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차명수: 돈을 돌려달라고 하던데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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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 말은 명수가 나를 치러 온다는 말이야?”
“......”
“빨리 말해 새끼야!”
짝귀와 지만은 테이블 아래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짝귀와 지만이 아래를 보는 장면을 투 샷으로 잡았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무릎을 꿇고 머리와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는 성규를 보여준다.
“쿨럭, 성님을 치러 온다는 것이 아니라요.”
“그럼”
“성님헌티, 돈, 돈 이야기하러 온다고 헙디다.”
“명수는 그렇다 치고, 너는 온다는 말도 없이 도끼까지 들고 뭐 하러 왔냐?”
“나도 성님하고 담판 지려고 왔소.”
“도끼를 들고 말이야. 성규야. 네가 나를 따른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배신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성님! 내가 10년이 넘게 성님헌티 충심을 다했는디, 명수헌티 <헤라>를 넘긴다믄서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다요.”
“그게 뭔 말이냐?”
“지도 명수헌티 다 들었어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디, 성님은 아직도 거짓깔을 칠라고 그러요.”
“내가 명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지. 대신 너에게 이 국일관을 주려고 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성님. 마음을 몰라봐서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이럴꺼 같소. 성님이 나헌티 국일관을 준다고라. 내가 성님을 10년이나 따라다녔는디, 성님 속을 모를 꺼 같소. 그런 맘에도 없는 말을 허지 마쇼.”
“하하하!”
짝귀는 성규의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고는 정색하며 성규에게 말했다.
“그래도 성규 네가 내 속을 제일 잘 아는구나. 보기 싫다. 끌고 가서 처리해라.”
“네! 사장님”
짝귀의 지시에 주위에 있던 부하들이 성규를 끌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성규가 밖으로 사라지자 짝귀가 지만에게 말했다.
“명수 놈은 어디 있는 거야?”
“지금 애들이 찾고 있습니다.”
짝귀와 지만을 투 샷으로 잡던 카메라 화면이 천천히 돌아가며 대리석을 비추고 다른 장면으로 전환된다.
검은 옷을 입은 짝귀의 부하들이 사무실 근처의 룸들을 뒤지고 있었다.
밖에는 나이트클럽 음악이 쿵쾅거리고 있다.
짝귀의 부하가 어느 룸을 열고 들어가자, 아가씨와 술을 마시며 수작을 걸던 양아치가 부하에게 시비를 걸었다.
부하가 인상이 좋지 않아 내심 쫄렸지만, 술에 취한데다 여자 앞이다.
“야! 이 새끼 너 뭐야.”
부하는 양아치의 수작을 무시하고 룸안을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다가 양아치와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나가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편안히 쉬십시오.”
“이 새끼 어딜 나가 새꺄.”
양아치는 밖으로 나가려는 깍두기를 어깨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자, 부하는 양아치의 주먹을 피하더니 손바닥으로 양아치의 턱을 후려쳤다.
양아치는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털썩하고 쓰러졌다.
“아가씨. 나중에 이 친구가 깨어나면 시원한 물이나 주쇼.”
짝귀의 부하들은 룸들을 돌며 명수를 찾고 있었다.
“형님. 여기 문이 잠겨 있는데요.”
“비켜 봐, 내가 열어 볼게”
합금 스틸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메고 있는 친구가 문 앞으로 다가가 섰다.
그는 문에 있는 손잡이를 내려쳐 부수자 뒤에 있는 부하들이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방금 전에 명수가 나온 룸에서 밀회를 즐기던 남녀는 명수가 나가자 문을 잠가 놓고 다시 짜릿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남녀는 문을 박차고 들어 온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들에게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악!”
“으악”
복도를 울리는 남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명수가 짝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 * *
직사각형의 사무실 안의 조명은 천정의 세 군데만 켜져 있어서 명수와 짝귀 부하들, 짝귀와 지만이 있는 부분만 조명했다.
나머지 부분은 조명을 어둡게 해서 사람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게 했다.
어두운 사무실에 명수를 원 샷으로 비추던 카메라는 뒤로 물러선다.
긴 대리석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있는 십여 명의 짝귀 부하들을 보여주고, 지만을 지나 짝귀의 등 뒤에서 멈추고 ‘오버 더 숄더 샷’으로 명수를 비추며 멈춘다.
잠시 후, 짝귀가 대사를 시작한다.
“명수야. 무슨 일이냐?”
“짝귀 형님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왔소.”
“무슨 말이길래 명수 동생 표정이 이렇게 굳어있을까?”
“지난번에 말한 거요.”
짝귀의 뭉툭한 목소리와 명수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사무실에서 공명했다.
짝귀는 자리에서 일어나 명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긴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부하들을 지나 명수 앞에 섰다.
“미숙이 건을 알아봤는데 말이야. 성규가 중간에서 해 먹은 것 같다. 미안하게 됐다. 그 건은 내가 따로 보상해주마.”
“내 건은요?”
“명수, 네 건은 지금 준비하고 있다. 일주일만 기다려라.”
“그래요. 미숙이 건은 성규형 앞에서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명수는 짝귀가 순순히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자, 미심쩍은 부분이 생겨서 성규를 끌어들였다.
“왜? 내 말은 못 믿겠어?”
“아뇨. 못 믿어서가 아니라 증인이라고 해두죠.”
“그럼, 성규하고 시간을 정해서 다시 보자. 그때, 네 건도 해결하는 것이 어떠냐?”
“여기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뭐라고?”
“성규형하고 여기서 보기로 했다구요.”
“그랬어. 나는 못 봤는데, 너희들 중에 오늘 성규 본 사람 있나?”
짝귀는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없습니다. 형님”
짝귀의 부하들은 마치 짠 것처럼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본 사람이 없다는데 명수야. 어떡할래? 차나 마시며 성규를 기다릴래. 아니면 다음에 볼래”
명수는 성규를 기다리겠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짝귀가 성규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성규는 이곳에 도착했다고 전화했었다.
이 말은 성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이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요.”
명수는 자신의 말을 다 들어주겠다는 짝귀에게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일단은 물러서기로 했지만 그냥 돌아서기엔 무언가 개운치 않았다.
명수는 돌아서서 나가려다가 이제야 생각이 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짝귀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님. 아버지가 돈을 돌려달라고 하던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잘 모르는데, 너의 아버지가 내게 돈을 줬다고 그러디?”
“형님에게 삼천을 줬다고 하던데요?”
명수는 아버지의 사채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듯이 넘겨짚고 짝귀에게 돈을 돌려 달라고 했다.
짝귀는 모르는 이야기인척 시치미를 떼는데, 대답은 다른데서 나왔다.
“그거 삼천이 아니고 이천이야. 이천! 어디서 구라를 치려고 그래”
명수는 밑밥을 던진 것뿐인데, 짝귀가 아니라 지만이 걸려들었다. 지만의 말에 명수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짝귀, 약속한 돈은 못 줄망정 불쌍한 영남씨 돈을 뺏어?
명수는 재빨리 사시미 칼을 허리춤에서 꺼내 짝귀의 가슴을 찔렀다.
짝귀는 명수가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고 하자, 뒤로 물러나면서 치명상을 피했다.
지만의 실언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싶어 대비하고 있었다.
짝귀가 쓰러지자 짝귀의 부하들이 재빨리 명수에게 달려들어 짝귀를 명수에게서 떼어냈다.
강산은 카메라 각도를 조정해서 넓은 사무실이 갑자기 좁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천장의 조명이 비치는 곳은 밝지만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는 콘트라스트가 짙은 어둠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조명이 비치는 곳에 있는 명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게 해서 짙은 사내의 냄새가 나게 했다.
조명이 비치는 곳에서는 거칠게 사시미 칼을 휘두르는 명수의 몸놀림이 이어지고 어두운 곳에는 짝귀의 부하들이 무리를 이루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명수는 현란하게 칼을 휘두르며 짝귀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짝귀 부하들은 명수의 칼에 당하면서도 계속 달려들었다.
강산은 정명성 무술감독에게 발차기와 주먹 싸움으로 길어지는 액션보다 일대일에서 한 번에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액션을 요구했다.
정명성 무술감독의 선택은 칼과 같은 병기들끼리 부딪치며 불꽃을 터뜨리는 액션이었다.
일대일이 벌어지는 명수와 지만과의 액션뿐만 아니라 명수와 짝귀 부하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도 곳곳에서 쇠들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불꽃들이 이어졌다.
부하들이 명수의 전진을 막으면서, 여유가 생긴 짝귀는 지만에게 명수를 해치우라고 지시하고는 뒷문으로 도망갔다.
지만은 부하들 뒤에 서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 명수 저놈을 한 대 치면 십만 원 준다. 맞아도 십만 원이다. 저놈 잡으면 백만 원, 아니 씨발, 천만 원 준다. 천만 원!”
“지만아! 애들 다치게 하지 말고 일대일로 하자. 일대일!”
“내가 돌았냐 새꺄. 저 새끼하고는 일대일로 싸우지 말고, 다구리를 하란 말이야. 다구리!”
명수의 동작이 느려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명수가 아끼는 수트도 칼에 스친 부분에 찢어지고 피가 배어나면서 너덜해지고 있었다.
짝귀의 부하들도 일대일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차례로 덤벼들지 않고 다구리를 하려고 기회를 엿봤다.
만두귀를 가진 부하가 갑자기 달려들어 강산의 허리를 잡고 넘어뜨렸다.
명수는 반사적으로 만두귀의 등을 칼로 수차례 찔렀지만, 명수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때다 싶었는지, 짝귀의 부하들이 명수에게 달려들어 좀비들처럼 명수 위로 올라타서 작은 등성이를 만들었다.
“죽여! 죽여!”
지만은 눈을 크게 뜨고 흰자위를 번들거리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잠시 후, 명수를 덮은 부하들의 산더미에서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더니 부하들의 산이 무너졌다.
명수가 무덤 속에서 흔들거리며 일어서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만이를 향해 손짓했다.
“지만이, 너~ 일로와”
명수의 모습에 질린 지만은 마지막 남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새끼 죽여!”
이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얼굴에 피칠을 한 성규가 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모두 동작 그만이여! 짝귀는 끝났어. 이제 짝귀파는 없어졌어.”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끝장냈는디, 머가 아쉬워서 거짓깔을 치것냐. 이제 끝났어. 너희들도 이제 쌈질은 그만 혀”
지만이 성규를 향해 달려들자, 명수가 지만을 잡아 쓰러뜨리고는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지만이 정신을 잃었지만, 명수는 미친 듯이 지만의 얼굴을 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명수의 손을 잡았다.
명수가 지친 몸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성규였다.
“너도 이제 그만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