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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3화 (13/140)

〈 13화 〉 형사 박찬이: 이곳은 처음이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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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 삐뽀! 삐뽀!”

사고가 났다.

윤기가 소연을 벽으로 거칠게 밀치는 장면에서, 서윤호가 하수연을 너무 세게 밀었는지 하수연의 머리가 벽에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하수연은 정신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하수연이 옆에 있던 조명기구의 지지대를 치고, 조명기구가 하수연의 머리 위로 넘어졌다.

‘팍’하고 조명등이 터지면서, 하수연의 머리에 불이 붙었다.

강산은 이 장면을 스포츠 영화의 슬로우 장면 보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하수연에게 달려갔다.

강산은 하수연을 조명기구에서 재빨리 들어내고, 김두호에게 빨리 119를 부르라고 소리쳤다.

“두호야! 빨리 119 좀 불러!”

“알았어!”

다행스럽게도 119가 빨리 도착하고 하수연을 싣고 떠났다.

“삐뽀!, 삐뽀! 삐뽀!”

강산은 하수연을 싣고 가는 119를 보면서, 지금 장면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실제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강감독, 손 어떡해요!”

박성희 미술감독이 강산의 화상을 입은 손을 보고 말했다.

불이 붙은 조명기구를 맨손으로 들다보니 화상을 입었나보다.

그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지금은 제법 쓰리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화상이나 하수연의 건강보다 영화가 걱정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되지?,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덮쳐왔다.

‘전치 8주.’

하수연의 머리와 얼굴이 찢어져 열두 바늘을 꿰매고, 오른쪽 팔이 부러졌다고 한다.

강산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손에 붕대를 감은 채, 하수연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위문을 갔다.

하수연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오른팔은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감독님. 월요일부터 촬영장에 나갈게요.”

“아냐. 몸조리나 잘해.”

“괜찮아요. 다 나았어요. 가발을 쓰면 감쪽같을 거예요. 월요일부터 나갈게요.”

“됐어. 몸이 먼저야. 스텝들에게 다 일주일간 휴가 줬어. 현장에는 아무도 없어. 편히 쉬어”

“저 없이 어떻게 마무리해요. 감독님. 제가 나갈게요.”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네가 나오면 내가 더 불편해. 그냥 편하게 쉬고 있어.”

하수연은 울먹이며 강산에게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강산은 지금 당장은 스텝들에게 휴가를 주었다고 편하게 쉬고 있으라고 했다.

나머지 일들은 강산,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병원을 나왔다.

그러나 어떻게 영화를 마무리해야 할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산은 병원에서 돌아온 후, 청수장 씬을 이미 촬영해둔 컷들 중에서 어떻게 하든 편집을 해서 넘어가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문제는 마무리다.

소연이 윤기에게 다친 것으로 하고, 팔에 기브스한 채로 마무리 장면을 촬영할까?

스텝들과 하수연의 머리와 부러진 팔의 상태를 가리고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작에 투자한 TY필름이 <세 번의 사랑>의 제작 중단을 요구해왔다.

왜 중단해야 하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제작 중단을 요구하면서, 손해배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촬영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중단이라니?

결국, 영화 <세 번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했다.

강산은 완전히 파산했다.

결승선을 앞에 두고 쓰러진 마라토너처럼 강산은 상실감에 유령처럼 아니 숨만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하수연이 업무상 과실상해 혐의로 강산을 고소했다고,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   *   *

“먼저 커피 한 잔 하시고 시작하죠.”

“네.”

박찬이 형사가 내미는 자판기 커피를, 강산이 받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강산은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형사를 대하려고 했다.

내심의 불안한 기색은 감추기 어려웠다.

경찰이 질문이 가능한 예상 질문 자료와 답변 자료, 몇 가지를 미리 준비했지만 실제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혼자서 준비하지 말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강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산이 알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강산 감독님. 이런 데는 처음이시죠?”

“전에 서너 번...”

“그때는 무슨 일이었나요?”

“금전 문제가 있어서요.”

“어떻게 되었나요?”

“네?”

“불편하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사건과는 관계없는 질문이니까요”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해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습니다.”

강산은 박찬이라는 형사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요. 강산 감독님. 여기 오신 이유는 아시죠?”

“네. 하수연 배우가 고소했다고 해서...”

박찬이 형사는 잠시 강산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고소장을 뒤적이며 말을 이었다.

“하수연씨가... 강산 감독님이 상해를 교사했다고... 고소했네요.”

“형사님. 그것은 상해가 아니라 사고였습니다.”

“사고요?”

“네. 부상을 입은 하수연 배우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그 일은 촬영 중에 발생한 사고일 뿐입니다.”

“으음... 조사해 보면 알게 되겠지요.”

“네...”

“사고 당시 말이에요. 하수연씨를 밀친 서윤호씨의 말에 따르면 강산 감독님이 서윤호씨에게 하수연씨를 더 세게 밀치고 때리라고 지시했다고 하던데요.”

“제가요?”

“감독님이 서윤호씨에게 그렇게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서윤호 배우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네”

“...”

“감독님!”

강산은 서윤호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강산이 서윤호에게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연기지도를 위해 한 것이다.

‘서윤호도 그런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박찬이는 강산이 아무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자, 강산을 불렀다.

강산은 생각에서 깨어나 박찬이에게 말했다.

“형사님. 서윤호 배우가 그렇게 말한 것이 분명한가요?”

“고소장에는 그렇다고 적혀 있는데요.”

“음... 서윤호 배우가 그렇게 들었다면 할 수 없지만요. 제가 서윤호 배우에게 그렇게 지시한 것은 하수연 배우를 때리는 연기가 어색해서 진짜처럼 연기하라고 한 것입니다.”

“감독님. 서윤호씨에 따르면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강요했다고 하던데요.”

“형사님. 저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입니다. 배우들에게 단순한 지시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지도를 합니다.”

“연기지도요?”

“네. 연기지도.”

박찬이는 강산이 연기지도라는 변명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자, 강산을 코너로 밀어붙이려고 몰아붙였다.

“그럼 하수연씨가 다친 것도 연기지도인가요?”

“그것은 사고였습니다.”

“감독님이 계속적으로 서윤호씨에게 하수연씨를 거칠게 밀어붙이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감독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감독님은 사는 게 편하시겠어요?”

“네?”

“기억이 너무 편하시잖아요. 감독님에게 유리한 것은 기억나서 대답하고, 불리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시잖아요.”

“형사님. 죄송하지만 기억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할 뿐입니다.”

“여하간 편한 기억법을 가지고 사시네요. 감독님.”

“...”

“강산 감독님!”

“네.”

박찬이는 강산의 대답 중에서 모순되는 부분을 찾으려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빠져 나간다.

박찬이는 강산을 자극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강산 감독님을 검색하면 같이 검색되는 연관 검색어가 무엇인지 아세요?”

“네?”

강산은 박찬이 형사가 묻는 말을 처음 듣는 것처럼 무시했다.

박찬이는 강산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듯이, 검색어를 적어둔 쪽지를 보며 말을 계속했다.

“악마의 재능... 재능 낭비... 인성...”

박찬이 형사는 강산을 비꼬려고 하는지, 강산을 녹색창에 검색할 때 같이 따라붙는 연관 검색어를 들먹인다.

*   *   *

<악마의 재능>

이 말은 영화 평론가 중에서 독설로 유명한 이형식이 강산의 영화 <미녀는 외로워>에 대해 한 평이다.

‘악마의 재능,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로웠다.’

<미녀는 외로워>는 완전한 사랑을 찾아다니는 직장 여성의 소동극이다.

이 영화에서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빼어난 색채감각에 비해 빈약하고 전형적인 스토리는 퀄리티 차이가 너무 차이 난다는 말이다.

<재능 낭비>

이 말은 최연소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천재감독 류재일이 강산의 대표작인 영화 <동창생>을 보고 한 말이다.

‘재능이 아깝다.’

강산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는 말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성인 영화나 만들고 있는 강산을 비난하는 말이다.

류재일, 이 자식은 존재 자체가 강산에게는 콤플렉스이자 열등감의 대상이다.

강산과 류재일은 한강대 연극영화과 95학번 동기다.

한때 류재일과 강산은 강산의 자취방에서 같이 살았던 절친이었다.

한강대 연극영화과 학부 시절에는 같이 영화를 이야기하고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영화감독은 강산이고, 류재일은 촬영을 맡았다.

강산과 류재일을 함께 알고 있는 학과 동기 모(?) 평론가(이형식)는 이렇게 말했다.

‘강산 감독은 류재일 감독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류재일보다 여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성인영화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인성>

강산이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사람들이 강산이라는 검색어를 녹색창에 치면 연관검색어로 연계되어 검색되는 말이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강산의 자연광과 스타일리시한 장면들은 스텝들을 갈아서 만들었다고 할 만큼 현장 스텝들이 고생이 많다.

강산의 현장은 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욕설이 난무한다고 한다.

강산은 입 밖으로 욕하고, 스텝들과 배우들은 마음속으로 욕하고.

아무튼, 녹색창에 강산을 치면 ‘강산 인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강산의 신작 영화가 ‘인성’이 아니냐는 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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