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믿음에 대하여 [5] >
벽에 걸린 그림이며 장식용 무구들, 그리고 고급 원목을 쓴 가구와 화병 하나에 이르기까지 전부 이름난 명품이었다.
그러니 그것들이 전부 얼마냐. 차라리 벽을 금으로 칠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방의 품격이란 비단 거기에 녹아난 황금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안에 든 것들의 색과 톤, 크기와 조화, 미묘한 각도의 차이야말로 그 주인의 안목을 설명하는 요소였다.
그러니 이 방의 주인은 이러한 취미를 가진 이들 중에서도 대단히 실력이 있는 이였다.
분명 뛰어난 미학적 소양을 가졌으리라.
침상에 누워 수많은 여인 속에 파묻혀 있으나, 여인들의 외모가 전부 제각각이었다. 고양이와 같은 이로부터 순한 양과 같은 여인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정의할 취향이 없으니 이 또한 미학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여인의 손이 하나 뻗어와 사내의 가슴팍으로 슬그머니 파고들었다. 사내가 곤란하다는 듯, 손목을 잡아 떨쳤다.
“안 돼. 곧 의식이니까. 옷이 흐트러져선 위엄이 살지 못해.”
“쳇.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갈색 머리의 여인이 불퉁하니 뺨을 부풀렸다.
“불꽃놀이가 보고 싶었다구요. 그런데 그것도 안 돼. 모처럼 함께 있자고 하셔서 왔더니 저것들도 우르르 몰려왔고.”
“싫으면 가던가. 누가 있으래?”
“웃겨. 주인님께서 행사하시는데 너 같은 거 때문에 미뤄야겠니?”
다른 여인들이 비웃음을 날렸다.
사내를 바라보는 눈빛은 달콤하기 그지없으나,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차갑게 얼어붙는 꼴이었다. 여인은 여럿이고 사내는 하나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만. 내 앞에서 싸우지 말라 했을 텐데.”
여인들이 침묵했다.
사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좀 조용하군.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야. 메이화, 그건 뭐라고 하나? 언제 넘어올 생각이라고 하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여인 하나가 상체를 일으켰다. 손을 뻗어 침상을 더듬다, 이내 커다란 보석 하나를 집어들었다.
상당히 기묘한 커팅이었다.
수백개의 면으로 깎아낸 보석. 그러나 모든 면의 모양과 크기가 달랐다. 그러나 그 부조화가 오히려 거대한 질서를 이루니, 인간의 생각으로 깎아낸 보석이 아니리라.
여인의 눈에서 흑광이 비쳤다.
뒤이어 눈동자가 말려들어가며 흰자가 비치니, 간질 환자처럼 몸을 떨고 침과 콧물을 흘리며 그저 보석을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외원 세계. 현상 세계 너머 얼어붙은 밤의 장막 저편에, 끔찍하도록 멀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세계의 파편이었다.
오백년 전, 별이 대륙 남쪽 바다에 떨어졌다. 그 여파로 거대한 파도가 일어 수만 명이 다치고 죽었다니 역사에 길이 남은 대재앙이었다.
별이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았으나, 수십 년 전 돌연 떠올라 해변으로 밀려왔다. 그것이 사내에 손에 들어왔으니 그때가 바로 창대한 계획의 시작이었다.
“허억!”
여인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어느새 전신에 땀이 흘러 비라도 맞은 마냥 줄줄 흘러내리는 꼴이었다.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되니 몸이 버티지 못해 온몸의 수분이 줄줄 새는 과정이었다.
외원 세계와의 접촉은 순전히 사내가 이루어낸 업적이었다. 그 접촉에 사용되는 마법은 마력과 함께 막대한 생명력을 소모하는 것이었다.
사내가 혀를 찼다.
“시트가 젖겠네. 밖에 서.”
여인이 그 말에 따라 침대 밖으로 기어나갔다. 그러나 몸에 힘이 빠지고 체력이 다하니 서지 못하고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사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됐어. 보고해.”
“예, 주인님. 후우. 그건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것. 외원계의 어떠한 지성체였다.
외원계의 이름 모를 신을 모시는 이름 모를 지성체.
외원의 신은 무심하여 세상을 살피지 않으니 가혹하기 그지없는 곳이리라. 거기서 살아 신의 대리를 맡았다는 강력한 지성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다만······”
“다만 뭐?”
“생각이 바뀌었다고, 제물을 두 배로 받아야겠다 말했습니다만······.”
사내가 피식 웃었다.
“대륙에 널린 게 천한 것들인데. 두 배든 열 배든 무슨 상관이야. 좋아, 수고했어.”
“그, 제가 도움이 되었습니까······.”
“그래. 사랑한다.”
“아아······.”
여인이 그제야 안도한 듯 미소지으며 까무러쳤다. 그러한 여인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무심할 뿐이었지만.
“발륜, 재림교도들은?”
“식 전에 성유해를 전달했어요. 달이 눈을 뜨는 대로 재림 의식을 진행한다 들었으니, 아마 머지않아 당신께서 가시겠지요.”
“변수는 없겠지?”
“모든 성유해를 단단히 봉인해 놓았으니, 남은 것은 당신께서 가진 것뿐이잖아요?”
“좋아.”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재림교도들이 한참 의식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이미 죽어 없는 한 흑마법사를 신으로 믿는 어리석은 것들. 아무리 위대한 이였다 한들 한낱 인간이니, 어떠한 의식을 치러서라도 이미 소멸한 영혼을 어찌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흑마법사의 유해는 남았다.
재림교도들이 재림을 위해 의식을 치르면, 흑마법사가 이미 세상에 없으니 그나마 남은 것이 소환되리라.
그리고 그 남은 것이 사내의 손에 있었다.
사내는 재림교도들에게 소환되어 지상의 신이 될 계획이었다. 믿음이란 힘의 원천, 신으로 숭배하여 의심치 않는 신자들을 거느리는 순간 강대한 힘을 손에 넣으리라.
그리고 외원 세계의 이름 모를 것과 거래를 하면 계획의 완성이었다.
미약한 영혼 천 개, 이제는 그 두 배를 건네고 외원 세계와의 통로를 닫아주는 조건이었다.
바깥의 소동을 진정시키고 나면 이천여 명의 사망자와, 그러한 끔찍한 참사를 막아낸 영웅만이 남을 예정이었다.
“이제 세상에 나갈 시간이지.”
사내가 미소 지었다.
* * *
마경이 열렸다.
열렸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으리라. 정확히는 현상 세계 일부분에 부정 세계가 겹쳐 쌍방이 함께 존재하는 과정이었으니까.
시엔을 중심으로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밝은 것은 밝은 회색으로, 어두운 것은 검정으로 물드니 세상의 모든 색이 바래 사라져갔다.
지상의 색은 사라지고, 그저 하늘만 무수한 색으로 빛날 뿐이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무수한 색상들도 지상에 내려와 색을 잃었다.
그러자 그림자가 형체를 갖춰 일어나기 시작했다. 라프라크, 바르키아올, 아시완칼스, 베네브르카이안다······.
그림자가 온갖 종류의 마물들의 형상을 갖추니, 그 눈동자는 번쩍이고 지상의 공기에 황홀하여 괴성을 내질렀다.
온 사방이 먹잇감이라.
인간의 향기로운 살점, 감칠맛 나는 피. 마물이 미쳐 날뛰며 인간들을 덮쳤다.
사람이 도망치고, 그를 마물이 잡아먹었다. 광인들이 부정한 마물을 손으로 뜯고 입으로 물어 독기 어린 살점을 취했다.
사람이 사람을 먹고, 마물이 사람을 먹으며, 사람이 또한 마물을 먹었다.
피가, 살이, 뼈가 연신 허공을 날았다.
“꺄아아악!”
“흐흐, 흐하하핫!”
-끄르르롸아아!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광인은 웃었으며, 마물을 울부짖었다.
“이게 되네.”
시엔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과거의 흑마법사에게도 마경을 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이 역사상 가장 멀리에 나간 흑마법사였으니 인간에게 허락된 행위가 아니었음을.
물론 이론상으로는 가능했다.
부정 세계를 인위적으로 혼재시키려면 그 장소에 부정한 감정이 담긴 대기가 필요했다.
혼돈과 절망과 슬픔과 좌절과 광기······.
그러한 감정들이 공간에 가득 들어차 포화 상태가 된 그러한 장소가.
그러나 전쟁, 상잔의 광기가 어리는 대전의 한복판에서도 그러한 감정을 채우기는 어려웠다.
사람의 감정이란 오롯히 어둡지는 않은 것이라, 전쟁 속에서도 어떤 이는 숭고하며 어떤 이는 희망을 품었다. 이기고 지는 싸움이라, 특히 우세하여 승리가 보이는 군대의 사기란 부정적인 감정을 송두리채 날려버리는 것이기도 했고,
사실 이 성공에는 바깥 것의 도움이 컸다.
바깥 것을 마주하여 미쳐버리고 만 영혼이 내뿜은 순수한 광기, 그 강렬한 부정의 파장 덕분이었다. 바깥 것을 막아내기 위해 바깥 것의 힘을 빌린 셈.
“흠.”
시엔이 조심스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의 중심으로부터 서서히 색이 빠지는 중이었다.
마경이 번지고 있었다.
마경이 달에 닿았을 때 세계를 분리하면 되리라. 그러면 바깥 것과 이어지는 통로가 함께 부정 세계에 속한 것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좋은 밤인데."
그와 별개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부정 세계가 현실에 임하였으니 온 사방이 음차원 에너지로 가득했다. 숨을 들이쉬어 부정한 마력이 섞이니, 흑마법사에겐 다시없을 상쾌한 공기였다.
미묘하게 섞인 비릿한 혈향만 아니라면 참 좋았을 텐데. 시엔이 입맛을 다셨다.
“나머지는 뭐.”
이제 할 일은 다 했다.
마경을 여는 것이야 환경이 나왔고 마침 거기에 능력을 얹어서 해낸 일이었다.
열기는 어떻게 열었다. 그런데 다시 닫을 방법이 없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기는 했다.
여기에 성녀가 있지 않은가.
빛 앞에 어둠이란 감히 대적하지 못해 그저 물러나 숨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역대 성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신성을 가졌다 하는 뷔아이니, 아마 이런 난장판이라도 어떻게 수습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엔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온 사방에 마력이 넘쳤다. 마법 방해가 설계된 도시 속에서도 오히려 흑마법을 부리기가 더욱 수월할 정도였다.
부정 세계는 거대한 그림자와 같았다. 그리고 흑마법사가 그림자를 뛰어넘는 기술이 있었다.
시엔의 시야가 검게 물들고, 이내 다시 세상이 보이자 성녀가 눈앞에 있었다.
“뷔아.”
“꺅! 시엔? 시엔이에요?”
“시엔 형제님?”
“아. 라이벵 경도 계셨네요.”
두사람이 나란히 당황했다.
그때 휘익, 무언가 뷔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시엔이 팔을 뻗었다.
뷔아의 어깨 너머로 탁 붙잡아 확인하니, 주인 잃은 팔뚝 하나가 손에 잡혀 선혈이 뚝뚝 흘렀다.
시엔이 막지 않았다면 성녀가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았으리라. 나름 체술의 달인이란 이가 뭐가 날아드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지경이라니.
시엔이 팔뚝을 뒤로 휙 내던지자, 날개 달린 마물 하나가 허공에서 채어 물고 오도독 오도독 씹었다.
“쯧. 정신 차리시죠, 뷔아.”
“여긴 어떻게······”
“마탑에 적의 첩자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까? 적지에 들어갑니다. 미리 말해주고 들어가더니 이럴 줄 알았지.”
“성전기사단을 소집했어요. 대처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꺅!”
행렬용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코끼리의 목덜미에 거뭇한 것이 제 대가리를 완전히 처박고 피를 빨았다. 놀란 코끼리가 날뛰었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는 민첩함이었다. 코끼리가 정신없이 날뛰니,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이며 마물이 깔려 그 잔해가 한데 섞였다.
덜커덕덜커덕. 마차 바퀴가 무언가를 밟아 전체가 흔들리니 높은 차체가 연신 기우뚱거렸다.
“난장판이네.”
“시엔?”
“뷔아, 저길 보시겠습니까?”
시엔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총천연색 하늘의 중앙, 잿빛으로 확장되는 원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또 왜 저 지랄······.”
뷔아가 중얼거렸다. 경황이 없으니 본색이 드러나는 모양. 시엔이 키득거리며 본론을 꺼냈다.
“거 참. 말 좀 곱게 못 합니까? 됐고, 저 원이 넓어져 달을 삼키면, 그때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신성을 뿜어야 합니다.”
뷔아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때에 들은 조언이었다.
“그럼 이 사태가.”
“막대한 신성이 필요할 겁니다. 신성이 미치지 못하면 효과가 없을 테니까요.”
“잠깐, 그러니까 설명을 좀. 시엔?”
뷔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전까지 눈 앞에 있던 이가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는 탓이었다. 뷔아가 눈을 꿈벅거렸다.
“시엔? 라이벵 경, 방금 시엔이.”
“저도 보았습니다. 분명 시엔 형제님이셨지요.”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본디 신비한 능력을 가진 형제님이 아니십니까. 적지에 간다 하니 염려하여 잠시 살펴주신 것이 아닙니까.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라이벵의 눈빛이 심상지 않았다. 아련한 것이 사랑과 존경이 듬뿍 담긴 것이라.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짚어주셨으니, 이제는 저희의 소임을 할 때입니다. 이 또한 천신께서 인도하심이겠지요.”
* * *
재림교의 대사교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분께서 재림하십니다! 기도하십시오, 더 크게 기도하십시오! 말로 하시면 안 됩니다! 열과 성을 다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심언이 터져 진심으로 해야 합니다! 알랴불레야브레릴레으라르으브랴랴······”
대사교의 입에서 기괴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심언이라 하는 형식 없는 형태의 기도문이었다.
사실 대사교도 제 자신이 무어라 지껄이는지 몰랐다. 그저 나오는 대로 소리칠 뿐. 그러나 그 염원은 간절한 것이라, 인간의 신이 재림하여 이 불합리한 세상을 나은 곳으로 바꿔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자 재림교의 신도들의 입에서도 심언이 튀어나왔다. 신도들 역시 자신이 무어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키는 대로 소리 내 괴성을 지를 뿐이나, 어쩐지 마음에 차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러한 것이 신앙이구나 감격하여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재림교의 지하 예배당이었다. 건물들이 한데 모여 비밀 문 뒤에 지하실을 파고, 이후에 벽을 허물어 하나로 이은 것이었다.
대사교의 뒤편, 거대한 원형의 수식 중앙에 검은 두개골 하나가 놓였다. 얼마나 잘 닦았는지 반질반질 광이 나는 해골이었다. 촛불의 빛이 반사되어 붉은 빛으로 까불거렸다.
“자랄라자디라다! 아스브레자아! 빨리빨리 하세요! 천천히 하시면 안 됩니다! 열과성을 다하세요! 진심을 다해야 합니다! 그분께 기도가 닿아 재림하셔야, 재림하셔야! 재림할 것입니다!”
대사교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대사교의 호통이 어떤 진리라도 된 양, 신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혀가 더욱 바삐 움직였다.
일부 신도는 눈이 뒤집혀 흰자만을 드러낸 채 간질병자처럼 몸을 떨며 연신 되다 만 말로 기도를 드리는 중이었다. 광기 어린 기도였다.
광기는 전염된다.
지하 예배당이 사람이 내는 열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신도들의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러, 사교도 대사교도 평신도도 모두 그저 괴성을 지르며 모은 손을 위로 쳐들었다.
원의 중앙, 두개골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대사교가 경탄하여 그저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동공이 커지고 입을 벌리고, 눈에선 눈물을 줄줄 흘러내렸다. 이성이 버틸 수 없는 너무 큰 환희였기에.
이윽고 빛이 터져나왔다.
사방이 막힌 지하실에 거친 광풍이 불어닥치고, 검은 빛, 검은 빛이었다!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는, 빛이 검어 자체로 빛나니 그야말로 기적이라.
두개골이 덜덜 떨리다, 이내 스러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러자 사람의 형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분께서 재림하셨다! 모든 악을 물리쳐 인간의 시대를 열 분이 오셨다. 이 삶을 자유와 평등에 바치니 내 목숨이 오롯이 당신의 것입니다!”
대사교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모든 신도가 그를 따라 바닥에 몸을 붙였다.
조아린 모든 재림교도들의 정수리가 한 사람을 향했다. 인세에 재림한 인간의 신을 향해.
이윽고. 신이 입을 열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낮선 공간에 소환되어 끌려온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 25. 믿음에 대하여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