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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21화 (21/140)

〈 21화 〉 강산: 여긴 어딘가요? 또 지금은 언젠가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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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일어나. 빨리 일어나!”

애플프로덕션 제작부장 김두호는 소품실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강산이 몸을 흔들어 깨웠다.

그런데 강산은 몸을 흔드는 김두호의 손을 귀찮다는 듯이 뿌리치고는 다시 잠에 빠졌다.

김두호는 건방지게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계속 잠을 자는 강산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나이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김두호는 애플프로덕션의 제작부장이다.

강산은 애플에서 업무보조를 하는 잡부에 불과하고.

김두호는 나이도 어리고 이 세계의 일도 모르는데 사장이 데려온 사람이라고 제작부장이라는 자리를 얻었다.

애플의 직원들은 일을 할 줄도 모르면서 제작부장 행세한다고, 김두호를 이덕배 사장의 개라고 무시하고 있었다.

이제는 잡부에 불과한 강산까지, 자신을 무시하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이 자식이 정말”

안 그래도 김두호가 애정하는 경리실 김애란 양이 한국대(?) 출신이라는 강산에게 마음이 있는 듯해서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이 기회에 강산에게 애플의 서열을 정리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야!”

김두호는 다시 강산을 흔들기 시작했다.

강산이 방금 전처럼 무시하자, 김두호의 분노게이지는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다.

마침, 소품실을 지나가던 촬영감독 최철수가 강산을 깨우고 있는 김두호를 말렸다.

“김부장!”

“네. 최감독님.”

“김부장. 그냥 놔 둬. 강산이 잠 좀 자게 그냥 둬.”

“왜요? 감독님”

최철수는 애플소속의 촬영감독이지만 애플의 사장인 이덕배도 사업상 조언을 구하는 분이다.

김두호도 최철수 촬영감독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웠다.

“강산이 어젯밤에도 편집을 도와주느라 이틀째 꼬박 샜을 거야.”

“그래도 감독님. 이덕배 사장님이 얘가 지금까지 잠자고 있는 걸 보기라도 하면 제가 혼난단 말이에요.”

“하... 네 사장, 지금 그럴 정신이 없을 거다.”

“왜요?”

“너, 아직도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요?”

“박두철 감독 말이야.”

“박두철 감독님이 왜요? 혹시 박감독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잠수 탔어.”

*   *   *

두 눈이 천근만근이다.

어깨는 무거운 짐에 짓눌린 것처럼 편안하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너무 피곤해서 잠을 더 자려고 하는데, 누군가 몸을 흔들더니 자꾸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염라대왕의 ‘회귀하라.’는 말이 계속 강산의 머리를 울렸다.

강산의 흐릿한 두 눈에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이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 익숙하지 않은 냄새들이 무거운 눈과 콧속으로 들어왔다.

강산은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떠올리려고 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의 국방색 내의와 팬티를 보니, 아마도 젊은 시절에 입었던 옷들로 보이지만 언제인가는 불확실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염라대왕의 말대로 회귀한 것인가?’

가뜩이나 머리가 어지러운데, 강산의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소리가 있었다.

강산은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누구지?’ ‘어디서 보았던 사람이지?’ 알고 있던 사람들이 분명한데, 누군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십이 넘어서부터는 말을 하다가도 고유명사들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말문이 자주 막히고 단어가 입 안에서만 맴돌고 입 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았다.

회귀한다고 하더니, 육체만 젊어지고 머리는 젊어지지 않았나보다.

“저기요.”

“...”

“죄송한데요. 잠 좀 자게 조용히 좀 해 주세요.”

“뭐, 뭐라구?”

“잠 좀 자게 조용히 해달라고요.”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강산의 말에 다시 흥분한 김두호가 강산에게 가려고 하자, 최철수는 흥분한 김두호를 잡고 말린다.

“잠깐, 김부장. 잠에 취한 애가 무슨 말을 못하겠어? 그냥 좀 더 자게 나둬.”

“아니, 그래두 박감독님.”

“김부장. 너, 지금 이덕배 사장이 너를 찾고 있을 텐데, 너 이러고 있을 거야.”

“사장님이 왜요?”

“박두칠!”

“아~ 네. 감독님 그럼 이만”

이덕배가 찾는다는 말에 김두호는 깜짝 놀라 강산을 바로 잊었다.

김두호가 다급하게 인사하고 소품실을 나가자, 최철수도 소품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강산이 최철수에게 말했다.

“감독님. 오늘이 며칠이에요?”

“6월 15일”

“몇 년도요?”

“2000년도.”

*   *   *

“용철이. 박감독은?”

- 사흘째인데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형님. 집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겠지. 용철이, 박두철이 고향인 강릉하고, 마누라 고향인 영주에도 애들 좀 보내서 감시해줘”

- 형님. 그렇게 하려면 애들이 부족한데요.

“강두하고 철용이에게 내가 그런다고 애들 좀 보내달라고 해”

- 형님. 강두 형님하고 철용이 형이 제 말을 듣지 않을 거 같은데요.

“알았어. 걔에게는 내가 연락해 놓을게”

- 그럼 형님. 박감독 집 근처에 풀어둔 애들은 거두어들일까요?

“아냐. 그 애들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애들을 구해서 보내줘”

- 넵. 형님. 그런데 약속하신 돈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했잖아!”

-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씀 하시고...

“야. 나 이덕배야. 이덕배!”

- 네...

이덕배는 조폭시절 동생인 김용철에게 박두철이 갈만한 곳에 사람들을 풀라고 하고, 강두하고 철용이 동생에게 용철이에게 애들 좀 보내 달라고 전화를 돌렸다.

문제가 생겼다.

애플프로덕션의 전임감독인 박두철이 갑자기 잠수를 타면서, 해피머니 최룡해 사장에게 납품하기로 한 비디오가 문제되었다.

이덕배는 애플프로덕션을 만들면서 최룡해에게 3억을 빌렸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에로비디오영화를 만드는 중견 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이덕배가 조폭세계에서 은퇴하고 최룡해 사장 밑에서 잠시 채무자들을 잡는 사채꾼을 했었다.

그때 최룡해가 소개해준 직업이 에로영화 제작이다.

최룡해는 해피머니라는 사채업뿐만 아니라 서울과 인천, 부천에 상가 건물과 영화관들도 운영하고, 비디오를 도매로 유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덕배는 최룡해에게 매월 6,000만원을 선금으로 받고, 한 달에 세 작품을 납품하면 추가로 1,000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덕배는 한 달에 세 작품을 납품하기 위해, 애플의 전임감독인 박두철 감독이 한 달에 1.5편에서 2편을 만들었다.

매월 1편에서 2편은 외주 제작사에 의뢰하고, 매월 세 작품을 최룡해에게 납품했다.

납품을 하고 남은 작품들은 다른 도매상에게 납품하고 시세에 따라 2,500에서 3,000을 받았다.

이렇게 운영하고 나면 매월 평균 1,000 정도가 남았다.

2,000년 현재 월 1,000만원의 수익이라면 나름대로 괜찮은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달에는 애플에서 3편 중 2편을 만들어서 납품해야 하는데, 갑자기 전임감독인 박두철이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 것이다.

*   *   *

김두호는 사장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분위기를 잘못 모르고 들어갔다가는 불벼락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험이 가르쳐준 지혜다.

김두호는 사장실 분위기를 알아보고 들어가려고 사장실 옆에 있는 경리 김애란에게 물었다.

“지금 분위기가 어때?”

김애란은 김두호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다.

“심각해?”

김애란이 고개를 끄덕인다.

김두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이럴 때는 이덕배 사장의 눈에 띠지 않고 눈에서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김두호는 이덕배 사장이 영등포에서 독사파 행동대장을 할 때부터 알던 사이, 아니 조직의 막내였던 김두호가 형님으로 모시던 사이다.

이덕배가 조폭세계를 떠날 때, 김두호를 데리고 나왔다.

이덕배가 보기에 행동대장이던 자신도 조폭세계가 미래가 없어 떠나는데, 이제 갓 조직에 들어온 김두호는 철모르고 설치는 어린아이 같았다.

김두호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동생들은 이덕배가 김두호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반대하거나 김두호의 조직탈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 생각했다.

덕배 형님이 조직 세계를 떠나도 뒷바라지 하는 동생은 필요하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김두호였다.

김두호가 이두호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김두호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조직세계에 겨우 들어왔는데, 행동대장인 이덕배가 은퇴한다면서 같이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이덕배는 얼굴도 무섭게 생긴데다, 조직을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하는데 조직세계보다 더 좋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덕배는 김두호에게 한 번의 협박과 한 번의 손질을 한 후에, 김두호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3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이덕배가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덕배가 아니었다면 김두호는 독사파 똘마니로 지금도 영등포 밤거리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덕배는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착한 동네 형 아니 아저씨 같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옛날 독사파 시절의 성격이 나왔다.

김두호는 사장실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 짱 박혀 있다가, 이덕배 사장이 기분이 좋아지거나 분위기가 진정되면 나타날 생각이다.

그러나 최철수는 생각이 많은 김두호와 달리 거침없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사장. 어떻게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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