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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6화 (16/140)

〈 16화 〉 강산: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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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감독님”

“형사님. 또 왜요? 한참 몰입하고 있었는데”

박찬이가 강산의 회상에 끼어들자, 짜증이 난 강산은 박찬이를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런데 언제 나오는가요?”

“뭐가요?”

“그거요...”

“그게 뭔데요?”

“하수연씨 가슴... 요...”

강산은 박찬이의 표정을 보았다.

박찬이의 조금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 미묘하다.

뭔가 무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무언가를 기대하는(?), 놓치고 싶지 않은 표정이다.

“이제 곧 나오는데, 형사님이 자꾸 끊으셔 가지고...”

“아~ 네... 계속 하시죠.”

*   *   *

“자. 여기서 한번 리허설을 해보고, 괜찮으면 촬영장으로 가서 다시 해봅시다.”

“네...”

“지금은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연기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속성과외라 생각하고. 나는 두 사람의 표정하고 시선 위주로 체크할 테니, 연기에 신경을 써주세요. 준비하고... 레디 액션!”

서윤호와 하수연은 강산의 ‘액션’ 소리에 윤기와 소연이 되어 눈빛이 변한다.

서윤호와 하수연이 연기를 시작하자, 강산은 아이폰을 들고 하수연과 서윤호의 연기를 따라갔다.

아이폰은 카메라 대용이다.

아이폰 화면으로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서윤호와 하수연의 표정을 체크했다.

윤기는 소연에게 다가가 거칠게 키스하고, 소연의 상의를 찢는 동작을 하고는  가슴을 만지는 시늉을 했다.

소연을 벽으로 밀치고 벽으로 다가가 소연을 얼굴에 대고 마주보았다.

윤기는 소연에게 거칠게 키스를 시도한 후, 하수연의 오른쪽 다리를 들고 자신의 몸을 붙이고는 성행위를 하는듯한 연기를 하였다.

“컷! 여기로 와주세요.”

강산의 ‘컷’ 신호에 서윤호와 하수연의 사이가 떨어져서, 다시 강산에게 모였다.

강산은 아이폰으로 촬영한 장면을 재생했다.

그동안에 테이크가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두 사람의 합은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강산의 기대치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배우의 정사연기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두 배우는 적당한 노출과 동작으로 정사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강산이 보기에 두 사람은 초보와 다름없다.

진짜로 그것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어요?”

“표정이 조금 어색해요.”

“두 사람이 봐도 이 정사장면이 어색하지. 진짜로 하는 것 같지 않잖아. 소연의 얼굴에 섹스를 하는 여자의 희열을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 하고 섹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무표정하고는 다른 거잖아”

“그 경계선을 표현하기 너무 어려워요.”

“소연이가 윤기와 섹스 하는 표정과 윤기를 싫어하는 표정이 아슬아슬해야 하는데, 윤기는 너무 흥분하고 있고 소연이는 반대로 너무 무표정하잖아”

강산이 정사연기의 어색함을 지적하자, 서윤호와 하수연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이것은 두 배우도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섹스 연기의 어색함은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웃음이 터지지 않을까? 소연에게는 심각한 장면인데 어색한 섹스연기 때문에 영화가 블랙 코미디로 변해버릴지 몰라.”

“감독님. 이 장면에서 저희들이 어떻게 연기하기를 원하시는가요?”

“나는 말이야. 이 장면에서 소연에게 욕정을 느끼던 관객들이 소연의 상처에 수치심을 느끼기를 원해. 한 여자의 인생이 이렇게 가혹한데, 소연을 보고 더러운 욕정이나 느끼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길 원해.”

“관객들이 부끄러워지게요?”

“그렇지. 우리는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들의 감정이 우리가 의도하는 감정선에 같이하게 할수 있는가의 문제지”

“네”

“어떻게 생각하면 섹스 장면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야. 소연의 감정을 만들기 위해서 지나가는 장면이지. 중요한 것은 소연의 감정이야. 소연이 감정표현이 이 씬의 성패를 좌우할거야.”

“네”

“마지막으로 어차피 연기는 가짜야. 진짜처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것일 뿐이지. 정사 연기도 마찬가지지. 문제는 어떻게 연기해야 실제처럼 보이게 하느냐는 것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강산은 서윤호와 하수연의 얼굴을 보았다.

말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은 강산의 말이 완전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연기를 하는 여배우들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출산을 하지 않아도  엄마 연기를 잘 하는 연기자가 있잖아. 아이를 낳아보지 않는 배우도 임산부 역할을 하잖아. <씨받이, 1986>라는 영화에서 강*연 배우 알지?”

“.......”

“몰라?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정말 몰라?”

“네...”

천하의 강*연을 모르다니?

이 아이들과 세대 차이가 이렇게 큰가?

“당시, 스물한 살의 강*연 배우는 <씨받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에 출산 다큐멘터리를 100여 편이나 봤다고 해. 배우가 어떤 배역이든 배역과 관련된 경험이 있으면 연기하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연기를 위해서 그런 경험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

“으음. 내 말은 에로연기를 한다고 그런 경험까지는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야. 너희들 빨간 비디오 같은 거 본 적 없어?”

“빨간 비디오요?”

“그래, 빨간 비디오.”

“감독님. 그런데 빨간 비디오가 뭐예요?”

“빨간... 아냐 됐다. 포*노 같은 거 본 적 없어?”

*   *   *

서윤호와 하수연은 지금, 말로만 듣던 강산의 연기지도를 보고 있었다.

하수연은 매니저와 기획사 사장에게 강산 감독의 연기지도를 주의하라고 조언(?), 아니 충고를 진지하게 그것도 여러 번이나 들었다.

강산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강산 감독의 화려한 언변에 홀려서, 자신도 모르게 사전에 합의한 노출수위 수준을 넘어서 벗는다고 말이다.

서윤호와 하수연은 자신들의 연기력 부족 때문에 촬영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하수연은 주연 배우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산 감독이 소문처럼 배우들에게 실제로 관계를 하라고 하면 어떡하지?

연기가 불안한 자신들 때문에 촬영이 늦어지고 있고, 감독님과 스텝들도 고생하고 있다.

영화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해야 하지 않을까?

*   *   *

“저는 한 번...”

서윤호는 강산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강산을 쳐다보았다. 강산의 선글라스에 가려진 서늘한 표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 알고 있어, 말 해. 애송이 자식아’

자신도 모르게 방언이 나오듯 생각과 다른 말이 흘러나온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아니 많이 봤습니다.”

서윤호가 어렵게 고백하자, 하수연은 자신도 고백해야 하는 의무감을 느꼈나보다. 조금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친구들하고 두세 번...”

두 배우들의 갑작스런 과거사 고백에 소품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처음에는 강산의 연기지도에 분위기가 진지했다. 지금은 갑작스런 배우들의 커밍아웃(?)에 미묘해진다.

강산은 화가 났다.

성관계처럼 내밀한 사생활을 묻는 것도 아니고, 포*노를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을 가지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하는 민감한 이야기일까?

‘내가 지금 이런 어린애들 데리고 성인영화를 찍고 있었던 건가?’

‘내 인생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런 어린애들에게 도박을 건 것인가?’

강산은 성인 영화를 찍는데, 포**를 본 것도 부끄러워 숨기는 샤이한 애들하고, 그 동안 성인영화를 찍어 온 것인 것 같아서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습해야 한다.

강산은 아무 말도 듣지 않은 것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강산이 소품실로 배우들을 데려온 의도한대로 대화를 돌려야 한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어! 너희들 혹시 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냐? 정신 차려!”

강산이 억지로 언성을 높이자, 서윤호와 하수연은 미묘해진 분위기를 계속하지 못하고 다시 강산에게 집중했다.

“내가 하는 말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정사 장면을 연기할 때는 진짜로 하는 것처럼 연기하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강산은 얼이 빠진 배우들의 얼굴을 보고는 대화를 전환하기 위해 다시 아이폰 화면을 들었다.

“자. 이번에는 정사 장면 위주로 체크해 보자구.”

하수연과 서윤호에게 벽을 등지고 정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강산은 서윤호의 등진 모습과 하수연의 얼굴표정으로 정사 장면을 대신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윤호의 등진 상태의 움직임과 하수연의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진짜로 하는 것 같아”

“조금 어색해요.”

“하배우. 왜 어색하다고 생각해요?”

“타이밍이 안 맞는 것 같아요.”

“맞아. 두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 그래. 하배우 표정을 보면 서배우가 움직이는 것을 맞추려고 생각하는 게 보여. 표정이 너무 굳어 있잖아. 타이밍도 조금씩 어긋나고, 서배우는 연기 호흡이 조금 빨라요.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윤기가 화가 나서 감정을 폭발시킨다고 보면 관계를 서두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너무 빨라. 그러면 하배우가 리액션 하기 어려워요.”

강산의 말에 하수연이 서윤호를 옹호하듯이 말했다.

“윤호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도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정사 연기할 때 리액션하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럴 때는 서배우가 하배우에게 신호를 주어야 해. 보통 이런 연기를 할 때는 남자 배우가 허리를 밀어 올리기 전에 여배우 다리를 살짝 꼬집고, 여배우는 그때 맞춰서 리액션을 하지. 아픈 표정과 신음을 하면서 말이야.”

“네”

이런 방법은 에로영화 감독을 할 때 배운 방법이다.

“하배우는 서배우가 신호를 주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허리를 올렸다가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와야 해. 소연의 냉정한 표정은 윤기는 소연에게 아무런 감정을 줄 수 없다는 표정이거든.”

“그렇군요.”

“다시 서배우가 허리를 움직이면서 신호를 주면 하배우는 좀 전의 표정을 다시 반복하다가, 윤기가 충격을 줘도 아무렇지 않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거지.”

“이 장면으로 윤기는 소연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는 건가요?”

“그렇죠. 하배우. 소연이가 애증의 감정이 남아있던 윤기에게 완전하게 정을 때는 시점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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