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길잃은 순정의 행방을 찾아서 [5] >
“흠. 흑단목 지팡이네요.”
날렵한 나무막대, 흑단목을 통째로 깎아 만든 지팡이들이 한 편에 얌전히 놓였다. 그 끝에 마력 매개물로 옵시디언을 끼워 마무리했다.
나무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을 보니 아직 한 번 쓴 적 없는 새 물건이었다.
“그런데 마력 추로 구성이 영 낡았습니다. 이래서야. 영 효율이 나쁠 거예요.”
“오래된 거니까. 그래도 오래 묵은 지팡이엔 영력이 서려. 그걸 고려하면 대충 쓸 만은 하겠지만.”
시엔에게는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있었다. 손바닥에 전부 들어갈 만큼 작으나 그 위력은 이름난 지팡이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헤인트 역시 수제로 만든 로드가 있어 지휘봉 비슷한 것을 들고 다녔다. 내부 구성이 복잡하니 시엔도 보고 감탄했던 물건이었다.
그러니 지팡이는 별거 아니었다.
“앗, 이거! 흑표범, 흑표범임다, 선배님. 어머 세상에 이렇게 부드럽지. 벨벳 같다.”
헤인트가 구석에 개켜진 로브를 치켜들곤 뭐가 신이 나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흑표범 가죽으로 만든 로브는 튼튼하고 따뜻하다. 여름에 뒤집어쓰긴 조금 힘든 물건이지만.
무엇보다 로브 같지 않은 고급스러움이 있어, 후드만 걷어도 재단사가 잘 짠 코트처럼 보였다.
흑단목을 깎아 만든 지팡이가 세 개. 그리고 흑표범 가죽 로브가 세 벌. 통째 미스릴 창과 갑옷이 잔뜩 들어있었던 익인의 던전에 비해 보상이 좀 짠 편이었다.
무언가 더 있겠거니 시엔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내,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니 시엔이 손을 뻗어 손톱만 한 보석 하나를 집어들었다.
“사령석이지 말입니다? 사파이어인가요? 원석이긴 해도 절대 상등품은 못 되는 것 같은데요.”
“사령석이 아니고, 사파이어도 아냐.”
시엔이 연마되지 않은 푸른 보석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듯 투명하지 않고, 저 속에 검게 이글거리는 것이 있어 망자가 깃들었다.
망자가 깃든 보석을 사령석이라 했다.
그런데 이건. 시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깃들었다기보단 강제로 가둬놓았다. 망자가 편히 있지 못하고 속에서 요동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기본적으로 망령은 제멋대로에 구속받지 않는 것들이라. 오로지 흑마법사만이 마력을 바탕으로 제게 품을 뿐이었다.
보석에 뭔가 특이한 점이라도 있을까.
시엔이 보석 안으로 음차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 크기가 손톱과 비슷한 작은 원석이 끝도 없이 마력을 삼켰다.
안 그래도 소모한 마력이 이제는 바닥을 드러낼 즈음이었다.
문득 검은 그림자가 풀려나와 손 위에 똬리를 틀었다. 부정형의 검은 덩어리였다. 커지고 작아지며 부풀고 시들며 바글바글 요란을 떨었다.
“선배님? 그게 뭡니까? 슬라임?”
“쯧. 그것도 몰라? 악령이잖아.”
“망령술 쪽은 거의 실전된 상태라서요. 그런 망령도 있었습니까? 실체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게 이 녀석의 특징이야. 희귀한 놈인데 잘 됐다. 삼신기 중 두 개인가.”
“삼신기요?”
“농담 같은 거야.”
시엔이 돌연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 위에서 까불거리던 검은 덩어리가 젤리처럼 부서져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앗. 헤인트가 놀란 소리를 냈지만, 시엔은 신경쓰지 않았다. 땅으로 쏟아진 검은 덩어리들이 슬금슬금 시엔의 발밑으로 기어 그림자 속에 사르륵 녹아들었다.
셰도우 스토커.
생전 충성스러운 사냥개로 살았던 이가 버려지고 배신당해 죽어 만들어지는 망령이었다.
악령 중 물리적인 형체를 갖춘 유일한 종류이며, 사령석에 깃들지 않고 주인의 그림자에 머무는 특이한 습성을 가졌다.
그 재료가 바로 암중 호위라고 불리는 종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사냥개. 바로 그들의 습성이었다.
사냥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랜 기간 펼쳐진 세뇌나 약물, 가짜 기적 따위로 이성이 마비되어 선악 없이 제 주인의 명령만을 수행했다.
그러나 사냥개들은 죽어도 주인을 원망하는 일이 없어 망령이 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 그런 망령이 오랜 시간 힘을 얻어야 만들어지는 악령이니 귀할 수밖에.
“바, 방금 뭘 하신 건가요?”
“이런 거지.”
시엔의 손짓에, 바닥으로부터 검은 가시가 솟구쳤다. 하나, 둘, 셋, 넷······ 무수한 가시들이 솟아 빽빽하게 들어차니 시엔이 휘파람을 불었다.
갇혀 있던 것 자체가 고통이었는지, 악령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탁. 탁. 탁. 탁. 무릎의 힘을 줘 내딛는 발소리에 시엔이 악령을 거뒀다. 불쾌한 기운이 가까워진다 싶더니, 뷔아가 나타났다.
뷔아 역시 유도풍에 나뒹굴어 그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 꼴로 쌍심지를 켜 봐야 뭐 무섭겠냐만은.
“시엔! 대체 무슨 짓이에요?”
“내가 무슨 짓이라도 했습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워워. 진정하고. 죽은 사람 있습니까?”
“지금 사람이 다쳤는데 죽고 말고가 문제에요?”
“안 죽었지 않습니까. 어차피 뷔아가 여기 계시는데. 지금 계속 아픈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굳이 그렇게 난폭하게 사람을 다치게 해야 했냐구요.”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뷔아는 악몽 속에서 뭘 봤습니까? 고통스러웠습니까? 뭐. 그랬을 겁니다. 차라리 한두 군데 부러지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그, 그래도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자칫하면 죽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었어요.”
“그거야 알아서 조절한 거고.”
“윽.”
“뷔아야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있으니 쉽게 깨웠지만, 저들 전부 그리하려면 꽤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그럴 바에야 거칠더라도 한 방에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하아······.”
뷔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겠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시엔도 생각이 있었던 거겠죠. 난 그저 시엔이 너무 인명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해서. 조절하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겠죠?”
의외로 순순히 사과가 날아들었다.
시엔이 씩 웃었다.
“누구 하나 안 죽게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화풀이 겸 갈긴 겁니다만.”
“아니, 진짜 이 사람이······.”
“핵을 찾아서 부수면 되고, 사실 찾는 게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니까.”
“아니, 그럼 왜.”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
“대체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어요? 사람이 어쩜 그리 꼬였어요?”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뷔아가 죽을 뻔한 건 아시죠? 이번엔 그냥 운이 좋았네요. 마침 전문가가 옆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호된 꼴 한 번 당해 보니 내가 진짜 죽을 뻔했구나, 앞으로는 좀 사려야겠다 생각은 안 듭니까? 안 들면 진짜 멍청한 건데.”
뷔아의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답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정곡을 찔렸는지. 혹은 둘 모두.
적어도 뷔아는 맞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입만 몇 번 달싹거리다 말 뿐이었다.
시엔의 모든 행동은 결국 제 안전에서부터 시작했다. 재림 후로 여러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있었지만, 시엔이 적을 맞이하는 방식이란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움직이는 것이었으니까.
의무와 권리 이전에 자기 목숨부터 소중히. 그다음에야 비로소 내 것이 있는 법이었다.
이미 한 번 죽은 자의 경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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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분배는 원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익인들처럼 이건 우리가 가진다, 나머진 너희 하라 하고 끝나는 일은 좀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탐사는 조금 애매해졌는데, 정작 탐사조가 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기껏 해봐야 알렌의 뒤를 따라다니다 단체로 악몽에 빠지고, 뒤이은 폭발 함정에 아주 기적적으로 아무도 죽지 않았다.
거기다 정작 힘을 쓴 화염부탑주는 보상을 요주하지 않는 조건이었으니.
시엔은 악령이 봉인되어있던 보석을 챙겼고, 헤인트는 결국 흑표범 로브를 한 벌 꿰찼다.
그 모습을 본 알렌이 자기도 흑표범 로브 한 벌을 요구했다. 마법사가 말을 쉽게 바꾸는군, 하는 시엔의 비아냥거림에 종래에는 사비로 구매하는 것으로 종결이 되었다.
“시엔.”
“왜 그러십니까.”
“그게.”
뷔아가 머뭇거렸다.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 성녀가 왜 뜸을 들이나 싶었더니, 이내 겨우 들릴 만한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사실, 앞부분은 잘 안 들렸다. “······정해줘서 고마워요.”
“별로 안 고마운 듯한 목소립니다만.”
“아, 씨. 진짜.”
“뭐. 아는 사람 죽는 것도 찝찝한 일이라서 그런 겁니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아니지.”
시엔이 씩 웃었다.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고 은혜를 갚으셔야 합니다. 자그마치 생명의 은인 아닙니까? 짐승도 구명의 은혜를 아는데, 사람이 잊으면 그거 사람도 아닙니다. 뷔아는 사람이 되셔야 지요.”
“젠장. 겸손 몰라요? 그렇게 생색내면 고마울 것도 안 고맙겠네. 두 번 구해주면 아주 노예로 부려먹겠네요?”
“뷔아가 사람이 반만 됐군요. 그럼 역병 숲에서 목 잘릴 뻔했을 때는 누가 구해줬답니까? 지나가던 사냥꾼입니까?”
뷔아가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 패턴대로라면, 혹시 다음에 또 살려줄 경우엔 감사를 기대할 수는 없겠는데. 쯧쯧. 몰염치도 정도가 있지.”
“뭐? 몰염치? 입구멍 뚫렸다고 혀 놀리면 다 말인 줄 아나 본데.”
“싫은 소리에는 단박에 반응하십니까? 은혜는 절반으로, 원한은 두 배로······”
“아, 씨.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놀려먹어요.”
시엔이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이만하면 탐사는 대성공이었다. 오랜만에 후련하게 큰 마법도 썼고, 환상종이라 불리는 귀하디 귀한 망령도 손에 넣었다.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한 봉인석도 얻었겠다, 숙소로 돌아가 잠이나 청해야지. 젠장, 엘프들이 또 술판을 벌이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도중에 시엔을 기다리는 손님이 있었다.
“공자님. 실례합니다만.”
“제이든?”
“예. 맞습니다. 혹시, 잠깐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무슨 일인데?”
“공자님께서 마법을 쓰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엔이 새삼 전직 레인저를 바라보았다.
“그걸 봤다고? 악몽에서 깨어있었나?”
“썩 불쾌한 경험이긴 했습니다만.”
“어떻게?”
“예?”
“내가 용병이란 치를 좀 알아. 성녀조차 이겨내지 못한 악몽을 어찌 한낱 용병이 이겨낼 수 있을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저 기분 나쁜 추억이나 떠오르고 말았을 뿐입니다.”
“나쁜 추억이라.”
시엔이 턱을 긁었다.
“악몽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대개 둘 중 하나야. 스스로 떳떳해 현실에 충실한 사람에겐 과거의 아픔이나 실수 따위 조금 따끔할 뿐인 아픈 추억에 불과하지.”
“······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하나뿐이야. 레인저, 죽을 자리를 찾는구나. 지금을 살아서 의미가 없으니 과거가 어떠한들 아플 리가 있겠어.”
전직 레인저가 쓰게 미소지었다.
시엔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공자님께서 숨기려 하시는 모양이라,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부주의하셨지요.”
“맞아.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래서 앞으로 조심해달라 그 이야기를 해 주러 온 거야? 고맙게.”
“그것도 있습니다만.”
“그럼?”
“이전에 공자님과 같은 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수법은 달랐지만, 분위기가 비슷하시니까요. 혹시 공자님께서도 죽은 자를 일으키거나 하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
이전에 흑마법사를 보았다는 뜻이었다.
제이든이 급히 되물었다.
“호, 혹시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습니까? 공자님이, 아니면 공자님과 같은 능력을 갖춘 마법사가······.”
“이전에 본 이가 그리 말하던가?”
“대답 대신 어둠이 날아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죽을 줄 알았겠지요. 하지만, 그가 죽은 이를 세워 일으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허면······.”
“안 돼. 그건 그냥 움직이는 시체일 뿐이야. 이미 죽어 순환에 이른 이를 되돌리는 건, 천신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 불가능한 겁니까? 아주 실낱같은, 아주 조금의 희망조차 없이 불가능한 일입니까?”
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든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띨 뿐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소중한 이를 잃었나?”
“······아들과 딸이 있었습니다.”
“유감이야. 자식이 없어 봐서 함부로 위로하진 못하겠어.”
“그럼.”
제이든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갈 때는 아니야.”
“예?”
“내 능력을 절대로 감추고자 함이라던가, 들키면 안 되는 일이라든가 하는 건 아냐. 그래도 아는 이를 함부로 보내기는 좀 그렇네.”
제이든은 그저 그 표정 그대로 대답할 뿐이었다.
“제 목숨을 거두실 생각이십니까? 사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무고한 이를 죽이는 취미는 없어.”
“그럼 어찌하시렵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아래에서 일이나 하지 않을래?”
“일전에 말씀드렸지요. 한데 묶이는 성정이 아니었다고. 어떻게 저를 묶어두시겠습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고 보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흠.”
시엔이 턱을 긁었다.
“영지의 큰 사업을 하나 벌이는데, 거기에 부모 잃은 자식이 한둘이 아니라서.”
“고아원 말씀입니까?”
“도로 관리단이라니까? 물론, 도로를 관리하다 보면 산도 타고 산적도 좀 잡고 몬스터와 싸움도 벌이고 할 수도 있겠지.”
“도로 정비 역시 겸하는 겁니까?”
“그게 목적이야. 다리도 세우고 벽도 쌓고 할 줄 알아야지.”
“공병을 겸한 레인저라······.”
“도로 관리단이라니까 그러네. 그렇게 말하면 군대 같잖아. 군대가 아니라 영지 내의 도로 관리를 위한. 뭐. 그런 거지.”
“과연. 그런 식이로군요.”
“드워프 아래에서 기술은 어느 정도 배울 텐데, 호신술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더라구.”
“호신술.”
“한번 안 키워 볼래? 용병질보단 교관질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재미라. 재미······.”
제이든이 중얼거렸다.
표정을 보니 나름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살아서 재미 볼 일 없겠다 싶으면 한번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치?”
“확실히. 맞는 말씀이시긴 합니다만. 저도 제 용병대을 이끄는 몸인지라.”
“용병대장이 죽을 자리를 찾아다닐 바에야 차라리 다른 놈이 하는 게 나을걸.”
“······.”
“됐으니까 뭐. 나도 용의 문 뒤편엔 뭐가 있는지 궁금해진 참이거든. 대답은 거기서 듣자. 피곤해서 안 되겠어.”
시엔이 손을 내저었다.
< 16. 길잃은 순정의 행방을 찾아서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