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65화 (65/140)

〈 65화 〉 강산 : 아저씨. 저 가방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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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용산구 외곽에 있는 고물상을 찾아 뒤지고 있었다.

지금은 편집실에서 편집 작업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고물상을 뒤지고 있는 것은 강산이 찾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강산이 최룡해 사장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여자 이야기> 재편집을 하고 있었다.

편집실에서 <두 여자 이야기>에 사용할 음악을 고민하던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에로 영화에서의 음악은 보통 미리 만들어서 판매하는 음원을 사용한다.

영화 장면과 관련해서 마음이 드는 음악이 있다고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용하려면 저작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저작권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저작권 보호 기간인 50년이 지난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상 저작권 보호 기간은 50년이다.

2,011년에 미국과 FTA가 되면서부터는 이 50년은 미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과 같이 7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작환경이 어려운 에로영화라고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음원을 사용하다가는 저작권 문제로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이런 지식들은 강산이 전생에 영화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저작권 소송을 보고 들으면서 몸으로 배운 지식이다.

영화음악에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음원을 사용하면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회귀하기 전에 어느 영화(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음) 개봉 후에 열린 축하파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음악평론가 두성호가 술에 취했는지, 이 영화의 음악이 너무 구리다고 하면서 소란을 피우다가 왕따가 되었다.

이런 일은 남의 집 잔치에 재를 뿌리는 일이었다.

갑자기 왕따가 된 두성호는 아무도 상대를 해주지 않자, 에로영화감독 출신으로 영화계의 왕따였던 강산이 상대하게 되었다.

음악평론가인 두성호는 자신을 ‘레코드 컬렉터’(Record Collecter)라고 하였다.

음악 애호가들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연주회장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음악을 듣는 애호가를 ‘콘서트 고어’(Concert Goer)라고 하고, 음반을 수집하면서 음악을 듣는 애호가들을 ‘레코드 컬렉터’(Record Collecter)라고 한다.

“강산 감독님. 내가 왜 이 영화음악이 구리다고 한 줄 아세요?”

“왜 그러셨는데요?”

“나는 나름 배려해서 말한 건데, 이 영화음악은 구린 정도가 아니라 쓰레기예요. 개 쓰레기, 특히 자동차 사고 씬에서 나온 음악요.”

“저는 선곡도 연주도 무난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감독님”

“두성호 평론가님처럼 기준이 높으면 영화 못 만들어요.”

“아니에요. 감독님처럼 다른 감독들도 좋은 음악을 못 들어봐서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죠.”

“감독님, 우리나라에서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클래식 음반을 들어보실래요?”

“네?”

“1943년에 독일에서 만든 LP음반인데요. 녹음상태가 지금 2007년도 CD음반 못지않아요.”

“네. 그런가요?”

“믿지 못하시나 보군요. 하기는 말로만 듣고 믿는 게 이상하죠. 한번 들어보시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에요.”

“네. 그렇겠죠.”

강산의 영혼이 없는 대답에 두성호는 묘한 승부감이 들었는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LP 음반을 강산에게 들려주고 싶었나보다.

두성호와 같이 있는 상황이 불편한 강산이 헤어지려고 하자, 굳이 그 음반을 들려주겠다고 자기의 집으로 강산을 데리고 갔다.

두성호는 자신의 지하실 개인 스튜디오로 강산을 안내했다.

지하실에는 개인 스튜디오라고 하기는 전문 음향 스튜디오에서나 사용하는 수준의 장비들이 있었다.

두성호는 오래된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케이스 레코드판을 들고 오더니, 명품 턴테이블로 유명한 가라드 301위에 LP 음반을 올려놓았다.

진공관의 왕이라는 웨스턴일렉트릭 300B이라는 진공관 엠프 덕인지, 전작의 술기운 덕인지 모르지만, LP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진심으로 감동 받았다.

강산은 클래식 음악에 수준이 높지 않아, 이 레코드의 가치를 잘 몰랐다.

두성호에 따르면, 이 LP판을 1940년대 독일에서 녹음된 한정판 레코드라고 하였다.

강산은 두성호의 말을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1940년대의 녹음기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레코드의 녹음상태가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큼 음질이 깨끗했다.

이 레코드는 나치 독일에서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총통인 히틀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100세트만 만들었던 한정판 음반이라고 했다.

이 음반은 전설적인 지휘자인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니의 연주했다.

베를린 필하모니는 이 레코드 녹음으로 2차 대전 중에 괴벨스의 총력전 소집계획에서도 제외되는 특권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이 음반이 우리나라에까지 오게 된 것은 당시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일본에 10개 세트를 보내 주었는데 그중에 두 세트가 우리나라에 건너왔다.

전 세계에서 남아있는 레코드가 많지 않아서 박물관이나 애장가들의 수장고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두성호의 자랑에 강산은 이 LP를 어떻게 구했냐고 레코드를 구한 사정을 물어보았다.

2003년에 용산구의 한 고물상에서 우연히 구했다고 말했다.

본래에는 1세트에 레코드판이 50개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구한 것은 3개에 불과하다고 자신이 발견하기 일 년 전만 해도 완전한 상태였다고 아쉬워했다.

*   *   *

강산은 <두 자매 이야기> 재편집을 하면서, 영화음악을 고민했다.

다현과 다미가 산책하는 장면이나 다현이 오대산 자락의 노을 보는 장면, 다현이 야생화들판을 달려가는 장면 등에 삽입할 음악으로 클래식을 생각했다.

어떤 클래식 음악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회귀 전에 두성호가 말하던 클래식 LP를 생각났다.

그 LP라면 필요한 음악도 구하고, 저작권위반 논란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두성호가 용산구 어느 고물상에서 레코드를 구했다고 자랑하던 것을 기억하고 강산은 용산구에 있는 고물상들을 모두 찾아보기로 했다.

용산구에는 3개의 고물상이 있다.

첫 번째 서울 고물상에서는 강산이 원하는 레코드를 찾지 못했다.

고물상에도 전공이 있다. 이 서울 고물상은 도서류나 중고 골동품보다는 고철이나 패트병 등 재활용류 위주로 수집하고 있었다.

강산은 고물상에서 일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아저씨. 여기는 LP 레코드 같은 것은 없나요?”

“여기 보슈. 이곳은 고철하고 재활용종류를 모으는 고물상이요. 폐지나 다른 고물들은 취급하지 않아요.”

고물상의 넓은 마당에 모아 둔 고철 더미들의 녹슨 색깔과 페트병들을 모아 둔 더미들이 햇빛에 반사되는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강산은 사진을 찍어 두었다.

나중에 범죄영화나 성장영화 촬영장소로 섭외하고 싶었다.

두 번째 영광고물상은 잡다한 물건들이 수집하는 고물상이다.

강산은 고물상 사장에게 찾는 물건이 있다고 하면서, 고물들을 뒤적여 보았지만, 강산이 찾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고물상 사장은 강산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무엇을 찾고 있소?”

“옛날 책이나 음반 같은 것을 찾고 있습니다.”

“음... 나를 따라와 봐요.”

고물상 사장은 강산에게 고물상 사무실 뒤편으로 보여줄 것이 있다고 데려갔다.

그곳은 사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소장품을 모아 둔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골동품들로 불상이나 고서화, 고가구, 도자기들이 보였다.

조선 시대의 물건도 보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화병으로 쓰던 도자기와 중국산 모조품 불상들도 보였다.

한쪽 구석에 오래된 레코드들이 책꽂이에 정리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오래된 서양 음반이나 6~70년대의 가요 음반들이 있었지만, 강산이 찾는 음반들은 없었다.

그래도 그냥 갈 수 없어서 마음에 드는 레코드판을 두 장 구매했다.

세 번째 선경 고물상은 용산구의 마지막 고물상이었다.

강산은 고물상 사장의 허락을 받고 마당에 펼쳐진 고물들을 살펴보았다.

음료수병이나 소주병, 찌그러진 깡통들, 오래된 고물들과 책등 잡다한 물건들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강산이 찾는 LP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어두워지고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 시간을 내서 고물상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편집도 편집이지만 <다현 이야기>를 촬영하면서 시간이 없어 촬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충 촬영하거나 재촬영할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그 부분을 촬영하려고 한다.

애플에 이런 사정을 2주일 전에 이야기했는데, 이제야 스텝들과 배우들이 3일 정도 시간이 된다고 했다.

전생의 두성호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확실한 것이 아니고, 그 레코드가 언제, 어느 고물상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나중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나면 다시 용산의 고물상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산이 그만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그때였다.

가로등이 켜져 환해진 고물상 입구에 포터 1톤 트럭 하나가 고물상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던 강산은 현대 포터 위에 있는 고서들과 옛날 가구들이 보여서 다시 고물상으로 돌아왔다.

레코드는 아니라도 고서나 옛날 가구라도 구경하는 편이 헛수고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강산은 1톤 포터에서 내려놓는 물건들을 보면서, 물건을 가져온 아저씨가 물건들을 분리하는 것을 기다렸다.

고물상 사장과 물건을 가져온 아저씨는 평창동 부잣집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겨둔 물건이라고 폐기물로 버리려는 것을 고물 가격을 주고 구해온 물건이라고 자랑했다.

강산이 보기에도 고가구들은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좋은 고가구들로 보였다.

물건들을 지켜보던 강산은 텐테이블 세트와 그 옆에 가방 두 개를 발견했다.

“아저씨. 저 가방은 뭐예요?”

“뉘슈?”

“골동품을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잘 모르겠소. 무슨 레코드 가방 같은데?”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옛슈.”

1톤 포터 아저씨가 강산에게, 가방을 건네주고는 고물상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산은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강산이 찾던 레코드가 있었다. 자신이 전생에 보았던 넘버 7이 레코드가 완벽한 상태로 다른 넘버의 레코드 판들과 함께 포장되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졌다.

다행히도 포터 아저씨와 고물상 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느라 관심이 없었다.

강산은 흥분하는 표정을 재빨리 감추고, 실망한 것처럼 가방을 무심하게 내려 두고 가구에 관심 있는 것처럼 말했다.

이런 연기는 분식집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아저씨, 저기 가구는 어떻게 해요?”

“관심 있슈?”

“네. 얼마나 하는가요?”

강산이 관심이 있다고 하자, 포터 아저씨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하자 포터 아저씨의 인상이 무서워진다.

“저 가구는 50만 원 정도 주어야 할 거요.”

“너무 비싸요? 조금만 깎아 주시죠.”

“그건 안 돼요. 여기가 아니라 골동품점에서 이 정도의 물건을 사려면 최소 100만 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을게요.”

“으음... 너무 비싼데요. 제가 사기엔 무리네요. 그럼 저 턴테이블은요?”

강산이 가구들이 늘여진 공터 구석에 있는 턴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10만원만 주슈.”

“그것도 조금 무린데요. 그럼 저 가방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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