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39화 (39/140)

〈 39화 〉 다미: 이게 다 언니 탓이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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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인서트 컷으로 사용하기 위해 천천히 노을을 다시 찍었다.

다음, 이규리의 얼굴을 부감으로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발코니 위로 올라갔다.

오십이 넘은 최철수 감독이 발코니 위로 올라가서 촬영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곳이라 강산이 대신 올라간 것이다.

강산은 발코니 모서리에 올라가서, 임시로 설치한 대나무 기둥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최대한 위로 올렸다.

이규리의 얼굴을 하이앵글(High Angle)로 촬영하고는 발코니에서 내려왔다.

하이앵글은 ‘부감’이라고 하며 피사체를 위에서 아래로 촬영하는 앵글을 말한다.

드론이나 지미집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강산은 카메라를 최철수 감독에게 넘기고, 애플에서 챙겨온 유모차에 카메라를 싣고 레일처럼 이용해서 뒤로 빠지며, 이규리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카메라 레일 대신 유모차를 사용하는 것을 처음 보는 스텝들은 강산의 기발함에 놀랍기도 했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다.

카메라 레일 대신 유모차라니...

실제로 유모차를 조심스럽게 밀면서 촬영하면, 카메라 레일을 사용한 것 같은 장면을 연출 할 수 있다.

어떤 감독은 유모차 대신 대형마트 쇼핑카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촬영법은 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면서부터 유행한 촬영방법이다.

나중에는 촬영 장비가 개량되면서 레일이 필요 없는 무빙 카메라 장비도 나온다.

최철수 촬영감독은 자신의 상식을 벗어나는 강산의 기발한 장비운용과 카메라 앵글과 각도로 촬영된 영상들을 보고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부족한 장비대신 주변 자원들을 이용해서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실력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최철수는 강산을 지켜보느라 훈수 두는 것을 잊었다.

펜션의 2층에서 발코니 씬을 촬영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최철수는 발코니의 좁은 공간을 보자, 발코니의 좁은 공간 때문에 카메라의 촬영각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강산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확인하고는 최철수의 질문을 듣기라도 한 듯이 스텝들에게 지시했다.

스텝들에게 2층 창문을 뜯어내게 하고, 2층 방 안쪽에서 발코니 쪽으로 카메라를 배치했다.

최철수는 강산이 지정해준 위치에서 뷰파인더를 보니, 창문틀이 조금 걸리지만 확실히 카메라 시야가 넓어졌다.

카메라에 걸리는 창문틀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다.

*   *   *

노을이 지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

강산은 노을에 비치는 이규리를 보고, 뒤로 돌아 노을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비교하면서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무엇이 좋을까?

강산은 이규리를 돋보이게 할 도구, 액세서리가 필요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녹음기사 이영철이 쓰고 있는 노란 헤드폰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영철에게 헤드폰을 잠시 빌려달라고 하고, 이규리에게 노란 헤드폰을 씌우고 노을을 감상하게 했다.

붉은 노을과 이규리, 그리고 노란 헤드폰.

강산은 이규리가 노을을 보다가, 헤드폰을 쓰는 장면에서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클래식음악을 사용할 생각이다.

어떤 클래식음악을 사용할 것인가는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이규리 배우님, 발코니 난간에 어깨를 기대고 엉덩이를 좀 더 뒤로 빼고요. 음악에 따라 몸을 좀 흔들어 주세요. 너무 과하지 않게 살짝 살짝요.”

이규리는 음악에 따라 ‘두둠칫’ 하며 몸을 조금씩 흔들고, 엉덩이도 조금씩 흔들린다.

카메라는 잠시, 붉은 노을과 음악을 감상하는 이규리의 뒷모습을 촬영하다가 천천히 이규리에게 다가가고 조금씩 흔들리는 엉덩이에서 멈췄다.

강산은 카메라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안정민에게 수신호를 주고, 안정민은 상준이 되어 다현의 등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상준이 다현의 뒤로 다가가 다현의 치마를 올리자, ‘컷’을 하고는 안정민을 뒤로 빠지게 했다.

카메라는 올려진 치마 사이로 비치는 이규리의 T팬티와 엉덩이 라인을 촬영하고는 ‘컷’을 하고, 다시 안정민에게 등장 신호를 주었다.

다시 안정민이 이규리의 엉덩이 뒤에 접근하자, 깜짝 놀라서 이규리가 고개를 돌리는 장면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어머, 누구세요?”

“......”

상준을 말을 하지 않고, 반항하는 이규리의 팔을 제압한다.

“상준씨. 이러지 마”

“다현아. 약속은 지켜야지.”

“제발 상준씨. 그만해요. 우리 다음에 해요.”

“지금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어”

“제발 부탁이야. 상준씨.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해요.”

“네가 약속해놓고 안 된다고 하면 나는 어떡해. 그럼 너 말고 다미에게 가란 말이야.”

“......”

다현은 상준이 다미에게 가란 말이냐는 말에, 반항을 포기했다.

상준은 다현의 엉덩이에 자신의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고, 다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노을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컷, OK요. 조명 세팅을 다시 하고, 촬영을 계속 할게요.”

저녁노을이 지나가는 사이에 어느새 짙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어두워졌다.

강산은 이규리와 안정민의 표정연기를 위해 두 배우의 얼굴 주위에 조명을 조절했다.

허리아래의 움직임은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동작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조명을 약하게 했다.

“이규리 배우님, 좀 더 불편한 표정을 지어주시고, 안정민 배우는 얼굴에 분무기 좀 살짝 쬐고 와 주세요. 살짝요. 과하지 않게요.”

강산은 이규리의 찡그리고 불편한 표정과 안정민의 땀에 절여진 표정을 대비시키면서 짧지도 길지도 않게 기다렸다가 ‘컷’을 했다.

“잠깐 쉬었다 갈게요. 정민이형. 잠깐 저 좀 봐요.”

“왜?”

강산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안정민을 데려갔다.

안정민은 강산이 자신만 따로 보자고 하면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자 강산이 뭐라고 할까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감독은 강산이고 자신은 배우니까.

“형. 다른 눈빛은 없어요.”

“무슨 눈빛?”

“눈빛이 너무 끈적, 끈적 해서요.”

“그게 어때서? 강감독도 떡 씬에서는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으음... 형. 상준이는 다현에게 무시당해 왔어요. 다현이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욕정 때문만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동안 무시당해 온 것을 복수하는 것이 더 크지요. 그런데 형의 눈빛에서는 욕정만 보여서요.”

“......”

안정민은 강산의 말이 더 당황스러웠다.

안정민은 에로배우로 데뷔한 지도 오년이 넘었다.

나름 이 세계에서 배테랑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백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는데, 강산 감독 같은 연기 지시는 처음이었다.

다른 감독들은 안정민의 눈에 욕망(?)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정민을 혼냈다.

에로영화에서 욕망의 눈빛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라고, 다른 눈빛은 열정이 부족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강산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겨우 몸에 익은 눈빛을 바꾸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았어.”

“정민이 형. 진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알았으니까, 오케이라고 했잖아.”

“그럼 나도 오케이에요.”

강산은 안정민이 진짜로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오케이’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안정민의 ‘오케이’는 알았다는 뜻이 아니라 습관처럼 하는 추임새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알아들었다고 하는데, 회귀하기 전처럼 배우들이 자신의 말처럼 알아들었다고 느낄 때까지, 뼈에 세길 때까지 말을 반복하던 과거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서기수 기사님. 조명세팅 좀 다시 해주시고요. 이규리 배우님. 눈을 조금 풀린 것처럼 떠 주시고, 안정민 배우님은 방금 전의 말들 명심해 주세요.”

“네”

“안정민 배우님, 지금 어두워서 허리연기가 잘 안 보여요. 좀 더 적극적으로 연기해 주세요.”

강산은 안정민은 어둠속으로 가리고, 안정민의 허리 움직임에 반응하는 이규리의 눈이 풀린 모습을 어느 정도 따다가 ‘컷’을 했다.

“컷. OK요. 이규리 배우님은 다음 씬을 준비해 주시고요. 안정민 배우님은 남아 주세요.”

이규리가 카메라 밖으로 나가고, 발코니에는 안정민 혼자 남았다.

강산이 다시 촬영을 시작하자, 안정민은 어둠속에 가려진 이규리의 뒤에서 섹스를 하듯이 혼자서 어둠속에다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영화에서 섹스 씬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이성 파트너와 같이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 배우나 여자 배우들이 절정이 온 것 같은 표정을 클로즈업할 때는 상대 배우들이 병풍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별개로 촬영한 컷들을 모아서 편집하면 모든 씬들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부터 안정민은 상대인 이규리 없이 혼자서 연기해야 했다.

안정민은 카메라를 얼굴에가 대고, 이규리와 같이 연기하는 것처럼 허공에다 대고 열정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안정민의 얼굴에는 틈틈이 분무기로 뿌려놓은 땀이 가득했다.

이윽고 안정민은 절정에 오른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컷. OK요. 박미혜 배우, 준비해 주세요.”

박미혜는 이규리가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163cm의 박미혜와 167cm의 이규리.

두 배우는 키와 몸매, 얼굴과 개성이 너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관객들이 두 배우를 나란히 보았다면 바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규리의 대역으로 박미혜를 처리하기에는 박미혜와 이규리는 너무 차이가 났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규리의 미모와 밤이 주는 마력에 빠져서 두 배우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산은 박미혜를 카메라 화면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박미혜는 이규리의 옷을 입고 이규리의 역할을 시작했다.

박미혜는 난간에 두 팔을 기대고 카메라를 등지게 하고 안정민이 박미혜를 가렸다.

안정민은 상대가 박미혜로 바뀌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흥분한 표정과 신음, 허리연기를 계속한다.

편견이 없는 배우라고 할까?

상대역으로 이규리 대신 박미혜가 들어왔지만 연기를 하는데 배우를 차별하지 않는다.

안정민이 보여주는 연기는 강산이 원하는 연기였다.

관객들이 이규리하고 섹스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배우와 하고 있는지 조금 이상하다고 여길 때 즈음.

박미혜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게 다, 언니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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