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57화 (57/140)

〈 57화 〉 안정민: 이거 너무 당황스러운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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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6일째,

강산은 일어나자 너와집에서 촬영해야하는 씬들의 스토리보드와 실제 촬영한 씬들을 체크하면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회귀한 후에 느끼는 것이지만 육체는 젊어졌지만 기억력은 젊었을 때처럼 총명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침에 산책하는 것처럼 반복해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너와집에서 출발준비를 하라고 했다.

오늘은 너와집에서 돌아가는 도중에 3개의 씬을 더 촬영하고 마무리 할 예정이다.

<남수 이야기>는 대부분의 장면이 너와집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이지만 가능한 좁은 공간의 느낌은 주지 않으려고 다양한 야외 장면들을 많이 담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촬영을 종료하고 나면 항상 부족한 장면들이 나온다.

20년이 넘는 작품 활동 중에도 후회가 남지 않았던 작품은 많지 않았다.

주인아저씨가 10시정도에 너와집으로 돌아오자, 나머지 잔금인 10만원을 지급하고 너와집을 떠났다.

*   *   *

강산과 일행들은 산등성이 끝에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펜션 힐링하우스에서 너와집으로 넘어올 때, 미리 보아둔 장소였다.

산등성이에 있는 소나무 한그루와 푸른 하늘.

이 장면은 강산이 어렸을 때 보았던 <모정 1955>의 한 장면에서 차용한 이미지다.

영화 모정에서는 모정의 언덕의 나무 한그루에서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사랑을 약속하고 이곳에서 헤어진다.

소나무가 있는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낭떠러지가 아니라 바로 산책로 같은 낮은 경사로가 이어진다.

강산은 이곳이 좀 더 극적인 장소로 보이고 싶었다.

산등성이 넘어 푸른 하늘이 보이도록 카메라의 각도를 조정하고, 산등성이에서면 시야에 낭떠러지가 나오게 편집할 것이다.

“저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현실세계로 넘어가는 것이에요. 정학의 가족들은 남수를 넘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해요. 전에 말했듯이 남수가 넘어가면 가족들은 모두 소멸하게 되요.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남수가 선을 넘는 것을 죽을힘을 다해 막아야 하는 것이죠. 자, 이해되셨어요. 이제 시작할까요.”

남수는 얼굴에 땀이 가득한 채로 언덕아래에 나타났다.

가은이 말한 소나무와 산등성이를 확인하고, 가은이 말해준 대로 산등성이를 넘어가려고 하는데 남수 앞에 정학이 막아섰다.

“아저씨. 지나가게 해 주세요.”

“그건 안 되지. 내가 말했잖아. 남의 구멍 좋아하다가 신세 망친다고 말이야.”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릴게요.”

“남수씨. 한 마디 말로 이 상황을 되돌리기는 너무 늦은 거 아니... 이런”

남수는 정학이 말하는 동안, 방심한 틈을 빌어 갑자기 산등성이를 향해 달려갔다.

당황한 정학은 남수의 등을 향해 창을 던지고, 남수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려고 할 때, 정학의 창이 남수를 덮쳤다.

“앜!”

남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산등성이 앞에서 천천히 쓰러진다.

“컷, OK요. 남수가 죽는 장면들은 2시에 정학의 집에서 깨어나는 씬과 같이 편집할 거예요. 이제부터 정민이 형은 좀 더 과장해서 죽는 연기를 해 주세요. 이제는 죽어도 타임 트랩으로 다시 살아날 것을 알거든요.”

“넵, 감독님!”

안정민은 좀 더 과장해서 죽는 연기를 해 달라는 강산의 말에 장난하듯이 과장해서 대답한다.

강산은 가볍게 무시하고 촬영 시작을 알렸다.

“레디 액션”

남수는 얼굴에 땀이 가득한 채로 언덕아래에 다시 나타났다.

‘설마 여기서 나오진 않겠지?’

남수는 혼잣말을 하며, 가은이 말한 소나무와 산등성이를 확인하고는 두리번거렸다.

서둘러 산등성이를 넘어가려고 하는데, 남수 앞에 정학이 막아서자 남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저씨. 지나가게 해 주세요.”

“내가 말했지. 남자가...”

“남자가 구멍 좋아하다가 신세 망친다는 말이요.”

“아무튼 안 돼?”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드릴게요.”

“남수씨. 한 마디 말로 이 상황을 되돌리기는 너무 늦은 거 아니... 이런”

남수는 갑자기 정학의 창을 빼앗아 산 아래로 던져버리고, 산등성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놀란 정학이 창을 주우려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남수의 얼굴에는 득의의 미소가 번졌다.

남수는 마라톤 결승선의 테이프를 끊듯이 두 손을 들고 환호하려고 하는데 산등성이에 혜란과 가희, 가은이 나타난다.

혜란은 부엌칼을 들고, 가희는 낫, 가은이는 과도를 들고 남수에게 달려들자  남수가 ‘캭’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잠시 후, 강산은 ‘컷 OK’를 했다.

“컷, OK요. 잠시 쉬었다가 남수가 산등성이로 달려오는 씬부터 다시 촬영할게요.”

남수는 정학을 밀치고 쓰러지는 정학을 뒤로하고 산등성이를 달려오다가, 혜란과 가희, 가은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혜란과 가희, 가은이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나타나자, 남수는 가은과 눈을 맞췄다.

순간, 남수의 머리에 가은이 건넌방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산등성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세요.’

남수가 가은을 향해 달려가자 가은은 남수에게 길을 열어주고 혜란과 가희를 막았다.

남수가 산등성이를 넘어가자, 혜란, 가희, 두 사람을 막고 있던 가은과 멀리서 지켜보던 정학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남수를 바라보다가 사라진다.

“컷, OK요. 이제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게요.”

*   *   *

남수이야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강산과 일행들은 서둘러 너와집으로 올 때, 차를 두고 온 장소로 갔다.

인적이 드문 장소라서 그런지, 에쿠스와 봉고는 그늘진 장소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강산은 스텝들에게 말했다.

“이제 두 씬만 더 촬영하면 촬영종료입니다. 30분만 쉬었다가 다시 갈게요.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스텝들이 그늘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강산은 배우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말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감독도 수고가 많았소.”

“저희는 이제 출연하지 않는 건가요?”

“네. 이번에 촬영하는 두 씬은 정민이 형만 출연하니까요. 다른 분들은 푹 쉬셔도 됩니다.”

강산이 배우들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하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선우혜가 강산에게 물었다.

“감독님! 출연료는 언제 지급 되는가요?”

선우혜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일이 다 끝났으니 출연료 입금이 언제 되는지를 묻었다.

평소 선우혜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 줄때까지 기다렸겠지만 지금은 아이들 문제로 전남편과 대립하고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선우혜의 질문에 다른 배우들의 시선이 강산에게 모였다.

강산은 주위를 돌아보다 나무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김두호에게 물었다.

“김두호 부장님. 배우님들 출연료가 언제 입금될까요?”

“다음 주 까지는 입금되도록 할게요.”

“들으셨죠. 우리 제작부장님이 다음 주 까지 입금된다고 합니다.”

“전액인가요. 아니면 일부인가요?”

“네? 선배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애플 지급방식이 독특하다고 해서요.”

애플 이덕배 사장은 과거에 대한 소문이 무섭게 나서 그렇지, 금전관계는 누구보다 깨끗했다.

이상한 이야기들은 박두철 감독이 관련된 이야기다.

박두철 감독은 항상 배우들의 출연료나 스텝들의 임금을 다주지 않고, 어느 정도 남겨놓고 주었다.

그래야 자신을 말을 잘 듣고,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스텝들이야 박감독하고 항상 같이 일을 해서 기다릴 수 있지만 배우들은 언제 다시 작품을 같이 할지 기약이 없다.

박두철의 지급방식은 곤란한 면이 많았다.

그것도 누구는 전액을 주고, 누구는 반액만 주고, 특별한 기준도 없이 사람을 차별해서 뒷말이 많았다.

누구는 박두철에게 몸을 팔아서 다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입금해 달라고 대들다가 박두철에게 찍혀서 다시는 부르지 않는다고 하고,

그래서 애플과 일하는 배우들은 항상 언제 입금을 완료해 줄 것인지가 궁금했다.

감독이 박두철이었다면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강산과 며칠 동안이지만 같이 지내다보니 돈 가지고 장난칠만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 그것은 감독인 제가 책임지고 전액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강산의 말을 듣고 있던 안정민이 강산의 어깨를 ‘툭’ 쳤다.

“좋았어. 강감독.”

“무슨 당연한 일을 가지고. 참! 정민이형. 지금 입고 있는 하와이 셔츠는 갈아입지 마세요.”

“지금 옷은 땀에 절여있고 피까지 묻어 있는데?”

“그래서 필요해요.”

“강감독이 일전에 남수가 자동차에서 깨어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모든 것이 남수가 꾼 꿈이라고”

“맞아요. 정민이 형. 제가 일전에 남수이야기는 남수가 꾼 꿈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하는 말이야. 남수는 사고 날 때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지.”

“정민이 형. 많이 달라졌네요.”

“뭐가?”

“다현 이야기를 촬영할 때는 내가 황당한 지시를 해도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던데, 지금은 궁금한 게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말해주지 않겠다는 거야.”

“아뇨. 정민이 형. 제가 일부러 형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 남수이야기는 꿈인지, 현실인지 애매모호한 미스테리 이야기예요.”

“나는 남수가 꾸는 꿈인 줄 알고 마음대로 연기했는데?”

“덕분에 정민이 형,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형이 틀에 박힌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서요. 일부러 남수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 거예요.”

“지금은 왜 말해 주는데?”

“지금은 남수가 당황하는 연기를 해야 할 타임이거든요. 남수가 차 안에서 깨어났는데 이 상황이 이상한 거예요.”

“뭐가?”

“남수는 산등성이를 넘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외치면서 오열하다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때 강감독이 나에게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 있다가 쓰러지라고 했잖아?”

“편집점을 잡으려고 했어요. 뒤를 돌아보는 장면에서 가은과 혜란, 가희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하죠. 남수가 갑자기 쓰러진 장면에서 암전을 걸었다가 교통사고가 난 차에서 깨어나게 된 거에요.”

“그거하고 하와이 셔츠하고 무슨 상관인데?”

“남수는 그 동안 너와집에서 벌어진 일들이 꿈이었나 싶은 거예요. 그런데 땀에 절여진 셔츠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너와집에서 벌어진 일들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혼란한 거예요.”

“너무 당황스러운데”

“하하하. 그런 감정으로 연기해 주세요.”

에쿠스 위에 나뭇가지들을 올리고 황토들을 뿌리고 사고가 난 것처럼 세팅한 후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남수는 자동차에서 깨어나자, 꿈을 꾼 것 인줄 알고 안심하다가 자신의 하와이셔츠에 묻어있는 피와 팔 다리에 상처를 보고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는지 혼란스럽다.

남수가 진실을 알기위해 너와집을 찾아갔지만 너와집이 있는 곳에는 빈 공터만 남아있다.

남수가 절규하는 컷을 촬영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컷, OK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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