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말괄량이 길들이기 [3] >
부자는 신관을, 빈자는 의사를 부른다.
으레 하는 말 속에 의사들이 받는 취급이 담겨 있었다.
신관들이 빛을 뿜으면 벌어진 상처가 아물고 부러진 뼈가 붙는다. 놀라운 신성을 가진 이는 환자를 바로 그 자리에서 일으키기도 했다. 누가 봐도 신의 자비요 현세의 기적이 아니겠는가.
그에 비하면 의사들의 치료는 느리고 고통스럽다. 제아무리 명의라도 살을 꿰매 아물어 붙이는 시간을 줄이진 못하니.
같이 사람을 살리는 이들이라 해도 위아래가 나뉘었다. 그러니 의사들이 신관에게 가지는 감정이란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뭔가 감이 잡히십니까? 이참에 아주 본때를 보여야지요. 의술이 세상에 꼭 필요한 빛이라 알려야지요! 신관들이란 멍 자국 하나 못 지우는 것들이 아주 세상에 저들이 가장 잘난 줄 아는 치들이 아닙니까. 헤헤헤.”
멍이란 피부의 얇은 핏줄이 터져 밖으로 나와 굳은 것이다. 그에 신성을 사용하면 핏줄이 곧 붙어 순환이 전과 같이 흐른다.
그러나 이미 자리를 잃고 주변에 고인 굳은 피를 제거해주진 않는다. 가만히 두면 영양이 되어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니 신성이 반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성은 만능이 아니다.
부러진 뼈를 맞추어 잔해가 없도록 하지 않으면, 아물고 남은 뼛조각이 자리에 남아 근육을 해친다.
해독에는 탁월하나 질병에는 약하니, 질병을 치료한다 해도 대개는 환자의 원기를 돋궈 스스로 이겨내게 하는 경우다.
“헤헤헤, 도련님께서 함께하시니 든든하기가 어떤 대군이라도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참에 저 신관들의 콧대를 아주 똑 부러뜨려 버리시지요.”
“흠.”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성녀가, 그것도 교단에서 가장 위신 높은 성녀가 직접 나타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번 역병의 해결이 교단이 아니라 의사들에게서 이루어진다면 그것도 상당히 체면이 상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니, 이이가. 또.”
“으윽. 도련님, 저는 볼 연구가 있어서 잠시, 아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요. 헤헤······.”
로즈가 나타나자 벨티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벗어난다. 베른닐의 두건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지는 광경이다.
“아유, 저이가 또. 오해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의사들이 신관하고 대판 싸우기라도 하려는 줄 알겠네요.”
“그러려는 줄 알았는데요.”
시엔이 농을 건네가 로즈가 어깨를 떨었다.
“뭐. 그이같은 이가 여럿 있기는 해요. 신관들이 있으니 의술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거죠.”
“발전하지 못한다라.”
“뭐. 신관들께서는 또 그분들께서 하시는 영역이 있으시니까요. 환자가 출혈이 심하다거나, 아니면 미상의 중독 상태거나 하면 저희들이 손 쓸 방법이 없잖아요?”
피를 만드는 것은 건강한 몸이었다. 이미 다쳐 출혈이 큰 이가 건강할 리 없다. 그러니 의사가 해줄 일이란 그저 지혈이나 하며 어서 신관이 도착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독이란 수천, 수백 가지가 있어 저마다 약이 다른 것이다. 의사가 관찰하여 그 독을 모르면 약을 쓸 수가 없으니, 서둘러 신관을 불러 정화해야 환자를 살린다.
“그야 그렇죠.”
“저이는 개중에서도 유난을 떨고 있어서, 신관이 없었다면 출혈이나 중독도 의사들이 방법을 찾아 해결했을 것라고 주장한답니다.”
“흠. 신관들이 살린 이가 대체 몇인데······. 꽤 과격한 주장이네요.”
“어휴, 그렇다니까요. 음. 도련님. 혹시 저이가 아직 후원 이야기는 안 꺼냈지요?”
“후원이요?”
“저리 앞잡이 노릇을 하며 구두라도 핥을 듯이 구는 게 다 그런 속셈이니 나중에 그런 이야기 듣고서 노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아.”
어쩐지 계속해서 얼굴에 금칠을 해준다 했더니. 그런 속셈이 있는 모양이었다.
벨티의 혓바닥이 그냥 혓바닥이랴. 매끄럽기가 대륙 제일이니 자칫하면 귀족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말 터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거기 넘어간 귀족이 한 둘은 아니리라.
“그래도 제 배를 채우겠다고 그러는 건 아니니 그냥 저런 치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 주세요.”
“그런 것 치곤 처세가 대단하시던데.”
“그래도 후원받은 연구비로 제 간식 하나도 사는 일이 없어 선생들 사이에서도 제법 존경받는 이랍니다.”
“그래요?”
“제 남편이라 드리는 말씀은 아니에요. 벨티라 하면 유명하니 이름난 선생께 여쭈어도 같은 대답을 하실 거에요. 제 이름을 걸고 장담하지요. 저도 거기에 반해 가정을 꾸렸답니다.”
로즈 역시 역병의 중 지휘를 맡았으니 그 이름값이 적은 이는 아니리라. 그녀가 이름을 건다니 제 남편보다 훨씬 믿음이 간다.
“그나저나, 배양한 역병 둥지를 보러 가시겠지요?”
“얼마나 배양된 상태죠? 종류는?”
“일곱 개에 배합액 세 개를 더해서 열 수조요. 그 중 두 개를 배양하는데 성공했어요. 제 의견으론 이미 완성기에 있다 보이네요.”
“그런데도 아직 파악이 안 된 건가요?”
“여러 특성이 같이 나타나고 있어요. 변종이라 치면 범위가 너무 넓고, 신종이라기엔 고유 특성이 떨어지니 이도 저도 아니라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랍니다.”
“흠.”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아무래도 저희야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전부 같은 부분만 보고 있으니까요. 도련님께서 저희와 다른 시각으로 보시기에 여쭙는거구요.”
시엔이 이미 정복되었다 선언한 과거의 역병을 줄줄 읊지 않았던가. 이미 사라졌다 뇌리에 박혔으니 의사들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로즈가 시엔을 이끄는 이유였다.
배양실에 들어서니 새 가면들이 어느새 여기에 다 모여있는 꼴이었다.
열 개의 커다란 수조를 두고 이리저리 부리를 맞대던 새 가면들이 일제히 시엔을 바라본다. 눈빛은 보이지 않으나, 기대하는 모양새는 알 수 있겠다.
역병은 사람의 신체 밖에서 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 속에선 저들끼리 한데 뭉치니 이를 역병 둥지라 했다.
수조 안에 여러 자연이 담긴 성분의 시약을 채워 그 안에 역병을 풀어 키운다. 역병은 제 고향과 같은 성질의 시약을 만나 둥지를 이뤄 자랐다.
그 모양을 보고 역병을 파악하고 약점을 잡았다.
그러니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이미 완성기에 이른 역병 둥지가 있다면 어째서 이리 지지부진 병마를 잡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시엔이 그런 생각으로 수조를 바라보았다.
비대칭한 형태의 기이한 둥지가 부글부글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 시엔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역병 둥지였다.
전체적으로는 처음 보는 것이나, 군데군데 눈에 익은 구조가 눈에 비친다.
길게 솟은 뿔에 같은 비율로 계속해서 등비한 가지를 뻗는 것은 바리바라의 특징이다.
소라와 같은 나선형 탑에 역뱡향으로 돋은 비늘 주고는 로랄드맥, 직육면체로 뻗어 그 표면이 가죽과 같이 우툴거리는 모양새는 대니벅과 닮았다.
허나 그것들이 한데 모이니 이도 저도 아닌 기이한 둥지가 만들어진다. 로즈의 말대로, 신종도 변종도 아니었다.
꼭 한 군데씩 떼어 짜집어 놓은 모양새가 아닌가.
그러자 시엔이 인상을 구겼다.
짜집어 놓았다고?
“로즈. 둥지가 두 개나 있으니 하나는 없어도 되겠죠?”
“예?”
“저걸 좀 깨 봐야겠는데요.”
“네? 하지만 귀한 둥지를······”
로즈가 말을 흐렸다. 완곡한 거절이다.
그러나 갑자기 끼어드는 이가 있었으니 그 혓바닥이 얼마나 참으로 길었다.
“아이고, 여보. 도련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거 아니요. 두 개가 있으니 하나야 도련님의 뜻대로 한들 무슨 일이 있겠어?”
“아니, 당신.”
“헤헤헤. 도련님. 뜻대로 하시지요. 무척 귀하여 그 가치가 금화로는 따질 수 없는 둥지지만, 도련님의 극의에 달한 의술이라면 저희 같은 무식한 치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시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헤헤헤.”
로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벨티가 달라 보였다. 은근슬쩍 둥지가 금화로 환산할 수 없는 비싼 것이라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둥지를 망치게 되면 그걸 빌미삼아 은근히 후원금을 요구할 생각이 아닐까? 설마 그렇게까지 순식간에 계산이 잡히는 인물이려나.
여기저기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정작 모인 의사들 중 누구 하나 반대하는 이는 없다.
과연 벨티가 제법 존경 받는 이라 했던가.
시엔이 둥지를 끄집어내 칼을 들었다.
분해되는 둥지의 모습에 새 부리들이 저마다 고개를 기울인다.
첨범, 첨범. 시엔이 보이는 모양새대로 잘라낸 둥지를 배양액에 다시 던져넣었다.
그렇게 한 조각, 두 조각. 마침내 남은 것 없이 다시 전부 되돌아간다. 수조에는 본디 하나였으나 이제는 7조각으로 잘린 둥지가 남았다.
시엔이 그 조각을 하나하나 손으로 가리켰다.
“이건 바리바라고. 이건 로랄드맥, 대니벅. 저건 프라후이라······. 나머진 이질적인 것끼리 대충 잘랐는데 뭔지 잘 모르겠네요.”
“······그랫이랑 체르바이아닐.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역병들이랍니다.”
로즈가 대답했다. 최근에 발견된 것이라면 시엔이 알 리가 없다. 그러자 다른 새 부리들이 수조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건 도델륨 칼라니세브인가?”
“피타칸다에 가깝지 않나?”
“결정화 구조를 좀 보게. 열후성 둥지는 저렇지 않다네.”
“저건 둘로 분리해야겠는데. 안싀랑 케이챠헤이나가 비슷하니 하나로 본 모양이지.”
“어어! 저거 삭는다! 빨리 종이 가져와! 배양액이 안 맞고 있어! 기록해, 기록!”
합쳐져 있으니 몰라도 떼어내 보니 눈에 익은 것이라. 역병 의사들이 각각의 둥지를 보고 이름을 맞춰나간다.
천 년 전에는 없던 것이 반수 이상이라. 시엔이 몰라 제대로 자르지 못한 것이 있어 다시 합치고 나누고 나니 도합 8조각이 나왔다.
즉, 역병 8가지가 한데 뭉쳐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부정배합인가? 하지만 이런 사례는······”
의사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시엔이 생각했다.
만들어진 역병이다.
본디 따로이던 역병을 한데 뭉쳐 만들어낸 끔찍한 질병.
하지만 어째서 의사들마저 알지 못할까?
흑마법이 세상에서 지워졌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역병에 관련한 흑마법은 상당 부분 의술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라 하여 모를 것이 아닌데.
하지만 저들을 보라.
역병이 합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가. 그러니 새로운 것도 기존의 것도 아니라 헤메이며 답을 찾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운 단절이다.
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역병을 풀었을까.’
누군가 만든 역병이 자연히 퍼질 리 없으니 결국 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하우드란드는 수해와 직접 맞닿아 목재가 나는 곳이다. 대개 벌목이란 쉬이 여기나 실은 그렇지 않아 벌목꾼이란 귀한 인력이 아닌가.
역병으로 벌목이 멈추고, 벌목꾼을 잃으면 티란디스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군가 티란디스를 공격하고 있다.
지금은 그리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으리라.
시엔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한 번은 힘이 없어 잃었으나, 두 번 잃어버리는 일은 없으리라.
가면 아래라 그 서늘한 예기가 보이지는 않으나, 강대한 정신 세계를 가진 이가 보이는 적의란 예사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이유 없는 소름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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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가 울려퍼졌다.
신전은 그 자체로 훌륭한 악기나 다름없다. 석벽을 튕기고 또 튕겨 한 소리가 여러 번 어우러지니 한 사람의 소리로 화음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여럿이 내는 목소리는 어떠하랴.
수십의 목소리가 수백이 되어 세상 온통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이다. 하지만 가운데서 노래하는 이의 표정은 밝지 않고 땀이 흘러 뚝뚝 흘렀다.
이내 가사 없는 아름다운 찬미가 끝난 후에 뷔아가 비로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신전의 찬미 홀 그 중앙에 환자들이 누웠다. 신전의 사제들이 환자들을 살핀다.
“어떤가요?”
“아까보다는 많이 호전되었습니다만······.”
사제가 고개를 젓는다.
뷔아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소프라노 3번이 효과가 있네요. 자. 여러분, 힘드시겠지만 다시 한번 해 보도록 해요. 소프라노 3번, 알토 2,3번, 바리톤 1번은 그대로, 나머지 분들은 성가 4악장 1절부터 다시 갈게요.”
상처 치유야 신성을 직접 발현하는 것으로 충분하나, 역병 같은 부정을 떨쳐내는 데엔 그 이상이 필요했다.
챤트. 성가라 불리는 신전의 성사였다.
산 이의 목에서 내는 파동에 신성을 실은 것으로, 악장마다 다른 부정을 타파한다. 역병이란 이런저런 부정의 집합체이니 여러 곡을 한데 모아 어우르는 것으로 합창하여 뿌리를 뽑아낸다.
보통의 역병이라면 5곡 정도. 제아무리 지독한 역병이라 해도 10곡 안에서 정리가 된다.
허나 이번엔 달랐다.
일곱 신전의 성가대가 모여 계속해서 효과 있는 성가를 찾아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성녀님, 잠시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괜찮아요.”
“괜찮지 않으십니다. 벌써 입술이 떨리고 계시잖습니까.”
“저는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뷔아가 몸을 일으키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성가가 울려퍼진지 오래, 이미 무리를 해도 그 도가 지나친 참이었다.
성가대는 한 명의 주연과 그 보조로 이루어진다. 보조들이 지르는 파동을 주연이 모아 엮으니 결국 한 곡의 완성이 입 하나에서 이루어진다.
그 주연을 존경의 뜻으로 남성에겐 프리모, 여성에겐 프리마라 불렀다.
여럿의 신성을 모으는 일이니 그것이 쉬우랴. 그중에서도 일곱 성가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이는 손에 꼽으니 뷔아가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
실제로 손이 가늘게 떨려온다.
신성이란 결국 천신께 수여받은 힘. 인간이 다루기에 버거운 것이다. 그러니 한계를 넘으면 신체에 무리가 온다.
바로 지금 뷔아가 그렇듯이.
문득 대교구장의 목소리가 스친다.
‘성녀님. 이번 역병이 특히 독하여 교단에서도 특히 지켜보니, 반드시 신전의 이름으로 역병의 정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 대륙의 사람들이 천신의 이름을 옹호하고 그로 인해 그분께 봉헌을 드려야 합니다.’
대교구에서 특별히 당부한 말이다.
해석하자면 무조건 의사들보다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이 사람을 살리는 이들끼리 누가 먼저인 것이 대체 무엇이 중요하랴. 천신께선 낙원에 계시나 신전은 지상에 있으니 사람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한 일이다.
뷔아가 다시 일어섰다.
그래도 벌써 증상 셋 중 하나 꼴로 잡아낸 상황이다. 이 만큼을 세 번 반복하면 결국 완치를 위한 합창이 완성되리라.
신전의 체면을 위해서가 아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성녀로 태어나 삶이 풍족해 넘칠 정도가 아니던가. 그러니 이 정도 고생이야 얼마든지 감내하리라.
“여러분, 조금만 더 고생을 해 보아요.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해요. 자. 노래합시다.”
신전에 다시 음율이 차올랐다.
일곱 신전의 성가대가 모였으니 그 화음이 여기가 낙원인가 싶을 정도다.
환자는 여전히 모진 고통에 앓는다.
그렇게 한계를 넘어 몇 번이랴.
‘더는 못 하겠어.’
서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 전신이 후들거리니 사제들이 저마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던진다.
그때였다.
밖으로부터 급한 행색으로 한 명이 들이닥친다. 곧바로 뷔아에게 달려온 이가 부리를 들이밀고 귀에 속삭였다.
“큰일났습니다. 성녀님. 의사들이 진정제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벌써 약효가 돌아서 환자 대부분이 안정 상태에 들어가고 있답니다.”
문득 화가 치솟았다.
진정제고 나발이고 약효가 돌면 두 손을 들어 반길 일이지, 왜 큰일이 나 제게 달려와 일러바친단 말인가.
화가 치솟자, 평정이 깨어진다. 그러자 겨우 붙들고 있던 몸의 통제가 풀린다.
풀썩.
진작에 한계를 넘은 뷔아가 눈을 뒤집으며 졸도했다.
바닥으로 무너져버리는 성녀의 모습에 자리의 모든 이가 성녀님을 외치며 한데 달려들었다.
< 11. 말괄량이 길들이기 [3] > 끝
ⓒ Lab.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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