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60화 (60/140)

〈 60화 〉 흑인 남자: “Hey, baby!”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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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촬영 시작일이다.

류재일은 앤드류와 같이 이만이 집 반대편에서 카메라를 고정하고 폴은 이만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하루>의 첫 씬은 이만이 꽃집으로 아르바이트하러 걸어가는 장면이다.

이만은 집에서 나와 걸어가는 씬을 10번이나 넘게 반복해야 했다.

“앤드류,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자.”

류재일은 연기하는 이만보다 오히려 촬영하는 앤드류에게 디렉션을 걸었다.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이만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반대편 거리로 장소를 이동해서 원거리로 촬영했다.

앤드류는 고정된 카메라로 카메라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가져가고, 폴은 등산용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고 이만의 앞에서 걸어가면서 촬영했다.

이만은 파란 청바지에 세 그루의 야자수 나무가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갈색의 밝은 피부가 밝게 빛났다.

햇볕도 좋고, 거리에 비치는 빌딩의 그림자도 좋아 화면에 잘 어울렸다.

늘씬한 기럭지로 경쾌하게 거리를 걸어가는 이만의 모습은 흑인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가는 것 못지않았다.

“컷. OK. 출발이 좋아요. 이만, 조금 더 경쾌하게 걸어주세요.”

이만이 꽃집에 도착하자, 꽃집 주인 부르니가 반갑게 이만을 맞았다.

부르니는 이만과 얼굴을 살짝 맞대는 비쥬 인사를 하고, 이만에게 배달할 백합 꽃다발과 주소를 전해 주었다.

이만은 백합 꽃다발을 들고는 부르니에게 이별의 손키스를 날리며 소란한 이별인사를 하고 꽃집을 나왔다.

이만이 쪽지를 펴서 배달할 주소로 확인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주소였다.

보통 때는 꽃집 근처에서 2~3블록 내에 있는 주소가 많았는데, 이번 주소는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주소였다.

앤드류가 이만이 버스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고 카메라를 철수하는 동안, 류재일과 폴은 버스를 타는 이만을 따라 나섰다.

류재일과 폴은 등산용 배낭을 내리고, 이만이 백합 꽃다발을 든 채로 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정면에서 촬영하였다.

이만은 카메라를 보고 깜짝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무심한 듯 버스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고 카메라는 이만의 시선을 따라 지나가는 풍경을 담았다.

폴은 다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이만이 내리는 역에서 이만의 앞에서 먼저 걸어갔다.

이만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와 백합 꽃다발을 들고 거리를 걸어갔다.

거리에 있던 남자들이 이만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휘파람을 불고, 어떤 남자들은 이만에게 말을 걸었다.

백인여자들도 캣콜링을 당하지만 이만은 흑인이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더해지는 것인지 백인 여자들보다 캣콜링을 받는 일들이 더 많았다.

여자들이 받는 기본 캣콜링에 인종차별이 추가된 이중차별 버전이라고나 할까?

“Hey, baby(예쁜이)!”,

“Hey, how’s it going(요즘 어때)?”

“Do you wanna play(한판 할래)?”

이만은 캣콜링을 하는 남자들을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이만이 이런 일을 당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내공까지 생겼다.

서툴게 대응하다가는 다른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절대로 웃어서는 안 된다. 정색하고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만은 꽃 배달을 하는 집 주소를 발견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에게 백합꽃 한 다발을 전해주고 여자가 주는 팁을 잊지 않았다.

*   *   *

이만이 지하철역에서 나오자, 어디에선가 이상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만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나오는 다른 사람들도 냄새가 역겨운지 인상을 찌푸리고 지나갔다.

대마초 냄새다.

2,000년 뉴욕은 아직 대마초가 합법화되지 않았지만 길거리 곳곳에서 대마초 냄새가 진동한다.

서너 명이 모여 대마초를 피우면 멀리 있는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냄새가 멀리까지 퍼진다.

이만은 대마초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마초의 냄새는 가난의 냄새처럼 상류층들이 사는 곳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많이 났다.

이만은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그랬듯이 냄새가 나는 곳을 벗어나려고 달리듯이 서둘러 발을 옮겼다.

류재일은 이만의 표정에서 이만이 흥분했다는 것을 알았다.

거리에 앉아서 이만에게 캣콜링을 하는 남성들도 이만에게 말을 걸 수도 없을 정도로 빨리 걸었다.

이만의 앞에서 촬영해야 하는 폴은 이만을 따라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입구에서 이만을 기다리던 앤드류는 이만이 자신이 촬영하는 장소를 그냥 지나치자, 이만을 뒤따라가는 류재일을 불렀다.

“헤이! 제이! 큰일 났어.”

“앤드류, 왜?”

“이만이 그냥 지나쳤어”

“알고 있어. 이만이 조금 흥분한 것 같아.”

“그럼 어떡하지. 카메라를 철수할까?”

“아냐. 앤드류, 조금만 기다려. 내가 빨리 가서 이만을 다시 데려올게.”

“OK. bro.”

달리듯이 앞만 보고 가고 있는 이만을 잡으려고, 류재일은 이만을 쫓아가서 이만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이만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손을 잡은 제이를 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류재일은 자신이 이만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멋쩍게 이만의 손을 놓았다.

“이만, 조금만 쉬었다 가자.”

“아~ 제이. 미안”

“괜찮아.”

“내가 너무 흥분했지”

“아냐. 내가 달리기를 못해서 그래. 이만 너는 정말 잘 달리더라. 따라잡기 어렵더라고. 하마터면 너를 놓일 뻔 했어”

“미안, 미안, 제이 내가 조금 흥분했어. 대마초 냄새를 참을 수 없었어.”

“대마초 냄새가 역겹기는 하지.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자.”

류재일은 대마초 냄새 때문에 동선을 이탈했다는 이만에게, 자기도 대마초 냄새가 싫어한다고 하면서 이만을 안심시켰다.

류재일은 이만이 조금 진정되자, 다시 돌아가자고 이만에게 말했다.

이만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나오는 장면부터 다시 연기하기 시작했다.

폴과 앤드류는 지하철 입구에서 기다리고 이만은 다시 자연스럽게 걸어갔다.

지금까지는 예정된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도시의 네온들이 하나둘씩 켜지고 이만이 걸어가는 이 길에서도 캣콜링이 있었지만 여유롭게 무시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버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이만은 옷을 갈아입고 서빙을 하는 장면을 짧게 촬영하고는 이만이 아르바이트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스토리보드를 수정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어둠이 내려면, 거리에는 각종 네온사인과 불빛들이 켜지고 동네 양아치나 불량배, 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몸을 파는 창녀들도 거리에 나온다.

뉴욕의 밤과 도시의 뒷골목, 혼자 걸어가는 흑인여자.

모든 여자가 범죄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뉴욕의 밤거리를 여자 혼자 걸아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제이, 밤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어두운데. 이전에 답사 왔을 때와는 너무 달라. 가로등도 불이 나간 것도 있어서 거리가 너무 어두운 블록이 있어. 조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촬영해야할 거리를 체크하고 온 앤드류와 폴은 어두운 밤거리에서 연기해야 하는 이만보다 카메라 조명이 더 걱정이다.

“어차피 다큐로 찍는 거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어설프게 조명을 맞추려 하다가는 차이가 너무 심하게 될 거야.”

류재일과 앤드류, 폴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이만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강산과 일행이 있는 곳으로 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동안 그새 화장도 고쳤는지 피곤에 지쳐있던 얼굴이 다시 화사해졌다.

류재일은 다시 깨끗하게 정리된 이만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만, 이제 끝났어.”

“그래. 다 정리했어. 제이, 촬영은 언제 시작할거야?”

“30분 후에 시작할거야. 이만 쉬는 동안 화장 좀 고쳐줄 수 있어?”

“왜? 화장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게 아니고. 지금 시간이 피곤해질 시간인데 화장이 너무 깨끗해서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시 고치고 올게”

류재일은 촬영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이만은 화장을 고치고 매장 안으로 나왔다.

조명과 촬영을 맡고 있는 앤드류가 이만에게 물었다.

“이만, 밖이 너무 어두워서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 때도 항상 이 길로 간 거야.”

“처음에는 그랬어. 요즘에는 조금 돌아서 가지만 버스를 타고 가지”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아냐. 그런 일은 없었어. 굳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버스를 타고 다녔어”

“그럼, 이 장면이 위험한 거야?”

“위험하다기 보다는 귀찮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거야”

오늘을 촬영을 위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갈 예정이다.

류재일이 답사를 하고 돌아와서, 앤드류와 폴, 이만에게 촬영 시작을 알렸다.

앤드류가 카메라 위치를 잡고, 폴은 가방을 메고 이만은 걷기 시작했다.

뉴욕의 밤, 뉴욕은 밤의 도시라고 한다.

뉴욕의 밤거리는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뉴욕 지하철 시스템, 버스가 있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크고 작은 전광판 불빛들로 가득하다.

거리의 가게에도 불이 켜지고, 거리에는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저마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카메라는 다양한 네온사인과 전광판을 조명으로 그 아래를 걸어가는 이만을 여러 각도로 촬영했다.

위험한 장소에 가면 누구나 의심병 환자가 된다.

갑자기 이만의 앞에 나타난 노숙자에게 놀라 이만은 몸을 멈칫했다가 단순한 노숙자라는 것을 알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코너를 돌자 거리에는 조금 어두운 거리가 나왔다.

거리에는 가로들 사이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서성거리고 있었다.

몸집이 크고 배가 나온 사람부터 민머리의 스킨헤드, 온몸에 문신을 하고 대마초를 피우는지 역한 냄새가 났다.

이만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휘파람이 들려왔다.

“Hey, baby(예쁜이)!”,

“What’s up beautiful(무슨 일이야. 예쁜이)!”

“Damn(이런)!”

도로변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 계단에 앉아 잡담을 나누던 남자, 이만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들이 이만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흑인 남자는 말도 하지 않고 이만의 옆에서 몇 분이나 같이 걷기도 했다.

“헤이, 뷰리펄. Do you wanna play(한판 할래)?”

어떤 백인 남자가 이만을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걸었다.

“백 달러?”

“......”

“천 달러. 어때?”

“네가 돈을 왜 주는데?”

이만은 더 이상 남자의 말을 들어주기 어려운지, 가던 길을 멈추고 따라오는 남자에게 말했다.

갑작스런 이만의 반격에 당황한 남자가 말을 더듬거리자, 이만은 당황한 남자를 뒤로하고 앞으로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번 영화의 제일 난코스가 나타났다.

한 블럭의 거리가 리모델링 공사로 상점들의 불빛이 사라지고, 가로등만이 어두운 밤거리를 조금씩 비추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는 흑인남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폴은 이만의 앞에서, 류재일과 앤드류는 멀리서 이만을 촬영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등치가 큰 흑인 남자가 이만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만이 왼쪽으로 비켜서 지나가려고 하자 그 남자는 왼쪽으로 막고 이만이 다시 오른쪽으로 비껴가려고 해도 오른쪽을 막았다.

이만을 어린아이 다루듯이 장난하는 친구를 보고, 옆에서는 휘파람을 부는 소리와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가 이만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헤이 뷰리펄 베이비, 컴온. 나하고 이야기 좀 해.”

“가게 해줘요.”

“그러니까 이야기 좀 하자고”

“당신하고 할 말 없어요. 나를 보내줘요.”

“당연히 보내줄게. 사는 곳이 어디야.”

흑인 남자는 이만을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만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고 애써 보았지만 남자의 손에서 빠져 나갈 수 없었다.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이만의 눈을 마주쳤다.

“이제 이야기 좀 해볼까?”

“손 놓으라고! 이 해변 창녀 자식아.”

“뭐라고! 너 뭐라고 했어!”

“Idaa(날 내버려 둬)! ####  #####  #####”

화가 난 이만은 소말리아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만과 남자가 언성을 높이자, 두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흑인 남자는 이만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화난 얼굴이나 억양을 보고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흑인 남자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헤이 베이비. 방금한 말 영어로 다시 해봐.”

“......”

이만은 갑자기 총을 꺼내든 남자에게 더 이상 소말리아 욕을 하지 못했다.

이때 뒤에서 비니를 쓴 흑인 남자가 나타났다.

“그만! 아이작. 이제 충분해. 아가씨는 네게 가게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잖아”

비니를 쓴 흑인 남자는 이만과 양아치 사이로 들어와서, 권총을 든 손을 잡고 아래로 내리게 했다.

“아이작. 나는 이 아가씨를 배웅하고 올게”

비니를 쓴 남자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이만을 빼내고 이만과 같이 걸어갔다.

어느 정도 무리들과 멀어졌다고 생각하자, 비니를 쓴 남자가 이만에게 말했다.

“레이디. 아무리 화가 난다고 그렇게 심한 욕을 하면 안 되지”

“당신, 소말리아 말을 알아요.”

비니를 쓴 남자는 웃으며 이만에게 말을 하고 돌아섰다.

“Nabadeey(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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