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94화 (94/268)

< 20. 다시 봄, 춘풍 부는 계절에 [5] >

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신부가 도착해 여장을 풀자, 테이가 그제야 성사의 당사자를 보겠다며 떨어져 나갔다. 이상하게 친근하게 달라붙으니 웃는 낯을 내칠 수도 없어 쭉 곁에 두던 참이었다.

덕분에 매일같이 도망 다니던 하녀 둘이 모처럼 제자리를 찾았다. 아니, 제자리를 찾나 싶은 참이었다.

“아프다더니, 멀쩡하네요?”

“아. 공주님.”

“공주님?”

세필리아 공주가 의뭉스럽게 말꼬리를 잡았다. 시엔이 쓰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세피. 오랜만이군요.”

“그럼 오랜만이지. 벌써 해가 지났으니까. 아프다고 탄신연에도 안 오더니, 그새 여인을 둘이나 달고 다니기에요? 그것도 꽤 아름다운 아이들이잖아.”

“실력 있는 마법사들을 그저 여인이며 아름답다 하는 것도 실례일 겁니다.”

세필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마법사들? 생각지 못했던 참신한 변명이네요. 귀하디 귀한 마법사분들을 둘이나, 그것도 정식으로 초청한 것도 아니라 일개 하인으로 두셨네요.”

“세피도 눈으로 봐야 믿는 유형이었습니까?”

세올과 트리예가 적당한 자세를 취했다. 으레 마법사가 할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악령 둘이 슬그머니 힘을 쓰니, 화르륵 불이 타오르고 바닥에서 검은 가시가 솟았다.

“화염 마법사와 대지 마법사······. 세상에, 두 분, 왜 하녀복을 입고 계시죠?”

마법사란 드물고 귀한 인재였다.

실력 여하에 상관없이, 지방 소귀족들은 기꺼이 초대하여 고용하고자 하는 존재들이었다.

귀족이 보아 마법사의 실력의 고하를 몰라, 그저 신기하고 강력한 이들로 보이는 탓도 있었지만.

“어, 그러니까, 그게······.”

“시엔 님의 하인이라면 오히려 감사하여 영광스러을 따름이랍니다.”

세올이 버벅거리는 사이, 트리예가 턱을 치들며 말했다.

워낙에 키가 큰 트리예라, 마치 공주를 내려보아 깔보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원체 오만한 성정을 가진 트리예였기에, 실제로도 그렇게 여기고 있으리라.

“어, 음. 저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어요.”

“흐음.”

세필리아가 트리예와 시선을 맞댔다.

공주의 인상이 여간 사나운 것이 아닌데, 저리 마주볼 수 있다니 트리예의 담력이 예사 것은 아니리라.

이내 세필리아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마법사는 또 어떻게 구워삶았어요?”

“그게 다 인품 아니겠습니까.”

“인품 같은 소릴. 어쩜 보면 볼수록 별로라니까. 시엔의 부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겠어요. 남편이 유능하니 일거리 하나도 안 던져주겠지.”

“그게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럼 시엔이 놀래요? 티란디스는 내가 잘 이끌도록 할게요.”

“솔깃한 말씀이십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거봐요. 그렇다니까.”

농담은 이쯤이면 충분했다. 시엔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혼인식에 혼인 보러 오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오겠어요?”

“백작가가 왕가 축하를 받을 정도로 가치가 있었습니까?”

“그건 아니고. 신부와 개인적으로 꽤 친분이 있어서요. 언니와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냈거든요.”

“언니 말씀이십니까?”

“아. 내 시녀였어요.”

“살사스 후작 영애께서 귀족 시녀 출신이셨군요.”

“그러다 눈맞아서 결혼하겠다며 도망갔죠.”

시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필리아가 사연을 풀었다.

나림 살사스는 세필리아의 시녀로 함께 자란 사이였다. 왕가의 인원을 직접 모시는 하인은 대개 귀족들이었으니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다 나림이 성혼하여 시녀를 그만두고 떠났다고.

그러나 불행히도, 결혼 후 일주일이 못 되어 남편이 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어떤 병들은 신성이 듣지 않으니, 그대로 한 달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살사스 후작은 딸사랑이 지극한 아버지였다. 아직 어린 딸을 미망인으로 남기기보단, 차라리 파혼하여 데려오기를 원했다.

결국, 금화 세 수레를 위로금으로 지불하고 딸을 되돌려받았다던가.

벌써 8년 전의 일이었다.

혼담이 없어 오래도록 혼자인 딸을 위해, 살사스 후작이 직접 뛰어 새로운 혼처를 찾아다녔다.

딸이 혹여 무시당할까 고위 귀족은 안 되고, 고생해선 안 되니 하급 귀족도 안 된다. 그러면서도 딸이 행복해야 하니 평판이 좋고 유순하며 하자 없는 신랑감을 원하니 그게 쉬운 일이랴.

결국, 기어코 하나 찾아내고 말았지만.

“어쩐지.”

백작가의 혼인식 치고는 과한 공을 들였다 싶더니. 후작의 딸 사랑이 그러하다면, 그 혼인식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만족하여 기뻐할 터였다.

남부의 제후이자 대귀족인 살사스 가문이었다. 이참에 제대로 줄을 대어 보겠다 여긴 야스텔테 백작이 무리해서 성대한 혼인식을 여는 것이겠지.

“언니가 마음고생이 참 심했어요. 안 그래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천신께서도 무심하시지. 그래도 후작이 하자 있는 신랑감을 고르지는 않았을 테니 이제 걱정을 좀 덜었어요. 앞으로는 좀 웃으면서 지내라고 직접 찾아왔죠.”

왕가의 일원이 직접 참여하는 혼인식이었다. 규모와는 별개로 그 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 중 하나였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살사스 후작이 오랫동안 신랑감 찾기에 공을 들였다더니, 말미에 이르러서 꽤 다급했던 모양.

시엔이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 말씀 드리시는 싫습니다만.”

“뭐죠?”

“문제가 있습니다.”

“흠, 내가 도와줄 일이라도 생겼나요? 시엔은 너무 유능해서 혼자서도 척척 잘 해내는 줄 알았더니.”

“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뭐죠?”

성자가 성사를 주관하고, 왕족이 직접 참여하며, 규모나 기타 준비 면에서 훌륭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살사스 영애에겐 유감입니다만, 신랑에게 문제가 있더군요.”

세필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

세필리아는 신랑의 문제를 나중에 아는 것보다,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함께 찾아가 룬데엘의 문제를 털어놓자,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괜찮아.”

“언니!”

“정말이야, 세피.”

나림이 희미한 표정을 지었다.

웃는 듯 우는 듯 기묘한, 미소와 울상의 경계쯤 있는 그런 표정이었다.

“당장 후작께 말씀드려서 지금이라도 혼약을 깨야······.”

“괜찮아.”

“언니!”

“음. 뭐라고 할까. 다들 걱정해 주니까?”

나림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날 볼때면 항상 걱정을 해 주시니까. 두 분 뿐만 아니라 후작가의 식구들 모두 마찬가지고.”

“언니, 그게 무슨······”

“음. 알잖아. 나 말주변이 없어서. 음. 그이의 빈자리가 아직도 커. 겨우 몇 년뿐이었는데도, 아직도 그이의 꿈을 계속 꾸곤 해.”

“언니······.” 나림이 손을 내저었다.

“아냐, 아냐. 사랑? 뭐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이가 죽어버린지가 몇 년인데. 그게 아니라. 뭐랄까, 상실?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뭘 잊어버렸는진 모르겠는데. 뭔가 비었다고 할까. 가슴 속 어딘가가. 계속 그래.”

세피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림이 중언부언 말을 이었다.

“영애께서 그러시다면야 후처로 들이건 첩으로 들이건 무슨 상관이겠어. 사람 마음이란 게 마음대로 안 되는데. 벌써 나부터 그렇잖아. 나는 그냥. 음. 오랜 생각인데.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그제야 나림이 슬며시 미소를 피웠다.

“요즘은 조카들만 보면 웃음이 나와. 예쁘고 사랑스러워. 그런데 내 아이라면 어떨까. 조카인데도 그렇게 예쁜데. 하물며 내 혈육, 내 아이라면.”

“언니.”

“다들 걱정해 주는 거, 고맙지만 좀 그래. 모든 사람이 걱정해 준다는 게, 음. 이젠 안 그랬으면 좋겠고, 그런데 또 그렇게 걱정해 주는 사람 사이에 있으니까 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음. 괜찮으니까.”

말주변이 없다더니. 듣기엔 확실히 그랬다.

하지만, 그 지독한 상실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언가 빈 자리. 뭔가 채워야 할 것 같지만 무엇인지는 모르는.

그러니 일단 제 아이를 채워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세필리아는 망연한 표정이었다.

나림은 괜찮다는 듯 세필리아의 손을 꼭 잡아주곤, 시엔에게 말했다.

“티란디스 영식께서도 몸을 잘 챙기셔야 해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에요. 떠난 사람이야 막 가버린다지만, 남은 사람은 이래저래 슬퍼진답니다. 세피를 슬프게 만들면 못 써요.”

그러니 무슨 말을 하랴.

“······명심하겠습니다.”

그저 그렇게 말할 수밖에.

----

뭐. 일이 좋은 방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룬데엘은 첩을 들여 사랑을 성취하고, 나림은 아이를 얻어 그 텅 빈 속을 채울 수도 있었다.

룬데엘은 머저리지만 대가 약하고 정에도 약하니, 누구를 모질게 외면할 위인이 못 되니.

어린 성자만 기합이 잔뜩 들어가, 성사의 주례본인데 어떠느냐 하루에 네닷번은 내밀며 혼자 바빴다.

그렇게 혼인식 당일이었다.

날씨는 청명하니 맑고, 새털 같은 구름이 드물게 깔려 높고 멀어 아름다웠다.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고, 향기는 코가 멀 정도로 피어올랐다.

좋은 날이었다.

세필리아는 영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공주의 인상이 보통 인상이랴. 벌써 몰려들어 한 마디 나누고자 해야 할 귀족들이 주춤주춤 눈치만 살폈다.

시엔이 접시를 든 채로 다가가 물었다.

“세피, 슈가 볼을 좋아하십니까?”

“단 건 딱 질색이에요.”

“전 좋아합니다만.”

슈가 오슈는 얇은 생지 속에 설탕을 듬뿍 친 크림을 넣고 살짝 구운, 빵과 과자의 중간 쯤 어디인가 존재하는 음식이었다.

단 것 중에서도 가장 단 녀석.

시엔이 포크로 하나를 콕 찍어 들어올렸다.

“자. 아. 하시죠.”

“단 건 질색이라고 했는데.”

“보는 눈이 많습니다.”

“윽.”

세필리아는 시엔 자신을 방패로 혼담을 튕겨내는 중이 아니던가. 연인 행세란 그를 위한 것이고. 무능력하면서도 조종하기 쉽고,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사내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니 한참은 더 어울려 줘야 할 테지만.

“젠장, 두고 봐요.”

세필리아가 으르렁거리며 슈가 볼을 물었다. 이번엔 꽤 연인스러웠던 모양인지, 어머, 하는 낮은 탄성이 유난히 밝아진 귀로 여럿이 겹쳐 파고들었다.

누구와는 다르게 제법 연인스러운 행동을 찾아냈단 말이지. 시엔이 흐뭇하게 웃었다.

단 것은 질색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세필리아가 몸서리를 쳤다. 정말로 싫은 기색이었다.

급히 샴페인을 들이켜 입을 헹구곤, 옆구리를 푹 찌르며 으르렁거렸다.

그 험악한 표정에는 시엔조차 움찔한 정도였다. 아니 무슨 여자가 인상이 이렇게 사납지.

“으, 달아. 이게 무슨 짓이죠?”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더군요.”

“오히려 더러워지는데요. 내 기분 돋궈서 어디 쓰려고.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닌데.”

“인상 좀 펴라고 한 겁니다. 혼인식에 제일 귀빈이 죽상을 쓰고 있으면 어쩝니까? 식을 망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안 망치게 생겼어요?”

“영애께서 괜찮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울려 주셔야죠.”

“······하아.”

세필리아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양 손을 들어 제 뺨을 조물조물 매만지고 꾹꾹 눌렀다. 이내 눈매가 아름답게 휘고 입술이 호선을 그리니, 언제 사나웠느냐는 듯,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눈을 가늘게 떠 웃는 것이 요령으로, 그 크다란 눈에 비해 너무나 작은 눈동자를 감추려는 나름의 연구 결과였다.

“이제 좀 낫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결국 이렇게 억지로 웃고 있네요. 친자매 같은 언니의 성사인데.”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그저 잘 되길, 좋게 되기를 빌어야지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그냥 하는 말입니다. 잘 되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하니, 제 일 같았으면 이러진 않았을 겁니다만.”

“어차피 남 일이다?”

“세피의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행복을 빌어줄 수밖에요.”

“하아. 맞나요. 그래야지.”

그리고, 이윽고 혼인식이 시작되었다.

기수들이 자리를 잡고, 예식용 의장을 걸친 양 가문의 기사들이 나란히 서서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을 형성했다.

관현악대가 축가를 울리고, 신랑과 신부가 각각 가주의 손을 잡고 나타나 식장의 초입에서 멈춰섰다.

백작과 후작이 자식의 손을 놓고 자리를 갖추자, 드디어 신랑과 신부가 손을 맞잡았다.

기사들이 검을 들어올리니 햇빛에 반짝이고, 그 사이로 손을 맞잡은 예비 부부가 한 발짝 한 발짝 행진을 시작했다.

마침내 중앙에 마련된 단상 위, 어린 성자가 어색하게 선 앞으로 예비 부부가 이르렀다.

“산 자들 모두 사랑하라. 태어나 사랑하고 사랑을 남기고 떠나니 이 또한 천신께서 내리신 신성한 의무이자 또한 가장 아름다운 권리입니다. 여기 또 한 쌍의 사랑이 결실을 이루니······”

테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용케 틀리지 않고 성사를 진행해 나갔다.

이 부분이 가장 위태로운 시기였다.

좋은 말씀은 감사하지만, 적당히 짧게 행복하라 하고 끝내면 될 것을, 신전의 예배라도 온 듯 길고 긴 예주가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예식에서 하품 등 지루한 티를 내를 것은 큰 결례라. 어떻게들 필사적으로 참으며 식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이었다.

“······이로서 천신께 맹세를 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신랑. 룬데엘 야스텔테는 천신께 이 사랑의 진실함을 맹세하시겠습니까?”

“저는······”

룬데엘이 머뭇거렸다.

“저는, 저는······”

주먹을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말을 잇지 못하고 그러고 있으니, 금세 식장이 술렁거렸다.

“룬데엘 야스텔테는 천신께 부인을 맞이하여 사랑하고 아껴줄 것을 약속하시겠습니까?”

어린 성자가 질문을 바꿔 다시 물었다.

나름 머리를 쓴 모양이었다. 이전의 질문에 대답하면 천신께 거짓을 고하는 셈이나, 새로운 질문은 그저 약속을 할 것이냐 묻는 것이었으니.

룬데엘이 입을 열었다.

“저는 천신께 약속을······”

“도련님! 도련니임!”

룬데엘의 대답을 다급한 목소리가 끊었다. 식장으로 뛰어든 사내가 한 명. 헤지고 허름한 복장에 흙물이 들었으니 농민 중 하나리라.

“마, 막아!”

“끌어내!”

기사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농민이 기사들을 어찌 당해내랴. 곧장 붙잡히고 입이 막힌 채로 질질 끌려나갔다.

그러나 농민 또한 필사적이었다. 농갖 몸부림을 치며 고개를 뒤흔드니 일순 입이 자유로워지자, 피를 토하듯 고함을 질렀다.

“수렁뱅이 놈들이 아라니를 끌고갔습니다! 수렁뱅이 놈들이, 웁!”

기사들이 다시 급히 입을 막아 사내를 끌어냈다. 경사인 자리라 피를 못 보니 일단은 끌어내는 것이라.

그러나 이미 할 말이 전해졌다.

소란이 진정되었을 때에는, 신랑이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

< 20. 다시 봄, 춘풍 부는 계절에 [5]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