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최룡해: 양키스 그 친구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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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장님. 이 작품 전에 저를 알고 있지 않은가요?”
최룡해는 강산의 자신을 알고 있냐는 당돌한 질문에, 마시던 커피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잠시, 강산을 보다가 소파에 등을 붙이더니 다리를 꼬면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강산은 최룡해의 말을 듣고도 그리 놀라지 않아 보였다.
대신 강산과 최룡해의 대화를 지켜보던 이덕배의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이런 긴장감은 좋지 않았다.
강산은 이제야 회귀하기 전부터 가져왔던 의문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해피머니 사채를 쓰다 이곳에 잡혀 왔던 것도 알고 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이제는 반대 상황이 되었군요. 감독님. 제가 풀어줄 수 있는 질문인가요?”
최룡해는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잔이 비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비서인 박윤경에게 커피를 한잔 더 달라고 부탁했다.
강산과 이덕배에게도 한잔 더 하겠느냐고 물었다.
강산은 괜찮다고 했지만, 이덕배는 목이 마르는지 한잔 더 달라고 했다.
최사장의 자연스러운 커피 주문이 강산의 신경을 묘하게 자극했다.
“네. 사장님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풀어드리면 무슨 대가가 있는가요?”
“최사장님이 원하시는 영화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그럼, 질문하시죠.”
“제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제가 이곳 해피머니에 왔을 때, 저는 신림사거리에 있는 국일관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애플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된 것인가요?”
“애플프로덕션에서 일하게 된 거요.”
“네.”
“그것은 내가 조치한 것입니다.”
“왜 그러신 거죠?”
“우연입니다. 당시 강감독의 자기소개서를 우연히 읽고 있었거든요. 마침 애플의 이덕배 사장이 와서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요. 내 생각에 국일관보다는 애플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조치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덕배가 끼어들었다.
“최사장님. 그때는 사람을 구한다고 하지 않았는데요. 제게 주기로 한 납품 대금 1,000만원 대신 강산 감독을 쓰라고 저한테 떠맡기신 것이 아닌가요?”
“이사장이 항상 사람이 부족해서 일하기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겸사 겸사죠. 강감독님은 그게 섭섭하신가요?”
“아닙니다. 덕분에 영화감독을 구하게 되었는데요.”
갑자기 이덕배가 두 사람의 대화사이에 끼어들어 최룡해와 강산의 대화가 잠시 멈췄지만 최룡해가 강산을 보고 말했다.
“첫 번째 질문은 답이 되었나요?”
“네. 두 번째 질문은 제가 자격심사를 받을 때,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네? 누구 말인가요?”
“류, 재, 일이라고 합니다.”
* * *
‘류재일은 어떻게 해피머니에서 벗어났을까?’
이 질문은 회귀하기 전에서부터 회귀한 지금까지도 항상 가져온 의문이다.
강산과 류재일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장편영화 <나마스테> 제작비를 만들려고 각각 500만원씩 해피머니에서 돈을 빌렸다.
영화 <나마스테>가 엎어지자, 강산과 류재일은 숨어 지내다가 해피머니에서 보낸 추노꾼들에게 같이 해피머니로 잡혀 왔다.
그런데 류재일은 해피머니에서 바로 풀려나서 미국 뉴욕대학원으로 유학가고, 강산은 해피머니에서 애플프로덕션으로 팔려갔다.
강산이 애플에서 잡부로 일하다가 에로영화감독이 되고 독립하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에로영화감독 출신 성인영화 감독으로 살았다.
류재일은 2001년 <어느 하루>로 선댄스 영화제 단편영화 부분에서 감독상을 수상 하면서 영화계에 데뷔했다.
2004년에는 <홀로 걷는 남자>가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최연소 감독으로 초청받고, 2008년 <밤을 잊은 사람처럼>으로 최연소 칸영화제 대상을 수상 했다.
* * *
“류재일이요?”
“네. 류재일”
“죄송한데 강감독님. 류제일이 누구죠?”
“저와 같이 잡혀 온 친구 있잖습니까?”
“미안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류재일, 그 친구는 뉴욕 양키스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류재일은 평소 뉴욕 양키스 모자를 쓰고 지냈다.
항상 이 모자를 쓰고 다녀서 사람들은 양키스 모자를 류재일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겼다.
류재일이 이 양키스 모자를 쓰는 것은 패션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모자를 쓰는 이유는 머리를 감기 싫어해서 떡지는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쓰는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강산은 류재일과 같이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아봐서 안다.
아무튼, 여자들은 류재일의 모자를 쓴 모습을 좋아했다.
사실, 류재일 같이 잘생긴 남자라면 모자를 쓰던, 쓰지 않던 좋아했을 것이다.
“아! 뉴욕 양키스.”
“이제 기억이 나시나요?”
“생각이 납니다. 뉴욕 양키스. 그 친구의 자기소개서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류재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르쳐주세요.”
“윤경씨! 류재일씨 서류 좀 찾아 줄래요,”
잠시 후, 박윤경이 프린트 자료들을 들고 와서는 최룡해에게 주었다.
최룡해가 프린트 자료들을 읽고 있을 때, 강산의 시선은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프린트 자료에 가 있었다.
“최사장님. 저도 좀 자료를 볼 수 없을까요?”
“미안합니다. 개인정보라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으음... 최사장님. 그럼 이 질문만 하겠습니다. 그 친구는 왜 풀어준 것입니까?”
* * *
그동안 강산은 최룡해에게 왜 류재일을 풀어주었냐고 묻고 싶었다.
자신은 애플에 팔아넘기면서 말이다.
강산은 자신만 해피머니에 남겨두고 떠나버린 류재일을 기다리면서 묘한 배신감, 잘못됐을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강산은 류재일과 지옥 같은 곳에 잡혀 왔지만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줄 알고 있었다.
그랬던 친구가 전화하러 밖으로 나가더니, 강산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
강산은 해피머니가 류재일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류재일이 생각날 때마다 어디에 있든 안전하게 지내기를 하느님에게 기도했다.
류재일이 선댄스영화제에서 단편 부분 감독상을 받았다는 영화 기사를 볼 때까지 말이다.
왜 최룡해는 류재일을 풀어줬을까?
류재일은 돈이 없었다.
류재일의 형편을 어떻게 아냐구?
돈이 없어서 강산의 자취방에서 1년 가까이 더부살이를 했다.
전생에 강산은 해피머니에서 류재일을 풀어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최룡해와 친해진 이후에도 류재일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왜 묻지 않았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최룡해 사장에게 류재일과 자신의 관계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른다.
아마도 류재일에 대한 열등감 때문일 것이다.
뚱뚱한 에로영화 감독과 칸 영화제 최연소 대상을 받은 미남 감독.
강산과 류재일, 두 사람은 학교 동기이자 강산의 자취방에서 같이 살았고, 같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는 강산이 감독이었고 류재일이 촬영을 했다.
회귀하기 전, 강산은 되도록 류재일과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우연히 만나는 자리에서도 강산이 먼저 류재일을 피했다.
굳이 만날 이유도 없었지만, 사적이든 공적이든 류재일과 만나는 것을 피했다.
아무튼, 해피머니에서 류재일이 나가는 시점에서 류재일과 강산, 두 사람의 전생에서의 인생이 반대 방향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빛과 그림자처럼.
* * *
“심플하네요.”
“심플요?”
“네. 류재일 그 친구가 채무를 다 갚았네요.”
최룡해는 류재일이 빚을 다 갚았다고 말했다.
물론 돈을 갚았으니까 최룡해가 류재일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류재일은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좋지 않았다.
“재일이가 다 갚았다고요.”
“네. 채무를 다 갚아서 보내 주었습니다.”
“그럼, 재일의 빚은 누가 갚아줬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 친구는 저보다 더 어려운 사정이었는데요.”
“누가 갚았는지 그게 중요한가요? 우리는 돈만 받으면 되는데요.”
“중요하다기보다 궁금하다고 할까요? 제게는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와 같아서 요.”
“그래요. 내가 미스테리를 풀어준다면 강산 감독은 무엇을 해주겠습니까?”
“방금 최사장님이 말씀하신 일을 고민해 보죠.”
강산은 작품은 이미 넘겼지만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밥을 먹고 양치를 하지 못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룡해가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영화를 재편집을 고민하고 있었다.
다만 영화를 재편집하려면 돈과 시간이 들고, 애플에 메어있는 몸이라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양키스 친구가 전화하고, 한 시간 후 정도에 어떤 아주머니가 오더니 양키스의 빚을 다 갚아주었다는 것입니다.”
“아주머니요?”
“자신을 양키스의 어머니라고 소개하던데, 양키스는 어머니를 아주머니라고 하더군요.”
“그게 끝인가요?”
“네. 끝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양키스 그 친구 알고 보니, 아주 유명한 집안의 자재더군요.”
“네?”
“강감독님. 양키스 그 친구가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여자가 누군지 아세요?”
“모릅니다.”
“한국대 의대 이수영 교수예요.”
“하아...”
류재일의 어머니가 한국대 의대 교수라는 말을 듣고, 강산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어 최룡해가 이수영 교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수영 교수가 유명한 것은 남편이 한국제약 류영일 전무라는 점이죠. 류재일이라는 친구, 한국제약 류형석 회장의 손자더군요.”
“......”
강산은 류재일이 한국제약 류형석 회장의 손자라는 말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류재일은 방을 얻을 돈이 없어, 강산의 자취방에서 얹혀살면서도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했다.
강산은 류재일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말을 조심하고 룸살롱에서 오부리 알바로 돈을 벌면 삼겹살을 굽거나 술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류재일이 한국제약 류형석 회장의 손자라고, 류재일은 그런 자신을 보고 얼마나 가소로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