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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04화 (104/140)

〈 104화 〉 유명세: 꼭 필요한 것입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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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산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짝귀를 찾아가서 복수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촬영장소를 두 곳으로 나눴다.

먼저 나이트클럽의 입구와 실내 무대는 나인수 선생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국일관 나이트클럽에서 촬영하고, 나이트클럽 안에 있는 짝귀의 사무실은 <헤라> 룸살롱에서 촬영해서 편집할 예정이다.

강산은 나인수 선생에게 국일관 나이트클럽 섭외를 부탁하려고 전화를 했다.

“강산입니다. 나인수 선생님, 전화 괜찮으신가요?”

- 강감독, 오랜만이에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 무슨 부탁요?

“국일관 나이트클럽 있잖아요. 일전에 국일관 사장님하고 친하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 사장하고 나하고는 오랜 친구죠.

“영화를 찍는데 국일관 좀 하루 정도 빌릴 수 없을까요?”

- 내가 말해 볼게요.

“그리고 영화에서 3분 정도 공연할 뿐 안 계실까요?”

- 그거 내가 하면 안 될까요?

“선생님이요?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 누가 그러는데, 설마 철수가 그러던가요?

“김철수 음향감독님이 요양 중이라고 하시던데요.”

- 철수가 집에 안 들어온 지 3개월이 넘어요.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에 국일관에서 공연하는 것도 모르나 본대요.

“잘됐네요. 선생님”

- 이게 다 강감독 덕이에요. 그때 만든 뮤직비디오 덕에 휴양소에서 쉬다가 강제로 불려 나왔어요.

*   *   *

명수는 국일관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쿵쾅거리는 음악과 함께 무대 위 천정에는 사이키 조명이 번쩍이고 무대 아래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명수는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만난 웨이터 박찬호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렸다.

성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는 환한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서 춤추던 무희들이 들어가고 사회자가 나와 다음 가수를 소개하고 들어갔다.

트럼펫을 선창으로 주위의 시선을 집중되자, 반짝이 의상을 입은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이어 반짝이 의상을 입은 가수가 능숙한 무대 매너로 패티김의 ‘태양이 뜨거울 때’를 열창했다.

카메라는 열창하는 가수와 현란한 손놀림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어지럽게 쫓아다녔다.

명수가 조용한 곳을 찾아 일어서자 카메라는 노래하는 가수를 지켜보다가 명수를 따라 움직였다.

명수는 음악 소리가 줄어든 복도에 이르자 성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수형, 나는 도착했어요. 형은 지금 어디에요?”

“응, 나랑 애들은 이제 들어왔어.”

“짝귀가 여기 있는 게 맞아요?”

“맞아. 그래서 나도 여기 온 거잖아”

“사무실은 어디에 있어요?”

“무대에서 뒤로 돌아서면 긴 복도가 있어. 짝귀 사무실은 그 복도 끝에 있어. 5분 안에 들어와야 돼. 나도 갑자기 찾아와서 짝귀가 의심할지 몰라.”

“알았어요”

명수는 현란한 조명과 귀를 두드리는 음악 아래 미친 듯이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천천히 무대 뒤로 돌아갔다.

강산은 무대 뒤의 색채를 연한 블루톤으로 잡았다.

벽에 기대 복도에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살핀 후, 복도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검은 양복을 입은 나이트클럽 기도가 명수를 막아섰다.

“어이 형씨,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닌데.”

“여기 사장 좀 만날 일이 있어서”

“헛소리 그만하고 좋게 말할 때 돌아가라.”

명수는 씨름 선수처럼 생긴 기도의 눈을 째려보다가 만두귀를 보았다.

이놈은 유도나 레슬링을 하던 자다.

이런 놈을 만날 땐 기습이 필요하다. 진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기습하지 않으면 싸움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어느새, 소란을 느낀 기도들이 모여들어 명수의 어깨를 ‘툭’ ‘툭’ 밀치며 돌아가라는 듯이 시비를 걸었다.

명수는 기도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칼을 꺼내야 할지, 아니면 어디부터 타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공연을 마치고 온 반짝이 의상을 입은 나인수가 명수를 보고 아는 체했다.

“어이! 명수씨 아니에요? 얼굴이 너무 말라서 못 알아볼 뻔했어요.”

“아~ 네.”

“인수 아저씨. 아는 분이세요.”

강산을 막아선 나이트클럽 기도들중에 한 사람이 나인수에게 물었다.

“그럼, 예전에 짝귀 사장님 밑에서 일하던 친구잖아요.”

“그럼?”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요.”

“얼마 전에 출소해서 짝귀 사장님 좀 만나러 왔어요.”

나인수의 말에 기도들은 명수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명수는 상의 수트를 바로 세우고 어깨를 털며 기도들을 지나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컷, OK입니다.”

강산은 OK를 한 후 카메오로 출연해 주신 나인수 선생에게 가서 감사 인사를 했다.

나인수 선생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블루톤의 이질적인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렸다.

*  *  *

강산은 아침부터 스텝들을 독려하며 <헤라>에서의 마지막 씬을 준비했다.

이번 씬은 <보물섬>의 최고급 룸을 짝귀의 사무실이라 설정해서 촬영하려고 한다.

이룸은 40여 명이 들어갈 정도로 넓은 방에 최고급 테이블과 의자, 천정에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검은 대리석 벽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촬영을 위해 긴 테이블 탁자들에서 두 칸을 빼서 촬영 공간을 만들었다.

강산은 이번 씬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제작비를 모두 쏟아붇기로 했다.

안전하게 제작된 야구 방망이, 단검, 손도끼, 쇠파이프 등, 특수소품들이 들어오고 엑스트라로 섭외된 배우들도 모두 채워졌다.

강산은 소동극을 좋아하지만 이런 폭력적인 액션 씬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액션 씬은 남자들의 피와 주먹, 흉기들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액션이 아니라 남녀의 입술과 손, 살들이 부딪히는 액션이다.

그래서 강산에게도 이번 씬은 새로운 도전이다.

사실, 회귀하기 전에도 남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거친 사내들끼리 말보다 눈빛이나 몸을 부딪치며 이야기하고 나중에 감정을 터뜨리는 이야기 말이다.

이런 영화를 안 만들어 본 것은 아니다.

에로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연출로 집중이 깨진다고 욕을 먹었고, 성인영화에서는 무술 감독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욕을 피했다.

여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능숙하게 연기를 지도하는 것은 많은 경험으로 익숙해진 일종의 숙련된 기술이다.

회귀한 지금도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도 여자들의 마음은 잘 모른다.

아이러니하지만 회귀 전의 오십이 넘는 경험이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보고도 담담하게 대하고 까다로운 심리도 인내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을 뿐이다.

이번 씬을 두고 정명성 무술감독의 도움을 받았다.

강산은 정명성 무술감독에게 밀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벌하고 리얼한 액션을 요구했다.

단 와이어 사용은 안 된다고 했다.

와이어 액션을 하기에는 좁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액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다.

리허설은 세 번이나 했다.

배우들의 액션도 액션이지만 짝귀패들과 명수가 싸우고 물러설 때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   *   *

강산은 짝귀 사무실에서 시작하는 하이라이트 씬에서는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서 ‘원 테이크’처럼 촬영하고 싶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 테이크’(one take)가 아니라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촬영이다.

‘원 테이크’가 컷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다 찍는 촬영 기법이라면, ‘원 컨티뉴어스 숏’은 컷을 나누어 찍고 이를 다시 이어 붙여서 ‘원 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이다.

강산은 회귀하기 전에 보았던 <1917, 샘 맨더스>에서 보았던 충격을 자신의 영화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이 씬이 벌어지는 동안 직접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제작비 사정을 생각하면 미친 생각이었지만 유명세가 안 된다고 거절하면 유명세와 한바탕 싸우면서 전생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했다.

“감독님. 꼭 필요한 것입니까?”

유명세가 강산에게 필요한 지출이냐고 묻자 강산은 ‘반드시’라는 말을 붙여서 대답했다.

“네.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제작비 사정이 굳이 어렵다면 제가 양보하죠.”

“아닙니다. 감독님. 제작비는 걱정하지 마시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진짜 해도 되는 겁니까?”

“네.”

제작부장 유명세가 선선히 OK하자 강산은 자기 욕심만 찾은 것 같아서 유명세에게 미안해졌다.

영화 제작을 하다 보면 저예산 영화일수록 제작비 스트레스가 작지 않다.

이미 제작비가 1억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어려우리라 생각했지만, 제작부장인 유명세와 김두호가 뚝심 있게 버티고 있었다.

*   *   *

강산은 고정 카메라는 박형수 선배에게 맡기고, 강산 자신은 핸드헬드로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을 따라 다녔다.

명수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나이트클럽 기도들이 시선에서 벗어나자 서둘러 어두운 룸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 밖으로 누가 따라오는지를 보면서 바로 성규에게 전화했다.

- 뚜, 뚜, 뚜,

“성규형, 제발 전화 받어”

신호음이 가고 있지만, 성규는 명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다. 방금까지만 해도 전화를 받았던 성규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성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만일 성규가 여기에서 배신한다면 명수는 독 안에 든 쥐 꼴이 된다.

갑자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나자 명수는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사시미 칼을 재빠르게 꺼내 들고 룸의 스위치를 올렸다.

불을 켜자 소파에 누워있는 남자 위에 상의를 벗은 아가씨가 올라탄 채 명수를 보고 있었다.

남몰래 밀회를 즐기던 젊은 남녀가 갑자기 들어온 사내에게 놀라 숨을 참고 있었는데 아가씨가 상의를 올리려다가 소리를 낸 것이다.

사미미 칼을 들고 있는 사내에게 놀라 눈이 동그래진 아가씨는 비명을 지르려고 하는데 명수가 손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한다.

명수는 수화하듯이 조용히 하면 그냥 나가겠다는 표시를 한다.

젊은 남자와 아가씨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명수는 불을 끄고 조용히 룸을 나갔다.

명수는 혼자서라도 짝귀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본래 계획은 성규와 같이 짝귀를 만나서 명수는 돈을, 성규는 <헤라>를 얻으려고 했었다.

명수는 짝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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