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191화 (187/268)

< 38. 대단원 [4] >

“파문이라니?”

“예의 교단의 그것 아니오?”

“파문이 이런 식으로 처리되는 일이었습니까?”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대공자가 찾아온다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나 보려고 했지, 뜬금없는 소식을 듣자고 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파문이 교단의 최고형이었기에.

“대공자. 정확히 말하시오.”

귀족 하나가 시엔을 노려보며 말했다.

눈빛이 사납기 그지없는 이다.

원수를 바라보는 표정이니 그 미움이 여간 큰 것이 아닐 것이다.

“파문을 축하드린다니? 파문이 유력하거나 예정되었다는 뜻인가. 아니면 이미 선고되었다고 말하는 것인지? 애매한 표현으로 그저 논란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제 축하는 공작 각하께 드리는 것이었으니까요. 사발디 백작님이셨던가요? 말씀하시니 이 자리에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시엔이 목청을 다듬는 척을 했다.

“천신께서 내리신 엄중한 정의에 따라, 성황 예하의 권위로 흐레이그 공작은 파문되었습니다.”

“하나 공작 각하께서는 재판을 받지 아니하셨다. 최고형을 내림에 있어 교단이 그리 경솔하게 움직였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있겠나?”

“재판이 죄의 유무를 가려 맞는 형을 내리는 일인데요. 명백하게 혐의가 입증되었는데, 죄인의 변명을 들어줄 이유가 있겠어요?”

시엔이 공작을 눈짓하며 말했다.

“아. 사발디 백작님께서 아들의 원수를 옹호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돌아가신 대공자께서 피눈물을 흘리고 계시겠네요.”

“너어, 네놈이…….”

사발디 백작이 뒷목을 잡았다. 백작가의 대공자는 팔퓌유 참사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그의 유일한 자식, 외동아들이었기에.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그 원한이 사무친 이였다.

“감히 네놈이 누구를 그 더러운 입에…….”

“그만.”

흐레이그 공작이 말했다. 단 한 마디뿐이었으나 좌중이 곧장 침묵했다.

목소리에 어떤 마력이나 힘이 실리지 아니했음에도 그랬다.

“내가 그 헛소리를 더 들어줄 필요가 있는가?”

“헛소리요? 어떤 부분이 헛소리인지요, 각하?”

“영악하기 짝이 없는 놈이로다.”

공작이 입을 다물라 하니 시엔이 교단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며 부정할 것이냐 되물었다.

공작이 이를 드러냈다.

“네가 교단의 명예 성자라지.”

“전쟁에 그리 내세운 적은 없습니다만.”

“그게 무슨 상관이더냐. 네가 아니라 해도 교단이 널 가족으로 여기고 있을 텐데. 천신께서는 정대하다 하시나 결국 지상에 그 뜻을 펼치는 이가 사람이니 그분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천신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시엔이 명예 성자이니 그 입김을 불어 넣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말을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말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다른 말로 하지 뭐.

“아. 가족이라 하셨나요? 그러고 보니 파문 소식을 빨리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깜박 잊고 있었지 뭐예요. 감사를 표합니다. 각하.”

시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공작 각하께서 고용하신 마법사들이 기적과 같은 마법을 사용했습니다만, 도중에 문제가 있었는지 끔찍한 주문이 성주성 안쪽으로 퍼지고 말았지요. 덕분에 제 군대가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영주성을 점령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마법사를 고용해 주신 공작 각하께 감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엔이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귀족들이 움찔하며 칼자루를 잡았지만, 뒤이어 아무것도 없는 주먹이 빠져나오자 다시 팔을 늘어뜨렸다.

시엔이 주먹을 뻗어 손가락을 펴니, 투두둑, 땅에 반짝이는 것들이 여럿 떨어져 내렸다.

반지들이다.

귀족의 신분을 증명하는 인장 반지들.

“군대가 진입하였을 때는 이미 늦어, 각하의 모든 식솔이 서로 죽여 참살당한 이후였습니다. 시체 중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어 반지라도 챙겨왔습니다.”

“네놈…….”

“파문당한 죄인들이라 장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도 각하께서 굳이 장례를 치르실 필요는 없으세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신관 한 명 없는 장례를 굳이 치러야겠어요?”

귀족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젊은 대공자가 웃으며 하는 말이 어지간히 독한 것이어야지. 분노에 앞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살아남은 이가 없다?”

“다른 곳에 있던 가족이 아니라면야. 그러고 보니 한 명은 제가 보호 중이라. 아시죠, 각하께서 버린 자식이니.”

“그게 네 유언이 될 것이다.”

공작이 막사 입구를 향해 눈짓했다. 입구 옆에 선 기사가 목례하며 검집을 두드렸다.

뒤이어 막사 내로 무장한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시엔을 포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공작 각하께선 명예도 모르시나? 하긴. 알았으면 파문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

“아직도 입이 살았나.”

“기사 스물이라. 검위공, 상대 가능하세요?”

“일단 검이 있어야 뭘 해보기라도 하지 않겠나.”

“좋아요. 검이 필요하시다.”

시엔이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큰 마법이 아니라 주문을 외울 필요도 없다.

음영 속에서 검은 것이 불쑥 튀어나온다.

길쭉한 것이 빠르게 솟아오르며, 땅에 붙은 그림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곧장 검 한 자루가 손에 잡혔다.

날부터 자루에 이르기까지 온통 새까만 검이었다.

그림자로 벼린 장검, 어둠칼.

흑마법의 여러 학파 중 그림자 구현 계통이 대개 어렵고 멋은 있는데, 딱히 쓸모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둠칼 역시 그러해서, 흑마법 중 가장 쓸모없는 주문 중 열한 번째로 꼽았다.

마법사가 칼 들고 뭐 하겠냐면서.

그래도 순위가 열 손가락 바깥에 있었는데, 고위 흑마법사들이 고기 꿰어 익히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 주장한 까닭이다.

어둠칼을 받아든 검위공이 떫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자네 계획인가? 실컷 약 올리고 무력으로 탈출하겠다라. 처음부터 독설 퍼부어주러 왔는가?”

“아뇨. 그건 저치가 얼굴이 워낙 두껍길래 한번 찔러본 건데요. 딱히 악감정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공작이 화를 내는 건 뻔뻔하지 않습니까?”

“농담이 나오는 걸 보니 아직 여유는 있는 모양이로구먼. 이젠 늙은이 심장에 해로우니 적당히 해두게나.”

“의도한 상황하고는 좀 맞지 않습니다만, 아직은 아예 틀어진 편은 아닙니다.”

흐레이그 공작이 둘의 환담에 이를 갈았다.

“뭣들 하시오, 당장 저 무도한 반역자들을…….”

“잠깐!”

시엔이 소리쳐 공작의 말을 끊었다.

“사발디 백작님, 가만히 계실 건가요? 아드님의 원수가 저리 당당하게 앉아 있는데?”

“헛소리! 기사들은 당장 공격…….”

“가크하아아! 좀 닥치시지요!”

공작이 다시 공격 명령을 내리는 와중에, 시엔이 고함을 내질러 재차 말을 끊었다. 일단 시간을 좀 끌어야지.

본래는 시엔이 직접 흐레이그 공작의 죄를 밝히고 그걸로 다른 귀족들의 군대를 덜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악한 공작이 그걸 눈치채고 대화를 끊고 서둘러 처리하려는 상황이 아닌가.

“놈! 경들! 당장 공격.”

거제 또 소리 지르게 만드네. 시엔이 다시 숨을 가득 들이마시는 와중이었다.

“사발디의 기사들은 검을 거두라!”

사발디 백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기사 중 일부가 검을 집어넣고 한 발짝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흐레이그 공작이 분노했다.

“백작! 이게 무슨 짓인가!”

“……저는 대공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허튼소리! 저놈의 수작에 넘어갈 생각인가?”

“수작인지는 모르겠으나, 대공자가 직접 나섰으니 그만큼 중요한 말을 하려 했겠지요.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다!”

“각하께선 반대만 하시는군요. 어째서입니까?”

사발디 백작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백작! 내 이를 잊지 않을 것이야. 경들은 무엇하시오, 당장 기사들을 부려 저 반역자를 참하지 않고!”

“공작 각하. 대공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가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알함 경, 일단 멈추시오.”

“산천여울 기사단은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귀족들이 하나둘씩 제 기사들을 물렀다. 그렇게 검을 집어넣은 기사가 서른 중 절반에 가까웠다.

흐레이그 공작이 후회했다.

티란디스의 애송이가 검위공과 친하다 하니 데려올 수 있겠다는 걸 충분히 예상했고, 그를 막기 위해 각 귀족가 기사들 중 단장급의 실력자들을 모았다.

게다가 사신으로 직접 온 적의 지휘관을 베는 일이었다.

혼자 하기보다는 휘하 귀족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이려는 수작이기도 했다.

그게 독으로 돌아왔다.

“대공자. 설명을 들어야겠소. 원수를 섬긴다 하였던가?”

“뭐. 간단한 일이죠. 팔퓌유 참사에 대해서. 죽지 않는 마물들을 누가 제조하였고 누가 부렸느냐가 중요한 일인데. 처음부터 저희는 흐레이그가 마물을 제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주장에 근거가 있는가?”

“마물 스물일곱이 흐레이그의 영주성 내에 대기하여 아군을 공격했고, 전부 목을 베어 사로잡았습니다. 애초에 마물이 영주성 내에 있었으니까요.”

“목을 베었는데 사로잡았다고?”

“마물이 죽지 않으나 목을 베면 멈추던데요.”

“마물이 영주성 내에 있었다라. 그걸로는 충분치 않네. 대공자가 마물을 부릴 수 있다고 의심하는 와중이니, 점령한 성채 내에 발견되었다고 말한들 곧장 믿을 수 있겠는가?”

“다만, 마물을 공개할 수는 있습니다.”

기사들이 서로 얼굴을 알기 마련이니 마물의 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은 비밀리에 키운 이들이라 해도 결국 땅에서 솟지 않았으니 조사해 그 연고가 밝힐 수 있었다.

시엔의 설명에 귀족들이 공작을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태도.

곧 변명하라는 뜻이 아닌가. 공작의 표정이 사나웠다.

“저 어린놈의 간계임을 모르겠는가? 조사를 한다 치지. 그게 하루 이틀 걸리는 일이던가? 지금 순간에도 반역도들은 왕성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유의하시오. 시간을 끌면 반역도가 유리한 판이란 말이오!”

“각하께선 마물이 티란디스의 것이라 하셨습니다. 혹여 그 증거가 있으신지.”

“증거는 무슨 증거! 마물이 한 짓을 보시오!”

공작이 진노했다.

왕가의 신부행을 습격해 장차 왕국의 어머니가 되실 분을 빼돌렸다.

분명 동부 귀족의 참전을 막기 위한 것이다.

거기에 팔퓌유 참사, 마물을 부려 지휘부를 기습해 군을 무력화시키고 여기까지 진군하지 않았나.

누가 봐도 명백한 증거다. 팔퓌유 참사에 흐레이그의 핏줄 역시 목숨을 잃었거늘!

그러자 귀족들의 시선이 시엔에게 닿았다.

“글쎄요. 신부행 습격에 대해선, 정말로 동부의 참전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어요? 오히려 분노를 사 참전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일리가 있군. 그러나 팔퓌유 참사는 어찌 설명할 생각인가? 그로 인해 공작이 얻을 것이 없었는데.”

“합동 조사를 막았죠. 저희는 조사를 통해 마물의 출처를 밝히자 제의했습니다만, 때맞춰 참사가 일어나니 곧장 이렇게 되지 않았나요?”

“흐음…….”

귀족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결국, 둘의 이야기를 들어도 결론이 나는 것은 없었다.

대공자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치면 흐레이그 공작이 마물을 부려 가신의 목을 베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악한 일이었음에.

“이러고도 저 놈의 해괴한 소리를 믿으시겠소?”

“놈이라니. 각하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네요. 아. 그러고 보니 공작 각하께서 파문을 선고받은 이유를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알고 싶지 않다! 어차피 네놈이 교단에 그 간사한 혀를 놀려 수작을 부렸겠지.”

“각하의 범죄는 총 세 가지입니다.”

“뭣들 해! 당장 저놈을 베지 않고!”

아. 갑자기 공격 명령이네. 이러는 건 반칙이지.

기습적인 지시에 시엔이 미처 끊을 타이밍을 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상관없는 일이었다.

“경들, 대공자를 지키시오!”

“막아!”

“아히작 경!”

귀족들이 즉각 반발하며 제 기사들을 호명했다.

이미 지휘 천막의 기사들이 반반으로 갈린 상황이라, 칼을 뽑아 서로 대치가 이루어질 뿐이었다.

시엔이 귀족들에게 목례하며 감사를 표했다.

“베스탄티, 그러니까 흐레이그 가문의 대도시죠. 각하께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계십니까?”

“무슨 일이 벌어졌지?”

“알고 계시는지 물었는데요? 알고 계신다면 제 입으로 설명하는 것도 무례한 일인데.”

“이미 무례한 수준을 넘어거늘, 이제 와 말인가?”

“계속 무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시는 일인지 물었는데요.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대답할 이유가 있나?”

“그야.”

시엔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족들이 공작을 바라보는 와중이었으니, 그들이 함께 대답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알고 있다.”

시엔이 조금 실망했다.

여기서 모른다 잡아떼야 상황이 재미있었을 텐데. 과연 보통 인물은 아니다 싶어서.

“각하께서 혼자 알고 계셨군요.”

“굳이 말해 사기를 떨굴 필요가 없으니까.”

“오히려 사기가 올라갈 소식이 아닙니까?”

“무엇이? 네 군대가 도시의 시민을 학살하고 깃발을 꽂아 그 꼴을 전시했다는 소식이 말이냐?”

“잠깐, 각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시의 시민을 학살하다니요.”

“저 애송이가 군대를 부려 도시의 시민들을 학살했다. 도시 하나를 거의 몰살시켰지. 그 생존자가 겨우 영주성에 닿아 소식을 알리고, 내게 전령을 보내 알게 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만행을!”

이런 상황도 꽤 재미있는데. 좌중의 시선이 이리저리 하나로 뭉쳐 쏠리니 당연히 우스울 수밖에.

시엔이 웃으며 말했다.

“말은 바로 하셔야죠. 제가 아니라 각하의 직할대가 한 일이 아닙니까. 개중에 죄악을 알고 고백한 증인이 있습니다만.”

“……증인이야 만들어내면 그만이겠지.”

“증인이 각하의 명령을 받았다 증언했는데도요?”

“증인을 의심하겠다.”

“늦었습니다. 이미 성녀께서 결론을 내리셨으니.”

“그래서 파문이라고? 교단의 행사가 이리 편파적일 줄은 몰랐는데.”

“자. 여러분 들으셨죠? 제게는 증인이 있고, 각하께선 항상 말뿐으로 변명하시는군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제가 도시를 학살했다 치고, 널리 알리면 군대에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 아닙니까.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고선.”

“되지도 않는 선동이다!”

귀족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

시엔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거기에 흐레이그 가문은 강스트프레의 교구장을 살해했고, 신전의 구호소를 공격해 신관과 이재민들을 학살했습니다. 그 자리에 성녀께서 계셔서 집중 공격을 받았으니 성녀 살해 시도도 함께입니다. 이에 대해선 할 말이 있으십니까?”

공작의 표정이 허물어졌다.

시엔이 보고 알았다. 아무래도 공작가의 대공자, 베사렌의 판단이었던 모양.

“나는 모르는 일이다. 천신께 맹세코.”

“공작님께서 모르셨을 수도 있겠죠. 그럼 마법사들은 어떻습니까. 교단의 주적을 고용한 일에 대해서는 변명하시겠습니까?”

“교단의 주적이라고?”

“만화원이라고 불리는 이들입니다만.”

“그 역시 모르는 일이었다.”

“뭐. 이젠 아시니 되었습니다. 본인이 파문당한 이유 정도는 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충 할 말은 전부 끝났다.

시엔이 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 주장은 이래요. 여기 계신 각하께서 마물을 제조하셨습니다. 마물의 제조를 위해 흐레이그의 기사들이 동원되었으며, 또한 무수한 영민의 피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물로 왕가를 공격하고, 가신들의 목을 베었죠. 그도 모자라 이번에는 제 도시를 공격해 책임져야 할 영민을 학살했습니다.”

“저런 맹랑한 소리를 듣고만 있을 텐가?”

“제겐 충분히 제시할 증거가 있습니다만, 각하께선 그저 아니라 고개만 저으실 뿐이로군요. 판단은 각자 하셔야겠습니다만.”

시엔이 말을 이었다.

“당장 결론을 내진 못하더라도, 중립을 지키시는 게 어떠신가 합니다. 군대를 이끌고 물러나십시오. 티란디스와 흐레이그는 둘이 결판을 내겠습니다.”

< 38. 대단원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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