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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56화 (56/140)

〈 56화 〉 류재일; 내 영화에 출연해 줄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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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는 건넌방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가은이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가은이 때문에 정학에게 당하는 것을 반복하자, 아예 가은이가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남수는 가은이를 돌려보내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상한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

강원도 산길을 가다가 로드킬을 피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우연하게 들린 이상한 집에서 하루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집 가족들이 조금 이상하고 무언가 불편하다.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서 그런지 잠을 이루려고 해도 잠을 자지 못하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있었다.

보름달인지 밝은 달빛이 건넌방을 비추고 있다.

남수는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산책이나 하려고 건넌방을 나왔다.

달이 밝아서 산책이나 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얼마가지 못하고 너와집으로 돌아왔다.

건넌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 주위를 서성이는데, ‘촤악’ ‘촤악’ 하고 어디서 물을 끼얹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남수는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아갔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소리처럼 들렸지만 남수의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소리를 따라 걸었다.

너와집의 뒤편을 걸어가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발견했다.

불빛은 부엌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수는 부엌 창가로 다가가서 슬그머니 부엌 안을 바라보았다.

뿌연 증기 속에서 누군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시야가 흐려 누군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뿌연 김이 달빛에 내려앉자 목욕하는 사람의 뒷모습이 드러났다.

며느리 은숙이다.

은숙이 쪼그리고 앉아 물을 끼얹을 때마다 안개 같은 뿌연 김이 일어나 벌거벗은 육체를 가렸다.

은숙이 커다란 고무대야에서 물을 떠서, 달빛에 반사되는 육체에 물을 끼얹을 때마다 남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은숙의 몸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카메라는 봉당의 안쪽 구석에서 은숙의 등 뒤를 잡고 천천히 물을 긷고 몸을 닦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갑자기 은숙이 인기척을 느낀 듯이 소리쳤다.

“누구야!”

은숙의 비명소리에 밤의 정적이 깨어지고, 안방에서 정학이 ‘무슨 일이야!’ 하고 소리친다.

정학이 다급하게 안방 문을 열고, 멧돼지 창을 들고 밖으로 나온 정학은 소리가 난 부엌으로 달려왔다.

정학이 수건으로 가슴을 가리고 벌벌 떨고 있는 은숙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저, 저, 저기!”

은숙이 부엌 창문을 가리킨다.

정학은 무슨 일인지 알았다는 듯이 부엌을 나와서 부엌 뒤로 돌아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학은 온 집안을 뒤집어 놓으며 수색하다가 뒤뜰 장독대에 숨어있는 남수를 발견했다.

“이 개** 내가 구멍을 가리라고 그렇게 말했지”

“오해예요. 아저씨.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을 뿐이에요.”

“오해는 무슨 오해야!”

정학은 남수의 말을 일거에 무시하고 남수의 배에 창을 찔렀다.

남수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강산은 ‘컷 오케이’를 했다.

“다음 씬 부터는 장민호 선생님과 안정민 배우하고 촬영할게요. 선우혜 선배님은 부엌 안에서 ‘누구야!’하고 외쳐주시면 됩니다. 그럼 ‘누구야!’를 신호로 남수가 도망가면 정학이 남수를 쫓아가는 것으로 오늘 촬영을 마무리 할게요. 내일 낮에는 가족까지 함께 남수를 쫓을 거예요.”

남수와 정학은 쫓고 쫓기는 씬을 반복했다.

남수가 너무 빨리 달려서 정학이 따리 잡지 못하거나, 남수가 도망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씬 등 다양한 상황을 반복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컷, OK입니다. 오늘 촬영을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

류재일은 뉴욕대(NYU) 석사 과정을 다니면서, 독립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뉴욕대 대학원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영화를 만들게 했다.

수업은 영화 감상과 토론으로 이루어지지만 학기별 과제나, 졸업논문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게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으로 학기별 시험이나 졸업논문을 대신하고 각종 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한다.

선댄스 영화제 단편영화 섹션 중에 NYU의 졸업논문작품이 매년 여러 편이 출품되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관련 있다.

류재일이 기획하는 이번 단편 영화도 학교 과제 때문에 만들려고 한다.

시간은 25분에서 30분 정도로 내용은 아주 심플하다.

아프리아계 흑인 여자가 미국 뉴욕에서 하루 동안에 발생하는 일들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인종차별 중에서도 아프리카계 흑인, 그리고 흑인 여성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이중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현재를 살아가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에게 비춰지는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생들이 만드는 단편 영화의 특성상, 최소의 비용과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한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한다.

류재일은 소수의 스텝으로 촬영할 수 있는 소재와 장소, 배우가 움직이는 동선을 구상했다.

그래서 지난번에 류재일의 단편영화를 같이 만들면서 호흡을 맞췄던 앤드류와 폴이 참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주연배우이자 유일하게 출연하는 여자배우였다.

이 외에는 출연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섭외하거나 출연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줄이려고 구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연배우가 중요했다.

류재일은 평범한 여자지만 평범하지 않고, 미소가 아름다운 흑인 여자가 필요했다.

관객들의 시점에서 한 여성, 한 흑인여성에게 벌어지는 경험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 필요했다.

류재일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흑인여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평범함이 오히려 쉽지 않았다.

류재일은 무명의 흑인 모델을 생각하고, 에이전시에 소속된 모델들의 사진들을 검색하기도 하고 직접 모델 에이전시에 가서 확인하기도 했다.

할렘 가의 거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흑인 여성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는 여성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배우나 여성은 찾을 수 없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실 뒤쪽에 류재일과 앤드류, 폴이 주연 여배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제이, 주연 배우는 정했어. 촬영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아직 정하지 못했어.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찾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렵네.”

“제이, 나는 이번 달까지 밖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알고 있어, 폴”

“제이,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데서 찾아보는 것은 어때?”

“앤드류, 무슨 말인데?”

“여배우 말이야?”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이만 시아드”

“이만 사이드?”

“그래! 이만이 있었지. 이만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만? 아깝지만 이만은 안 돼. 이만은 샘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더라고”

“아깝네. 제이의 영화엔 이만이 딱 인데 말이야.”

“잠깐만 폴! 샘이 지난주에 촬영을 다 끝내고 지금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맞아 앤드류. 샘이 지난 주말에 촬영이 끝났다고 바에서 스텝들하고 파티를 했어.”

“이런 상황이라면 이만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운명 같은데. 제이,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때”

류재일과 폴, 앤드류는 학교에서 수업을 같이 받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의 이만 시아드를 단편 영화의 주인공으로 생각했다.

이만 시아드는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소말리아 특유의 팔 다리가 길고 부드러운 갈색 피부를 가진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다.

소말리아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만은 8살 때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이만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벌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항상 바쁘게 사느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류재일은 이만이 샘 맨데스의 단편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만은 생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앤드류가 이만을 언급한 이후, 다른 배우들을 생각해 보았지만 영화의 이미지나 결과를 생각하면 이만 외에 마땅한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류재일은 이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만, 시간이 있으면 커피나 한 잔 할까?”

“아~ 제이, 지금 조금 바쁜데, 아르바이트를 가야해서 어려울 거 같아. 다음에 시간 되면 같이 하자.”

류재일의 뉴욕대 대학원 친구들은 재일이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서, 재일을 제이라고 불렀다.

덕분에 류재일의 영어 이름은 제이 류가 되었다.

류재일도 자신의 이름을 재일이라고 반복해서 설명해도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제이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만, 몇 분이면 될 거 같은데?”

“음... 1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어”

수업 교재를 정리하고 백 팩을 어깨에 멘 이만은 손목시계를 보다가 재일에게 말했다.

“10분이면 충분해. 이만에게 제안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학교 과제 있잖아. 이번 학기 말까지 단편영화 한편을 만들어 제출하거나 배우나 스텝으로 참여해야 하는 거 말이야.”

“알고 있어. 그게 왜?”

“이만, 네가 내 영화에 출연해 줬으면 해서 말이야.”

“쏘리, 제이. 나는 다른 작품에 출연하기로 했어. 샘 맨더스.”

“알고 있어, 이만. 샘의 작품이 지난주에 촬영이 끝냈다는 것도.”

“......”

“이만, 내 작품에도 출연하는 것은 어때?”

“제이, 미안하지만 네 작품에는 출연할 수 없어.”

“왜?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거야.”

“미안해. 제이, 네가 말하는 작품이 내 마음에 든다고 해도 나에겐 그림의 떡이야.”

“이만, 내가 만들려고 하는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절하는 것은 어때?”

“쏘리, 제이. 네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이 흔들리면 그게 더 힘들어. 나는 돈을 벌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다른 친구들하고는 입장이 달라.”

이만이 거절하자, 류재일의 마음이 다급해진다.

“샘의 작품에는 출연했잖아”

“샘의 작품에 출연한 것은 네가 말한 과제 때문이야. 학교를 졸업하려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샘의 영화에 출연하려고 시간을 빼느라 너무 힘들었어.”

“한 번만 시나리오를 읽어봐 줘. 읽고 나서도 거절하면 포기할 게”

“미안, 시간이 다 됐어. 이제는 출발해야 해.”

이만은 류재일과 대화를 하면서 자꾸 시계를 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이만의 신호다. 이만은 류재일에게 미안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이, 내게 제안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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