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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9화 (19/140)

〈 19화 〉 박형수: 네 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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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를 도와주려고 온 거 아니에요?”

- 그렇게 알아주니 고맙다만, 나... 네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의리 있고 멋있는 사람 아니다.

“그럼 왜 왔는데요?”

- 음... 반년 전 즈음에 하수연 배우가 나를 찾아왔어. 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기를 하영란의 딸이라고 소개하더라. 너도 알잖아. 우리 과 남자들이 다 하영란이를 좋아한 거 말이야. 아이가 엄마 닮아서 예쁘게 컷 더라고.

“......”

아! 그래서 하수연의 얼굴이 낯익다고 생각했구나. 어쩐지 하수연을 볼 때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라 생각했었다.

- 캉산.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남자들이 다 하영란을 좋아했다고요.”

- 캉산. 너 질투 하냐. 그건 사실이었잖아.

“누가 뭐래요. 말 돌리지 말고, 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나 말해줘요”

- 그게 말이야. 하수연이가 네가 만드는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강산이 네가 촬영감독을 구한다고 나한테 네가 만드는 영화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하더라.

강산은 박형수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강산이 하수연의 출연을 결정한 것은 TY필림의 투자를 받으려고 그러니까 투자가 결정된 후이고, 박형수는 TY필림이 투자하기 전에 참여했다.

“잠깐만요. 형. 하수연을 언제 만났는데요?”

- 아마도 3월 초 정도쯤 되었을 것 같은데. 정확한 날자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하여간 내가 <세 번의 사랑>에 참여하기 전에 만났던 것 같다.

“형. 그럼, 시간이 안 맞아요. 나는 하수연보다 먼저 형하고 계약했어요. 형이 참여하기 전에 하수연이 <세 번의 사랑>에 출연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형을 만나는데요.”

-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내가 하수연의 제안을 받고, 어떻게 했을 거 같냐?

“......”

- 바로 거절했다.

“왜요?”

- 내가 아무리 너하고 사적으로 친하다고 해도 홍상순 감독 영화를 어떻게 캔슬하냐? 홍상순 감독, 너도 알다시피 그 양반 아주 유명한 삐돌이야. 한번 삐지면 다시는 나하고 영화하지 않으려고 할 텐데, 내가 어떻게 홍상순을 캔슬 할 수 있겠냐?

“그럼, 왜 참가한 건데요?”

- 하수연이 네 사정을 이야기해 주더라. 마음 불편하게 네가 지금 너무 어렵다고 말이야. 이번 영화를 실패하면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고,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부탁하더라.”

“......”

- 그리고 거절하기 힘든 돈도 제시하고...”

“나는... 형이 나를 도와주려고 온 줄로만 알았네요.”

- ......

지금 생각하면, 박형수 촬영감독이 홍상순 감독을 제끼고, <세 번의 사랑>에 합류한 것은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는 마음이 급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박형수는 강산과 대학교에서 영화과 선후배로 만나고부터, 형제 같이 지내온 사이지만 강산의 영화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강산이 어릴 때는 에로영화 말고 다른 영화 좀 찍으라고 훈계하기도 했다.

강산이 나이가 들고, 에로영화나 성인영화로 돈을 많이 벌면서부터는 강산을 만나서 술은 같이 마셔도 영화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 <세 번의 사랑>은 강산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박형수가 먼저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강산에게 박형수는 돈을 주고도 섭외하기 어려운 뛰어난 촬영감독이다. 또한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터라 박형수의 참가는 강산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장에서 박형수는 하수연을 친근하게 대하고 하수연도 박형수를 많이 따른 것 같다.

“그런데, 형! 하수연이 왜 형에게 돈을 줘요?”

- ......

“그리고 하수연이 내 사정을 형에게 왜 부탁해요?”

- 으음... 너 갑자기 똑똑해졌다. 내 말에서 틈을 찾아 질문하는 게 아주 날카로운데. 많이 컷어. 캉산.

“말 돌리지 말고요!”

- 그래 이제는 너도 알아야지. TY필름이 투자해 준 10억 말이야. 그거 사실 하수연의 돈이야.

“뭐라구요. 그럼?”

- 최현철이 하수연에게 준거야. 하수연이 최현철에게 어머니 유산으로 받은 돈이래.

“하... 씨발. 최현철의 돈이라구요? 형! 나하고 최현철의 관계를 잘 아는 형이 어떻게 내가 최현철의 돈을 받게 만들어요! 그 돈이 최현철의 돈이라는 걸 알았다면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받지 않았을 거예요.”

- 그래 알아. 그래서 내가 너에게 말하지 못했다. 수연이가 사정을 네게 말하면 네가 돈을 받지 않을 거라고, 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내가 병신이었네요. 병신.”

- 미안하다.

“그런데, 걔가 왜 나를 도와줘요? 걔가 왜요?”

- ......

“형! 하수연, 걔가 왜 나를 도와줘요? 하필 최현철 딸이 나를 도와 주냐고요? 하수연이 배우가 아니라 제작자였네요. 나는 은인인 분을 몰라보고 은혜를 원수로 갚은 건가요?”

- ......

“형! 형도 나하고 하수연이 엄마 하영란하고 관계를 알잖아요. 영란이 걔는요. 내가 제일 어려울 때 나를 버리고 떠난 애라고요!”

-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너는 하영란이 말만 나오면 흥분 하냐?

“내가 언제 흥분했다고 그래요!”

- 지금 말이야. 지금. 너 지금 목소리가 높아졌잖아?

“아니라고요. 형! 저는 지금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일정하지 않습니까?”

이 말들은 강산과 박형수는 대화를 하다가 ‘왜 화를 내냐’고 핀잔을 주면, ‘화가 나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상투적인 말대꾸다.

- 하여간 미안하게 됐다. 그런데 하영란이 하고 너는 좀 어울리지 않지 않냐?

“내가 어때서요?”

- 영란이가 도시 미인 스타일이라면 너는 가난한 시골 촌놈 스타일 아니냐?

“내가 못생겼단 말이에요.”

- 못생겼다는 것은 아니고. 류재일보다 잘생긴 것은 아니잖아.

“아니 여기서 류재일이 왜 나와요!”

- 너 또 흥분하는 거냐?

“그래요. 나 흥분했어요. 형은 왜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하영란하고 류재일을 들먹이고 그래요.”

-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하영란 같은 도시 미인들에게 열등감 있어서, 성인 영화를 찍을 때도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찍는 거 아니냐?”

“아. 닙. 니. 다. 형님. 형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에 장애가 있는 것 같네요. 벌써 치매에요. 하긴 반백이 넘었으니 치매가 올 만도 하지요.”

- 여기서 반백이 왜 나와? 그럼 너도 이제 반백이 된 거 아니야?

“아무튼 그런 적 없고요. 선글라스는 내가 에로영화 감독 시절에 편집실에서 사느라 시력이 약해져서 쓴다고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어요.”

- 야! 캉산. 내가 너하고 알고 지낸 게 얼마고 같이 먹고 자고 한 날이 얼마인데 나한테 구라를 치고 있어.

“형! 구라는 무슨 구라예요. 형이 홍상순 감독하고 지내느라 머리가 녹아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기억력도 흐릿해 진거지.”

- 야! 다른 사람들은 네 말을 믿어도 나는 절대로 안 믿어. 내가 직접 보고 너한테 들은 말이 있는데 누구한테 약을 치고 있어.

“그게 언제 적 이야기에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인지, 이제는 기억에도 없는 시절 이야기네요.”

강산과 박형수는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지냈다.

젊은 시절, 강산이 하영란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옆에서 지켜 본 적이 있었다.

- 그런데 영란이 하고는 왜 헤어졌냐?

“왜요?”

-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그게 사실이냐?

“뭐가요?”

- 소문처럼 진짜로 영란이가 최현철의 돈을 택한 거야? 최현철이 돈으로 영란이를 샀다는 말도 있고, 강산이 네가 최현철에게 영란을 팔았다는 말도 있었잖아?

강산과 하영란은 과에서 나름 유명한 C.C 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영란이 강산이 아니라 최현철과 결혼한다고 해서 선후배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마세요. 어떻게 내가 영란이를 팔아요. 영란이, 그 얘가 누가 시킨다고 말을 들을 얘에요? 그리고 내가 영란이를 돈을 받고 팔았다면 영란이 성질에 그걸 참고 있겠어요. 나를 죽여 버렸을 거예요. 그거 다, 영란이 걔가 선택한 거예요.”

- 그렇지. 영란이 걔가 어떤 애라고 네 말을 듣고 그러겠어. 그런데 말이야. 하수연이 말로는 영란이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하던데, 너희들은 왜 헤어졌냐?

“영란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대요.”

- 그랬다고 하더라.

“휴우...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후, 영란과 1년 정도 사귀고 있었거든요. 1999년 초에 영란이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서 가족들이 헤어져야 했어요. 마땅하게 갈 곳이 없던 영란이가 당시 자취를 하고 있던 저를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동거하게 된 거에요.”

- 너희들 동거도 했었어...

“......”

- 말 끊어서 미안. 계속해.

“영란이하고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시골에서 과수원 농사를 하던 아버지가 낙상을 해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농사대출 빚도 있는데다 여동생들 셋은 학교 다니는 중고생이라, 저는 학교를 휴학하고 알바를 해야 했어요.”

- 하수연이 말에 따르면 영란이가 가뜩이나 불안하게 지내는데, 너는 밤새 술을 먹고 다니다가 새벽이 다 되서야 집에 들어오고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다가 다시 나갔다고 하더라.

“허 참... 너무 억울한 말이지만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었겠네요.”

- 무슨 오해?

“그 때, 내가 한 알바가 룸싸롱에서 오부리(기타반주) 하는 거였어요. 노래하는 손님들이 주는 술을 받아 먹다보면, 밤새 술을 먹은 셈이기는 하지요. 새벽까지 기타반주 알바를 하다 자취집에 들어와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인력시장에 나가야 했어요.”

- 그럼, 영란이는 네 사정을 모른 거야?

“영란이에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 어떻게 헤어 진거야?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집에 영란이 없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그게 전부예요.”

- 그렇게 됐구나.

“그건 그렇고, 하수연이는 나를 왜 도와줬대요? 그 이야기를 해줘야 지 그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말을 돌리고 있잖아요?”

- 강산아. 놀라지 마라. 하수연이... 걔 말이야.

“형. 답답해 죽을 거 같아요.”

- ......

“빨리 말 좀 해 주세요. 제발요!”

- 하수연이 말이야. 강산이...

.

.

.

네, 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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