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밀림 속으로 [6] >
어둠 속에 얼핏 보기엔 거대한 거미와 닮았다.
그러나 가까이에 다가와 모습을 드러내니 입에 담기도 끔찍한 괴물이었다.
빽빽하게 균열이 간 몸통.
그렇게 벌어진 무수한 틈새마다 눈동자들이 번뜩였다. 끼릭끼릭 부자연스레 움직이는 눈동자들.
빽빽하게 털이 난 다리는 거미와 닮았으나 위아래로 뻗어 불규칙적이니 그 개수가 스물 남짓이다.
“괴물!”
“성녀님! 물러서십시오!”
성녀와 성기사가 곧장 성력을 일으켰다.
“으윽.”
“제발 신성 좀 함부로…….”
세올과 트리예가 일시에 신음을 토하는 가운데, 시엔이 앞으로 나섰다.
괴물이 디딘 발을 피며 몸통을 띄우고 씩씩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곤 거체로는 믿을 수 없는 날렵함으로 시엔에게 달려들었다.
“시엔!”
“형제님!”
교단의 두 성직자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지르는 가운데, 괴물이 시엔의 앞에 우뚝 멈춰섰다.
“녀석.”
시엔이 뻗은 손에 괴물이 제 송곳니를 문댄다.
몸통에 난 수백의 눈들이 일시에 호선을 그렸다.
“시엔?”
“형제님?”
어느새 지척까지 달려온 둘이 의문성을 높였다.
“바르키아올이라고 하는데. 순한 녀석입니다.”
그거 하나도 안 순한데. 세올이 중얼거렸다.
부정 세계의 마수, 바르키아올.
대형에 속한 마수 중 순한 것이 하나라도 있으랴.
선배님이니 애견 다루듯 하지, 어설픈 흑마법사가 불렀다간 되려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위의 마물이었다.
이게 또 뭐야. 뷔아가 몸을 움츠렸다.
일단 시엔이 위험해 보여 달려들긴 했는데, 괜찮다 하고 다시 보니 세상 끔찍한 생김새였다.
“이게……? 엄청 부정한 괴물같은데…….”
“겉으로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속은 여린 녀석이니.”
“아니, 부정한 기운이 풀풀 풍기잖아요.”
“원래 그리 난 녀석임을 어쩌겠습니까.”
바르키아올이 위로 솟은 뒷다리 하나를 들어 전갈의 꼬리같이 꺾어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에 이어진 거미줄과 대롱대롱 매달린 고치가 시엔의 옆으로 얌전히 놓였다.
고치 바깥으로 삐져나온 짐승의 코에서 취익취익, 연신 거친 콧김이 빠져나왔다.
“므잉, 저녁 준비해.”
“오, 네스트 보어로군요. 아직 어린놈이라 연하니 맛이 좋겠습니다.”
늑대 수인들이 히히덕거리며 거미줄에 묶인 어린 멧돼지를 질질 끌어갔다.
바르키아올이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꿈틀거리다 이내 만족한 듯 밀림의 저편으로 슥슥 기어 자취를 감췄다.
“아니, 이거 나만 이상해요?”
“본래 명예 성자님께서 비범하시지 않습니까.”
아니, 그걸로 끝이야? 왜?
뷔아가 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괴물이 저녁거리를 준비하곤 사라지는데, 시엔도 하녀들도, 심지어 늑대 수인들마저 어떤 의문이 없었다.
사실 세올과 트리예야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고, 누렁이와 나비는 원래 생각이 없다.
늑대 수인들 역시 그저 어머니께서 준비하셨네 하면 납득하는 종족들이었고.
뷔아가 생각한 대수림 탐사는 이런 것이 아니다.
연신 달려드는 독충, 그리고 밀림의 음영 속 호시탐탐 객을 노리는 수많은 맹수.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그러한 사지.
거기에 물의 태반은 오염되고 역병이 들끓었다.
가진 식량은 쉬이 상하나 독물이 가득한 밀림천지에 입에 밀어 넣을 식량을 구하기는 또 하늘의 별 따기…….
뷔아가 선뜻 대수림에 함께 들겠다고 했으나 그 어려움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니.
그런데도 대수림에 들어가겠다며 시엔을 따라나선 것이 그만한 각오를 가진 것이었다.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박살이 나고 말았지만.
이래서야 금지 탐사보다는 소풍에 가까운 꼴이다.
물론 덥고 습하고 질척해 불쾌한 소풍이었지만.
늑대 수인들이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금세 날이 어두워졌다.
뷔아에게 또 다른 시련이 덮쳤다.
벌레들의 습격이었다.
“그거, 못 끕니까?”
“헤일로가 무슨 등불도 아니고 마음대로 끄고 켜는 건 줄 알아요?”
“퍽 불편해 보입니다만.”
벌레란 본래 빛에 몰려드는 것들이었다.
뷔아가 후광을 틔운 것이 춥기 시작할 때부터라 세상에 날벌레가 없는 때였다.
초봄인 지금도 대수림 바깥이 마찬가지로.
그러나 사시사철 더워 벌레가 번성한 대수림이라, 은은한 백광에 온 사방의 날것들이 몰려들었다.
뷔아가 앉은 자리만 따로 떨어져 은은한 성광이 막을 이뤘다.
그 위로 앉은 벌레들에 뷔아의 모습이 반쯤 가려질 지경이었다.
“잘 때도 보호막치고 주무실 겁니까?”
“그럼 어떡해요?”
“뭐라도 좀 뒤집어쓰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뒤집어써도 마찬가지라.”
머리 위에 뭘 씌워도 마찬가지라고.
꽤 흥미가 동하는 주제였다.
관측자마다 다른 모습으로 발광하는 후광이라.
거기에 모자를 써도 그 위로 삐져나온다?
현상 세계에 실재하는 발현이나 그 근원이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 되나?
“그럼 아예 후광 채로 뒤덮어야 하겠군요.”
“어떻게요?”
“주무실 때 보호막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쉬운 대로 저거라도 좀…….”
시엔이 한편에 세워놓은 배낭을 가리켰다.
가벼운 나무로 프레임을 짠 것이니 안쪽 품이 넉넉하기 그지없는 물건이었다.
“나더러 배낭을 뒤집어쓰라고요?”
“주무실 때만이라도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헤일로를 스스로의 의지로 지울 수 있어야 할 텐데.
* * *
“이봐, 나림.”
“꺅, 깜짝이야! 소리 좀 내요! 아니, 그보다, 무슨 자기 집이야? 아주 자연스레 드나들…….”
나림이 말끝을 흐렸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제멋대로 기지를 드나드는 사자 수인이 줄에 꿰어 목에 건 은빛 물고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수림의 식사는 그저 살기 위해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산선어인지 뭔지, 저 물고기가 훌륭한 별미라는 사실을 이미 먹어보고 알았다.
나림이 말을 돌렸다.
“히드라 못에 갔다 왔나요? 히드라는 어떻죠?”
“요즘 바짝 쪼그라들어서 불쌍해 보일 지경이야. 아예 늪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아. 그리고. 이거.”
히예브가 가방에서 뭘 꺼내 툭 던졌다.
나림이 엉겁결에 받아들고 나니, 강아지만 한 크기의 검은 털 뭉치였다.
둥글고 푹신한 것에 긴 귀가 달렸다.
끼이? 털 뭉치가 앙증맞은 소리를 냈다.
“와, 뭐야, 귀여워! 너 뭐니? 흑토끼인가?”
보송보송한 털엔 윤기가 흐르고, 체온이 낮은 모양인지 붙든 손이 서늘한 기분이 돌았다.
“겁도 없이 히드라 못에 기웃거리더군. 계집들이 그리 생긴 생물을 좋아하니 가져와 봤다.”
“계집이라니. 말을 해도 꼭.”
“어쨌든, 마음에 드나 보지?”
“뭐, 마음에 든다기보단…….”
나림이 라프라크를 찬찬히 살폈다.
귀 아래쪽 털을 조심히 넘기다 보니, 반짝거리는 붉은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털이 길어서, 너 앞이 보이기는 하니?”
삐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무어라 하면 빼애빼애 소리를 붙이는 것이 꽤 붙임성 있는 짐승이 틀림없었다.
“이게 뭘까요? 토끼 같기는 한데.”
“토끼는 아닌 것 같군. 토끼는 그래도 머리와 몸이 따로 있지 않나. 애초에 그리 둥글기만 한 짐승을 본 적이 없는데.”
“그럼 신종? 혹은 변종? 으으, 귀여워.”
“어쨌거나 뭐. 식사는 같이하지. 그, 너희네 술도 곁들여서. 산선어, 좋아하지 않나?”
“누가 좋아한대요? 그냥 성의를 봐서 먹는 거지.”
“성의라. 뭐, 좋아.”
히예브가 씩 웃으며 자연스레 시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익숙하기 그지없다.
“이봐, 히예브. 오, 산선어?”
“사내 줄 것은 없어.”
“에이, 그러긴가?”
그간 뻔질나게 드나들다 보니 이쪽 인간들과도 어느새 안면을 튼 사이였다.
“또 자넨가?”
“주방을 좀 빌리지.”
“또 선임 연구원님 식사야? 좋은 거 드시네.”
“부러우면 자네도 계집 했어야지.”
“원, 서러워서. 달린 거라도 떼야 하나.”
“자네 얼굴로? 끔찍한 소리 말아.”
히예브가 시설의 주방장과 농담을 나누며 능숙히 도구를 다뤘다.
일부는 회를 뜨고, 일부는 달군 팬에 굽고 또 일부는 찌고.
히예브의 솜씨야 그저 그런 편이나, 옆에 주방장이 달라붙어 돕는다면 또 이야기가 달랐다.
“잘 익었나?”
“어디 보세. 좋군. 버터 좀 넣으면 더 좋겠어.”
“그건 너무 느끼해.”
“선임 연구원님께서 좋아하셔.”
“그럼 조금만.”
세 마리를 요리해 큰 접시에 담아 두 개였다.
실한 산선어 세 마리면 네 접시는 나오고도 남을 것이나, 사실 요리하며 저들 입에 넣는 것이 반절이었다.
주방장이 히예브를 반기는 이유였다.
“덕분에 잘 먹었네. 요즘 들어오는 것들이 워낙 저질이라. 가뭄 때문에 그렇다던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분명 보급관 놈들이 중간에 해 처먹어서.”
“뭐, 내 알바인가.”
“그렇지. 이것도 가져가게.”
“뭐지?”
“훈연에 향을 더하는 향초인데, 많이 남아. 식탁에 피워 보게. 여인들이 참 좋아하거든.”
“오. 그런가?”
그렇게 주방장의 조언에 따라, 히예브가 저녁상을 차렸다. 먹음직스레 플레이팅이 된 요리들.
등불 대신 향초로 조명을 대신한다.
어두컴컴하니 도대체 무얼 좋아한다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혹시 주방장이 속인 거 아닌가?
히예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때였다.
“와아! 분위기 좋다.”
“신경 좀 썼지.”
히예브가 괜히 으쓱거렸다.
인간 여인은 어두컴컴한 것을 좋아한다.
새로 배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주방장에겐 나중에 따로 사례를 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향초 때문인지, 식사의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항상 앙칼지고 도도한 나림이었지만 지금만큼은 화기애애하니 친근하게 굴 정도였으니까.
이쯤이면 분위기도 무르익었겠다, 히예브가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오늘 밤은 어떤가?”
“오늘 밤? 오늘 밤에 뭘요?”
“다 알면서.”
히예브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긴 누가 알아요?”
나림이 모르는 척을 했다.
방랑벽 있는 사자 수인이 일 년 가까이 대수림에 머무는 이유야 뻔히 알고 있었지만.
“교미 말야.”
“푸흡.”
나림이 마시던 와인을 뿜었다.
“아니, 많은 단어 중에, 교미가 뭐에요? 짐승도 아니고.”
“그래서 교미란 거지. 짐승처럼 화끈하게.”
“하. 꿈도 꾸지 말아요.”
“이번에도 안 되는 건가. 참 어렵군.”
나림이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항상 궁금한 건데, 그걸로 넘어오는 여인이 있기는 있어요? 매양 대놓고 한 번 하자고만 하면서.”
“안 넘어오는 여인이 없었지.”
“정말요? 그, 교미 그딴 말이 먹힌다구요?”
“문제라도 있나?”
“아니, 세상 어떤 여인이 그딴 소리를 듣고 몸을 허락한단 말이에요?”
“이상하군. 나는 되던데.”
히예브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태도였다.
“인간 여인은 여러모로 까다롭군. 겨우 하룻밤 좀 같이 좀 즐겁자는 데 이리 까탈스러워서야.”
“뭐에요? 말 다 했어요? 겨우 하룻밤? 까탈?”
“내가 못 할 말을 했던가?”
“이 짐승! 난봉꾼! 호색한! 꼴도 보기 싫어!”
나림이 콧김을 뿜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혼자 남은 히예브가 나림의 접시를 앞으로 끌어 식사를 이어갔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러는지.
“성질머리가 저리 더러워서야. 쯧쯧.”
뭐, 이 꼴도 하루 이틀 본 것이 아니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얼굴 보고 지내면서 일주일에 두 번은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두꺼운 나무라도 찍다 보면 넘어가겠지.
* * *
분하지만, 가방 속에 머리를 넣고 잠든다는 발상 자체는 효과적이었다.
벌레는 달려들지 않으나, 그 대신 답답하고 또 퀴퀴한 냄새에 시달려야 하기는 했지만.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것 말고는, 밀림 탐사는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어찌 맹수 한 마리, 괴물 하나를 마주치는 일이 없는지.
뷔아가 생각하기로는 이상하리만치 문제가 없다.
일행의 주변으로 맹수와 괴물이 계속해서 죽어가는 중임을 알 수 없었으니까.
사실상 마수의 군대가 시엔을 중심으로 단단히 진을 치고 다가오는 것들을 몽땅 잡아먹는 중이었다.
시엔이 마수를 불러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사람 모양을 한 것은 놔두고, 아닌 것은 알아서 잡아먹으라고.
그렇게 탐사 사흘 차의 낮이었다.
“멈춰라, 인간들. 여기는 붉은 꼬리의 영역…… 므잉 아닌가? 떠나더니, 돌아왔나?”
“아니. 잠깐 어머니께서 볼일이 있다 하셔서.”
“그새 족장이 바뀌었나 보네. 뭐야, 인간이야?”
“누구보다 강한 분이시다. 그리고 부족을 풍요롭게 먹여 살리고 계시는 자애로운 어머니시지.”
“풍요롭다고? 바깥이 살기 좀 괜찮아?”
“좀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끝내주거든. 아무것도 안 해도 먹을 것이 쏟아지니.”
흑랑족이 하는 일이 군대라 매일 수련과 훈련뿐이었다.
늑대 수인들이 생각하기에 채집도 사냥도 아니니 아무것도 안 하는 셈이긴 했다.
군대라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으니.
“그래? 털에 윤기 나는 것 좀 봐. 잘 사나 보네.”
붉은 꼬리는 여우 수인 부족이었다.
넓적한 세모 모양의 귀와 길게 찢어진 눈. 여우 수인들이 전면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방문이야? 손님은 환영인데. 사내가 별로 없네.”
“그냥 지나는 길입니다. 대수림에 이상이 있다고 들어 조사하러 들었는데, 짚이는 바가 있나요?”
“늑대인간 특이 개체가 넘치기는 했는데. 그런데 며칠 전에 싹 빠져서 이젠 괜찮아. 영역의 주인들도 서서히 다시 활동하려는 것 같고.”
“그 외에는요?”
“대수림에 이상한 것들이 들어왔어. 복슬복슬한 것이 천지에 깔렸고, 흉측한 것들도 벌써 수십을 봤거든. 생긴 것과는 달리 소심해서 마주치면 슬그머니 도망을 치긴 하는데.”
여우 수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에 본 적 없는 괴물들이라 걱정이 되긴 하네. 땅에서 솟듯 갑자기 나타난 거라, 어디서 흘러들어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대수림이 어찌 되려는지. 계속 이상한 것만 늘어.”
아마 시엔이 푼 마수들을 말함이리라.
시엔이 말을 돌렸다.
“바깥에도 대주기가 일어나 늑대인간의 숫자가 수천에 달하는 중인데요. 그만한 숫자가 밀림에 있었다는 말인데, 어디 짐작 가는 곳이 있을까요?”
“수천? 수천이라고?”
여우 수인이 눈을 깜박거렸다.
“특이 개체가 수천이나 도사리고 있었다고?”
“결과적으로는 그렇겠네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만한 숫자가 숨으려면 어지간한 영역 아니면 안 되잖아? 대수림에 그 정도 되는 영역이…….”
여우 수인이 생각하는 척을 했다.
“베히모스의 둥지? 그쪽이 수상하긴 해.”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강대한 이라 해도 초대형종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것은 현명치 못한 행동이었다.
“사실, 본 적이 없어. 베히모스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게 벌써 우리 할머니 대의 일이거든. 그 흉포한 것이 살아 있다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죽었다 하는 부족도 있고, 아니라고 그저 대수면에 들어갔을 거라는 부족도 있는데. 진작 뒈지고 늑대인간이 대신 영역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확실하지는 않단 말이네요.”
“보고 오면 우리야 좋지. 이상이 있으면 분명 딱 거기밖엔 없다니깐.”
수상하긴 한 데 아니면 말고.
딱 그 정도의 정보였다.
오히려 은근히 딱 집어 부추기는 것이 아무래도 시엔 일행이 베히모스의 생존을 확인해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베히모스.
시엔도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괴물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털복숭이의 형상을 한 거인이라고.
지상에 두 발로 선 것 중 가장 강대한 괴물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시엔이 생각했다.
그럼, 살짝 간만 보고 빠지면 괜찮지 않을까?
< 42. 밀림 속으로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