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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에로영화감독의 비상-5화 (5/140)

〈 5화 〉 카메오 고희윤: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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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고희윤씨.”

“네. 오랜만이에요. 산이 오빠. 말 편하게 해요. 언제부터 오빠가 나한테 말을 올렸다고 그래요.”

“그래. 그게 좋겠지. 정말 오랜만이다. 희윤아. 그동안 잘 지냈어.”

처음 강산의 영화에 참여한 젊은 스텝들은 강산이 고희윤 배우에게 말을 놓자 강산이 달라 보인다.

한때 잘나가던 감독이라고 하던데, 천하의 고희윤 배우하고도 말을 편하게 한다.

“저도 잘 지냈어요. 오빠는요?”

“나도 잘 지냈다. 희윤아. 영화에 출연해 줘서 고맙다.”

“오빠 영화인데요. 당연히 출연해야죠.”

고희윤은 까다로운 작품 선정으로 유명했다.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아도 그동안 벌어 놓은 수입과 부동산으로도 충분하고, CF 수입 만으로도 여유가 있다.

고급 화장품과 명품 가전과 의류, 액세서리 광고 모델이라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 선정이 까다로웠다.

몇 년에 한번 정도,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런 고희윤이 강산의 영화인 <세 번의 사랑>에 출연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아무리 카메오라지만 성인영화의 마담 역할이다.

그 동안 고희윤이 쌓아 놓은 고급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강산의 전성기 시절에도 고희윤은 강산의 성인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강산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강산이 만들었던 단편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기는 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세 번의 사랑>에서 룸살롱 마담 ‘오세라’라는 역할에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강산은 고희윤의 출연은 기대도 안 했기 때문에 출연 의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희윤이 먼저 출연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강산은 한강대 연극 영화과 동문 선후배들이 강산의 재기를 도와주려고 나선 것이라 생각했다.

고희윤의 출연은 감사하지만 젊은 시절 강산과 고희윤, 두 사람들만 아는 사적인 인연도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서먹하기도 했다.

*   *   *

김소연은 긴장된 표정으로 이탈리아식 문양으로 장식된 룸살롱 <블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문 입구에는 펄이 들어간 아이보리색 벽지와 수준이 높은 인테리어가 한눈에도 고급 룸살롱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지배인 박인수는 김소연을 데리고 마담이 있는 사무실로 데려갔다.

마담의 사무실은 <블루>의 아가씨들의 대기실을 지나가야 하는데, 강산은 룸살롱 아가씨 단역으로 몸매가 뛰어난 아가씨들을 다수 섭외했다.

카메라는 관심이 없는 듯이, 화장대에서 화장을 고치는 아가씨, 팬티와 브래지어를 노출한 채 걸어 다니는 아가씨, 사람들이 보는데도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는 아가씨, 담배를 피우면서 잡담을 하는 아가씨들을 지나간다.

마치 패션쇼의 무대 뒤처럼 여자들의 잡담으로 소란 하다.

“유진아. 어제는 잘 들어갔어?”

“말도 마. 어제 완전 진상 만났잖아.”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니잖아. 그래 무슨 일이야.”

“말도 마. 병신 새끼가 서지도 않으면서 욕심은 많아 가지고 밤새 피아노를 치더라고”

“핑계 대고 빠져 나오지 그랬어?”

“나도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이 새끼가 하기 전에는 보내 줄 수 없다고 지랄을 하잖아”

“그래 고생했다.”

관객들의 눈요기를 위한 쇼를 보듯이, 몸매 노출이 심한 아가씨들의 무리를 지나서, 소연은 박인수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마담이 담배를 피우고 앉아 있었다.

“자기, 이름이 뭐야?”

녹색 반짝이 원피스에 올림 머리를 한 오세라(고희윤 분)가 담배를 비벼 끄고 김소연을 보며 말했다.

고희윤은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미모나 몸매는 여전했다.

가슴 부위가 야하게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천박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붉은 립스틱에 자연스러운 미소는 젊은 여배우 못지않게 매혹적이었다.

“김소연... 아니, 김미옥입니다.”

“미옥이, 따오기는 아니구?”

“네?”

“아냐, 됐어. 얼굴은 좀 예쁜데, 이름이 좀 그러네.”

“......”

“나는 오세라. 여기 블루 마담이야. 미옥이, 자기 이런 일은 해 봤어?”

“아뇨... 처음...”

“출근 시간은 6시고, 퇴근은 3시에서 4시 사이야. 지각하거나 조퇴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 거 알지”

“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 오늘부터는 어때?”

“네.”

“그래. 잘 됐네. 박부장~. 미옥씨 데리고 가서 옷 좀 갈아입히고 와”

“넵”

박인수는 김소연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컷. OK요. 다음 씬으로 바로 갈게요. 하수연 배우는 옷을 갈아입고 미술팀은 고희윤 배우 화장 좀 고쳐 주세요.”

하수연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다시 카메라와 조명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산이 오빠.”

고희윤이 화장을 고치고 강산에게 다가왔다.

“왜요? 고희윤씨”

강산은 고희윤에게서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

샤넬 넘버5. 향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독하다고 할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냄새다.

강산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다.

고희윤은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모델을 하던 샤넬의 향수를 좋아했다.

샤넬 향수는 도도하고 당당한 고희윤을 닮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옛날하고 똑같네.”

“아냐. 많이 변했어. 살도 찌고 아저씨가 되었지”

“변하는 건 내가 변했지. 산이 오빠는 겉모습만 변했지. 속은 하나도 안 변한 거 같아. 옛날처럼 고지식하지.”

“안 변하는 것도 있어야지. 내가 고희윤은 아니잖아?”

“오빠. 말에 뼈가 있네.”

“뼈는 무슨”

“오빠. 아직도 나를 못 잊어서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고희윤은 강산을 놀리듯이 강산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자, 강산이 질색하며 말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하고 있어. 너는 촬영 준비 안 해.”

“오빠는 말이 막히면 항상 화부터 먼저 내더라. 진짜로 그런 거야~”

강산이 귀찮다는 듯이 뒤로 돌아서자, 고희윤이 놀리듯이 ‘진짜로 그런 거야’ 하면서 강산을 따라 다녔다.

강산을 잘 모르는 젊은 스텝들은 강산의 당황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강산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부드럽게 대하지만 누구도 강산에게 장난을 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고희윤 배우는 강산 감독과 친한 듯이 장난을 걸고, 강산 감독은 고희윤의 애교를 두고 지겨운 듯이 도망친다.

촬영 감독 박형수에게 고희윤의 이런 모습은 의외였다.

고희윤의 별명은 '얼음 미인'이다.

고희윤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차가운 인상에 도도하고 당당해서, 남자 선배들도 고희윤을 어려워했다.

신인 배우 시절에도 촬영 할 때가 아니면 웃지 않았다.

그래서 고희윤의 미소를 보려면 돈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박형수는 고희윤과 강산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둘 사이에 다른 인연이 있었나 싶었다.

그때, 하수연이 짙은 레드 계열의 가슴이 깊게 파이고 몸매의 굴곡이 완전히 드러나는 원피스 홀복(룸살롱 안에서 입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하수연이 촬영장으로 들어오자, 강산과 고희윤은 장난을 그만두고 하수연을 바라봤다.

강산은 의상 팀에게 하수연의 홀복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옷은 가슴 골이 깊게 파였지만 하수연의 가슴은 생각보다 섹시함이 부족해 보였다.

강산은 하수연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섹시함을 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수연이 누군가에게 눈 인사를 했다.

하수연의 시선을 따라 살짝 눈을 흘겨 보았다.

고희윤이다.

고희윤도 하수연을 보고 살짝 윙크 한다.

강산과 시선이 마주친 고희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도한 얼굴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아는 사인가? 이번에 처음 만난 것 같은데, 하수연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어지간해서는 고희윤이 다른 사람에게 문을 열지 않는데’

아무튼, 하수연에게 섹시미는 노출이나 옷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핸디캡은 알고 시작한 영화다.

섹시한 몸매를 원했다면 하수연을 캐스팅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부터는 강산이 해결해야 한다.

룸살롱, 아가씨, 고희윤과 하수연으로 영화에 섹시함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강산은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소연이 홀복으로 갈아입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소연을 기다리던 오세라가 소연에게 말했다.

“음... 자기, 한 바퀴 좀 돌아봐”

“여기서요.”

“그래. 여기서”

김소연이 오른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오세라 앞에서 어색하게 한 바퀴를 돌았다.

하수연이 짙은 레드 계열의 원피스와 고희윤의 녹색 반짝이 원피스가 조명에 반짝인다.

“다시.”

“네”

소연이 좀 전보다 조금 빠르게 한 바퀴를 돌고 제자리에 서자, 오세라는 고민이 있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몸매는 괜찮네. 그런데 가슴이 조금... 문제네”

“......”

“미옥이. 뒤로 돌아서 봐”

소연이 뒤로 돌자, 오세라는 암습을 하듯이 소연의 원피스 뒤 끈을 ‘꽉’ 조여 주었다.

소연은 자신도 모르게 ‘흐흡’ 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미안하지만 미오기 같이 가난한 가슴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고희윤이 하수연의 원피스를 졸라 메는 장면은 고희윤의 에드립이다.

원래는 ‘몸매는 괜찮네. 그런데 가슴이 조금... 문제네’하고 끝을 내는 씬이다.

고희윤은 애드립을 잘 하지 않는 배우, 아니 싫어하는 배우다.

그런데도 고희윤이 애드립도 하고.

고희윤은 자기가 나오는 부분만 촬영을 마치고는 가버릴 줄 알았는데, 다음 씬도 출연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강산은 중섭에게 소연을 소개해주는 대사를 급하게 만들었다.

이어 촬영한 소연과 중섭이 룸살롱에서 만나는 씬에서 소연을 중섭에게 소개 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는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고희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고,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스텝들과 단역배우들은 고희윤의 거절에 상처를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텝들에게 고희윤의 성격을 미리 말해 주었을 텐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깜박했다.

“배우님. 사진 한 장만 부탁 드려요?”

“나는 사진 안 찍어요.”

“그럼 사인이라도.”

“사인도 안 해요. 김부장~”

고희윤은 매니저 김부장이 건네주는 선글라스를 쓰고 차에 올랐다. 스텝들과 단역 배우들의 안타까운 탄성을 뒤로 하고.

강산은 고희윤을 보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후, 고희윤. 네가 변하긴 뭘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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