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10화 (10/140)

〈 10화 〉 에로 배우: 공사는 기본이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하수연 배우.”

강산은 하수연을 따로 불렀다.

하수연은 자신이 연기할 부분들을 체크하고 있었는지, 강산이 나눠준 스토리보드 가지고 왔다.

스토리보드에는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대사, 카메라 포지션과 앵글, 이동들이 적혀 있다.

강산은 이 장면이 소연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장면 이후 소연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를 설명했다.

“하수연 배우. 소연에게 윤기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흔적이에요. 이 장면에서 소연은 윤기와 섹스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요?”

“소연은 지금 어른이 되는 과정, 성장통을 겪고 있거든요. 스님이 되려고 삭발하는 것처럼 과거와의 인연을 정리하고 있어요.”

“네...”

“그리고 나는 이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성적인 장면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

“나는 소연이가 남자들의 보호가 필요한 약한 여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서는 것을 보여줬으면 해요.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기준과 싸우는 간절하고 처절한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네...”

베드씬을 촬영하는 현장은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영화 화면에 보이는 장면이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촬영되지도 않고, 그런 각도로 촬영되지도 않는다.

에로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자신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는 감독과 스텝들의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서 상대 배우와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고 정사를 나누는 씬들은 연기해야 한다.

처음 에로연기 할 때의 신비감은 한 씬을 가지고 여러 번의 테이크를 반복하다 보면 더 이상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베드 씬은 수 많은 씬들 중에 한 씬일 뿐이고, 잡(job)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베드 씬을 촬영하는 현장은 연기하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촬영하는 스텝들도 상당히 긴장되어 있다.

베드 씬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연기 말고, 다른 감정이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다.

하수연은 연신 밝게 미소 짓지 있지만, 하수연의 웃음을 마주한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밝은 웃음 사이로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자꾸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길게 하고 있다.

아무튼, 너무 긴장하는 것 같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하면 시나리오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배역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어렵다.

이런 과도한 긴장감은 상대 배우에게도 영향을 준다.

배우는 연기하기 전에 최대한 긴장을 풀고 배역에 몰입해야 한다.

결국, 이런 순간들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자 이겨내야 하는 성장 과정이다.

긴장하고 있는 하수연을 보자, 어제 전화 온 고희윤이 생각이 났다.

고희윤은 왜 갑자기 강산에게 전화해서, 하수연을 잘 부탁한다고 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에도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것 같았다.

강산 몰래 윙크를 나누기도 하고.

강산이 아는 고희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부탁하는 수고를 감내하는 그런 착한 사람이 아니다.

강산은 나름 고희윤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시간이 고희윤을 변하게 했을까?

강산이 아는 고희윤은 죽을 때까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고희윤하고 하수연이 무슨 관계가 있나?

강산은 하수연과 영화 외에 다른 사적인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이 차이도 적지 않은 데다 딸 같은 배우하고, 영화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기가 어색하다.

강산은 하수연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말을 걸었다.

“하수연 배우”

“네. 감독님”

“괜찮아?”

“네?”

“너무 긴장한 거 같이 보여서 말이야.”

“괜찮아요. 감독님. 고맙습니다.”

“뭐가?”

“신경 써 주셔서요.”

“뭘 그런 거 가지고. 참! 하배우?"

"네"

"고희윤 배우 알아?”

“네?”

강산은 하수연과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선글라스를 썼다.

자신이 하수연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에 룸살롱에서 마담 역할을 하던 배우 말이야.”

“네.”

“고희윤 배우하고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요?”

“고희윤이 어제 저녁에 내게 전화를 했어. 하배우 좀 잘 부탁한다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아는 고희윤은 누구를 부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수현이 이모, 아니 희윤이 이모는 어머니 친구세요. 그래서 전화하신 것 같아요.”

“아~ 고희윤이 어머니 친구야. 그렇구나. 어머님은 잘 계시고?”

“어머니요.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 그렇군요. 나는 하배우 긴장 좀 풀어주려고 말을 걸었는데, 이상하게 되었네. 하배우.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어머니 명복을 빌어요.”

“고맙습니다. 감독님. 어머니도 고마워하실 거예요.”

“그럼. 이만”

강산은 괜히 하수연에게 말을 걸었다 싶었다.

하수연의 긴장을 풀어주려다가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이래서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하는구나.

강산은 촬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배우들과 스텝들을 모았다.

서윤호와 하수연에게 전에 나눠 준 스토리보드를 체크하고, 촬영 순서와 움직이는 동선을 다시 설명했다.

박형수 촬영감독과 배우들의 움직일 때, 카메라는 어디를 찍을지 어디를 부각할 지를 의논했다.

배우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트랙 인과 아웃을 할 카메라와 핸드헬드로 배우들을 따라다닐 카메라도 준비했다.

이번 장면에서는 조명이 중요하다.

너무 밝아서 소연의 얼굴이나 몸매가 부각되어도 안 되지만 너무 그늘 져서 그녀의 매력이 보이지 않아도 안 된다.

강산이 베드 씬을 촬영해야 하는 시간이 되자, 촬영에 필요한 필수 스텝들을 제외하고는 촬영장에서 모두 나가게 했다.

*   *   *

잠시 후, 하수연과 서윤호가 분장을 마치고 나타났다.

서윤호는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몸매는 짐승남이다.

지난번 씬에서 입었던 버버리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상의 단추를 세 개나 풀었다.

서윤호는 그동안 운동을 많이 했는지, 적당한 볼륨과 디테일한 근육으로 섬세하고 조화로운 비율을 보여주는 몸이다.

강산은 김준일 조감독을 불러, 두 배우의 몸을 가볍게 풀게 했다.

이번 씬을 촬영할 때 혹시 옷에 눌린 자국이 몸에 남아 있을지도 몰라 미리미리 몸을 풀어 놓게 하는 것이다.

가끔 부주의한 감독들의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몸에 팬티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는 장면들이 있다.

일부러 리얼리티를 살린다고 일부러 그런다고 하지만 굳이 성인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이런 방식으로 살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 장면은 하수연이 세면장을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하수연은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상의에는 하얀 티만 입고 하의는 팬티만 입은 채,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대본에는 청수장에 들어올 때 입었던 검정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다시 치마를 입는다는 것이 어색해서 팬티만 입는 것으로 수정했다.

대신 상의를 길게 내려 치마를 대신하기로 했다.

강산은 의자에서 일어나, 촬영 시작 전에 주위 상황을 체크 했다.

가볍게 준비 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서윤호를 보았다.

서윤호가 움직이는 폼이 부자연스럽다. 아마도 거시기 공사(?)를 처음 해서 그런가 싶었다.

“김두호 부장님!”

“네~”

강산은 제작 부장 김두호를 찾았다.

김두호는 세트장 구석에서 촬영에 불편이 있는지, 촬영은 잘 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강산이 자신을 찾는 소리에 김두호가 강산에게 왔다.

김두호는 강산이 애플 프로덕션에서 에로영화 감독을 하던 시절부터 같이 해온 절친한 친구이자 형제나 다름없었다.

에로영화에 제작 현장에서 20년이 넘게 활동해 왔으므로 에로영화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숨은 전설이나 다름없다.

“찾았어요. 감독님”

“두호야. 저기 서윤호 배우 말이야. 네가 좀 어디 데려가서 공사한 거 한번 좀 봐줘라.”

“왜?”

“저기 좀 봐. 서윤호 배우가 걸어가는 폼이 영 어색하지 않냐?”

“아~ 오케이. 내가 가서 도와줄게”

“박성희 감독님!”

“네.”

강산은 김두호를 서윤호에게 보낸 후, 박성희 미술감독을 찾았다.

“박감독님. 하수연 배우 좀 체크해 주세요.”

“뭘 말이야.”

“그거 말이야. 그거”

“아~ 그거, OK”

*   *   *

에로영화에서 ‘공사’는 베드 씬을 촬영할 때, 남녀 배우들의 중요 부위를 가리는 작업을 말한다.

배우들의 중요 부위를 최대한 적게 노출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어떤 감독들은 배우들의 공사를 싫어해서, 배우들이 공사하지 않고 촬영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공사하고 연기를 하다가 카메라 화면에 공사한 모습이 걸리면 NG 컷이 된다.

그래서 최고의 공사는 ‘허공’이라고 한다.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와 실제로 살을 맞대지 않으면서, 카메라의 각도로 살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속이고, 허공에다가 분탕질을 하면서 실제로 하는 것처럼 ‘펌프질’을 하는 것이다.

허공이라는 기술을 쓰려면 남자배우는 카메라가 비치는 각도와 카메라의 동선을 미리 알고, 연기할 줄 아는 베테랑이어야 한다.

촬영감독도 남자배우 못지않게 각도의 기술을 사용해야 하므로 배우의 연기와 타이밍, 합이 맞아야 한다.

공사는 보통 배우 스스로 한다.

아마추어의 서툰 솜씨로 공사하고 촬영을 하다 보면, 그곳에 붙인 테이프가 떨어지거나 너무 아프게 조여서 촬영에 집중하기 어렵다.

나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남자배우의 거시기를 거즈로 둘러 씌우고 청 테이프를 붙여 고정했다.

청 테이프를 때낼 때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요즘에는 청테이프 대신 고무줄로 묶어서 고정한다.

고무줄이라고 편한 것은 아니다.

거시기에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한 두 시간이 지나면 거시기가 검붉게 달아오른다.

그때는 잠시 풀어서 거시기가 숨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참고로 여자배우들도 예전에는 은밀한 부위에 헝겊을 대고 그 위에 청색 테이프를 붙였다.

요즘에는 팬티라이너를 대고 그 위에 살색 테이프를 붙여서 공사하지 않은 것처럼 감쪽같이 공사한다.

아무튼, 에로영화의 기본은 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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