영화 <첫눈>이 정산되면 10%의 지분이 있어 충분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원하는 시기에 돈을 정산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서 걱정이다.
강산은 연우대 의대에 다니는 정연이 2학기 등록금과 시골에 있는 아버지와 여동생들의 생활하고 공부하는데 이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음, 감독님 이러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제가 먼저 이천을 드리고 중간 정산을 할 때 감독님이 이천을 갚는 것은 어떨까요?”
“저야 좋습니다만 해피머니에서 대출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감독님. 해피머니는 이제 제2 금융권으로 기업 대출 위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저희 해피머니에서는 개인 대출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은 신용도 부족으로 대출 받기 힘들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최사장님에게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