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53화 (53/140)

〈 53화 〉 고희윤: 왜 류재일은 오빠고, 강산은 선배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정학의 멧돼지 씬을 촬영을 마치고,

강산은 건넌방에서 가은이 남수를 유혹하는 씬과 은숙이 목욕하는 씬, 남수가 몰래 훔쳐보다가 정학에게 쫓기는 씬들을 연이어 촬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스텝들과 배우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오늘 아침부터 너와집으로 이동하느라 강행군을 한데다, 쉬지도 못하고 촬영을 계속하느라 피곤한 것 같았다.

가은이 남수를 유혹하는 씬을 촬영하기 위해 건넌방에서 촬영 세팅을 하는 스텝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잠시 쉬는 동안 다리가 굳어졌는지, 일어나려고 하는데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나고, 움직이는 몸들이 무거워보였다.

강산이 주위를 둘러보니, 스텝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한 채 졸음과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잠깐만요. 오늘 촬영을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시고 내일 아침 10시부터 촬영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강산은 스텝들에게 오늘 촬영을 마치자고 하고 촬영을 종료했다.

이런 상황에서 촬영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예전이라면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스텝들을 갈아서라도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를 원투 데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믿지 않겠지만 영화 일을 한지도 이십년이 넘는다.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잘못해서 스텝들 중에서 한 사람이도 탈이 나면 대체할 인력도 없다.

스텝들과 배우들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나흘째 계속 이어지는 강행군에 ‘피로’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피곤한 것은 강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스텝들과는 달리 회귀했기 때문인지, 감독이라는 책임감이 다르기 때문인지,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텝들이 잠자리를 만드는 동안, 강산은 집주변을 산책하며 내일 촬영할 씬들을 구상했다.

은숙이 목욕하는 장면은 전생에 보았던 집 근처의 우물가나 집 근처에 흐르는 개울에서 촬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 근처에 우물이 보이지 않았다.

근처 개울에서 촬영하려고 개울을 찾았지만 개울이 깊지 않아서 촬영장소로 마땅하지 않았다.

개울물에서라도 촬영하려고 손을 담가 보니, 개울물이 너무 차가웠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으로 설정을 급하게 수정하고, 대안으로 부엌을 생각했다.

목욕하는 장소로 부엌에 목욕 나무대야를 놓고 달빛이 들어오는 카메라 각도를 구상하였다.

부엌보다는 부엌 옆에 봉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넓어서 은숙이 목욕하는 장소로 정했다.

봉당의 실내공간이 부엌보다 넓어서 스텝들이 촬영 장비들을 설치하기에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은숙이 봉당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남수가 창 밖에서 엿보려면 밖으로 난 창문이 있어야 하지만 창문이 없었다.

강산은 고민하다가 달빛은 조명으로 대신하고, 은숙이 목욕하는 장면과 누군가 엿보는 인기척을 느끼고 은숙이 목욕을 하다가 놀라는 장면은 안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남수가 밖에서 은숙을 엿보는 장면은 부엌 창문에서 별도로 찍고, 나중에 편집할 때 이어 붙이기로 했다.

*   *   *

고려 호텔의 연회장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곡 제1번의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현악 4중주는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4대의 현악기로 연주하는 실내악곡을 말한다.

여담으로 차이코프스키는 초연을 할 때마다 실패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 곡은 초연부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연회장 입구에는 돌잔치를 하는 아이의 사진들과 아이와 부모가 같이 한복을 입고 촬영한 돌 기념 가족사진들이 사진 전시회를 하듯이 걸려 있었다.

‘첫돌 최지희’

연회장 안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부부가 돌잔치 상위에 예쁘장한 여자 아이를 두고, 돌잔치 전문 사진사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빠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호남형에 키가 훤칠하고, 엄마는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우아한 미소가 아름다웠다.

연회장 안에는 5~6인용 테이블이 스무 개 남짓 되었고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과 불렀는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성급 호텔인 고려 호텔에서 벌어지는 돌잔치라서 그런지, 돌잔치 분위기나 코스요리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수현아! 어서와 여기 앉어. 언제 왔어?”

“정희야. 방금 왔어. 지희 돌잡이는 끝났어?”

“아직 시작하기 전이야.”

“다행이네. 늦은 줄 알았는데”

요즘 신인 여배우로 인기가 높은 고희윤이 나타나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강대 영화과 동기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고희윤의 본명은 강수현이다.

고희윤은 사슴 같은 큰 눈망울과 청순한 외모로 데뷔하자마자 ‘넘사벽 미모’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찌감치 스타 반열에 올랐다.

고희윤은 돌잔치의 호스트인 하영란의 학과 동기이자 단짝 친구였다.

“수현아, 너 카메라 맛사지를 받더니 갈수록 예뻐진다. 너무 눈부셔서 눈이 아파 살겠어.”

“반갑다. 수민아. 너도 예뻐졌다.”

“어때? 수현아. 네가 보기에도 쌍수가 예쁘게 자리 잡았지”

고희윤의 대학 동기들은 예명인 고희윤이라는 이름보다 강수현이라는 본명이 입에 붙었다.

수민이라고 불렸던 친구가 자신의 쌍꺼풀을 가리킨다.

“그래. 자연스러워”

“참! 요즘 주말드라마에 새로 들어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시간이 났네?”

“운이 좋았어.”

그때, 하영란이 손님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하다가, 고희윤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다가와 포옹했다.

“수현아, 네가 못 올 줄 알았는데, 와 줘서 고맙다.”

“조카 지희 돌인데 당연히 와야지. 영란아. 몸은 어때?”

“괜찮아.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다른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올게. 조금만 기다려”

“그래”

하영란이 다른 테이블로 가자, 고희윤은 자리에 앉아 친구들의 수다를 듣고 있었다.

고희윤이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만 해도 대단한 발전이다.

고희윤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빼어난 미모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말 수도 많지 않은데다 낯을 가려서, 친한 사람 말고는 말도 섞지 않았다.

연예계 데뷔이후에도 시크하고 도도한 매력으로 ‘얼음미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테이블에 있는 친구들은 미녀들의 수다의 시작을 알리는 서로의 미모를 칭찬하는 기본예의 타임이 지나간다.

서로의 근황을 묻는 토크도 지나가고, 돌잔치의 주인공인 하영란의 근황토크가 이어졌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하영란은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최현철과 결혼하고는 바로 아이를 낳았다.

친구들이 취업을 걱정하는 시기에 하수연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학창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던 선배이자 백산건설 둘째 아들인 최현철과 결혼했다.

“영란이 정말 예뻐졌더라. 복도 많아. 멋진 남편에다 아이도 예쁘고, 남편 회사도 잘 나가고.”

“영란이야. 본래부터 예뻤지.”

“맞아. 맞아. 그러니까 단편영화지만 여주인공도 했지 않겠니.”

“그러게. 연기도 잘했는데 말이야. 영화하는 선후배들에게 인기도 많았잖아.”

“그래. 연기를 계속해도 괜찮았을 거야.”

“연기는 왜 그만 했지? 계속할 줄 알았는데 정희야 너 알아?”

“몰라. 누가 아는 사람 있니?”

친구들이 하영란에 대한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자, 듣고만 있던 고희윤이 한 마디 했다.

“영란이 집이 부도가 나서 힘들었어.”

“부자 집안이라고 들었는데 부도가 났었구나. 그래도 결혼을 잘했으면 됐잖아.”

“그래. 신기루 같은 인기 보다야 돈이 좋지 않겠어. 그래도 현철이 오빠 만나서 신세가 펴진 거지.”

매년 끼가 많은 미인들이 연극영화과로 들어오지만 연극영화과 출신이라고 모두가 영화배우가 되거나 방송계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부푼 꿈을 가지고 연극이나 영화에 도전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한다.

특히, 이 계열의 여자들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미남 미녀들이 모인 곳이고, 스타가 된 선후배들이 주변에 있어 눈은 높을 대로 높아지지만 현실은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결혼을 재테크처럼 부와 신분상승을 위한 '혼테크'라는 말이 다른 세계보다도 많다.

하영란은 그 어렵다는 혼테크에 성공한 것이다.

“참! 영란이하고 소문났던 선배 있잖아? 영화감독 이었는데. 이름이 뭐였지, 생각이 잘 안 나네.”

“누구 말인데?”

“그... 잘생긴 재일이 오빠하고 같이 다니던 선배 있잖아?”

“강산”

친구들이 하영란이 좋아하던 선배 이름을 묻고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자, 고희윤이 강산의 이름을 말했다.

친구들은 강산의 이름을 기억하는 고희윤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고희윤도 강산의 단편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류재일 선배는 오빠고, 강산 선배는 왜 선배야?”

“호호호. 그건 예전부터 붙인 이름이야. 재일이 오빠는 잘생겨서 오빠고, 강산 선배는 보통으로 생겨서 선배라고 불렀잖아.”

“아무튼, 영란이가 강산 선배하고 계속 만났어봐. 지금쯤 반 지하 단칸방도 벗어나지 못했을 걸”

“쉿, 말조심해, 여기는 우리만 있는 데가 아니잖아. 현철 선배 가족들도 있어.”

“누가 듣는다고 그래”

“자. 그만. 음식 나온다.”

고구려 호텔의 돌잔치 코스요리는 한식, 양식, 일식 3가지 코스 요리가 있는데 오늘은 양식으로 7~8가지 요리가 나왔다.

친구들은 코스요리가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예의를 갖춘 후에 별스타에 올린다고 소동을 벌인다.

고희윤은 친구들에게 강산의 근황을 물었다.

“수민아. 강산 선배 소식 좀 알아?”

고희윤은 영화잡지 <필림 2.0>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정수민에게 강산의 소식을 물었다.

고희윤은 강산이 만든 단편영화에 하영란과 출연한 적이 있었다.

주연이었던 하영란보다 조연으로 출연한 고희윤이 평론가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고희윤의 연예계 진출은 강산의 단편영화가 이끌어준 셈이나 다름없었다.

“몰라. 졸업하고 영화를 찍는다고 하더니, 영화가 잘 안됐나 보더라고.”

“그럼, 류재일 선배는?”

고희윤이 류재일을 묻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재일이 오빠는 항상 강산 선배하고 같이 다니지 않았어? 두 사람 단짝이었잖아”

“단짝이라고 하기 보다는 소울 메이트라고나 할까?”

“그게 무슨 말인데?”

“친한 친구란 말이야. 강산 선배가 만드는 영화에서는 항상 제일이 오빠가 촬영을 했잖아.”

“잘 모르지만 두 사람이 갈라선 거 같아?”

“왜?”

“몰라. 재일이 오빠는 미국으로 유학 갔다고 하더라고”

고희윤이 강산의 근황을 다시 물었다.

“강산 선배 소식은 몰라?”

“음... 강산 선배가 만들던 영화에서 조명을 하던 영석이 말로는 사채꾼들에게 잡혀갔다고 하더라고.”

“어머, 어떡해!”

“그래서 영란이가 강산 선배와 헤어진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니, 아이 돌잔치에 와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자. 자. 지희 돌잡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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