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완장을 차고 손가락을 뻗으면 [2] >
천막촌에 병사들이 들어닥쳤다. 빗자루며 삽 따위로 무장한 병사들이었다. 시체를 치우고 오물을 한데 모은다. 썩은 땅을 갈아엎자 시커먼 소로 아래 갈색의 흙이 드러난다.
“웩. 우웁.”
“이게 사람 사는 동네야? 젠장.”
병사들의 사기가 영 좋지 못했다.
기껏 치우러 와서는 오히려 게워내며 어지럽히는 이가 한둘이 아니니. 그러나 손이 벌써 몇 개랴. 여기에 든 손이 한 개 대대다. 여러 손이 작심하고 나서 청소를 시작하니 벌써 악취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소년의 이름은 로이였다. 좀도둑이다.
이름이라고 해 봐야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빈민가에 로이란 이름을 가진 이가 열은 될 것이다. 대개 부모 없는 고아의 이름이란 몇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소년의 꿈은 빈민가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못 먹어 키는 작고 뼈대는 야물지 못하나, 앞으로 겨울을 세 번만 더 참고 버티면 막일꾼이나마 살아갈 길이 보이리라.
하지만 아픈 여동생이 문제였다. 어떻게 이번 겨울은 버텼다. 허나 겨울은 또 돌아온다. 아니, 애초에 올해를 버틸 수나 있을까. 아니. 버텨야 한다.
그런 로이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
반들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천막을 치우려는 것이다. 로이가 병사의 허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안 돼! 그러지 마!”
“아니, 요게! 야, 놔, 놔 봐! 놔 보라니까! 임마, 뭐해! 구경만 하고 있을 거야?”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소년을 떼어냈다.
잘 먹고 훈련하는 일이 생업인 장정들을 어떻게 당해내랴. 로이가 병사들의 손에 들려 바동거렸다.
“놔! 이거 놔! 하지 마! 세이, 도망쳐! 세이!”
로이가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소매치기며 빈집, 안 빈집 안 가리고 들어가 훔쳐 나오길 몇 번이니 병사들이 모두 저를 잡으러 온 것만 같다.
그러자 로이보다 더 조그만 소녀가 힘없이 기어나온다. 더러운 손으로 눈을 부비니 잠이 들었던가. 이내 붙잡힌 제 오빠를 보곤 빼액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든다.
“오빠를 놔 줘! 우리 오빠 놓으란 말야!”
병사 하나가 그런 소녀를 안아들었다. 놀라운 만큼 가벼운 무게에 저도 모르게 쓴 미소를 머금고 만다.
“허허······. 가만히 있으렴, 어이쿠, 가만히.”
남매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그 와중에 남매가 지내던 천막이 병사들의 무자비한 손길에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좋은 기억이라곤 하나 없지만, 그래도 하늘 아래 유일하게 몸 누일 곳이었다. 남매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남매가 빼액빼액 울부짖었다.
헤진 천이며 판자 따위가 어설프게 붙은 천막이 무너진다. 그 아래 반쯤 썩은 거적데기가 드러나고 먼지가 풀썩 일어났다.
병사들이 썩은 땅을 갈아엎었다. 그 위에 허름하나 관리가 잘 된 방수천을 깔고, 봉과 쐐기 따위가 주변에 탕탕 박혔다.
병사들의 손길이 능숙했다. 이내 4인용 군용 천막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자. 들어가. 너희 집이다.”
“집치곤 조금 그렇지 않아?”
“하긴. 네 녀석 발냄새가 배서 좀 힘들긴 하겠지? 나 같으면 여기 안 살아, 아니 못 살아.”
“차라리 이전이 나았을 거 같은데.”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돌렸다.
남매가 눈만 꿈벅거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나도 몰라.
문득 병사 하나가 뒤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꼬맹아, 혹시 그 애가 어디 아프냐? 저쪽에 모퉁이 돌면 신관님들하고 의사 선생들 계시니까 한 번 가 봐라.”
세이를 붙들고 있던 병사였다. 작은 몸이라고 해도 제 무장보다 더 가벼우니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라.
남매가 멀뚱히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근처 천막엔 오늘내일하는 늙은이가 한 명 산다. 병사들이 그리로 가며 천막을 들추더니, 늙은이가 나와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병사들은 또 더러운 거처를 허물고 뚝딱 군용 천막을 세웠다. 병사들이 떠나자 늙은이가 비슬비슬 새 천막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로이의 눈동자에 흐릿하나마 맑은 빛이 스쳤다. 혹시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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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께서 참 자비로우십니다. 천신께서도 굽어살피실 것이 틀림없어요. 허허.”
“저야 뭐 잘살고 있는데요, 뭐. 굳이 살피시려거든 저들이나 좀 살피셔야겠지만.”
제 삶은 제가 살펴야 하니 굳이 거기에 신이 끼어들 이유는 없지만요. 시엔이 뒷말을 삼켰다.
굳이 대주교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대주교는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천신께서 아무리 살피신들 의지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공자님이 저들을 살리고자 하시니 천신께서 그제야 힘을 실어주실 따름이지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 기분이다.
대주교는 새하얗게 샌 영감이었다.
미소가 자연스러우며 참으로 보기 좋으니 아마 평생을 이리 웃으며 살았을 이다. 신을 섬기며 이리 인자하게 늙었으니 그 인품이 거기에 묻어난다 하겠다.
솔직히 신관은 좀 거북했다.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그랬다. 가까이에 있으면 속이 더부룩하니 묵직한 것이 얹힌 듯 답답하다.
신관의 신앙이 만들어낸 또 다른 유형의 마력, 신성 때문이었다.
신성은 부정한 것을 몰아내는 힘. 음차원 에너지는 부정하기 짝이 없으니 흑마법사에게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영향이 갈 수밖에.
그래도 이 늙은 대신관은 좀 덜 거북했다.
대신관의 신성이 미약하기 때문이었다.
체른노아 신전의 주교를 맡은 젊은 신관이 세 배는 더 강력한 신성을 가졌다. 그러나 이 미약한 신성에도 불구하고 대주교는 존경을 받고 있었다.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허나 이러한 일로 저들이 산다 생각하진 마시지요. 오래전부터 돌보았으나, 인간의 일이 삿된 의지와 만나 뜻이 이루어지지 않더군요.”
신전에서는 지금까지 빈민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 덮을 것을 베풀었다. 허나 전부 허사로 그게 돌아가는 빈민은 소수. 그 대부분이 뒷골목 건달패들의 유흥비가 되어 사라졌다.
비단 건달패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빈민들의 태도도 문제다. 먹이면 먹고 주면 입으나, 놔두면 도대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그저 살아서 숨만 쉬고 있을 따름이라.
그럼에도 대주교는 빈민 구제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살더라도 삶이 아니겠냐며.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당신께서 나섬이 기꺼운 일이나, 실망한다 하여 저들을 저버리지 마셨으면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 티란디스공께서 그러하셨습니다만······.”
“후작님이?”
“20년 전쯤이었나. 젊은 티란디스공께서 빈민 구제에 나서셨습니다만, 오랜 보살핌 속에 저들은 그저 만족하고 누웠을 뿐입니다. 그에 티란디스공께서 크게 노하시여 그저 놔두라 하셨습니다. 어차피 스스로 죽을 치들이니 더는 법 아래 두지 않겠다 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진데요. 의지가 없으면 살아있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대신관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허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의지가 없으면 만들어 줘야죠. 원래 사람은 있는 대로 놔두면 퍼지는 법이잖아요.”
“그러면······”
“저기요.”
애띤 목소리가 대신관의 말을 잘랐다.
열 셋이나 되었을까. 유난히 체구가 작은 꼬맹이 하나가 쭈뼛거리며 섰다. 그 뒤에 숨은 여자아이 하나가 고개만 빼꼼히 내민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여기 신관님께서 계신다고······”
“어이쿠, 꼬마 친구들이구먼. 어디 아픈 게야?”
“제가 아니라 제 동생이 아픈데요······”
로이가 제 여동생을 앞으로 내밀었다.
피부는 누렇게 뜨고 입술은 말라 갈라져 터졌다. 병색이 완연하니 맥없이 제 오빠의 손에 앞으로 떠밀렸다.
“이리 오렴. 어이구. 쯧쯧, 왜 이리 말랐어.”
대주교가 더러운 아이를 덥석 끌어안았다. 대주교의 손끝에서 희미한 서광이 피어올랐다.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고 나지막하게 저들의 경전을 중얼거린다.
시엔이 영주의 아들과 대주교의 대화를 끊어먹은 대담한 사내아이를 바라보았다. 무에 알고 그랬겠냐만은.
“넌 이름이 뭐야?”
“저, 저요? 로, 로이라 합니다.”
“좋아. 로이. 천막촌에 사나?”
“네. 맞아요. 천막촌에 사는데요······”
로이가 어깨를 움츠렸다. 시엔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차림새만 봐도 높으신 분이다.
“그래?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지?”
“예?”
“어떻게 살았냐고. 농사를 짓지도 일을 하지도 못했으니 돈이 없었을 텐데. 먹고는 살았을 거 아냐.”
“······그게요.”
“벌하는 일은 없을 테니 말해 봐. 대신 거짓말은 안 돼. 아주 큰일이 날 줄 알아.”
로이가 머뭇거리자 시엔이 재촉했다.
“도둑질을 해서, 그게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저는 아직 어려서 일을 할 수도 없고요······.”
“일을 시키면 할 테냐? 제대로 된 집도 주고, 밥도 주마. 어때?”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이라 말하지도 않았건만 로이가 냉큼 대답을 붙였다. 시엔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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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이 드워프 뤼롱텔을 찾아갔다.
실력이 어쩌고 드워프도 아니니 어쩌고 하더니만, 결국 성의 대장간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이걸 정말 다시 녹인단 말인가?”
“쳐다보기도 싫은 졸작일세. 쇠가 아까우니 다시 녹여야지, 그럼.”
“허허.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날 주게. 이런 걸 녹이면 아까워서 쓰나.”
“졸작이라니까.”
“내가 보기엔 충분히 좋은 검이라 그렇지. 내 기사들이 자네 검을 들고 히죽거리는 걸 몇 번 봤는데. 걔네는 되고 나는 안 되나? 같이 늙은 처지에 섭섭하게 그럼 쓰나.”
“장비도 격이 있지! 소드 마스터가 그딴 졸작을 휘두르겠다고! 누구 창피해서 죽는 꼴 보고 싶나? 이리 줘! 당장 녹여야겠어.”
그리고 그 옆에서 입맛을 다시는 구경꾼이 한 명. 왕국 기사들의 우상이자 상징인 검위공 엘딘이었다.
“오. 자네 왔나? 이것 좀 보게. 요 고집쟁이가 이걸 녹이겠다고 한다니까. 이거 날 산 것좀 봐. 허허. 자네가 좀 말려 보지?”
엘딘이 검을 내밀었다.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또 언제 친해져서 둘이 저러고 있담. 하기사. 하는 것 없이 시간만 때우는 양반인데, 검사가 장인을 가만히 두고만 봤을까.
문득 후작의 말이 떠오른다.
유능한 이가 노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고.
그렇게 따지자면 후작성에서, 아니 이 왕국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치가 바로 엘딘이 아닌가.
대체 왜 여기서 이래? 그놈의 휴가는 언제 끝나? 왕실친위대 대장이 여기서 이렇게 놀아도 되나?
“검위공께서 이리 오랫동안 왕도를 비우셔도 괜찮은 겁니까?”
“내 제자가 거기 여럿 있다네. 내가 없다고 위험할 정도라면 내 아예 거두지도 않았을 게야.”
“그건 그렇다 치고, 너무 할 일이 없으신 거 아닙니까? 누군 일하러 돌아다니는데.”
“허허. 누가 할 일이 없다고 하나? 나름 할 일 하고 있는 중이만은.”
“할 일 말입니까?”
“그렇다네. 보아하니 슬슬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고게 안 넘어온단 말일세.”
“뭐가 안 넘어옵니까?”
“그런 게 있다네.”
검위공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캐물어도 말해줄 것은 아닌 모양이라, 시엔이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뤼롱텔, 도로를 지을 거에요. 감독을 맡아줄 수 있죠?”
“도로? 어떤 도로를 말이오?”
“도로가 도로지 뭐 다른 도로가 있어요?”
“모르는 말이오.”
드워프가 입을 열었다.
도로도 그 쓰임에 따라 모양과 공사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라고.
상행에 쓰이는 도로는 넓고 튼튼하며 급히 꺾지 않으며 길목에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 도시에 깔면 하수도와 곧게 겹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농지에 깔면 수로와 제방을 겸하는 것이 바로 좋은 도로라고.
“흠. 거창한 건 필요 없어요. 그냥 적당히 마차가 다닐 정도인데. 자. 봐요.”
시엔이 지도를 펼쳤다.
후작성이 있는 체른노아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교차해 그린 선을 가리켰다.
뤼롱텔이 인상을 구겼다.
“이게 뭐란 말이오? 이런 도로는 필요하지도 않잖소?”
뤼롱텔의 말대로였다.
티란디스 영지의 도로는 이미 잘 깔려 있었다. 목재의 주 운송로를 따라 동서남북으로 대로가 뻗었고, 네 개의 주요 도시간에도 이미 통행로가 깔렸다.
하지만 체른노아로부터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도로는 굳이 어디론가 통하는 곳이 없으니 그저 짓기 위한 청사진이 아닌가.
“에이, 지어놓으면 다 쓰게 되어 있죠. 작은 마을들끼리 이어놓는 것도 도움이 되고. 제대로 된 길이 트면 도적이 물러날 테고. 마물 토벌에도 쓸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지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허나, 수지가 맞지 않잖소?”
“거야 돈 대는 사람 마음이죠, 뭐. 이 참에 멋있게 한 번 깔아봐요. 해 보고 싶었던 거 있었을 거 아니에요?”
“거야 그렇소만은.”
드워프는 솔깃한 표정이었다.
시엔이 쐐기를 박았다.
“더불어 예산은 이 정도에요. 어때요?”
시엔이 지도 구석에 숫자를 쓴다. 드워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내 제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맡겨만 주시오. 내 멋지게 한 번 깔아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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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건설 사업이 시작되고 나서 두 달.
봄은 절정을 찍고 나서 떨어진 꽃잎처럼 지고, 슬슬 한낮의 태양이 버거우니 여름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체른노아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비단 체른노아 뿐이 아니다. 티란디스 영지의 대도시로부터 소도시, 촌락에 이르기까지. 티란디스령 전체가 불안한 소문에 뒤숭숭하기 짝이 없었다.
하우드란드에 돌고 있는 역병 때문이었다.
역병은 가장 큰 재앙 중 하나가 아닌가.
특히나 세계수의 가호로 홍수도 가뭄도 없는 티란디스 영지였다.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재앙이 바로 역병이었다.
티란디스가 즉시 지역을 봉쇄했다. 비정하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역병이란 영지의 존속을 위협할 만한 사항이 아니던가.
그러니 남은 것은 역병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티란디스의 핏줄이 모이는 시간, 만찬에서 후작이 입을 열었다.
“성녀가 하우드란드로 향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
교단의 성녀가 직접 나선 까닭이었다.
교단의 힘은 국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내정 간섭이 없다고는 하나 대륙을 어우르는 민심을 가진 세력이니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노릇이 아닌가.
성녀가 직접 나선 이상 영지의 주인 된 이가 손을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가 하우드란드에 갈 테냐.”
간다 해도 역병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
교단과 함께하니 축성된 성물을 대여받을 수 있을 것이오, 아침 저녁으로 축복이 이어지니 역병이 감히 침범하진 못하리라.
그러나 예외가 있는 법이다, 만에 하나라도 재수가 없으면 역병에 걸릴 것이 아닌가.
다들 눈치를 보는 사이 시엔이 손을 들었다.
“제가 가죠.”
흑마법사에겐 어지간한 독이나 역병이 통하지 않는다. 음차원 에너지란 산 자에겐 그 자체로 강한 독이요 병중의 병이라 감히 다른 것이 침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흥미가 동하는 일이기도 하고. 천 년 전, 역병이 돌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이들이 흑마법사가 아니었던가.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엔의 남부행이 결정되었다.
< 10. 완장을 차고 손가락을 뻗으면 [2] > 끝
ⓒ Lab.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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