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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26화 (26/140)

〈 26화 〉 최철수: 잠깐만! 잠깐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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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은 박두철 감독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박두철은 며칠 전까지도 서로 얼굴을 보던 사이겠지만, 강산에게 박두철은 얼굴을 본지 25년이 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박두철 감독이 강산에게 한 행동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당시, 영화 현장에서는 영화감독이 왕이었다.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스텝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고, 배우들에게 상스러운 말을 하는 것이 드물지 않았다.

강산과 박두철 감독과의 인연은 3개월의 짧은 인연이다.

박감독과 인연이 많지 않지만 25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철야를 하는 현장이었을 것이다.

- 남녀 배우는 대사를 하다가, 순식간에 전라가 되어 진한 애무를 시작하고 여자 배우의 다리 사이에 남자 배우의 하체가 실리고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쿵’하는 소리가 났다.

붐마이크를 들고 있던 강산이 졸음에 기울어지면서, 모니터 화면에 붐마이크가 걸렸다.

삼일 째 철야를 하던 강산이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웠다.

“NG! NG!”

박두철 감독은 강산 때문에 NG가 났다고, 벌거벗고 있는 남녀배우들 앞에서 거친 쌍욕과 함께 삿대질, 조인트 까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음향보조를 하는 잡부 때문에 NG가 나서, 감독이 화를 내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박두철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박두철은 가뜩이나 배우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마침 강산이 걸린 것이다.

박두철은 현장 분위기를 잡는 시범 케이스로, 잡부인 강산을 이용했다.

덤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박두철 감독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황포를 부리는 양아치 같은 사람, 아니 양아치였다.

제작자 이덕배나 터줏대감 최철수에게는 양순한 감독이지만 스텝들과 배우들에게는 아무런 견제가 없는 폭군이나 다름이 없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다.

강산과 박두철의 인연은 3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두철은 강산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좋은 의미보다는 나쁜 의미로.

강산은 박두철 감독에 대해 이를 갈면서도, 감독이 돼서는 박두철 감독 못지않게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욕을 하면서 현장을 이끌었다.

그래도 나는 박두철처럼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다만 입이 조금 거칠 뿐이지.

그 후로 에로영화감독으로 10년을 일하면서,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욕을 하는 것은 일상의 대화 같았다.

강산도 나이를 먹으면서 욕하는 습관이 스텝들과 배우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로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욕을 하는 습관을 고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다.

굳이 상대를 낮추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말이다.

가끔 생각한다.

만일 에로영화를 하면서 박두철이 아닌 다른, 인품이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다면 강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   *   *

“박두철 감독 말이야.”

“네.”

“배우들하고 트러블도 많고, 스텝들을 함부로 하고, 회사직원들도 싫어해서 말이야.”

“......”

강산은 이덕배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분위기상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덕배의 말에 맞장구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박두철을 옹호할 수도 없었다.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그... 뭐냐?”

이덕배는 또 말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최철수를 보았다. 다시 최철수에게 대답을 구하는 것이다.

최철수는 이덕배 사장과 박두철 감독과 헤어지는 이유를 ‘감이 떨어져서’ 새로운 감독을 찾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

최철수는 이빨을 지그시 씹으며 복화술을 하듯이 말했다.

“감... 감...”

최철수가 조그만 소리로 ‘감’이라고 하자, 이덕배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형님. 무슨 감이죠?”

"감이 떨어져서 헤어지게 됐다고!”

최철수는 더 이상 참기 어려운 듯이 복화술을 멈추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덕배는 이제야 이해가 된 듯이 강산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래, 감. 박두철 감독은 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말이야. 더 이상 우리하고 같이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이번에 정리하기로 했어.”

“......”

“해서 말이야. 지금 우리 애플에서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어”

강산은 이덕배가 하는 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는 이때, 많이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는 이덕배의 말에, 강산은 애플의 잡부를 벗어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강산은 애플에서 잡부 일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당신이 말하는 그 새로운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회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몸이 힘들었다는 것은 전생의 기억이지, 당장은 힘이 들어 지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덕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 결과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의도로, 무슨 상황 때문에 이덕배가 이런 말을 하는지도 말이다.

그런데도 제법 긴장감이 들었다.

“최철수 촬영감독님이... 말이야.”

이덕배는 이 말을 하고는 고민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

“새로운 감독으로 강산이 너를 극구 추천해서 말이야. 기왕이면 우리 애플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고 하는 말이지. 그런데 고민은 말이야.”

이덕배는 다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강산이 네 경력이 말이야. 너무 부족한 거 같아서 말이야. 그게 내 고민이야.”

이덕배는 진짜로 강산의 경력이 부족하다고 고민하는지, 아니면 강산의 몸값을 깎으려고 연기하는지는 몰라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강산은 이덕배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이덕배의 표정연기에 빠져들었다.

제법 심장이 쫄깃하게 만드는데, 전문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력이다.

만일 회귀하기 전의 50세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에도 이덕배의 제안을 덥석 받았을지 모른다.

강산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이덕배 당신은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최철수는 이사장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내면의 위기의식을 감추고, 강산에게 기회를 주기위해 감수해야 하는 투자자의 고뇌를 표현하는 표정연기.

‘저런 내공이 있으니 사장을 하는구나.’

지금 강산에게 감독을 맡기지(?), 아니 강산이 감독을 맡아주지 않으면 애플이 큰 곤경에 부딪힐지도 모를 위기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덕배는 강산에게 오히려 감독데뷔 기회를 주기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덕배는 결심한 듯 말했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강산입니다.”

“강산?”

“성은 강이고 이름은 산, 외자입니다.”

“강산, 영화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

“그러니까, 영화감독을 하고 싶냐 말이야?”

“네. 하고 싶습니다.”

“좋아! 내가 자네를 감독으로 입봉 시켜주지. 우리 애플에서 한번 마음껏 만들어보게.”

강산은 이제야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회귀 전의 강산은 지금 이 순간 이덕배의 제안을 덥석 받아 물었다.

받아 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준 이덕배에게 감사함을 감추지 못하고,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충성맹세까지 했었다.

전생에서는 오늘 이후로 애플에서 에로영화 감독으로 일했다.

강산이 만든 에로영화들은 에로비디오 시장에서 새로운 세대의 출연이라고 큰 환영받았다.

다른 에로비디오와는 달리 스토리도 탄탄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와 감각으로 섹스 장면 외에 다른 장면들도 지루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나 강산의 봉급은 잡부로 일하던 봉급 그대로 받았다.

이덕배는 5개월 후, 은혜를 베풀 듯이 채무 만기일인 1년보다 4개월 전에 채무를 풀어주었다.

그 후로는 다른 영화사의 감독처럼 대우해 준다고 월 삼백만원을 받았다.

2년 뒤에는 월 오백만원을 보장해 주었지만 하는 일에 비해 헐값을 받고 일을 해준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월 2~3편의 에로영화를 만들면서, 3년이 넘어서부터 에로영화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고갈되는 아이디어로 몇 가지 패턴들이 교차반복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분 냄새와 살 냄새, 지루한 일상을 잊으려고 술과 담배, 여자, 그리고 마감 일정에 쫓겨 밤새는 삶을 반복해야 했다.

강산은 어느새 젊음과 체형을 잃고, 만성 피로와 삼고(고혈압, 고혈당, 고지혈)를 얻었다.

아무튼 애플에서 독립할 때까지, 이덕배의 영화노예가 되어 에로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싫습니다.”

“좋아. 내가 통 크게 지원해주지... 뭐, 뭐, 뭐라구!”

이덕배는 강산의 싫다는 말에 당황한 듯, 대화 도중에 말을 더듬었다.

강산의 거절은 이덕배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이름도 잘 모르는 영화사 잡부에게 영화감독 일을 해보라는 말은, 말단 이등병 사병에게 사단의 책임자인 사단장을 하라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거절이라니.

“싫습니다.”

“내,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싫. 다. 고. 했습니다.”

“허어, 참...”

강산의 거절에 이덕배는 낭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이덕배 사장과 강산의 대화를 보고 있던 김두호는 지금이 자신이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경우에는 이덕배 사장보다 먼저 화를 내야, 나중에 이덕배의 후한이 없다.

“야! 강산! 이 새끼가 지금 어디에서 주접떨고 있어. 사장님이 하라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할 것이지. 이게 어디서 겁도 없이 싫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

김두호가 목소리를 높이자, 사장실 안이 시끄럽다.

최철수는 사장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덕배는 난감한 듯이 인상을 쓰고 있고, 강산은 이상하게 보이지만 묘하게 여유롭다.

김두호는 돌아가는 분위기도 모르고 소리 지르고 있다.

분위기가 안 좋다.

최철수는 이렇게 가다가는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이 말은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철수 촬영감독은 이덕배의 애플에서 나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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