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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61화 (61/140)

〈 61화 〉 강산: 이번 생은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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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강산은 이덕배 사장과 이덕배 사장이 최애하는 에쿠스를 타고 어디로 가고 있었다.

이덕배 사장은 소품실에서 쉬고 있는 강산을 사장실로 불렀다.

“음. 누가 강 감독 좀 같이 보자고 하는데, 거기 좀 같이 가세.”

“누가 보자고 하는데요? 사장님 혼자 가면 안 돼요? 저는 좀 쉬고 싶은데요.”

“그게 말이야. 안 가면 안 되는 자리라서 말이야. 강감독이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사장님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인가요?”

“그래. 내가 상대하기 어려운 분이야. 강감독도 그분을 만나면 나를 대하는 것처럼 대하지 말고 조심해 주게.”

“내가 사장님을 어떻게 대하는데요?”

이덕배는 강산이 자기에게 대들 듯이 말하다가 그 분에게 실수할까 미리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여간 그 사장님은 나하고는 차원이 다른 분이야. 조심해야 해.”

“대체 누군데 그래요?”

“있어. 그런 분”

“어차피 잠시 후면 만나게 되잖아요. 먼저 좀 가르쳐 주세요.”

“그래. 어차피 알게 되겠지. 강감독. 해피머니 알아?”

“해피머니요?”

“알아?”

“네. 아주 잘 알죠. 해피머니.”

“아~참! 그러고 보니, 내가 강감독을 알게 된 것이 해피머니 덕이었지”

강산이 애플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해피머니에서 돈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해서였다.

“그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님이 강감독을 보자고 하네.”

*   *   *

이덕배는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이 강산을 보고 싶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최룡해 사장은 이덕배의 보스는 아니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적 보스나 다름이 없었다.

이덕배는 독사파를 나와서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은 이덕배를 채권추심업자로 고용하고, 이덕배가 애플 프로덕션을 만들어 독립할 때는 창업 자금을 대출해주었다.

이덕배는 애플프로덕션에서 에로영화를 만들어 최룡해의 다른 회사인 해피미디어에 매월 세 작품을 납품했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납품처로 생각했지만 해피머니의 대출이자와 선지급 해주는 운영자금을 생각하면 해피미디어의 자회사나 다름없었다.

최룡해가 이덕배에게 빌려준 돈을 일거에 회수하거나 납품을 거절하면 이덕배는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최룡해가 이덕배에게 이번 영화를 만든 감독을 보고 싶다는 말은 다음 말의 순화된 표현이다.

‘강산을 데리고 들어오세요.’

이덕배는 지난주에 강산이 만들어 준, 두 편의 영화를 최룡해 사장에게 무사히(?) 납품하고, 이번 달 미션을 다 마쳤다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룡해 사장이 이덕배에게 두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씨펄, 영화에 문제가 있다면 제작자인 자신만 오라고 하지, 왜 감독인 강산까지 데려오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에로영화가 거기서 거기지, 무슨 예술을 한다고 감독까지 같이 오라고 난리야.’

‘설마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산 감독을 해코지하려고 부르는 것은 아니겠지?’

이덕배는 강산을 보자고 하는 최룡해 사장의 의도가 궁금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최룡해 사장이 두 작품을 받을 수 없다고 해도 이덕배는 강산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강산이 보여준 두 편의 작품은 다르다.

영화에 문외한인 자신이 봐도 다른 에로영화들과 수준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편의 고급 성인영화 같았다.

그 동안 애플에서 만들었던 박두철 감독의 영화들은 쓰레기같이 보였다.

2주라는 시간에, 편당 1,500이라는 제한된 예산안에, 그 정도 퀄리티가 있는 작품을 두 편이나 만드는 것은 까막눈인 자신이 보기에도 보통 재능이 아니다.

호박이 넝쿨 채 굴러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다.

그리고 2편 모두 최룡해 사장에게 퇴짜를 맞고, 다시 만들어서 납품한다고 해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최룡해 사장에게 퇴짜 맞은 작품을 다른 도매상들에게 돌려도 최소 2,000에서 2,500까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렇지.’

최룡해 사장을 핑계로 강산과 쓴 계약서를 파기하면, 그럼, 1년 정도는 더 강산을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뭔가 깔끔하지 않고 찝찝하다.

최룡해 사장이 강산의 재능을 알아보고, 다시 강산을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아차! 최룡해 사장도 강산의 특별함을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아봤을 것이다.

문외한인 자신도 알아보는데 전문가인 최룡해 사장이 못 알아봤을 리 없다.

최룡해의 겉모습만 보면 나이스한 신사로 보이지만, 돈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다르다.

이덕배가 본 최룡해는 돈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치밀하고 냉정하다.

채무자의 장례식에서도 부의함에 든 조의금을 세고,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대신 받기도 했다.

채무자의 각종 경조사에 참석해서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은 치를 떨게 만들었다.

자신도 잘못하다가는 최룡해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이덕배의 고민이었다.

*   *   *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

강산은 이덕배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은 강산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최룡해 사장은 강산의 키다리 아저씨이자 파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에로비디오 시장은 2003년을 정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줄어들고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강산이 애플프로덕션에서 에로영화감독으로 자리 잡으면서, 작지만 고향 집에 돈도 보내고 구로역 근처에 작은 아파트도 구할 수 있었다.

에로영화감독 생활이 5년이 넘어가면서, 강산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에로영화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변해가고, 예전처럼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장이 아니다.

이제는 직접 영화제작사를 차려서 에로영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에로비디오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면서, 일거리가 줄어드는 감독직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결론은 강산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강산은 해피머니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에로 영화계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에로 영화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해피머니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2005년, 당시 최룡해는 대부업을 하는 해피머니뿐만 아니라 TCN이라는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초기 TCN은 다른 방송국처럼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 시스템이 부족하고 운영 자금이 부족해서인지 방송콘텐츠가 많지 않았다,

대안으로 옛날 방화나 에로영화들을 방영, 재방영하였다.

그중에 자회사나 다름없는 애플엔터에서 만든 강산의 작품들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최룡해는 강산이라는 에로영화감독을 알고 있었다.

최룡해는 돈을 빌리러 온 강산을 알아보고, 강산의 예상한 조건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었다.

TCN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까?

아니면 TCN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보은이라고나 할까?

강산은 최룡해에게 빌린 돈으로 <좋은 친구들>이라는 영화제작사를 만들었다.

<좋은 친구들>은 에로비디오뿐만 아니라 성인영화들을 제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강산이 영화 제작비가 부족하거나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최룡해는 강산을 도와주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강산의 성공으로 투자자인 최룡해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다.

최룡해는 강산에게 계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아무튼, 전생에서 강산과 최룡해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사적으로는 친구, 아니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형제처럼 지냈다.

최룡해는 대부업으로 돈을 모은 뒤, TCN이라는 종합 편성채널과 온라인 신문사 T데일리, 영화배급사 T앤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관련 회사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미디어 재벌로 변신했다.

미디어계의 거물이 된 최룡해는 강산이 영화계에서 흥행감독이자 성공한 제작자로 자리 잡는데 배경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갑자기 최룡해가 강산에게 50억의 연대보증을 부탁하고, 강산은 최룡해를 도와주려고 50억 어음에 이서 해주었다.

최룡해가 최종 부도가 나면서, 최룡해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의 회사들도 연달아 부도가 나고, 강산도 연쇄 부도를 피하기 어려웠다.

소문에 따르면 ‘T’그룹 회장의 사생아인 최룡해가 ‘T’그룹의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처참하게 몰락하게 됐다는 말이 있었다.

강산이 최룡해의 연대보증 때문에 망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50억이 적은 돈이 아니지만, 강산이 그동안 영화로 벌어놓은 돈은 100억이 넘었다.

강산의 부도는 최룡해의 50억 외에도 연이은 영화투자와 주식투자 실패가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투자 실패, 주식투자 실패의 배경에 ‘T’그룹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 두려움이 있었다.

‘회귀한 이번 생에도 최룡해 사장과 인연을 같이 해야 하는가?’

강산은 최룡해 사장과는 애증이 있다.

거듭 말하지만 최룡해 사장은 자신의 성공을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이자 자신을 망하게 한 원인을 만들어 준 사람이다.

그런데 전생에 강산이 최룡해를 처음 만났던 시기는 2005년이고, 회귀한 지금은 2000년이다.

전생의 2005년에는 에로영화지만 백여 편을 만든 감독이었지만, 2000년 지금은 두 편을 만든 신출내기 감독이다.

그런데 강산이 최룡해 사장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2000년 지금도 전생의 2005년처럼 도와줄까? 아니면 무시할까?

만일 최룡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면 최룡해와 손을 잡을까? 아니면 이번에는 거절할까?

이번에 최룡해와 인연을 맺었다가 ‘T’그룹의 최영수 전무와 악연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T’그룹과 연결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튼, 이번 생은 지난 회귀 전의 삶과 같이 살지 않을 것이다.

에로 영화계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서, 에로영화가 아니라 다른 영화들을 만들어 성공할 테니 말이다.

이번 생은 절대로 회귀하기 전의 삶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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