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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2화 (12/140)

〈 12화 〉 강산: 더 거칠게 몰아붙여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무슨 일이야. 정연아?”

오늘은 촬영을 쉬는 날이라, 늦게까지 잠을 잤다.

커텐을 걷자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강산은 잠에서 일어나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다. 큰 여동생 정연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가 싶어, 서둘러 정연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잘 지냈어요? 남매간에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해야 하는 거예요.”

“아냐. 오랜만에 전화 와서, 반가워서 그러지.”

“몸은 어떠세요?”

“괜찮아.”

“영화는요?”

“잘 되고 있어. 너, 그거 걱정돼서 전화한 거냐. 걱정 하지 마라. 잘 되고 있어.”

“그래. 우리 오빠가 하는 일인데 잘할 거라고 믿고 있어.”

“고맙다. 덕분에 네 목소리도 들어서 힘이 난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오빠.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너,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그냥 듣고만 있어. 동생 정화, 정미하고 나하고 오빠 힘내라고 두호 오빠 계좌로 돈 좀 넣었어.”

“정연아. 애들도 그렇고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 너희들도 힘들 텐데”

“오빠는 아직도 우리들이 어린애 같이 보여. 우리들도 다 마흔이 넘었고, 사회에서 다 자리 잡았어”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너희들 돈을 받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일이 안돼”

“오빠.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형제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지. 오빠도 우리들이 어려울 때 도와줬잖아. 지금은 우리가 오빠를 도와줄 때라고 생각했어.”

“그래. 고맙다. 지금은 내가 부족해서 거절하지 못하겠다.”

“오빠. 힘내”

“알았어. 힘낼게. 반드시 성공해서 보답할 게...”

강산은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눈이 너무 뜨거웠다.

*   *   *

“30분만 쉬었다 갈게요. 스텝들은 들어와서 정리해주세요.”

강산이 30분만 쉬었다 가자는 말에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텝들이 세트장으로 들어와서 현장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서윤호 배우.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네.”

서윤호는 ‘이제야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강산 감독은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장소로 데려가서, 혼을 내려고 하는가 싶었다.

강산은 서윤호를 데리고, 세트장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건물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옥상으로 들어서자 탁 트인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옥상 위에서 넓게 펼쳐진 아래 공간을 내려다보자, 눈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강산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을 반복했다.

서윤호는 강산처럼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하고 강산의 옆에 서 있었다.

“휴우.... 공기 좋다!”

“......”

“서윤호 배우, 왜 그러고 있어요. 가슴을 펴고 숨 한번 길게 내셔 봐요.”

“네. 휴우...”

강산의 호출에 잔뜩 긴장해 있던 서윤호도 강산을 따라 숨을 길게 쉬었다.

“서윤호 배우. 내가 윤호씨라고 해도 될까?”

“네. 감독님. 감독님이 편하게 말해 주시면 제가 고맙겠습니다.”

서윤호는 강산 감독이 어려웠다. 항상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강산의 감정을 알기 어려웠다.

나이가 어린 배우들에게도 항상 말을 높여 말하고, NG를 내도 배우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

서윤호가 보기에도 화가 날만한 상황인데도, 강산 감독은 배우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배우들이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래서 강산이 더 어려웠다.

“윤호씨. 아무래도 촬영장 안에서는 편하게 숨쉬기도 힘들지. 촬영장이 원래 그래.”

“아... 네.”

강산의 질문에 서윤호는 수줍게 대답하고는 다시 침묵이다.

어색한 시간이 지나가고, 강산은 어떻게 다시 말을 시작할까 고민했다.

강산은 담배라도 같이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서윤호에게 담배를 권했다.

서윤호는 강산이 주는 담배를 받았지만,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다.

담배를 준 사람이 미안하게 들고만 있었다.

다시 어색해진다.

“윤호씨는 담배 안 피우나?”

“네. 아직 담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의외네.”

“네?”

“요즘 아이돌들, 아니 젊은 친구들은 담배가 기본이라고 들어서 말이야.”

“아버지가 담배에 엄격하셔서요.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입니다.”

“아...”

강산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에 문 담배를 부러뜨리고는 담배 재떨이로 쓰는 옥상 구석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던졌다.

“그래. 담배는 안 배우는 게 좋지. 한 번 입에 물기 시작하면 정말 끊기 어려워. 얼마나 끊기 어려우면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

“......”

“윤호씨. 이럴 땐 왜요? 하고 질문을 해줘야 내가 다음 말을 하지.”

“네. 아~ 왜요?”

“이거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거 같은데 말이야. 우리 세대들은 담배를 끊는 사람을 지독한 사람이라고 하지. 보통 독하지 않으면 담배를 끊기 힘들다고 말이야. 그래서 담배는 처음부터 배우지 않는 게 좋아.”

“네.”

강산은 서윤호와 편안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옥상으로 불렀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가 아니라 설교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나다 보니, 서윤호와 공감대를 찾기 어려웠다.

옛날에는 담배를 피우는 흡연을 두고 혈연, 지연, 학연 다음에 흡연이라고 해서 흡연을 우리나라 4대 인연이라고도 했는데 말이다.

이런 농담을 떠올리는 것도 아주 옛날 사람 같다.

“윤호씨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요?”

“네?”

“스트레스 말이야.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서?”

“체육관에서 운동도 하고 집에서 책도 읽고 합니다. 가끔씩 친구들 만나서 농구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윤호씨는 바른 생활 청소년, 아니 바른 생활 청년이구만. 술 같은 것은 안 해?”

“네. 술은 저하고 잘 안 맞아서요. 한잔 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술은 잘 안 하고 있습니다.”

“그래. 술도 좀 그렇지. 윤호씨, 혹시라도 말이야. 친구들과 싸우거나 사람을 때려 본 적 있어?”

“네?”

이제까지는 도입부다.

지금부터 하는 말이 강산이 서윤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강산은 요즘 젊은 세대의 감정이나 행동 방식을 잘 몰랐다.

그 동안 강산의 주된 관심사는 성인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였다.

강산은 서윤호가 윤기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윤호씨는 다른 사람들하고 싸우거나 친구들하고 주먹다짐해 본 적 없어요?”

“네.”

“그럼, 실제로 때리는 것 말고 말이야. 연기나 장난으로 사람을 때려 본 적은 없어?”

“네.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아직 사람을 때리는 연기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친구들과 장난으로 한두 번 정도 한 적이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소연을 때리는 연기하기 쉽지 않겠네. 당연히 소연을 때리는 윤기도 이해되지 않겠고.”

“네...”

“윤호씨는 윤기를 어떻게 생각해?”

“네?”

“윤기가 어떤 놈이라고 생각하고, 윤기를 연기 하냐고?”

“아주 질이 나쁜 놈이라고...”

“단순히 질이 나쁜 놈이라...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면 좀 그런데. 그건 윤호씨가 윤기의 한 면만 보는 것은 아닐까?”

“그럼?”

“지금, 윤기는 제정신이 아니거든.”

“......”

“윤기는 자신이 소연의 구원자라고 생각고 이곳에 왔어. 소연이가 수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 윤기는 자신이 소연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 당연히 따라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네?”

“그런데 소연이가 윤기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윤호씨가 윤기라면 어떻게 하겠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포기해야죠.”

“포기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겠지. 그런데 윤기는 쏘시오패스 같은 면이 있어. 자기만 생각하는 애거든. 윤기는 나름 아주 큰 용기를 내서 소연에게 왔어. 마마보이 윤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말을 거역하고 말이야.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거야. 소연이가 같이 가지 않겠대. 윤기는 완전히 미쳐버리는 거지.”

“그래서 제 정신이 아니라고...”

“윤기가 소연의 얼굴을 보고 소연의 뺨을 때릴 때 말이야. 이 장면에서 윤기는 어떤 광기에 사로잡혀 있어.”

“광기요?”

“그래. 광기!”

“......”

“윤기는 말로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힘으로 소연을 제압하려고 소연의 뺨을 때려. 이렇게 말이야.”

강산은 서윤호에게 윤기가 소연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했다.

서윤호는 두 눈을 번들거리면서 거칠게 팔을 휘두르는 강산을 보고 섬뜩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소연이는 윤기에게 뺨을 맞고도 그냥 웃어버리는 거야. 윤기는 자신을 무시하고 웃고 있는 소연의 눈에서 어머니의 냉정한 눈빛이 보이는 거야.”

“어머니요?”

강산은 서윤호의 ‘어머니요?’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윤기는 미쳐버리게 되는 거지. 그래서 윤기가 소연을 계속 때리는 거야. 어머니는 때리지 못하지만, 어머니 대신 소연이를 때려는 거지. 윤기는 소연이가  아니라 어머니의 환영을 때리고 있는 거야.”

“......”

“이해하겠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혼란합니다. 윤기가 이런 상황에서 행동한다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봐. 윤기가 소연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이야. 그런데 어머니가 윤기에게서 소연을 갈라 놓은 거야. 이 부분에서 윤기는 자기 잘못은 없고, 모두 어머니 탓이라 생각하고 있거든”

“너무 심한데요.”

“윤기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연이를 데리러 왔는데, 어머니가 다시 두 사람을 방해하는 거야. 어머니가 소연이로 변해서 말이야.”

“......”

“윤기가 소연이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윤기가 잠시 주저하지. 이 장면에서 소연과 윤기 엄마가 겹쳐 보이게 편집할 거야. 윤기가 소연의 뺨을 때릴 때, 절대 주저하거나 약하게 때려서는 안 돼요. 지금 윤기는 제정신이 아니에요.”

*   *   *

촬영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 테이크는 무난하게 연기해서 NG가 나지는 않았지만 강산의 기준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컷. OK. 좋습니다. 이 테이크는 킵해 두기로 하고 한 번만 더 갈게요. 스텝들은 들어와서 다시 세팅해 주세요.”

‘아!’ 하는 탄성이 들린다.

배우들만 아니라 스텝들도 실망하는 표정이다. 이 테이크를 연기를 하는 배우도 촬영을 하는 스텝들도 많이 지쳤다.

강산은 서윤호에게 어깨를 거치고는 세트장 구석으로 데려갔다.

“윤호씨. 우리가 지금 에로영화를 찍는 게 아니잖아. 에로영화가 아니라 액션영화야. 액션영화. 오케이?”

“네.”

“좀 더 비열한 눈빛으로 거칠게 수연씨를 밀어붙여. 한 단계 더 거칠게 밀어붙여 줘야 수연씨 리액션이 더 리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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