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41화 (41/140)

〈 41화 〉 강산: 얼마나 시간을 더 주면 좋아질까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8시 반이니까요. 늦었지만 지금부터 저녁식사 하시고 10시부터 나머지 촬영을 시작하겠습니다.”

강산의 말에 스텝들과 배우들은 안도의 탄성을 내뱉으며 뿔뿔이 흩어졌다.

선우혜와 김두호는 구워 놓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촬영현장은 왁자지껄한 MT분위기로 변했다.

“술은 오늘 촬영을 마치고 하시고요. 지금은 음료수로 만족해주세요.”

강산은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부탁하는 말을 하고 식사를 했다.

김두호는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고기들을 나누어주면서, 누가 술을 마시는지 감시했다.

“술은 안 돼요. 술 마시면 이덕배 사장님께 보고할 거예요.”

제작부장 김두호는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터라,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감시가 남달랐다.

아무래도 술을 마시다 보면, 일이 늦어지고 사고가 나기 쉽다.

지금은 촬영을 시작한 지 둘째 날이다.

아직은 군기가 덜 빠져서 그런지, 아니면 이덕배 사장의 엄포와 김두호의 감시가 무서운 것 같았다.

오늘 일정이 남은 배우들과 스텝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고 종이컵에 음료수만 채울 뿐이었다.

강산은 나이가 어리지만 감독이라 최철수 촬영감독, 제일 연장자인 장민호 배우와 주방 식탁에서 식사를 했다.

나머지 스텝들과 배우들은 각자 흩어져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였다.

강산은 제작부장인 김두호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권했지만, 김두호는 고기를 구우면서 많이 먹었다고 동석을 피했다.

아무래도 김두호가 맡은 직책이 제작부장이다보니, 스텝들과 배우들도 김두호를 불편하지만 김두호도 서로 불편하다.

*   *   *

식후연초 불로장생(食後煙草不老長生)이라.

회귀 전이라면 식사 후, 담배 한대는 강산뿐만 아니라 스텝들의 삶의 양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하기로 한 이상, 가능한 담배를 멀리하려고 한다.

이상하게도 회귀한 후에는 담배 냄새나 맛이 예전과 달라졌다.

담배 냄새가 이상하게 역겨워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멀리하게 되었다.

강산은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스텝들에게 가기도 어색해서 펜션주위를 산책했다.

오대산의 차가운 밤공기가 강산의 폐부 속 깊이 들어왔다.

강산이 신선한 공기를 감상하며 펜션 주변을 산책하고 있을 때, 펜션 뒤에서 혼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김두호를 보았다.

강산은 김두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이. 김두호!”

김두호는 강산이 부르는 말을 듣고, 거칠게 담배를 비벼 껐다.

“어이? 김두호. 내가 네 친구냐? 이 자식이 죽을라고. 너 말조심 안 해!”

김두호는 강산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을 때에는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서 감독이라는 자리를 존중해서 말을 조심했다.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 지금은 강산에게 말을 높이고 싶지 않았다.

강산은 김두호의 태도에 상관하지 않고 다음 말을 계속했다.

“그래. 김두호. 말 나온 김에 나하고 친구하자.”

“뭐? 내가 왜 너하고 친구해!”

“내가 너보다 한 살 위라고 들었는데, 친구하면 내가 손해 아닌가?”

“나는 빠른이야.”

“그래. 나도 빠른인데.”

“나는 일 년 늦게 신고했을 뿐이야.”

“그럼 나하고 같네. 김두호 그냥 친구하자.”

강산이 회귀하기 전에 김두호는 친구관계를 넘어 형제 같은 사이로 지냈다.

‘좋은 친구들’의 제작 이사로 강산이 부도를 맞을 때 까지, 재기하기 위해 마지막 영화 <세번의 사랑>을 만들 때에도 같이했다.

이번 생에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먼저 친구 신청을 하는 것이다.

“안 해! 너하고는 절대 친구 안 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가?”

“친구를 위해 김양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뭐. 뭐라고?”

강산은 김두호이 아킬레스 건인 김양, 애플 프로덕션의 경리인 김애란을 끌어들였다.

이즈음 김두호는 경리인 김애란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김두호와 김애란은 인연이 안 되려는지,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김두호는 문숙을 만나 결혼하고 딸 둘을 낳았지만 김애란은 결혼을 하지 않고 노처녀로 살았다.

“김양. 그러니까 경리과 김애란씨”

“지금 애란씨가 여기서 왜 나와?”

“나는 지금 고민하고 있거든. 김두호, 네가 내 친구라면 말이야. 도의상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를 내가 건드릴 수는 없어서 말이야”

“뭐라구. 이 새끼가 정말”

김애란은 어장관리 차원인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김두호에게는 냉랭하게 대했다.

반대로 한강대 출신이라는 강산에게는 호의를 보이고 있던 탓에, 김두호는 제법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포기할게”

“뭐?”

“두호, 네가 내 친구가 되면 애란씨를 포기한다고.”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어!”

“그럼. 내가 애란씨하고 사귀어도 되는 거야?”

“뭐라고. 그건 안 돼!”

“뭐야, 친구도 안 되고 애란씨와 사귀어도 안 되고, 도대체 되는 건 뭐야?”

강산의 농담식 투정에 김두호는 잔머리를 굴렸다.

문제는 김두호가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 고민하는 모습이 다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김두호가 고민을 할 때는 항상 표정이 굳어진다.

그래도 전생에는 나이가 들면서 많이 노련해졌지만 지금은 애송이 그 자체다.

“으음... 애란씨는 안 돼. 강산,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다.”

“그래. 김두호. 이제부터 친구하자.”

강산은 김두호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흥분한 김두호는 강산의 손을 세게 잡으며 말했다.

“좋아! 강산. 너는 오늘부터 나와 친구다.”

*   *   *

촬영감독 최철수는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강산 감독은 최철수가 이덕배 사장에게 추천한 감독이지만 강산의 실력을 신뢰해서 추천한 것이 아니다.

다른 감독을 구하지 못하고 외주제작을 할 제작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이덕배를 위로하려고 한 말이다.

그냥 한번 꺼내본 말인데, 이덕배가 덥석 물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결과적으로 자신이 강산을 추천한 것이 되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촬영 보조를 하던 강산과 영화감독과 촬영감독으로 촬영을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나고 있다.

강산 감독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강산이 준비한 시나리오는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완전하지 않지만 일반 에로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다.

수준이 높고 스토리가 흥미롭다.

‘Good. OK.’

강산이 만들어야 하는 영화는 시간제한이 있고 제작비도 충분하지 않다.

세트장이 아닌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원 씬, 원 컷으로 촬영 시간과 제작비를 절감하는 것 같다.

‘Good, OK.’

그리고 촬영현장을 관리하는 모습이나 카메라의 시선을 정하고 조명의 양을 결정하고,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현장 경력이 많은 노련한 감독으로 보인다.

‘OK. 좋아’

그러나 강산이 선택하는 OK컷과 NG컷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NO. Good. 이건 이해하기 어려운데’

강산은 배우들이 대사를 씹거나 틀렸는데도 어떨 때는 ‘OK’를 하고 ‘NG’를 한다. 나름 ‘OK’ 해줄 만한 컷들도 ‘NG’라고 하면서 다시 촬영한다.

마치 배우들의 발성이나 대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배우들의 감정선이나 표정을 마음에 들면 바로 ‘OK’를 했다.

강산의 개인적인 취향 같지만.

그러나 이런 컷들 가지고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요리사라도 부실한 재료를 가지고 좋은 요리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짚어줘야 한다.

다른 스텝들은 감독에게 이런 말을 하지 못할 테니, 최철수는 그 누군가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최철수가 촬영장으로 돌아가는 강산을 불렀다.

“강감독. 잠깐 시간 있나? 이야기 좀 하세”

“네. 감독님”

최철수는 강산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최철수는 담배를 꺼내 강산에게 권했다.

“담배나 같이 하지.”

“최감독님. 죄송하지만 저는 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구먼”

강산의 말에 최철수는 담배를 피우지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자꾸만 머뭇거린다.

무언가 꺼내기 어려운 말이 있는가 보다.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신지요?”

“그래. 말하는 게 좋겠지.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말씀하시죠.”

“내가 말하는 게, 강감독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 같아서 말을 꺼내기 미안한데, 이규리 배우 말이야.”

“네?”

“이규리 배우가 목소리가 너무 튄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조금 그렇죠.”

“이배우, 마스크나 몸매야 탁월하지. 그래서 다른 감독들도 캐스팅을 하는 것이지만 말이야.”

“네.”

“하지만 이규리 배우 목소리가 너무 튀어서 대사를 주지 않고 줄곧 떡 씬만 찍는다고 하거든.”

최철수의 말에는 강산에게 이규리 배우의 특성을 잘 몰라서 이규리를 캐스팅하지 않았느냐는 질책도 포함하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응. 뭐라고?”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럼 강감독도 잘 알고 있겠구먼.”

“무슨 말씀이신지요?”

“오늘 강감독이 이규리 배우를 촬영한 컷들 말이야. 나중에 편집할 때 보면 너무 이상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야. 표정이야 좋았지만 목소리가 너무 튀지 않을까 싶어”

“......”

최철수는 심각해진 강산의 표정을 보면서, 자기 말이 강산에게 먹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영화를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많은 자신이 경험이 부족한 신인 감독을 짚어주어야 한다.

“문제는 이규리 배우만이 아니네. 안정민 배우도 대사를 씹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도 강감독이 OK를 하고, 박미혜 배우도 그렇고 해서.”

“그래서요?”

최철수는 이제야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강산이 깨달을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이네. 다음부터는 그런 장면에서는 강감독이 배우들과 리허설을 더하거나 테이크를 더 가져가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네.”

“......”

“내가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결정을 하는 것 같지만, 너무 빨리 OK를 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최감독님.”

“응”

“최감독님 생각에는 얼마나 시간을 더 주면 좋아질까요?”

“무슨 말인가?”

최철수는 갑작스런 강산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시간을 더 주면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로 좋아질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