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죽어 죽지 않아 같으나, 또한 다르다 [1] >
얇은 털이 풍성하니 빵빵한 흰 솜뭉치 같다. 그러한 것이 달려든다. 귀여운 외양은 거기까지다.
턱이 대가리를 지나 몸통까지 뻗었다. 아가리를 벌리니 놈이 반으로 쩍 갈라지는 듯하다.
라프라크가 성기사의 각반을 물었다.
하지만 강철 각반을 뚫기엔 이빨이 강하지 않다. 게다가 상대가 또 누구랴. 신을 믿는 자의 신체를 보호하는 신성이 떠오른다.
부정한 것의 살점이 타오른다. 아가리 안에 진물이 차오른다. 버티지 못한다. 라프라크가 토악질을 한다.
그 위로 검날이 쏟아진다. 푹. 부정한 것이 하나 죽었다.
“적습이다! 전원 요격하라!”
아닌 밤중에 습격이나 성기사들이 빠르게 대응했다.
성기사들은 실전에 능하다. 요즘 같은 평안한 시대라도 늘 몬스터와 싸워온 이들이라. 순식간에 무장을 마치고 튀어나온 성기사들이 전투에 뛰어든다.
“놈은 약하다! 성력을 아껴 지구전에 대비해!”
성기사장 라이벵의 목소리다.
그에 따라 성기사들이 라프라크를 몰아내기 시작한다. 검을 한 번 휘둘러 라프라크 하나가 죽어나가니 성기사들의 사기가 높다.
“방진을 짜! 방어선을 만든다!”
다시한번 라이벵의 지휘가 울려퍼진다.
성기사들이 움찔했다.
라프라크는 본디 강하다 할 수 없다. 허나 세상 약한 것들이 그러하듯, 라프라크 역시 무리짓는 습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라프라크 한 무리는 그 숫자가 천에 이른다.
온 사방에 부정한 것들이 널렸다. 수해의 어둠 속에서 흰 것이 끝도없이 밀려든다.
방진을 짜? 방어선을 만들어?
크면 무릎까지, 작으면 정강이 반에나 닿을 듯한 조그만 마물들이다. 방패 옆으로, 다리 사이로 휙휙 스쳐 드나드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꺄악!”
“천신이시여······”
야영지에 비명이 터졌다.
성기사야 다친 곳 없이 마물을 베어내나, 사제들은 전투와는 연이 없는 자들이다.
신성이 약한 이는 저항할 도리가 없다.
무언가 다리를 물어 비명을 지른다.
뒤이어 팔과 몸통에 라프라크가 붙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피 냄새에 라프라크가 계속하여 달려든다. 땅에 쓰러진 위로 계속해서 털뭉치가 달려든다.
비명이 그에 파묻혀 소리가 없다.
와그작! 팔다리가 나뉘고 몸통에 든 것이 나와 뒹군다. 라프라크가 피와 살점을 탐한다.
뒤늦게 성기사의 칼날이 포식자들을 휘젓는다. 먹이에 눈먼 것들이 저 죽는 줄 모르고 반토막이 나 쏟아진다.
성기사가 급히 구제하려 하나, 자리에 남은 것은 예전에 사제였던 것의 잔해 뿐이다.
시엔이 해먹에서 뛰어내려 검을 들었다.
하얗게 융단이 깔리듯 짓쳐 들어온다. 바로 아는 마물이다. 땅을 밟고 뛴다. 숫자가 많아 땅이 모자르니 제 동족을 밟고 뛰어오른다. 마물이 들이닥친다.
시엔이 손을 들었다. 가면 안, 흰자 없이 눈동자가 오롯히 검게 물든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가면 안에서 맴돈다.
“스아-크-!”
인간의 귀가 듣지 못하는 소리. 허나 마물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노성이다. 달려들던 라프라크가 겁을 먹고 발을 멈춘다.
그 위로 껑충 뛰어드는 한 놈. 시엔의 앞에 와서야 가장 부정한 것이 있어 격이 다른 존재임을 확인한다.
라프라크가 본능적인 공포에 몸을 돌린다. 그 위로 또 멍청한 라프라크 한 마리가 뛰어와 또 겁에 질려 서로 엉켰다.
앞이 주춤하고 뒤에서 밀어닥치니 서로가 서로를 밟고 밀며 엉켜 난리가 났다. 시엔이 그 위로 검을 휘둘렀다.
검술이랄 것도 없다. 저들끼리 얽혀 오가지 못하는 것들. 그저 베어내 명줄을 끊는다.
시엔이 사방을 살폈다.
이거 좋지 않은데.
병법의 기본은 앞을 막아 늘어놓고 앞뒤로 합심하여 무찌르는 것이다.
허나 작은 것들이 작심하여 제 명줄 살피지 않고 뛰어들면 막아낼 방법이 없다. 그리하여 전장이 앞과 뒤, 밖과 안을 구분하지 않으니 그저 혼란하다.
미리 대비하였으면 모르나, 피아가 뒤섞이니 겉잡을 도리가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베어 적을 줄여나갈 수밖에.
“와악! 아아악!”
시엔이 비명을 듣고 몸을 날렸다. 사제가 어깨를 물려 바동거렸다. 뒤이어 달려드는 라프라크들. 그 사이를 시엔이 막아서 검을 휘두른다.
세 번 휘두른 검에 라프라크 다섯이 베어 떨어진다. 시엔이 사제에게 달라붙은 라프라크를 움켜쥐었다. 음차원 에너지가 흐르자 마물이 데인듯 놀라 아가리를 벌렸다.
“그, 감사, 감사합니다.”
“제 뒤에 계세요. 구하러 갑시다.”
시엔이 사제들을 구하며 주변을 맴돌았다.
다친 이를 또 다친 이가 치료하고, 또 합심하여 신성으로 마물을 쫒으니 좁은 범위나마 사제들이 운신할 공간이 생겼다.
모인 사제를 보고 성기사 몇이 합류했다.
빙 둘러 진형이 잡히고, 바깥에서 베고 안에서 신성을 쏘아보내니 이 혼란 속에서도 그나마 조금씩 질서가 잡힌다.
무리가 점차 커졌다.
하나로 뭉쳐 사제를 구호하고, 성기사가 모여 어깨를 맞댄다.
“허리!”
시엔의 외침에 성기사 하나가 급히 몸을 비튼다. 성기사의 옆구리 사이로 시엔의 검이 뻗었다. 라프라크 한 마리가 꿰여 딸려나온다.
흑마법사로 살며 성기사와 함께 마물을 무찌르는 날이 있을 줄이야. 시엔이 혀를 찼다.
물론, 재림 전 시대라고 해서 교단과 흑마법사가 서로를 적대시하진 않았다.
흑마법사가 사악한 이가 아니라면야. 교단의 적이라면 상대가 누구라 할지라도 신전에서 나선다. 그러니 굳이 흑마법사라 하여 특별히 미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상성이 워낙에 나빠, 뭉치면 오히려 그 힘이 줄어드니 함께하는 일은 없었다.
시엔을 중심으로 교단의 군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마물의 숫자가 많다. 지금도 새로운 놈이 연신 어둠을 뚫고 뛰쳐나오니 베어도 베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횃불은 흔들리고, 피와 살점이 인간의 것과 마물의 것을 가리지 않고 연신 허공을 수놓는다.
그때였다.
“천신께서 내게 삶을 주시매 이 감사함을.”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이 파고든다. 거기 깃든 신성이 예사 것이 아니다. 시엔 뿐만 아니라 산 이가 하나로 듣는 맑은 노래소리다.
고개를 드니 날개를 단 이가 빛을 흩뿌리며 허공에 떴다. 여기서 가면 안 쓴 이는 하나뿐이라. 성녀가 두손 모아 신을 찬미했다.
“젠장!”
시엔이 급히 품을 뒤졌다. 떨리는 손이 성마르게 품을 헤집는다. 마침내 볼품없는 나뭇가지 하나를 쥔다.
“에-데 크하사. 라 시엔 티하르.”
방어 주문에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힘을 보탰다. 시엔이 바닥에 몸을 붙이고 몸을 웅크렸다.
아니나다를까, 강대한 신성이 터져나왔다.
온 세상이 순백으로 빛나 어둠 한 점 없다. 밤도 낮도 아닌 오로지 신성한 때라.
라프리크가 죽어나갔다. 강력한 신성 앞에 부정 세계의 것이 녹거나 터지거나 깨어지고 부서져 흩어졌다.
시엔이 이를 악물고 견뎠다.
“오오.”
“성녀님!”
“살아계신 기적이시다.”
기껏 구해놓은 것들은 순백의 세상 속에서 평온하기가 제 집보다 더한 모양새였다. 너도나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상처가 절로 아물고 활력이 차오르니 어떤 이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린다.
그 속에 시엔 혼자 끙끙 앓았다.
이러다 죽겠다 싶다.
시엔이 식은땀을 쏟았다. 가면의 눈가에 점점히 번지는 것이 흐른 땀이다.
일 초가 일 분같이 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성녀의 신성에도 한계가 있는 법.
마침내 시엔이 강력한 신성 속에 제 몸을 지켜내는 데에 성공했다.
강대한 흑마법사가 세계수의 도움을 받아 제 몸을 지켜냈을 정도이니, 마물은 당연히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수밖에.
“피해 보고해!”
“추가 습격이 있을지 모른다. 한데 뭉쳐!”
“성녀님을 모셔라!”
성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엔이 바닥에 퍼져 아무렇게나 앉았다.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어떻게 용케 살았다 싶다.
성녀는 역시 해악하기 그지없다. 두 번 다시 얽히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하며 이를 갈았다.
산 자들의 안도감도 잠시. 떠나보낸 이들이 많으니 야영지가 숙연함에 물든다. 시엔이 팔다리를 주무르며 제 안의 음차원 에너지를 안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컵 하나가 어깨 너머로 슥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라이벵 경.”
“형제 자매님들을 돌보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 거창한 건 아닌데요. 뭘.”
“겸손하시군요. 전장에서 군략이 세워져 그 피해가 가장 적은 곳에 공자님이 계셨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리고 라이벵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저 같이 차를 홀짝거리다, 이내 인사 없이 훌쩍 자리를 뜬다.
그 역시 아끼는 이를 몇이나 떠나보냈으리라. 그러한 마음으로 그저 돌아다니고 말이나마 몇 마디 함께하며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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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조차 긴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수해의 어둠 속, 굶주린 눈동자들이 또다시 무수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또 온다!”
“당황하지 마라! 전원 개벽!”
“개벽!”
“개벽!”
한 번 습격이 있었으니 두 번이 없으랴. 교단의 병력은 이미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한 참이다.
성기사며 사제며 신성을 다루는 이들이 손을 뻗었다. 입으로 읊는 것은 기도요, 성가대는 노래하며 신전과 같은 성사가 시작되었다.
희미한 반투명의 돔이 야영지를 덮었다. 부정한 것을 가로막는 보호막이다. 마물 중에서도 아주 일부에게 통하는 것이라 그리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신종 마물에겐 신성이 바로 공격이 되니 통하는 종류임을 확인한 참이었다.
라프라크들이 막에 몸통을 부딪쳤다. 통과하지 못하니 호되게 부딪혀 바닥을 나뒹군다.
하지만 워낙에 독한 것들이라 다시금 달려들어 막에 달라붙는다. 성기사들이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보호막 너머로 검을 뻗었다.
시엔 역시 한 군데 자리잡아 막 너머로 검을 뿌렸다. 이번엔 살금살금 뒤편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또 성녀가 나서면 이번엔 최대한 멀리 떨어질 심산이다.
그러나 성녀가 나설 낌새가 없다.
“정신 차리고 벽을 유지하라!”
“성녀님께서 곧 정신을 차리실 것이다. 그때까지만 모두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쩐지 나서지 않더라니. 그만큼 강대한 신성을 뿜었으니 탈진하여 쓰러진 모양.
한편 라프라크의 숫자가 끝도 없다. 베어내고 베어내도 계속해서 몰려나오니, 보호막을 따라 시체가 쌓여 칼질이 점점 위를 향한다.
그러기를 얼마일까.
마물의 시체가 가슴팍까지 쌓였다.
라프리크의 공세가 눈에 띄게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많은 것이라도 그 끝이 보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끝이 보인다! 모두 조금만 더 버텨!“
격려하는 목소리가 악을 쓰며 이어진다. 갈라진 목소리로 연신 고함을 지른다.
쩌적. 그러나 보호막에 점차로 균열이 번진다. 마물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사제들의 신성 역시 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벽이 깨진다!“
”모두 대비해!“
사제들이 하나둘 자리에 쓰러졌다.
신성을 한계까지 쥐어짜 탈진한 이들이다.
성기사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분주해졌다. 보호막이 사라지기 전에 하나라도 더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팔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쩌적. 쩌저적. 균열이 계속해서 번졌다.
아래위가 하나같이 빽빽하니 당장 산산히 부서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사제들이 계속해서 쓰러지며, 성기사들은 지쳐 허우적댄다.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보호막은 깨질 듯 깨지지 않고, 성기사들은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인다.
결국, 마지막 라프리크가 숨을 거뒀다.
더이상 달려드는 놈이 없다.
그 후로도 수 분이나 경계를 지속하던 성기사들이 마침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누군가는 승리의 함성을 내지른다. 누구는 이제야 끝났다며 성호를 그었다.
뷔아가 바로 이 때에 깨어났다.
눈을 번쩍 떠 몸을 일으키며 급히 묻는다.
”마물은? 다들 무사해?“
”다행히 방금 다 정리 된 참이야. 일어날 수 있겠어? 그래도 네가 얼굴을 비추면 다들 기뻐할 텐데.“
뷔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리가 되었다고? 그럴 리가. 숨이 턱 막힐 듯이 죄어오는 이 거대한 부정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아냐! 준비를 해야 돼! 뭔가, 뭔가 오고 있다구! 이럴 때가 아냐, 내가······!“
뷔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휘청거리며 몇 발짝 헛걸음질을 친다. 수히가 기겁하며 급히 부축을 섰다.
”당장 준비해야 해! 바로 앞까지, 바로 앞까지 왔어!“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한다고······“
”싸울 준비! 아니면 도망치든가!“
뷔아가 수히를 뿌리치며 천막 밖으로 달려나갔다.
성녀의 눈에 녹초가 된 사제며 성기사들이 보였다. 이미 지쳐 바닥에 몸을 누인 이들이 대부분이요, 그나마 선 자도 터덜터덜 그 품새가 무겁기 그지없다.
”이럼 안 되는데······!“
뷔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라이벵 경! 라이벵 경 어디 있어요! 모두 일어나세요! 강대한 적이 바로 지척에 있습니다!“
뷔아가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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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막이 사라지자마자, 시엔은 강대한 음차원 에너지를 느꼈다.
시엔처럼 꼭꼭 감추어둔 힘이 아니다, 한껏 으스대며 제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니 시엔이 눈치를 못 챌 수가 없다.
적이 온다. 대비하라. 이미 쉰 목소리가 들려온다. 개중 아는 목소리가 있으니 성녀가 이제야 깨어난 모양이다.
하기사, 이만한 음차원 에너지가 가까이 있으니 놀라 깨어났을 터다.
지친 교단의 군대가 몸을 일으킨다.
허나 이미 전의가 한 풀 꺾였다.
영리한 놈.
라프리크를 소환하여 굳이 부리지 않고 날뛰도록 놔 둔 것이다. 교단의 군대가 그 힘을 다해 지치도록 하기 위해서.
소환된 마수를 직접 부리지 않았으니, 그에 마력을 쏟진 않았을 터. 아직 그 마력이 남았다고 봐야 하겠지.
시엔이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느슨히 쥐었다.
흑마법사끼리의 싸움이라면 질 이유가 없다.
사역하지 않았다 해도 소환하는데 막대한 음차원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에 반해 시엔은 성력에 날뛴 음차원 에너지로 신체가 상했을 뿐, 그 마력은 온전히 남아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흑마법사라는 제 능력을 굳이 남에게 알리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꼭꼭 감춰놓을 것도 아니다.
신전이 알면 곤란해지긴 하겠지만. 수고스럽긴 해도 그 곤란에서 헤어날 방법도 있었다.
시엔이 수해의 어둠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횃불이 밝히는 영역 안으로 검은 천을 뒤집어쓴 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헤진 후드 안으로 백골이 드러나 횃불에 붉게 번들거리며 일렁였다. 로브 자락 밑으로 지팡이를 쥔 것 역시 앙상한 뼈 뿐이라.
이미 죽어 뼈만 남은 것이 스스로 움직여 천천히 다가온다.
”천신이시여······“
”어찌 저런 사특한 것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니 부디 저희를 보우하시어 주시고······“
세상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이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미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라 더욱이 끔찍하다.
그리고 아는 이에게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빌어먹을. 리치잖아.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다른데.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 12. 죽어 죽지 않아 같으나, 또한 다르다 [1] > 끝
ⓒ Lab.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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