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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77화 (77/140)

〈 77화 〉 탁성대: 감독님, 음악은 잘 모르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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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뒤에서 무대 상황을 지켜보던 김철수가 강산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감독님. 이제 오신 분이 계신데, 소개드릴 시간이 되는가요?”

“네”

강산은 마침 머리를 식히려고 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김철수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김철수 옆에는 페도라를 쓴 키 작은 60대 노인과 산적 같이 생긴 30대 젊은 남자가 있었다.

김철수가 강산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 분은 아코디언의 심상락 선생님.”

“아~. 선생님. 팬입니다.”

강산은 김철수가 심상락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는 분을 보고, 강산은 급하게 허리를 굽히며 심상락에게 인사를 했다.

아코디언의 명인 심상락 선생은 강산도 잘 알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도 강산은 심상락 선생의 연주에 반해, 자신의 영화에 참여해 달라고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함께 하지는 못했다.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연주하기 힘들다고,

회귀하기 전에 심상락 선생은 <봄날은 간다. 2001>, <인어공주. 2004>, <효자동 이발사. 2004> 등 다양한 영화에 참여했다.

그의 아코디언은 사람들의 향수를 끄집어내는 바람의 소리를 낸다고 했다.

특히 <my mermaid,="" mother="" 인어공주="">는 SK그룹 광고 BGM(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노래하듯 연주한다는 그의 My Mother Mermaid 연주를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제주도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이분은 음악감독 탁성대씨”

“아! 저는 강산...”

강산이 심상락 선생에게 놀라 얼이 빠져 있는데, 김철수는 탁성대를 소개해 주었다.

탁성대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탁성대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감독님. 음악은 잘 모르죠?”

갑자기, 탁성대가 강산에게 음악을 잘 모르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뮤직비디오는 촬영하는 감독에게 음악을 잘 모르냐는 말은 조금 모욕적인 말이다.

‘당신 음악도 모르면서 뮤직비디오 감독을 하는 거 아니요?’

순간적으로 강산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내가 기타를 잡은 지 30년이 넘었는데 음악을 모른다고?’

‘그리고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음악을 만들려고 고민한 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음악을 모른다고!’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함부로 말하는 거야’

강산은 자신을 무시하는 탁성대를 보고, 화를 내려고 했지만 화를 내지 못했다.

상대가 무려 탁성대다.

탁성대의 팔뚝이 너무 두꺼워서 참았다는 말이 아니다.

회귀 전에 탁성대는 너무 유명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영화음악 감독들 중의 한명이었다.

처음에는 락밴드의 베이시스트로 출발하였다가 잠시 동안이지만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했다.

점차 유명해지면서는 주로 유재일, 박찬옥, 봉중호 등 탑티어 감독들과 일을 많이 했다.

영화가 마음에 들면 무보수라도 영화음악을 만들어주고 단편영화에서는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제작까지 도와주었다.

상으로 그 사람의 음악을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대종상,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 각종 음악상들을 휩쓸었다.

*   *   *

“탁성대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음악을 잘 모릅니다.”

“......”

강산이 당당하게 음악을 잘 모른다고 인정하자, 강산을 도발한 탁성대가 오히려 당황스러워진다.

탁성대는 친동생처럼 여기는 김철수와 나인수 아저씨를 곤란하게 만든 강산을 무시하려고 어그로를 끈 것이다.

“제가 음악을 잘 모르니까, 음악감독이 필요하다고 하고, 그래서 탁성대 음악감독님이 여기에 오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강산이 선선하게 인정하고 나오자 도발한 탁성대가 어색해진다.

“그럼 정식으로 인사드려도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탁성대 음악감독님. 강산입니다.”

“네...”

강산이 먼저 탁성대에게 악수를 청하자, 탁성대가 어색한 표정으로 강산의 손을 잡았다.

탁성대는 강산의 이런 태도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젊은 감독이라 조금만 도발해도 쉽게 흥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흘리고 있다.

그리고 음악감독이 없으면 밴드음악을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들었다.

강산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밴드음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탁감독님. 최수현씨 촬영한 것들을 보셨나요?”

“네...”

“최수현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흠...”

최수현의 촬영은 마지막 1회가 남았다.

사실 남은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강산만 양해하면 테이크는 여러 번 더 갈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 촬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촬영은 오늘 촬영의 메인 나인수의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나인수의 뮤직비디오는 밴드가 참가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최수현의 촬영을 계속하기도 어려웠다.

이때 밴드 세션 아저씨들 중에 한 분이 다가와 탁성대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수현이 이대로 가서는 안 돼.”

“네. 알고 있어요.”

“수현이에게 실제로 반주해 주면 어떨까?”

“실제로요”

“너무 긴장한 거 같아서 말이야.”

“효과가 있을까요?”

“지금보다는 좋지 않겠어?”

“너무 별로죠”

“그래, 정말 별로야.”

두 사람은 강산 몰래 말한다고 하고 있지만 멀리 있지 않아서인지 다 들린다.

탁성대는 강산에게 말했다.

“감독님.”

“네”

“최수현씨 촬영 말이에요.”

“말씀 하시죠.”

“실제 밴드반주로 촬영하는 것은 어떤 가요?”

“그렇게 하시죠.”

“네~에. 그렇게 쉽게 허락하시면?”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음악감독이 그렇게 하자는데 음악을 모르는 감독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OK해야죠.”

강산도 어떻게 하든지 최수현의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고 싶었다.

어떤 면에서 탁성대의 제안은 강산이 고민하던 부분이다.

강산의 허락이 있자, 밴드 세션 아저씨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자신들의 악기로 교체하거나 악기음들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티, 팅, 퉁”

“둥다, 둥다다, 둥”

“지-잉, 징, 증”

“퉁퉁탁, 챙~, 탁. 투두두둥”

밴드는 기본적인 밴드 구성으로, 일렉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로 구성되어 있다.

무대 위에는 여기저기서 공장의 소음처럼 여러 가지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진동하고 있다.

탁성대는 최수현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밴드 세션 아저씨들의 악기연주를 들어보면서 악기별로 음향 기계를 음량을 조절했다.

“탁성대 감독님. 최수현씨 뮤직비디오에는 CD 음원이 들어가서 밴드가 연주하는 사운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최수현씨 동선과 표정, 카메라의 움직임이 중요해서 사운드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음악을 모르는 감독님 생각이고, 할 거면 진짜처럼 해야죠. 내일은 내가 할 테니 감독님은 촬영이나 신경 쓰시죠.”

탁성대는 강산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기 일에 집중했다.

머쓱해진 강산은 무대 위의 밴드 준비를 지켜보다가 무대아래서 목을 풀고 있는 최수현을 보았다.

최수현은 이전까지 탁성대와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김철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최수현은 탁성대, 김철수와 알고 있던 사이였나 보다.

강산은 그들 사이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하기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니까, 나인수가 최수현을 데려 왔겠지 하고 지나갔다.

무대 위의 밴드가 어느 정도 준비되자, 강산이 최수현에게 신호를 주었다.

무대 중앙에 다운 라이트 조명이 켜지고 최수현이 조명 안으로 들어왔다.

강산은 조명을 이전과는 다르게 주변 조명을 줄이고 최수현에게 집중하게 했다.

강산은 가벼운 마음으로 리허설을 지켜보았다.

최수현의 표정에 집중해서 보았다.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몸짓도 자연스러워졌다.

이 정도라면 촬영을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흘려들었던 밴드 세션들의 반주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강산은 탁성대에게 무시 받았지만 밴드음악에 문외한은 아니다.

그래도 군대시절이지만 2년이 넘게 기타를 쳤고, 기타로 룸살롱에서 오부리까지 했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지만 베이스 기타나 키보드, 드럼들도 문외한은 아니라고 자부(?), 아니 생각하고 있었다.

뮤직비디오에서 밴드 세션들의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을 촬영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세션이 도와주는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촬영하는 것과 뮤직비디오로 촬영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밴드 세션들의 반주실력이 부족하거나, 밴드 세션과 노래하는 가수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밴드 세션들의 연주를 조율하고, 현장 사운드를 담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 촬영에 밴드들의 실제 연주를 찬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밴드 세션을 하는 아저씨들의 음악이 남달랐다.

기타와 키보드 사운드의 멜로디는 소박하지만 여유로웠고, 베이스는 저음의 묵직한 베이스 라인을 연주하면서 드럼과 같이 <블랙 커피>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처럼 드럼이 박자를 잡아주면, 베이스가 드럼 박자에 맞춰서 멜로디의 중심을 잡아주고 기타와 키보드가 번갈아 날아다니고 있었다.

“잠깐만요. 기타 백선생님. 간주 부분에서 조금 자유롭게 연주해주시고요. 드럼 백선생님은 좀 더 세게 치셔도 좋겠습니다. 베이스나 키보드는 이번처럼 연주해 주시고요.”

탁성재의 말을 마치자 드럼을 치는 백승호가 말했다.

“이 정도면 될까?”

백승호는 밴드 뒤쪽에 이전 연주보다 좀 더 세게 베이스 드럼을 페달을 밟고 스네어와 심벌, 그리고 탐탐을 두드렸다.

갑자기 드럼 솔로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다채로운 리듬과 풍성한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네. 그 정도면 됐습니다.”

“탁감독. 이제는 나 좀 봐줘”

이번에는 기타를 치는 백운규가 애드립으로 화려한 기타 솔로를 보여 주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게 기타가 좀 울어 줬으면 해요.”

“그럼 이렇게”

다시 간주 부분을 연주하며 기타를 튕기는데 ‘오와 와아 아’하며 기타소리가  노래를 하듯이 음을 이끌어갔다.

“네 그 정도면 됐습니다. 선생님. 그럼 한 번 더 가시죠.”

밴드가 다시 <블랙 커피>를 연주하는데, 녹음된 앨범보다 더 소리가 더 좋은 것 같았다.

탁성대가 밴드 세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강산에게 말했다.

강산은 탁성대가 만드는 밴드의 색깔을 보고, ‘이래서 음악감독이 필요한 것이구나.’ 라고 감탄했다.

“강산 감독님. 밴드는 준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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