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정학: 남의 구멍은 손대지 말아야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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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씬들은 남수가 타임트랩이라는 설정을 이용해서 가희와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이다.
남수가 가희를 유혹하고, 가희와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단번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남수가 타임루프를 하면서 수십 번의 실패 과정을 겪은 후에 가희가 좋아하는 성적인 몸짓과 성감대를 알고 유혹한다는 설정을 유머스럽게 만들려고 하는 씬이다.
편집 본에서는 남수와 가희가 정사 중에 가은에게 들키는 장면을 보여 준 후, 다음에 이어서 보여줄 생각이다.
강산은 안정민가 이규리에게 설정을 다시 설명해 주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안정민의 연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이규리는 이전 촬영에서 감을 잡았는지, 눈빛하나 손짓하나가 섬세했다.
남수가 문지방에 걸려 발목을 삐자, 가희는 남수의 발목을 주물러 주다가 가희의 가슴을 훔쳐보던 남수와 눈이 맞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가희는 왼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남수의 뺨을 ‘짝!’하고 때렸다.
“컷. OK요. 이제부터는 연이어 찍을게요.”
남수가 가희의 다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가희가 ‘짝!’
남수가 가희의 가슴을 풀어헤치다가 가희가 가슴을 감추며 ‘짝!’
남수가 가희와 적극적으로 키스하다가 가희의 입술을 깨물었다가 ‘짝!’
이규리는 안정민을 때리는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이번 영화를 하면서 그동안 안정민에게 쌓인 원한을 깨끗하게 풀 것이다.
가희가 이를 악물고 풀 스윙하는 장면을 찍은 후에 남수가 얼굴이 돌아가는 장면들을 연달아 촬영했다.
안정민은 이규리의 손이 올라가려고만 해도 움찔거렸다.
어느 장면에서는 남수가 가희의 가슴을 풀다말고는 갑자기 일어서서 도망치기도 했다.
강산은 남수가 뺨을 맞는 컷들을 모아서, 박자에 맞춰 경쾌하게 편집할 것이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 * *
산속의 밤은 빨리 다가온다.
너와집은 이미 어두워졌다. 강산과 스텝들은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자유 시간을 갖고 있었다.
오대산으로 온지도 나흘째다.
배우들과 스텝들은 촬영 첫날에 느꼈던 낯선 감정도 조금씩 사라지고, 오래 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해지고 있었다.
남자들은 습관처럼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고, 여배우들은 화장을 고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스텝들과 어색하던 제작부장 김두호도 어느새 스텝들과 친해져서 담배와 농담을 같이하고 있었다.
김두호의 성실함에 스텝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강산은 혼자서 강제 산책을 하게 되었다.
* * *
안방에서 정학의 가족들과 남수가 저녁식사를 하는 씬이다.
이번 씬은 부엌에서 남수가 가희에게 사랑을 시도하려다가 실패하는 씬 뒤에 이어 붙여서 편집하려고 한다.
이어서 촬영하는 씬들은 남수가 사랑에 성공한 씬 뒤에 이어서 편집할 생각이다.
안방의 아랫목에는 정학이 혼자서 독상을 받고 있다.
정학의 밥상에는 소불고기와 굴비구이, 각종 김치와 나물반찬들이 푸짐하게 올라와 있었다.
윗목에는 은숙과 가희, 가은이 김치와 푸성귀가 놓여있는 밥상하나를 두고 모여 있었다.
남수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남수는 가희가 가족들에게 부엌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을까봐 긴장하고 있었다.
“이리 오시오.”
정학이 안방으로 들어오는 남수를 보고 말했다.
정학의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섞여져 있는데다, 정학의 사나운 눈빛은 보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장민호는 강산의 지시로 며칠째 수염을 깍지 않았다.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피부에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하얗게 바래져 있고, 듬성듬성 검은 수염이 섞여져 있다.
“아... 네.”
정학의 모습에 남수는 압도된 표정이다.
남수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정학이 있는 상 앞으로 가더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릎을 꿇는 행동은 안정민의 애드립이다.
안정민은 장민호의 사나운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편히 앉으시오.”
정학의 말에 남수는 재빨리 무릎을 풀고 양반다리로 앉았다.
남수의 굳은 표정은 이 자리가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학이 남수를 보고 먼저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하자, 남수가 따라 젓가락을 들었다.
남수가 눈칫밥을 먹듯이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굴비에 대었는데, 정학이 ‘탁’하고 남수의 젓가락을 쳤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남수에게 정학이 말한다.
“남수씨. 세상 이치가 말이요. 사람이라면 자기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해야 하지 않겠소.”
“네?”
“사람이라는 게 말이요. 짐승과 달라야하지 않겠는가?”
“무슨 말씀이신지요?”
밥상위의 고기는 손을 대지 못하고 애꿎은 반찬들만 입에 넣고 있던 남수는 정학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갑자기 정학이 ‘탁’하고, 젓가락을 밥상에 내려놓고 남수를 노려본다.
정학과 눈이 마주친 남수는 심각한 분위기에 깜짝 놀라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짐승과 달라야 하지요.”
“네. 당연하지요.”
“아무리 수컷이라고 해도, 사람은 짐승과 달라야 하지 않느냐 말이요. 자연의 이치가 수컷이 암컷의 구멍을 좋아한다고 해도 남의 암컷의 구멍을 좋아 하다가는 끝이 좋지 않아.”
“무슨 말씀이신지?”
“결국 사고가 난다는 말이지.”
정학이 부엌에서 있었진 남수와 가희의 일을 정학이 아는지는 불분명하다.
남수는 지은 죄가 있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하는 정학의 시선이 불편했다.
솔직히 말해서 남수는 정학이 말을 듣고 있지만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 알지 못해서, 정학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정학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남수를 훑어보다가, 방구석에 있는 장대를 가리킨다.
“저것이 뭔 줄 아시오?”
“모르겠는데요.”
“누가 저것 좀 가져와라.”
은숙이 일어나 자기 키만한 장대를 정학에게 가져다주었다.
정학은 장대의 끝을 툭툭 털고 장대 끝에 날카로운 쇠뭉치를 끼우더니, 갑자기 남수를 겨누었다.
“이것이 무언 줄 아시오?”
“......”
남수는 정학의 행동에 깜작 놀라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눈에 잔뜩 힘을 준 정학은 갑자기 일어나 사나운 얼굴로 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는데, 그 기세가 매우 사나웠다.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는 기세에 놀라 최철수의 카메라가 조금 흔들렸다.
최철수는 오후까지 거동도 하지 못했지만 저녁에는 카메라를 잡겠다고 해서, 강산이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어이 카메라를 잡았다.
“이것이 바로 멧돼지를 잡는 창이요. 멧돼지 놈들이 자기 구멍을 모르고 여기저기 남의 구멍을 쑤시고 다닐 때, 내가 그 놈의 목을 ‘콱’하고 쑤셔 넣어버리지. 그러면 그 놈은 ‘꽤액’하고는 세상을 하직하고 말지.”
“......”
“남수씨라고 했소.”
“네”
“남수씨는 절대 자기 것이 아닌 구멍은 절대로 탐내지 마시오.”
장민호는 갑자기 멧돼지 잡는 창을 들고 애드립 연기를 했다.
장민호는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애드립도 섞고 연기도 조금씩 과장스러워진다.
“컷, OK입니다. 다음 씬들은 식사 장면부터 다시 시작할 게요. 남수가 몇 번이나 이 장면을 반복했다는 설정이에요. 지금부터는 안정민 배우가 애드립을 할 거에요. 그럼 장민호 선생님이 잘 받아주세요.”
안방에는 식사 씬이 시작하기 전처럼 다시 세팅되어 있다.
정학의 독상에는 나름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은숙과 가희, 가은의 상에는 김치와 푸성귀가 차려져 있었다.
남수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리 오시오.”
정학이 사나운 눈빛으로 남수를 노려보았지만 남수는 정학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정학의 상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정학은 남수의 태도에 ‘이 놈 제법인데’ 하는 눈빛으로 남수를 바라본다.
남수가 이전 씬처럼 젓가락을 굴비에 대자 정학이 자신의 젓가락으로 남수의 젓가락을 쳤다.
여기까지는 이전 씬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남수는 정학의 방해를 예상했다는 듯이 정학의 젓가락을 피하고, 상에 놓인 큼지막한 굴비를 들어 자기 앞으로 놓았다.
당황하는 정학에게 남수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굴비를 좋아해서요.”
장민호는 안정민의 애드립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무시하고 자기 역할을 계속했다.
정학이 정색하고는 남수에게 말한다.
“남수씨. 세상 이치가 말이요. 사람이라면 자기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해야 하지 않겠소.”
“당연하지요. 그렇다고 혼자서 다 가져서도 안 되고 가질 수도 없지요.”
“수컷이라는 게 말이요. 아무리 구멍을 좋아해도 아무 구멍이나 쑤시고 다니다가는 끝이 좋지 않아요.”
“남녀 간의 일은 당사자만이 알지요.”
이번 씬에서 남수는 정학의 위협적인 말과 행동에 흥분하거나 겁을 먹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한다.
정학은 말대꾸하는 남수를 더욱 사납게 쳐다보면서, 방구석에 있는 장대를 가리킨다.
“저것이 뭔 줄 아시오?”
“멧돼지 잡는 창, 아닌가요.”
정학은 자꾸만 말을 끊는 남수를 노려보았다.
남수는 온 신경을 써서 굴비 살을 고르면서 정학의 질문에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안정민은 굴비 먹는 법을 잘 몰랐다.
굴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서른이 넘었지만 집에서는 어머니가 살을 발라 주었다.
연기지만 굴비 살을 스스로 발라 먹어야 하는데, 굴비 살을 바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젓가락이 자꾸 헛돌았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불고기를 집을 것을 그랬다.
“남수, 자네 굴비를 다룰 줄 모르는구만, 굴비는 먼저 등지느러미를 빼내고 나중에 살만 살짝 뜯어서 먹어야 하네.”
“아저씨. 멧돼지 창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으음... 누가 저것 좀 가져와라.”
며느리 은숙이 일어나려는데, 가희가 은숙을 제지하고 일어나서 구석에 있는 장대를 정학에게 가져다주었다.
정학이 장대 끝을 툭툭 털더니, 장대 끝에 날카로운 쇠뭉치를 끼우더니 남수를 겨누고 씨익 웃었다.
말로 안 되니 실력행사를 통해 제압할 생각이다.
“이보게, 이것이 무언 줄 아는가?”
“멧돼지 잡는 창이라고 좀 전에 말했는데요.”
“누가?”
“제가요. 아닌가요?”
“아니지.... 아니야. 이 창은 멧돼지 잡는 창이 아니라 호랑이를 잡는 창이라네.”
“호랑이요?”
“호랑이 녀석이 자기 암컷 구멍을 모르고 여기저기 남의 암컷 구멍을 쑤시고 다닐 때, 내가 호랑이 그 놈의 목을 ‘콱’하고 쑤셔 넣을 때 쓰지.”
“우리나라에 호랑이요.”
정학은 눈을 크게 뜨고 흰자위를 번득이며, 남수에게 말했다.
“젊은이 남수씨라고 했소. 남수씨는 띠가 무슨 띠인가? 호랑이띠나 돼지띠인가?
“아뇨. 닭띠인데요.”
“하하하... 그거 참 다행이야. 이 창에 죽은 호랑이와 멧돼지가 피를 부르지. 아무튼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구멍은 쑤시고 다니다가 험한 꼴 보지 말고 조심하시게.”
정학은 갑자기 일어나 창으로 찌르는 시늉을 했지만 어딘가 많이 어색하다.
“컷, OK요. 잠시 쉬었다 갈게요.”
연기를 하는 장민호도, 장민호의 보고 있는 배우들과 스텝들도 장민호의 애드립에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강산이 OK를 하자, 촬영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