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2] >
킬지언 흐레이그. 현 흐레이그 공작의 친형으로, 영지의 참모장이었다. 킬지언이 2군단에게 다시 물었다.
“돌아온 이는 얼마나 되지?”
“서른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투조우가 전혀 없었던 이들뿐이라 전술 정보가 될 것이 없습니다만.”
“빌어먹을. 하여간 용병놈들이란 도움이 되는 법이 없지. 그래도 뭔가 듣고 본 것들이 있을 거 아닌가.”
“그저 기분 나쁘고 오싹한 숲이었다. 예감이 좋지 않아 되돌아 나왔다고 비슷한 증언들을 하고 있습니다.”
“크음······.”
킬지언이 신음을 흘렸다.
용병들이란 어느 때는 금화를 맹목으로 따르며 제 목숨을 갖다 버리다가도, 또 어느 때는 남다른 감각으로 위험을 피해가기도 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무수히 서는 용병들이니 그러한 감각을 트는 자가 가끔 있다.
군인에겐 기대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군인에겐 그러한 예감 따위 미신이라 그저 지휘관의 명령만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참모장님, 현재 복귀하지 못한 용병이며 현상금 사냥꾼들이 벌써 일백 팔십 둘에 이릅니다. 숲 안에 어떤 적이 존재하건, 수배범은 이미 살해당했을 것입니다.”
“직접 그 목을 확인하기 전에는 모르지.”
“그러나 참모장님. 개중에는 제법 이름난 인원 역시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수배범의 생존 확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알호른 숲에 군단이 투입될 이유가 없습니다.”
“확률 놀음을 하자는 게 아닐세. 군단장. 확실해야 해. 수배범의 죽음을 직접 확인해야 하네. 공작 각하의 명령이시다.”
킬지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속마음은 그와 달랐다.
‘젠장. 당연히 죽었겠지. 제까짓 게.’
킬지언이 조카를 떠올렸다.
천성이 오만하고 잔인하여 제 아비를 꼭 빼닮은 녀석이었다. 다만 공작의 냉철한 두뇌는 물려받지 못해 그저 망나니에 지나지 않던 녀석이기도 했다.
검술을 익혔으나 대성하지 못했고, 병법을 익혔으나 실전에 사용할 줄을 몰랐다. 용과 지가 둘 다 모자라니, 알호른 숲과 같은 사지에서 이태까지 살아있을 리가 없다.
‘녀석 따위야 아무래도 좋지. 완성되었다 기별을 넣자마자 트리예와 연락이 끊긴 것만 빼면. 젠장, 그것만 아니면.’
흐레이그 나이트. 수백 영민의 목숨을 갈아넣은 완성품이 저 안에 있었다. 그걸 잃는다는 것은, 그간 죽어간 모든 영민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는 꼴이었다.
“이제는 군단이 나서야 할 때네. 가장 위험한 적지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진입하게. 저 안에 어떤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군단장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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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예가 정좌한 채로 눈을 감았다. 얼굴의 근육이 떨려 실룩거리니 힘을 써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희끗한 형체가 날아들어 트리예의 목덜미로 스며들었다. 트리예가 그제야 눈을 떴다.
전신에 이미 땀이 흥건했다. 미역처럼 달라붙은 앞머리를 밀어내며, 트리예가 공손히 말했다.
“듣도 보도 못한 악령을 부리네?”
“비홀더 말씀이시어요?”
“이름이 비홀더야?”
“마수에게서 따온 이름이랍니다. 지켜보는 이라 하여 그리 지었······.”
“나도 그건 알지. 이름이 참 멋이 없다고 하는 거야.”
“······송구하옵니다.”
“송구할 것까진 없고. 그리 지었다고? 네가 발견한 신종인가?”
“만들어낸 것이랍니다. 망령의 정을 뽑아 의지를 제거하고, 심령을 연결해 붙였지요. 덕분에 악령으로서는 어떤 능력도 없게 되었지요.”
“대신 악령이 본 것을 보고 그 입으로 말할 수 있다? 대단한 걸 만들었어.”
“성유물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 결국 당신께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트리예의 시선이 반짝반짝 빛났다.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마음이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비홀더라.
참으로 탐이 나는 악령이었다. 전쟁에서 정찰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이던가. 천 년 전 흑마법사가 저런 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제국을 살아서 직접 무너뜨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지난 일이며 천 년 전이니 이제와서 생각한들 무에 의미가 있겠냐만은.
시엔이 킥 웃으며 다시 물었다.
“적은?”
“현재 군대가 진격중예요. 반밀집 대형으로 선두가 숲의 초입, 그 뒤로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니 그 숫자만 네 개 대대 쯤 되겠어요.”
“한 개 군단이? 아예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거네.”
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대는 영주의 가장 큰 재산이며, 영민 중 으뜸 가는 재원이었다.
같은 평민이라 해도, 군인은 실상 반 계급 정도 높은 이들이다. 높은 봉급을 받고, 개중 지휘관들은 땅을 하사받기도 했다. 몇 가지 범죄에 대해 면책을 받으며, 죽어서는 그 가족 친지를 영주가 책임져 주었다.
그런 이유로 군인은 영민 중 가장 날래고 용맹한 이들이요, 가장 충성스러운 이들의 집합이었다.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명령에 따라 사지라 할지라도 스스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실 의향이신지요?”
“어떻게 하긴. 일단 놔두자고.”
“허나 키메라나 마수들로서는 막아낼 수 없는 것이에요.”
군대의 힘은 뭉치면 뭉칠수록 강한 것이니, 네 개 대대 천오백이 넘는 숫자라면 키메라와 부정 세계의 마수라도 승산이 없었다.
“일단은 알아서 싸우도록 놔두자. 부정한 것을 세상에 계속 풀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흑마법사의 마수 소환은, 일단 소환할 때에 그 마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수를 부리는 데에 계속해서 마력이 소모되며, 마수의 숨이 끊어지면 흑마법사의 심령에도 타격이 돌아왔다.
다만, 흑마법사가 마수를 소환한 후에 심령 각인을 지워 자유롭게 풀어버리는 방법이 있었다.
마수가 흑마법사의 명령을 듣지 않는 대신, 더 이상 마력을 소모할 필요도 없게 되는 방법이었다.
대단히 위험한 방법으로, 마수가 흑마법사를 적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시엔처럼 마수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지고한 경지 혹은 어둠의 축복을 타고나야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현재 알호른 숲 속에 도사린 마수들이 전부 자유로히 풀어놓은 것들이었다. 원래 교활한 것들이라 숨어서 적을 노리니 알아서 현상금 사냥꾼들을 잡아먹었다.
다만 군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부정한 것이 세상이 늘어봐야 좋을 것도 없다. 서로 상잔하도록 놔두는 것이 최선이니까.
“따로 하명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음. 병사의 시체나 몇 개 구해 봐.”
“어디에 쓰실 요량이신가요?”
“슬슬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으니까. 복장을 입고 빠져나가야지. 난리를 틈타 적의 복식을 하면 누가 누구인지 알 게 뭐야.”
“아아. 과연, 소녀는 말씀대로 따르겠어요. 그런데, 난리라고 하셨나요?”
“응. 난리.”
시엔이 대답했다.
난리? 트리예가 고개만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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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숲을 메우며 진격했다.
처음에는 그 숫자에 놀라 물러나던 마물들이나, 이내 한데 모여 인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영리한 것들이라 숲에서 밀려나면 살 방도가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충돌이 벌어졌다.
“자리를 지켜! 빈 자리를 채워! 부상자를 빼 내고 방어를 세워라!”
지휘관이 고함이 귓가를 맴돌았다.
쾅쾅! 방패병이 이를 악물고 몸을 내밀어 방패에 체중을 실었다. 방패 너머, 생전 이러한 것이 있다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괴물이 계속해서 몸을 부딪쳐왔다.
두럽고 무서우나 군인에게는 뒤가 없다.
여기가 뚫리면 죽어나는 이가 바로 전우들이라. 혼자라면 달아났으나 함께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쾅! 거대한 충격이 방패를 때렸다.
휘청거리는 찰나 누군가 등을 받쳐주었다.
“유렌, 아직도 제대로 못 서냐?”
“젠장, 하필이면 너 이 새끼.”
“분대장님께 그대로 보고해야지. 쓰러져서 다 죽일 뻔 했다고.”
“한 번 만 봐 주라.”
“글쎄. 너 하는 거 봐서?”
방패병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평소 앙숙이던 녀석에게 치부를 들켰으니 짜증과 후회가 치솟았다. 곧장 그것이 전투력이 되어 이를 악무니 방패가 단단히 섰다.
그때였다.
뺨이 근질근질하니 가려움이 밀려들었다. 급한 마음에 제 뺨을 한 대 후려치니, 장갑에 무언가 딱딱하게 박혀드는 게 있었다.
방패병이 손을 확인했다. 까맣고 광택 없는 둥근 것이 장갑에 달라붙었다.
“어?”
그 순간, 까만 것이 장갑을 뚫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바닥에서 밀려오는 격통과 함께, 살 속을 헤집는 끔찍한 촉감이 팔목으로 팔뚝으로 상박을 지나 어깨로 향했다.
“으아아악!”
방패병이 소스라치며 몸을 뒤흔들었다. 방패를 놓아버리고 제 몸속 파고든 것을 잡겟다 부산히 팔을 놀리니 순간 방패의 벽 한 중간이 뻥 뚫렸다.
“젠장! 저 새끼 끌어내! 자리를 채워!”
이웃한 방패병이 급히 소리 질렀다. 이열에 선 창병이 급히 뒷덜미를 잡아 내동댕이치고, 땅에 떨어진 방패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한 발 늦었다.
늑대 대가리를 한 기이한 괴물이 그 틈으로 파고드니 병사의 머리를 물어 투구 째로 으깨 부서뜨렸다.
비슷한 일이 동시에 최전선에서 벌어지니 지휘관이 깃발을 흔들고 소리치며 핏대를 세웠다.
“대열이 뚫렸다! 단병 전투 준비! 2열로 물러난다!”
“1열 파괴! 2열 방패 들어! 2열 거순! 2열 거순한다!”
군대가 하나처럼 움직였다.
뒤쪽에 자리잡은 2열 방패병들이 다시 벽을 세우고, 숏 소드를 뽑아든 최전선의 병사들이 각개 전투하며 뒤로 물러났다.
2열 방패병들이 슬쩍 방패를 기울이면 창수가 팔을 뻗어 방패 바깥의 병사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기본적인 백병 전투로, 난전을 허용하지 않고 방패로 벽을 쌓고 요격하다 뚫리면 후선에서 다시 정비하는 전술이었다.
피가 계속해서 흘렀다.
인간과 괴물의 피가 뒤섞이니 서로 계속해서 죽어나갈 뿐이라.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2열에서 3열으로. 4열을 지나 5열에 이르기까지. 대열이 후퇴하며 계속해서 군대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숫자가 많고 체계와 법칙을 갖췄다. 오히려 더욱 죽어나가는 쪽은 괴물들이었다.
마침내 괴물들이 전의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줄행랑을 놓았다. 으아아아! 이겼다! 승리! 숲 속에 함성이 드높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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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시체 한 둘 사라지는 것이 무어 대수랴. 펜리와 키메라 몇이 물고 온 시체에서 옷을 벗겨 갈아입으니, 일행이 적의 군대와 같은 복장이었다.
우와아아아······. 환희가 섞인 외침이 먼 곳에서 아스라히 밀려들었다.
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갈 때가 되었네. 트리예, 나가는 길을 안내해 줘.”
“소녀만 믿으시어요. 이쪽이랍니다.”
트리예가 앞장을 서니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베른닐이 슬그머니 귓속말을 건넸다.
“도련님, 저 여자 믿을 수 있는 이입니까?” “왜?”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습니까? 이전에는 죽어라 죽여라 하더니만, 이제는 도련님께 아양을 떠는 모양새가······.”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예?”
“베른닐 말고. 트리 말야. 네가 수상히 여긴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구.”
모든 것이 제 행동으로 비롯된 것이니, 베른닐이 의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베른닐이 보이게 정 의심스럽다면, 굳이 믿으라 하지 않겠다고. 그러니 의심하여 수상한 것이 있으면 계속 일러달라는 뜻이라.
“음.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세올 같지는 않지.”
“세올 양 말씀이십니까? 세올 양도 수상히 여겨 봐 둘까요?”
“아니. 걔는 그냥 삶 자체가 수상해서 그래. 좀 모자란 애니까 수상해 보여도 수상해하진 말라고.”
아예 리치의 존재가 시엔에게 속했으니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녀석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괜찮겠습니까? 숲 밖에 차단선이 있다면, 아무리 병사로 위장했다 해도 금방 들통이 나고 말 겁니다.”
“걱정 마. 아직 저 얼간이가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는 놈은 없을 걸. 숲에 찾아온 것도 저 녀석 때문이 아니라 광전사 때문이지.”
“광전사라면······.”
“상대해 봤잖아. 안 죽는 기사들.”
“아. 끔찍한 것들이었습니다. 그것들이라면, 군단을 동원해서라도 가져야 할 가치가 있군요. 허면 넘겨줘도 괜찮겠습니까? 아예 파묻어버리지 그러셨습니까.”
“일부러 남겨 준 거야. 우리도 조종할 수 있으니까. 흐레이그는 모르겠지만.”
“아. 그렇군요.”
베른닐이 트리예를 보고, 또 뒤를 따르는 페시번을 흘끗 살폈다.
“흐레이그 영식께서 이미 죽었다 여기기 때문에 차단선이 없을 거란 말씀이죠?”
“어.”
“혹시라도 존재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설마.”
“항상 최악을 경우에 두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만.”
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있어도 없을 예정이거든.”
“있어도 없을 예정 말입니까?”
“응. 없을 예정이야. 차단선이 중요하지 않을 거거든.”
시엔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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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로 파발이 들었다.
2군단장이 보고를 올렸다.
“전투 경과입니다. 미상의 괴물들과 전투 조우. 적 괴멸적 피해 후 각개도주입니다.”
“피해는?”
“7열 수성, 추정 피해 300입니다.”
“6열?”
킬지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반밀집 대형에서 한 열에 백 명 씩이었다.
한 열이 깨지면 각개 전투하며 후퇴, 후열로 물러서 재정비를 진행하는 전술.
그 과정에서 절반 정도는 사상자가 발생하니, 한 열이 깨져나가면 추정 피해를 50명으로 잡았다.
7열 수성이면 그 앞에 여섯 벽이 깨졌다는 뜻이라. 추청 피해가 300명이었다.
실제 피해가 그보다 많을지 적을지는 후에 조사할 일이었다.
“거의 한 개 대대가 날아갔다고? 지금 그걸 보고라고!”
“미상의 괴물이라 대응이 불가능했습니다. 보고에 이르면 여러 맹수의 특징은 한데 가진 것, 작으나 아가리가 커 물어대는 것, 살 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벌레 등, 종류가 많고 하나같이 전례가 없는 괴물인지라······.”
“이런 젠장.”
킬지언이 이를 갈았다.
숲 속에 괴물이 있다는 것쯤은 미리 들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듣지 못했으나 대단히 위험하다 들었을 뿐이었으니.
“현재 전투 정비 중입니다만. 어찌 하시겠습니까? 참모장님.” “괴물들은 괴멸적 피해가 확실하나?”
“이후 전후정찰에서 전혀 눈에 띄는 개체가 없었답니다.”
“그럼 수색을 재개해야지. 한 개 대대는 사상자를 수습하고, 나머지는 중대 규모로 수색 작업을 개시해.”
“예? 수색 말씀이십니까?”
“숲 안쪽에 쓰지 않는 별장이 있다. 수배범이 거기 숨어있을 확률이 높으니, 맞는 즉시 주변을 철저히 포위해서 개미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해.”
“허나 수배범이 살아있을 확률은······”
“방치된지 오래이나 흐레이그의 별장이다. 마법 처리가 되어있어 방어 성능이 있다. 생존해있을 확률이 높아.”
“그럼 어째서 미리 말씀을 해 주시지 않으시고······”
“내가 귀관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
“······아닙니다!”
2군단장이 물러났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라, 킬지언이 한숨을 푹 내쉬며 군단장을 달랬다.
“너무 마음 상하지 말게나. 나 역시 각하께 그리 명받았을 뿐이라네. 각하께서 수배하셨다 하나 핏줄이 아닌가. 속이 복잡하셔서 그러하셨을 거야.”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참모장님.”
“아닐세. 후우. 피해는 피해고, 작전은 마무리를 해야겠지.”
“그리 명령을 보내겠습니.”
“큰일입니다!”
군단장의 말을 끊고, 병사 하나가 급히 뛰어들었다.
“불, 불입니다!”
“지휘 계통은 어디 팔아먹, 뭐!”
“불이 났습니다! 산불입니다!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참모 막사에 있던 이들이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연기의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숲의 하늘을 온통 가려 보이는 것이 전혀 없음이라.
킬지언이 새파랗게 질렸다.
흐레이그 나이트를 아직 찾지 못했는데······!
“젠장! 불을 꺼! 1군단장에게 파발을 보내! 당장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2군단장은 다른 이유로 기절 직전이었다.
숲을 바라보는 제 얼굴로, 맞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에.
< 20.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