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247화 (243/268)

< 45. 금과 쇠 [2] >

주기적으로 대의원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분위기야 빈말으로도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둘로 갈린 파벌로 항상 날이 서 있으니 하는 일이라곤 말꼬투리 잡아 헐뜯기가 대부분이었다.

“이게 뭡니까?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더니, 상단이 반토막이 나게 생겼지 않소이까.”

“반토막이라니. 말은 제대로 합시다. 그래봐야 반의반 정도…….”

“반이나 반의 반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오?”

“아니, 두 배 차이가 어떻게 거기서 거기요?”

얼핏 듣기에 유치해 보였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도 유치했다.

“서부 방면 거래선이 거의 증발하다시피 하지 않았소이까? 거기에 신용이 떨어져 어음거래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던데. 지금도 피해액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 아니오?”

“눈덩이가 불어나봐야 눈덩이지.”

“뭐요? 내가 지금 그런 뜻으로…….”

“됐고. 어차피 일시적 현상이오. 서부의 거래선이 증발했으나 어차피 그쪽 두 개 왕국의 어용으로부터 다시 복구하면 될 테고.”

“복구우? 그간의 손해액은 어쩌고 말이오?”

“거야 의원께서 신경을 쓸 바이오? 정작 속 쓰린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댁이 난리인지 모르겠네.”

“상단이 타플강드 의원 사유도 아니고, 또 그만큼 키우느라 온 의원들이 함께 힘을 썼는데, 대차게 말아먹고 하는 소리가? 속 쓰린 이가 따로야?”

탕탕. 의사봉 내리치는 소리가 장내에 퍼졌다.

의원들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만들 하시지요.”

의장이 한숨을 푹 쉬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의회의 파벌이 갈리기는 했어도 한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동료로서의 의리와 우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콩가루가 따로 없었다.

그 이유야 뻔했다.

거사가 가까워졌으니까.

세상이 뒤집히고 나면 의회가 세상을 지배할 터.

그때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먹겠다고 견제하다 보니 서로 기분이 상하고, 이제 와서는 아주 감정의 골이 깊게 파였다.

무엇보다, 거사가 아직 성공한 것도 아닌데.

의장이 그리 말하려다 말았다.

부정타게 그러한 소리를 입에 감기는 싫었으니까.

“타플강드 의원님. 피해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날아간 거래선이며 신용을 하면 대략 이삼백만 정도는 될 겁니다. 별것 아닙니다.”

의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자리에서 말한 것이 이삼백만이니, 알아듣기로 무조건 그 배 이상임은 자명했다.

두세배, 혹은 그 이상.

“그럼 다음 분기 활동비에는 문제가 없겠지요?”

“흠흠. 지금 신용거래에 문제가 좀 생기는 바람에 현물 유동에 문제가 있어서, 다소 축소가 불가피합니다만……”

“어느 정도입니까?”

“당초의 절반 정도로. 커흠.”

타플강드 의원이 민망해 말을 잇지 못했다.

< 45. 금과 쇠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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