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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83화 (83/140)

〈 83화 〉 김여정: 여배우들끼리 나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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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집은 해피미디어 건물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서정아는 청담동 뒷골목에 이런 허름한 삼겹살 집이 남아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연탄집 안에는 여러 개의 드럼통을 개조한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반찬은 풋고추, 마늘, 쌈장, 양파가 섞인 양념 간장이 전부다.

서정아는 회식 자리 배치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자리에 제작자와 감독, 주연 배우들이 있는데, 강산 감독은 여배우들이 앉아 있는 우리 자리에 앉았다.

여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해서 그런가?

강산 감독은 제작자라는 해피미디어 사장과 애플프로덕션 사장이 있는 자리에는 인사만 하고 돌아와 여배우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애플의 이덕배라는 사장은 해피미디어 최룡해 사장에게 큰 불만이 있는지, 술잔을 받으라는 목소리가 높아 자꾸 시선이 갔다.

옆자리에 있는 김두호 제작부장이 이덕배 사장을 말리고 있지만 사고가 날 것 같았다.

다른 자리에서는 고기가 익기 전부터 ‘짠’ ‘찐’ ‘짠’ 하고 건배사와 술잔이 돌고 있었다.

남자 배우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장민호 선생이 좌장으로 술을 돌리고. 스텝들이 모인 자리도 마찬가지로 술잔이 돌고 있다.

음악감독이라는 탁성대는 소주 대신 사이다를 먹고 있는데, 조그만 미술감독 박성희가 등치 값을 하지 못한다고 구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건배를 하고,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서정아는 본래 술이라면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시지만, 삼겹살은 다이어트 때문에 삼가하고 있었다.

강산이라는 감독은 고기를 굽는데 진심이었다.

모든 신경을 고기 굽는데 쓰는지, 고기를 뒤집고 자르는데 익은 고기 중에 검게 탄 부분이나 덜 읽은 부분이 없고 육즙이 가득 차 있었다.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서정아와 김여정에게 잔을 채워주고는 술잔이 비어있는데도 채워주지 않았다.

본인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알아서 술을 마시라고 하기는 했다.

돼지고기 질이 좋은 것인지 강산 감독이 잘 굽는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 따라 삼겹살이 너무 맛있었다.

덕분에 삼겹살의 단짝이자 영혼의 파트너, 소주가 당기는데 여배우 체면에 혼자서 술을 자작할 수도 없었다.

서정아는 옆자리에서 술은 마시지 않고, 삼겹살만 깨작깨작하고 있는 김여정을 보았다.

“김여정 선생님. 선생님은 술을 안 하세요?”

서정아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김여정에게 술은 안 하냐고 물었다.

술을 마실 줄 아시면 같이 술을 마시자는 말이다.

김여정은 삼겹살을 건들던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정색하며, 서정아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정아야. 나는 소주하고는 잘 안 맞아.”

“네에...”

서정아는 김여정이 소주를 싫어한다는 말에 실망하고, 자작이나 하려고 소주병을 잡았다.

그때 김여정이 옆에 있는 종이 가방에서 레드 와인을 꺼내서 ‘탁’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와인이 맞아”

김여정은 자신이 가져온 와인 잔에 레드 와인을 따랐다.

‘삼겹살에 레드 와인이라니’

아무리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도 회식 하는 장소까지 와인 병과 와인 잔을 챙겨오는 것은 아무리 김여정 선생이라도 무리라고 생각했다.

묵묵하게 삼겹살을 굽던 강산이 다 익은 고기를 김여정과 서정아에게 나눠주며, 와인을 따르는 김여정에게 물었다.

“선생님. 무슨 와인이에요?”

“까베르네 쇼비뇽.”

“아~ 까베르네 쇼비뇽.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도 품종이죠.”

“강감독, 나이도 어린데 와인을 좀 아네. 나는 미국에 이민가서야 겨우 와인을 알았는데, 강감독, 한번 마셔 볼래요.”

“주시면 감사하죠.”

강산은 종이컵에 김여정이 따라주는 레드와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은 2006년부터 급성장하는데, 2008년 외환위기 때에 잠시 주춤했지만 2010년부터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회귀하기 전에 강산은 알코올이 약한 와인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마흔이 넘어가면서 와인을 자주 마셨다.

회귀한 후에는 와인을 마시지 못했다.

2001년 당시만 해도 와인은 구하기 힘든 술이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상류층들이 마시는 술로 그려졌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와인이다.

회귀하기 전에 <좋은 친구들>이 부도 난 후에도 가끔 와인을 구해서 마셨었다.

맛보다는 잠을 자기 위해 마시던 것이지만.

김여정이 준 레드와인은 탄닌의 떫은 맛과 적당한 산미의 감미로움이 조화로운 맛이었다.

강산이 와인을 마시자 서정아도 김여정이 따라주는 와인을 마셔보았다.

서정아는 레드와인에서 나는 특유의 떫은 맛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애는 아직도 와인 마시는 법을 잘 모르나 봐. 정아야. 와인은 원 샷하면  안 돼”

“그럼요?”

“와인은 말이야. 단번에 원 샷하지 말고 천천히 반 모금 정도만 마셨다가 나머지 반 모금은 입안에서 혀로 굴려서 마셔야 해”

“아~ 네.”

“정아야. 와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코를 잔에 박고 향기를 즐긴다고 코를 '킁킁' 거리고 휘파람 불듯이 혀를 동그랗게 말아서 '호르륵' 소리를 내면서 마시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 꼴불견이야.”

“네~,”

“정아야. 우리 여배우는 말이야. 이렇게 우아한 연기를 하듯이 마셔야 해.”

김여정은 와인 잔에 레드와인을 따르고는 코에 대고 향기를 맡고는 천천히 입에 대고 반 모금 정도 마시고, 남은 반 모금의 와인을 입 안에 굴려서 와인의 맛과 향을 느꼈다.

서정아는 김여정이 가르쳐주는 대로 천천히 와인을 절반 정도 마시고 반은 혀를 굴려 마셔봤지만 떫은 맛은 처음 그대로였다.

그래도 이 경험은 나중에 대기업 재벌 사모님 연기를 할 때 도움을 받았다.

상류층 파티장에서 와인을 우아하게 마시다가 남은 와인을 자신을 무시하는 상대 여배우의 머리 위에 부어버리는 장면은 서정아의 인생 연기 장면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즈음, 선우혜 배우가 연탄집 안으로 들어왔다.

선우혜는 장민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강산이 선우혜에게 손을 들어 이곳으로 오라고 신호를 주자 강산이 있는 자리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선우혜 배우님. 여기 앉으세요.”

강산이 선우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정해서 인지, 김여정과 서정아는 선우혜의 등장이 신경 쓰였다.

감독의 사랑을 두고 경쟁, 아니 혈투를 벌여야 하는 여배우 사이에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라고나 할까?

선우혜는 자리에 앉자마자 강산에게서 가위와 집게를 건네받았다.

아까 전만 해도 서정아가 자기가 고기를 굽겠다고 강산에게 가위와 집게를 달라고 했지만 분명 강산이 거절했었다.

자기가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이다.

‘이게 뭬야! 나는 불편하다는 말이야.’

자신도 모르게 <여인 정난정>에 나오는 도지연의 대사를 따라하게 됐다.

마음속으로 말이다.

“선우혜 배우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네. 감독님 덕이에요.”

“제 덕은요. 선배님이 연기를 잘해서 그러는 거지요.”

“아무튼요.”

강산이 만든 <두 자매>와 <사랑의 데자뷰>는 관객들보다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더 받았다.

영화에는 그동안 진가를 알지 못하고 흙 속에 묻혀있던 보석 같은 배우들이 모여 있었다.

선우혜는 요즘에 불러주는 곳이 많아서 골라서 출연하고 있었다.

<두 자매>와 <사랑의 데자뷰>를 본 영화와 방송 관계자들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찾았다.

선우혜는 다양한 연기를 주문하는 어떤 역할에도 구멍이 없었다.

재벌가 사모님에서부터 가정부, 이웃집 주부에서 커리어 우먼까지 선우혜를 찾는 방송 관계자들이 많아졌다.

두 영화를 마치고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선우혜는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만큼 바쁘게 활동하고 있었다.

“참, 아이들은 어떻게 됐어요?”

강산은 선우혜에게 아이들 사정을 물었다.

순간 선우혜는 당황했다.

선우혜가 강산을 만나던 지난해 여름은 전 남편이 아이들의 양육권을 요구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하던 시기였다.

선우혜는 언제 강산에게 아이들 문제를 상의했던 가 싶었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아이들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강산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다.

선우혜가 강산에게 아이들 문제를 물어 본 적이 있었는지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물어본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다.

다른 소설을 보면 회귀자는 기발한 능력을 가지고 돌아오는데 강산은 기억력을 두고 왔다.

기억이 확실한 것도 아닌데 안 나는 것도 아니다.

회귀하기 전에 아이들을 잃고 상심하던 선우혜가 술김에 말했던 고민을 무심코 선우혜에게 말한 것이다.

“네? 감독님, 무슨 말씀이에요?”

“선배님, 큰 얘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수미는 올 해가 아니라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요.”

“그렇군요. 선배님이 제 작품에 출연해 줘서 따로 수미에게 책가방이나 사주려고 했는데 내년으로 미뤄야겠네요.”

“아~네. 마음 만으로도 감사해요.”

선우혜는 강산의 말이 조금 어색하다 생각했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서정아는 강산과 선우혜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김여정이 따라주는 레드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

‘으음, 괜찮은데’

김여정이 따라주는 레드 와인을 들고 형광등에 비춰보았다.

이것도 술이라고 마시다 보니 취기가 오는데, 붉은 빛이 감도는 레드와인의 빛깔이 제법 매혹적이다.

“선생님. 삼겹살에 레드와인이 괜찮은데요.”

“그렇지. 정아야. 너도 그렇지.”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레드와인의 떫은 맛이 삼겹살의 느끼함도 잡아주는 것 같아요.”

김여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죽이며 서정아에게 말했다.

“정아야. 이거 우리만 알고 있자. 다른 사람들이 알면 괜히 와인 값만 비싸져.”

“네. 선생님”

서정아도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이 목소리를 죽이고 대답했다.

김여정은 목소리를 죽이고 대답하는 서정아를 보고 뭔가 이런 상황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오옷!”

“호호호홓!”

김여정과 서정아는 이번 영화를 하기 전에는 스쳐가듯이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그런데 와인을 마시다 마음이 서로 통했나 보다.

김여정과 서정아의 웃음소리에 강산과 선우혜의 미묘한 연기를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김여정이 서정아와 선우혜에게 말했다.

“선우혜씨. 내가 편하게 말해도 되죠?”

“네. 당연하죠. 선생님”

“그래. 좋아. 말 편하게 할게. 너희들 담배 피우니?”

김여정이 작은 백에서 담배를 꺼내면서 물었다.

두 여배우는 조용하게 '네'하고 대답했다.

“그럼, 우리 여배우들끼리 담배나 피우러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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