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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37화 (37/140)

〈 37화 〉 이규리: 내게 이런 표정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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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결단을 해야 했다.

박미혜를 믿고 <다현 이야기>를 촬영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 같았다.

강산은 박미혜에게 다미의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캐릭터를 자세하게 디렉션을 했다.

이 방식은 배우들 스스로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략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강산은 선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배우들이 각성을 기다릴 시간이 없거나, 기다려도 고쳐지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 사용하던 방식이다.

“박미혜 배우님. 이번 씬에서는 고개를 조금만 숙여서 시선을 처리하고 움직임은 작게 연기해 주세요.”

“박미혜 배우님. 눈은 깜빡이지 말고 고정해 주세요, 눈동자도 움직이지 말고요.”

“박미혜 배우님. 표정 변화를 줄여 주세요.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하시고 목소리 톤을 조금 낮춰주세요.”

강산은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다미가 영화 <다현 이야기>에서의 역할(?)과 어울릴 것 같았다.

반대로 이번 영화에서 구멍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규리의 연기는 나름 괜찮았다.

그렇다고 만족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규리는 뛰어난 연기력을 기대하고 캐스팅 한 것이 아니다.

연기력만 보고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이규리는 오히려 캐스팅 탈락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에로 영화의 본질은 성적인 유혹이다.

관객들을 유혹하려면 기본적으로 여배우의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몸매, 와꾸가 좋아야 한다.

남성 관객들이 여배우의 숨 쉬는 모습만 봐도 목이 메이고 조여 드는 느낌이 들게 말이다.

강산이 이규리를 캐스팅한 이유는 뛰어난 얼굴과 몸매가 주된 이유지만, 이규리의 청순한 얼굴 뒤에 숨은 슬픈 미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 보았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슬픔에 젖어 있는 이규리가 고개 돌리면서 큰 눈으로 윙크 하는 장면이 아직도 강산의 머리에 남아 있었다.

이규리는 의외로 작은 이목구비에 표정 연기가 자연스럽고 몸매선이 아름다워 화면에 잘 받는 데다 커다란 눈망울에 다양한 감정이 보였다.

다만 앵앵거리는 발성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   *   *

강산의 세심한 디렉팅 덕인지는 몰라도, 다미의 무표정한 캐릭터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되면서 다시 촬영이 빨라졌다.

준비된 감독처럼 빨리 찍기 방식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바로 OK를 하고, 다음 씬, 그 다음 씬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배우들의 감정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쁜 시간,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NG를 걸고, 테이크 반복을 마다하지 않았다.

“NG요. 이규리 배우님. 이 씬에서는 다현이 다미를 걱정하는 감정이 불안한 눈빛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다시 갈게요.”

강산은 <다현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규리에게 시선 처리와 감정 표정에 신경 써 달라고 했다.

이규리는 강산 감독의 이런 지시가 조금 생소하고 어색했다.

다른 에로 영화를 할 때, 감독들이 이규리에게 NG를 할 때는 보통 다음과 상황에서였다.

이규리의 고질적인 약점인 이규리의 발성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정사 연기 중에 이규리의 공사한 곳이 보인다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 배우를 유혹하라고 요구하거나,

신음 소리가 약하다고 더 크게 신음 소리를 내라고 할 때였다.

그런데 강산 감독은 이규리에게 몸매 노출이나 신음 소리를 요구하거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발성은 오히려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이규리의 표정이나 연기의 감정선이 조금 어색하다 싶으면 바로 NG를 걸었다.

강산의 지나친 요구에도 이규리는 지치지 않고 연기를 계속했다.

이규리는 강산 방식의 연기 지도가 익숙하지 않지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연기였다.

그동안 에로 영화를 하면서 불쾌한 시선으로 자신의 얼굴이나 몸매만 부각하는 감독과 관음증 환자처럼 따라다니는 카메라가 싫었다.

그런데 강산은 다른 감독들과는 많이 달랐다.

강산은 이규리에게 노골적인 노출은 요구하지 않았다.

이규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얼굴 각도나 포즈를 알고 있다는 듯이 카메라로 잡아 주었다.

모니터에 비친 다현의 모습은 이규리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내게 이런 표정도 있었나?’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규리에게 강산은 새로운 고민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녀에게 영화는 필모그래피가 아니라 생계 수단이 된 지 오래 되었다.

더 이상 카메라 앞이 설레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를 하는 즐거움이나 예술을 한다는 감동보다는 육체 노동자의 노동처럼 고통의 시간이다.

이규리는 연기를 시작하고 연기파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규리에게 섬세한 연기를 원하는 감독도 없고,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사실은 오디션에 도전할 때마다 고질병인 발성을 지적 받으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이규리는 강산 감독이 마음에 들었다.

여배우들에게 대하는 방식도 다른 감독들처럼 강압적이지 않았다.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나이스하게 대하면서 자기 중심을 지켰다.

신인 감독이지만 한강대 출신이고 독립 영화도 여러 편 연출했다고 한다.

특히, 이규리가 대사를 하는데 발성을 문제 삼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물론 이규리의 몸매와 긴 다리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설정이나 자연스럽게 성적인 매력 발산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감독들과 다르지 않았다.

“정민이형. 다현과 다미 자매들을 바라볼 때, 시선은 다현에게만 고정해 주세요. 다미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절대로 눈도 마주치지 말고요.”

“오케이”

“음... 상준이가 다현을 볼 때요. 끈적한 시선 말고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을 유지해 주세요.”

“오케이”

“떡치는 씬에서는 시선을 끈적하게 하고요.”

“오케이!”

안정민은 습관적으로 오케이를 외치는 버릇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오케이를 하는 것은 오케이를 하지 않으면 상대의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강산은 안정민이 ‘왜 그렇게 연기해야 하느냐?’고 물어오면,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정민은 강산에게 알았다고, 오케이라고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더 찝찝하다.

강산은 안정민이 다미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는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라고 지시해 주고 싶어서 입이 간지러웠다.

안정민이 이유를 물어봐도 스스로 고민하라고 설명해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안정민은 묻지 않는다.

강산은 안정민, 이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본능적으로 단순하다.

강산은 안정민에게 욕망이 아닌 차가운 시선으로 다현을 바라보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상준이 단순한 성적인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쫓아다니고 있다는 것으로 관객들이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신 있게 ‘오케이’ 했던 안정민은 에로배우를 하면서 욕망어린 시선에 특화되었는지, NG가 자주 났다.

다른 종류의 시선연기는 잘 안 됐다.

*   *   *

다현은 산등성이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어깨를 기대어, 멀리서 나비들과 꽃들을 감상하는 다미를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현의 등 뒤에 불쑥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가 다현의 허리를 잡고 몸을 부딪혀오자, 깜짝 놀란 다현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세요?”

“나야. 상준이.”

상준은 다현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무시하고 비열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현을 나무 등허리에 밀어 붙이고 거칠게 다현의 치마를 올렸다.

다현은 상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반항했지만, 상준은 강제로 다현을 제압하고는 다현의 팬티를 아래로 내리려고 했다.

“으윽,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뭐긴 뭐야. 네가 한 약속을 지키고 있지.”

“떨어져! 떨어지라고!”

“다현아. 나하고 약속했잖아. 너도 약속을 지켜야지.”

“그만 두라고!”

“미안하지만 하던 일을 끝내야겠어.”

상준은 다현의 서투른 반항을 힘으로 제압하고는 다현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현은 사나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그만 두라고’ 했지만 상준은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상준은 다현은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자, 상준의 바지가 아래로 내려갔다.

“상준씨. 제발 그만 해요. 여기서 말고 나중에 내 방에서 해요.”

다현은 힘으로는 더 이상 반항하기 어려워지자, 상준을 설득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

상준은 다현의 말에 잠시 고민했지만 바로 거절했다.

“다현아.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으윽, 여기 선 안 돼요. 다미가 있잖아요. 다미가 본다고요. 제발요.”

“있기는 누가 있다고 그래”

다현의 말을 무시하면서도 상준은 마음에 꺼리는 것이 있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가 있는 가를 확인했다.

그래도 다현의 말이 신경이 쓰이는 지, 강제로 다현을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상준은 다현의 위로 올라갔다.

관성적인 장면이지만 상준이 이규리의 팬티를 벗기고는 자신의 등 뒤로 던졌다.

이 씬은 야외에서 하는 장면이라 배우들의 공사 준비가 안 돼서, 허리 근처의 근접한 촬영을 피했다.

상준과 다현의 얼굴, 상준의 등을 촬영하고는 카메라는 뒤로 빠졌다.

저 멀리서 다미가 언니 다현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언니를 찾아 헤매는 다미에게로 전환되었다.

“언니! 언니! 다현 언니!”

다미는 근처에 있는 언니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

모든 영화가 이런 장면에서 그러듯이, 바로 근처에서 신음을 흘리는 언니의 목소리를 다미는 듣지 못하고, 근처 엉뚱한 곳을 찾아 주위를 헤맨다.

상준은 다현의 입을 가리고, 다미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미가 다른 곳으로 가자, 긴장한 카메라도 안심한 듯 다미의 뒷모습을 비추다가 다시 상준과 다현에게 향했다.

상준은 다미가 돌아올까 신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다현을 보자, 짖궂은 마음이 들었는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고통스러운 다현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다.

“컷. OK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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