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62화 (62/268)

< 15. 깊은 땅속 그 위로 [3] >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성기사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어느새 주변이 온통 구경꾼으로 바글거렸다.

확실히 역대급 규모의 던전이라더니.

모인 이들 역시 제각각이었다. 짐승의 얼굴에 사람 몸을 한 수인들이 종류별로 모였다.

그런가 하면, 마법사들도 눈에 띄었다. 방화광에 물길잡이, 땅무지, 천문관까지. 네 원소의 구도자들이 한데 모였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저 많은 이들이 전부 던전이 저들과 관련이 있다 주장한단 말인가.

개중에 날개를 고이 접어 등에 붙인 이들이 보였다. 시엔이 생각했다. 익인? 흠. 정말로 구경하기 힘든 종족인데. 나중에 말이나 붙여볼까

성기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신의 증거인 성흔 앞에 간단히 예를 표한 것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랴.

괜히 시엔만 얼굴이 홧홧해 손부채질했다. 라이벵이 물었다.

“그나저나 소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 그게 말이죠.”

시엔이 사정을 설명했다.

해결이 되다 말고 긴 인사가 이루어진 참이었다. 레인저 일행과 하플링은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뭘 하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참이었다.

그러니 오도가도 못하고 서로 노려보았다.

“흠. 과연. 듣고 보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군요. 정의가 바로서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뭐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닌데요.”

“아닙니다. 이렇게 여러 종족이 모인 자리에선 사소한 다툼 하나가 큰 참극의 원인이 되는 법입니다. 두 분 모두 신전의 동행인으로 모셔 조사해야겠습니다.”

말만 동행인이었다. 신전의 이름으로 구금해 심문하겠다는 뜻이니. 탐사를 위해 찾아와서 교단에 묶이는 꼴이었다. 레인저와 그 일행, 그리고 하플링의 표정이 구겨졌다.

시엔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라이벵 경.”

“예, 형제님.”

“그건 별로 좋지 않은 생각 같은데요.”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여기엔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엔이 구경꾼들을 돌아보았다.

교단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처사야 모두 인정하겠지만, 그래도 오로지 인간만이 신을 믿었다.

아무리 교단이라 해도, 이만한 무장 집단이 제멋대로 치안을 관리하겠다 선언하는 꼴이 아닌가. 당사자가 아니라 해도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어찌 눈앞의 불의를 넘기라 하십니까.”

“아직은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플링이 수상하긴 하지만, 다른 증거가 없으니 정말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죠.”

“그러니 저희가 모셔서 조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방법도 있죠.”

라이벵이 가만히 기다렸다.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뜻이었다.

“교단에 부츠 남는 것 좀 있죠? 하나만 선심을 써요. 어차피 중재에 나설 거라면 강압적인 방법은 좋지 않으니까요.”

시엔이 레인저 일행을 가리켰다. 그중에서도 맨발의 마른 사내가 화들짝 구부정한 어깨를 폈다.

라이벵이 잠시 먼 곳을 바라보다, 이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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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는 성녀의 기운이 가깝다며 숙소에 틀어박혔다. 비설은 말도 없이 사라졌는데, 아마 다른 숲의 엘프에게 찾아갔으리라.

그런 이유로 베른닐만 대동하고 나섰다.

던전 탐사 캠프의 중앙, 목조 주택이 크게 들어섰다. 탐사 본부. 이미 몇 차례 탐사가 진행되어 그 결과물이 한데 모였다.

넓은 방 중앙에 거대한 테이블을 놓고, 솜씨 좋게 모형을 만들어 세웠다. 구불구불한 것은 통로요, 넓은 공간은 던전의 공동이었다. 시엔이 본부 내부를 잠시 둘러보았다.

벽면을 따라 전시한 것들은 선행 탐사대가 들어가 가져온 것들이었다. 벽화의 필사본들이며 보호 마법이 걸리지 않아 바싹 삭아버린 무구의 잔해들이었다.

멀쩡한 무구는 탐사대가 챙겼을 테니, 본부에 있는 것들이란 이런 탐사 자료나 가치없는 것들 뿐이라.

던전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주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마법사라면 어디 소속인지, 이종족이라면 어느 종족이 세운 것인지.

그래야 그 안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또한 들어있는 보화가 어떤 것인지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기이한 던전이었다.

벽화의 필사본마다 제각기 다른 종족이 그려져 있으니 그중 누가 세운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어쩐지, 드문 종족들마저 전부 다 모여있다 싶더니만. 자료가 이렇게 나와버리니 저마다 관련자라 주장하며 한몫 챙기려 손을 뻗었겠지.

개중 멀쩡한 무구도 몇 점 있었다. 교단 혹은 공국의 몫으로 받는 것이라. 교단이나 공국의 몫을 가로채려 들진 않을테니 조사 목적으로 가져다놓은 모양.

“흐음.”

시엔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오래된 양식인데.

시엔의 기준으로 오래된 양식이란, 천 년 전에 이미 오래되었다 여긴 것들이었다. 어차피 죽고 재림하기까지 중간의 역사야 아는 것도 없었다.

“네가 시엔인가?”

시엔이 대뜸 물어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시엔의 고개가 아래를 향했다.

시엔의 가슴 어림까지 올 법한 작은 키.

키가 작은 이종족이 몇 있기는 했다. 그러나 팔다리가 얇고 어린 얼굴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아이였다.

시엔이 대답했다.

“어.”

꼬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익, 나한테 그러면 안 돼!”

“내가 뭘 했는데?”

“지금 무례하게 굴고 있잖느냐!”

“너도 그랬잖아.”

“난 왕자니라! 난 그래도 돼!”

“호오. 왕자라고?”

“그래! 빨리 예를 표하도록 하거라.”

시엔이 꼬맹이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입고 신을 것이 고급품이었다. 여기에 왕자가 있다면 그 출신이야 하나뿐이라.

손가 공국의 땅에 발견된 던전이었다.

꼬마가 가슴을 펴며 말을 이었다.

“몰랐던 것 같으니 네 무례는 기꺼이 용서할 수 있느니라. 무지는 죄가 아니라고 했어. 그러니 엣헴. 어서 예를 표하거라.”

시엔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왕자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충 계산이 섰다.

공국에서야 최대한 많은 병력을 파견해 전리품을 챙기고자 할 테니, 왕자를 한 명 보내면 그 명목이 서지 않겠는가.

델피르처럼 계승자 개인의 공훈을 챙기기 위함이라면 그 호위가 엄중하리라. 그러나 그것도 아니니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막을 수 없다.

그러니까 애초에 왕위와는 상관없는 수많은 왕족 중 한 명이라는 뜻이겠지.

시엔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왜?”

“어? 어?”

꼬마가 당황했다.

“왜, 왜? 난 왕자인데.”

“나는 공국의 백성이 아니니까. 예의는 네 백성에게 챙겨달라고 해.”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네게 잘 보이고 싶었나보지.” “너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냐?”

“어.”

꼬마가 계속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 보이면 좋은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까 다들 내게 예를 표한다고······.”

“그건 아니고. 적어도 손해는 안 보겠지.”

“왜? 왜 그런 것이냐?”

“흠. 너는 몇 살?”

“난 어린아이가 아니니라!”

“그래서 몇 살?”

시엔이 꼬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흑마법사의 시선이었다. 어째서인지 한기를 느낀 꼬마 왕자가 그 시선에 어깨를 움츠렸다.

“열한 살······.”

그 뒤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한 달만 지나면 하고 사족을 붙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열 살 꼬맹이였다.

시엔이 꼬마를 무시한 채 탐사 본부를 살폈다. 꼬마 왕자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왜?”

“그게, 어. 끔찍한 대적이 나타났다고 들었느니라.”

“아아. 그거.”

“오오, 정말이구나! 어떤 것이었느냐! 내게 말해줄 수 있겠느냐?”

왕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마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모양. 요 나이대의 꼬맹이가 딱 흥미를 가질 법한 것이었다.

“키가 대단히 큰 놈이었지. 얼마나 크냐 하면 칠십 층의 성탑보다 더 높을 거야.”

“오오!”

“온몸에 종기가 오르고 진물이 흘렀는데, 그 고름을 맞은 야만인들이 비명을 막 질렀단다. 차라리 죽여 줘! 정말로 그랬어.”

“그래서, 그래서 어찌 물리쳤느냐!”

꼬마 왕자가 재촉했다.

그러자 대답이 다른 곳에서 날아왔다.

“그야 천신께서 도우심이지요. 카샬 왕자님.”

시엔이 눈살을 찌푸렸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원래 싫은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썹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여기서 둘러보고 계셨군요. 시엔 공자님. 언제 찾으실까 궁금한 참이었습니다만.”

뷔아가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니까 왜 바로 안 찾아오고 여기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느냐는 뜻이었다.

하여간 내숭은.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 잠시 정신을 빼앗겼습니다.”

시엔이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왼손을 들어 손등으로 머리를 긁었다.

성흔은 격을 초월한 존재를 만나 안과 밖이 섞이고 겉과 속이 뒤집혀버린 상처였다. 성흔 안에 몇몇 뼈가 튀어나와 단단했다. 머리를 긁으니 시원하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시엔이 왼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 성흔을 보시겠습니까?”

“예?”

뷔아가 흠칫했다.

뷔아의 얼굴이 그냥 얼굴이라. 이미 본부 안의 모든 시선이 한데 모인지 오래였다.

보는 눈이 많았다.

성기사며 사제들이며 성흔을 보아 기적에 기도를 올리는데, 성녀까지나 되어서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안 그래도 제가 청할 참이었답니다. 아아주, 아주. 친절하시기도 하셔라.”

“별 말씀을요.”

그러자 성녀가 시엔의 손목을 콱 쥐었다. 그 악력이 이미 인간을 초월했으니,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시엔이 이를 악물었다.

뷔아가 천천히 시엔의 손등에 입술을 붙였다 뗐다.

“일단 차라도 한 잔 하실까요?” ----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뷔아가 손수건을 꺼내 제 입술을 박박 문질렀다.

“아, 씨, 퉤. 무슨 짓이에요?”

“이미 성기사 수십이 입을 맞춘 곳이라 남녀가 유별하니 좀 닦아드린 겁니다만.”

“차라리 성기사 분들과 입을 맞추고 말지.”

“명심해 두겠습니다.”

시엔이 손목을 돌리고 주무르며 대답했다.

우악스럽기로 이런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이거 아무래도 멍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손수건도 안 가지고 다녀요?”

“그럼 손수건에 묻잖습니까.”

“아, 씨. 무슨 손수건이 보물이야?”

“찝찝한 건 질색이라. 있다가 손 씻어야지.”

시엔과 뷔아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됐고. 그래서, 둘러보고 뭐 알아낸 게 있나요?”

“일반적인 던전은 아니더군요. 이종족들을 전부 모아놨으니.”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거든요? 당신의 그 수상한 능력으로 감이 잡히는 게 있냐는 거잖아요.”

“당신은 너무 가셨고.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럼 들어가면 되겠네요.”

“자리가 있습니까?”

“자리야 만들면 되는 거고. 교단의 성기사 한 분이 휴식을 취하실 테니까요.”

“언제 들어갑니까?”

성녀가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펼쳐보니 탐사팀의 일정이 담긴 명단이었다.

“그중 한 팀과 동행하면 될 테니,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빨리 결정해서 알려줘요.”

“흠. 일단 어떤 이들인지 한번씩 만나보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시엔이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뷔아가 받아들어 미심쩍다는 표정이었다.

“심층 심연과의 병렬 통로를 통한 영구적 순환계의 구성 및 일원화를 통한 다차원 원소 활용추출 및 그 활용? 이게 무슨 뜻이죠?”

“설명해도 어차피 못 알아듣습니다.”

“흥. 읽어보면 알겠죠.”

뷔아가 책을 펼쳤다. 글씨가 고르고 자간이 일정하니 활자로 찍어 제본한 것이었다.

[······사레야의 나신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프란츠는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탐험가가 그 경이에 경탄하며 감사를 드리듯, 무릎을 꿇어 입을 맞추었다. “아아, 프란츠.” 프란츠는 사레야의 피부가 참으로 부드럽다 생각했다. 세상 어떤 것도 이보다 부드러울 수는

없으리라. 프란츠의 입술이 그 모든 곳을 꼼꼼이 훑다 마침내 숲에 이르렀다. 모두 꿈꾸었으나 그 누구도 닿지 못한 가장 깊숙한 숲이었다. 프란츠의 혀가······]

탁! 책 덮는 소리가 다급했다.

뷔아의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이이이, 이, 이 무슨, 으아, 으어. 당신!”

“당신은 너무 가셨다니까.”

“이, 이게 뭔가요! 어떻게 이런······!”

“제 호위기사의 애장 도서입니다만. 표지만 바꾸느라 저도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검술 교본이 아닙니까? 무슨 내용이길래?”

시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베른닐의 책이었다. 평소 독서와는 담을 쌓은 불량 기사가 진지하게 읽고 있었는데, 표지가 없어 기름 먹은 종이로 대충 둘러놓은 책이었다. 마침 가짜 책을 하나 만드려던 참이라 잠시 빌렸다.

무어냐 물었더니 검술 교본이라 하여 흥미가 없으니 읽지는 않았던 물건이었다.

뷔아는 내숭만큼 눈치 또한 빨랐다.

놀리는 것인지 아닌지는 보면 안다. 시엔의 반응은 진짜 몰라서 나오는 것이었다.

“어, 아니, 아니에요. 그래서, 이게 뭐죠?”

뷔아가 급히 말을 돌렸다. “탐사에서 제가 발견할 마법서입니다. 교단의 적이 탐이 나 참을 수가 없는 제목입니다.”

“이 제목이 말인가요? 흠.”

허수 세계의 심층에 위치한 밀도 높은 에너지를 정제 순환하며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일원화한 다차원 원소란 서로 다른 마력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심핵이 있다는 이론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이를 통하면 마법사가 제 마력의 성질과 상관없이 모든 원소와 계통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가 보았다면 코웃음을 쳤을 제목이었다. 모든 흑마법사의 목표, 아니 모든 마법사가 한 번쯤 꿈꾸는 경지였으니까.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진작에 난 것이다.

그러나 그 저자가 범상치 않다면 또 달랐다.

성녀가 표지를 훑었다. 위에는 제목이, 아래는 저자의 이름이 쓰였다.

“레이슈노프 산 센델 류시노프. 이게 누구죠?”

“그냥 대충 갈긴 겁니다. 가짜 마도서니까.”

“대충 갈긴 것 치고는 이름이 좀.”

“이름이 뭐 어때서 말입니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나요? 미들네임도 두 개나 되고.”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안 이상해요?”

“안 이상합니다.”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성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엔이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그걸로 적을 꾀어낼 생각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다가 탐사에서 발견한 척을 할 테니, 교단에서 누구도 열어보지 못하도록 엄중히 보관해주셔야겠지요.”

“어, 음.”

뷔아가 머뭇거렸다. 시엔이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자, 성녀가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보니 시엔이 발견하고 교단이 보관하는 것보다는, 제가 직접 발견하고 보관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어요?”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 그냥 그런 거예요. 다른 이유는 절대 없으니까요. 그냥. 그냥.”

“뭐, 그렇게 하죠.”

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뷔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책 내용을 모르는 모양인데, 알게 되면 또 얼마나 뺀질거릴지 뻔하지 않은가. 아예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것이 좋았다.

‘절대로 내용이 궁금해선 아니고. 음’

뷔아가 책을 끌어안았다.

< 15. 깊은 땅속 그 위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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