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바다를 멀리하고 숲을 가까이하라 [1] >
페리도트는 흔치 않은 보석이며, 약간은 바랜 듯한 퇴폐적인 연둣빛 광택을 냈다. 특히나 어둠 속에 그 광채를 잃지 않는 고고한 보석이기도 했다.
대개는 자우스나엘 강 유역에서 나는 것을 최고급으로 쳤고, 바로 그 페리도트가 박힌 반지가 시엔의 손 위에 있었다.
“이거 명품인데.”
알몸으로 퇴장했던 갈퀘의 재산 중, 가장 은밀한 금고 속에서 튀어나온 물건이었다.
갈퀘가 알몸으로 쫒겨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났다.
그간 엘모는 제 수완을 모두 동원해 갈퀘의 재산을 꿀꺽 삼켰다. 쉬운 일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하플링도 여간내기는 아닌 모양.
시엔이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이 아름다운 장식품을 금고 속에만 간직하다니. 아무래도 아름다움을 모르는 녀석이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런 최고급품을 몰래 숨겨두었다면 십중 팔구 비자금이다. 특히나 로우드 모녀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도박장을 차린 녀석이 아닌가.
그 자금 중 꽤 큰 비중이 여기에 들어갔을 테고, 이런 명품은 되팔아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결국 제 몫을 이런 식으로 챙기려는 수작이었겠지.
원래가 요요한 빛을 내는 페리도트라지만, 그 안쪽에 심상치 않은 흑광이 맴돌았다. 흑마법사에 의해 탄생한 사령석이란 증거.
흑마법사의 눈에는 악령이 비친다. 해피 드리머. 꿈을 비틀고 환각을 불러오는 악령이 보석 깊은 곳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아기처럼 웅크린 채 기도하듯 양 손을 모아 잠든 모습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해피 드리머. 행복하게 자는 그 외양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던가.
“하긴. 날이 추우니.”
어제까지만 해도 보석 안에서 울부짖으며 저주를 퍼붓던 악령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평온히 잠들어 있었다.
그리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히던 업보의 끈, 그러니까 갈퀘 그 녀석이 숨을 거뒀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겨울에 발가벗겨져 내몰렸으니 살면 얼마나 또 살겠는가. 뒷골목 건달이란 치들의 우정이란 힘과 금화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만하면 오래 버텼다 싶기도 하고.
“덕분에 귀한 걸 얻긴 했는데. 안됐네.”
악령의 종류는 다양하고, 어떤 것들은 정말로 희귀하기 짝이 없어 구하기 쉽지 않았다.
해피 드리머 역시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들어보았으나 실제 본 이는 없다 하여 환상종이라 농담을 건넬 정도로 희귀한 것이 아니던가.
쉐도우 스토커, 블라인드 러버, 해피 드리머.
가장 희귀하다 하여 삼신기라 불리는 흑마법사의 로망 같은 수집품 중 하나가 이리도 쉽게 손에 들어왔다.
“연이 있으면 이렇게 닿기 마련이라던가.”
순간 화두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스치는 정리되지 않은 진리들.
시엔의 손가락이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마법사란 정신 세계의 확장을 통해 이적을 부리는 이들이다. 음차원 에너지나 룬 에너지 따위의 마력이란 것들은 거기에 필요한 자원일 뿐.
인연이란 대체 무엇인가.
동토 세계의 얼어붙은 역사는 미래와 과거가 혼재하는 다차원의 네 개의 축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미래가 고정되어 있어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것이 인연에 불과하다면, 대저 살아있는 것의 의지란 어디에 속하는 것인가.
화두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느 새인가 시엔의 정신 세계 속 뾱, 하고 작은 점이 하나 찍혔다.
바늘귀 같은 미세한 구멍 하나. 눈을 바짝 붙여 그 너머를 들여다본다.
어둠조차 무색하다. 오롯한 검정. 헤아릴 수 없이 넓게 펼쳐진 광장. 어떠한 열기조차 없으니 전체가 얼어붙었으리라.
형체 없이 얼어붙은 것들이 어둠 속에 숨어 그저 존재할 뿐이니 이것이 모든 역사······
[무엇.]
“헉! 허억, 허억.”
숨이 터졌다. 시엔이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온몸이 축축했다. 이마를 타고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것이 바로 땀이라. 시엔이 이마를 훔쳤다.
세상보다 더 큰 세상, 그리고 그 너머 무엇보다 거대한 우주. 그리고 그 너머 무한을 뛰어넘은 어떤 초월을 초월한 근원 세계의 무언가를 관측한 순간이었다.
“대체 무슨······”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와의 조우. 부정 세계의 끝없는 악의조차 침범하지 못한 정신 방어가 찰나에 종이장처럼 찢겨나갔다.
“누구지? 내게 말을 걸었던가?”
시엔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니 왠지 몸이 가볍다. 지금껏 느껴지보지 못한 활력이 깊은 곳에서 샘솟았다.
시엔이 양 손을 쥐었다 폈다 들여다보다 뒤집었다. 손등의 상처, 어제까지만 해도 딱지가 붙어있던 돌출부의 상처들이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하. 진짜 죽을 뻔했네. 거 참.”
신체의 재구성. 격이 높은 무언가와 마주할 때엔 존재적 소멸에 이르는 거대한 충격이 뒤따른다.
그리하여 삶의 의지가 존재적 소멸과 충돌할 때, 정신세계는 일시에 확장하고 신체는 그에 맞게 한 단계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야웨이-융폼 이론. 개소린줄 알았더니? 여튼 대단해. 겪어보지도 않고 어째 맞추나들 몰라.”
천년 전, 마법계에 일파를 이끌었던 타에남의 거장들이 주장하던 이론이었다.
그에 따르면 재구성된 신체는 지치지 않고 병들지 않으며 힘이 세고 가죽이 질기니 상위 인간이라 불러 마땅하며, 그를 위해 오로지 명상으로 신체 역시 진화할 수 있다 주장했다.
그러니까 신체 단련이나 고행도 필요 없다. 그저 정신 세계의 수양, 그러니까 명상에만 몰빵하자는 개소리를 당당하게 지껄이는 치들이었다.
“힘이 넘치는데.”
몸 안에서 솟아오르는 활력이 과하다. 근질근질하니 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치솟는다.
결과적으로, 그래서 낚이고 말았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공자, 안에 있는가? 오. 있군그래.”
후작가의 귀한 손님, 검위공 엘딘 허슨드가 언제나처럼 시엔의 방을 방문했다.
이 겨울에 얇은 튜닉 하나를 달랑 걸치고서도 춥다는 기색은 하나도 비치지 않는다. 얇은 옷이니만큼 그 아래 굳건한 근육들이 고스란히 비쳤다. 진정한 노익장이란 그를 말하리라.
“날도 좋은데 오늘이야말로······ 음, 자네. 그거 설마, 땀인가?”
“그럼 이 겨울에 물이라도 뒤집어쓰겠습니까?”
“아니. 어디 아픈가? 웬 땀을 그리 흘리나. 보기엔 아주 멀쩡해 보이는데.”
“그냥 갑자기 운동을 좀 했더니 이래 되었습니다.”
“운동?”
엘딘의 눈이 번뜩였다.
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대련이나 하자 조르던 엘딘이었다. 그가 보기에 매일같이 방에 틀어박혀서 글줄이나 읽던 조그만 놈이 운동을 했단다.
“왜. 근육이라도 키울 심산인가? 늙은이가 멍청한 소리를 했군. 근육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에 있겠나. 사내라면 당연한 것을. 자. 이것 좀 보세.”
엘딘이 팔을 접어 근육을 부풀리며 말했다. 순식간에 팔뚝이 두 배로 커지며 튜닉이 찢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무슨 소릴. 이 정도는 해야 사내답다 하지 않겠나. 자네는 영 비실하니 뼈다귀 뿐이야.”
“그래도 뭐 숨쉬고 움직일 수 있으니 만족합니다.”
“에잉, 그래서야 쓰겠나. 어떤가. 오늘 날도 좋은데. 검을 휘두르기 참 좋은 날이 아닌가? 대련이나 한 번 함세.”
오늘도 역시나 같은 패턴이었다.
아마 엘딘에겐 눈이오나 비가오나, 심지어 폭풍우가 몰아쳐도 검을 휘두르기엔 좋은 날이지 않을까?
시엔이 대꾸했다.
“아니, 검위공. 대체 왜 제게 그리 대련을 하자 하십니까?”
“대련에 이유가 있나? 그냥 하는 거지. 자넨 숨 쉴 때 왜 쉬느냐고 물어보는가?”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 제게 뭐라도 보이시는 겁니까?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라던가.”
“크핫. 하하하핫!”
엘딘이 배를 부여잡았다. 호탕한 웃음을 쩌렁쩌렁 울리도록 크게 터뜨리더니,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자네는 보면 은근히 사람 웃기는 재주가 있어.”
“아니, 아니면 아닌 거지 그리 비웃는 건 또 뭡니까?”
“그럼 웃긴데 안 웃나? 내가 뭐라고 자네 칼질 한 번 안 보고 재능인지 뭔지 아나?”
“검위공이시지 않습니까. 소드 마스터시고.”
“소드 마스터는 검을 잘 휘두르니 그리 부른다네. 누구 재능을 대뜸 알아맞힌다고 달아주는 칭호가 아니란 말일세.”
“예. 예. 알겠습니다.”
“허나 그래도 이쯤 되면 대충 보이지. 이게 검을 좀 휘둘렀는지, 아니면 흉내만 내는지. 아니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예. 예. 아주 잘 나셨습니다.”
“그래서 정히 궁금하면 대련이나 한 판 하세나.”
집요하기 짝이 없는 엘딘이었다.
시엔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검위공께선 오러를 쓰시는데 대련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목검이고 뭐고 갖다 대면 슥 잘리는 거 아닙니까?
”평생 소드 마스터 한 번 상대할 일 없을 것 같은가. 그게 다 경험일세. 경험.“
”보통은 평생 상대할 일 없습니다만.“
”그런가? 그럼 내 오러는 쓰지 않겠네. 딱 보니 이제 몸이 좀 풀린 참인 모양인데, 움직이면 훨씬 더 상쾌할 걸세.“
”흠.“
아닌 게 아니라 활력이 넘쳐서 곤란하던 참이었다. 재구성된 신체가 힘이 남았다고 아우성이었으니.
”그럼 아주 조금만입니다. 아주 조금만.“
”하핫. 이제 좀 말이 통하는구먼. 가세나.“
엘딘이 기꺼운 표정으로 손짓했다.
그러면서도 꼭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겸사겸사 좀 보도록 하겠네. 천 년에 나올 재능의 소유자인지 아닌지 말일세. 크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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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이란 기본적으로 수신, 몸을 지키는 방법의 연장선이다. 그리하여 검을 수련한 이는 쉬이 방심하지 않고, 여러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여 제 목숨을 지킨다.
엘딘이 굳이 시엔을 못 가르쳐 안달인 데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다.
엘딘이 끔찍하게 아끼는 대자, 델피르가 모처럼 매달려 부탁한 일이었으니까.
도대체 며칠이나 되었다고 델피르가 시엔을 그리 못 봐서 안달이요 안위를 걱정하는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십년을 알아도 틀어져 평생 보지 않고, 며칠을 알아도 영혼을 이해하는 벗이 되곤 하는 것이니.
여튼 대자가 그리해달라니 기꺼이 그리해 줄 생각이었다.
실제로 옆에서 본 시엔은 가식 없이 담백하니 괜찮은 녀석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놈이 안 배운다 뻗댄다.
신경 안 쓰는 척 해도 속으로는 은근히 심기가 상하는 일이었다.
엘딘이 누구인가. 왕국을 넘어 대륙 검사라면 누구나 스승으로 모시고자 발 벗고 달려올 거장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이번엔 특별히 대련을 빙자한 약간의 속풀이가 있을 예정이었다.
엘딘이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뒤따라오는 시엔은 볼 수 없었지만.
개인 연무장. 귀족성이라면 당연히 연무장 몇 개야 기본이니 그중 한 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시엔의 검을 든 품새를 본 엘딘이 작게 감탄하며 말했다.
”호오. 어디서 검을 좀 배웠는가?“
”그냥 어깨 너머로 익혔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꽤 제대로야. 낡긴 해도.“
아닌 척 하더만 은근히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군. 엘딘이 미소지으며 시엔을 바라보았다.
적당한 보폭을 두고 앞으로 향한 상체. 그리고 편히 늘어뜨렸으나 그 움직임이 자유로이 뻗어 나갈 수 있는 팔의 품새.
옛 고왕국 시대에 유행했던 검술들의 특징이었다. 조금 생소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책으로 익혔다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겠지만.
”먼저 갑니다.“
”오시게!“
시엔이 먼저 달려들었다.
선수를 취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승리 공식이 아니던가.
‘빠른데?’
엘딘이 속으로 감탄했다. 겉으로는 영 비실해 보이더니 움직임은 날렵하기 그지없다.
허나 겨우 그 정도. 엘딘이 목검을 들었다. 쇄도하는 검격을 흘려내고, 일단 한 대 두들겨 줄 생각이었다.
엘딘의 검이 흐르듯 각도를 바꾸었다. 검과 검이 부딪친다. 딱!
”오!“
이번엔 엘딘이 겉으로도 감탄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기 전, 순간적으로 비틀린 시엔의 손목이 궤적을 안쪽으로 잡아챈다. 덕분에 옆으로 흘러나가야 할 검격이 제대로 들어와 목검을 후려친 것.
따닥, 탁, 탁!
순식간에 몇 합의 격돌이 이어졌다.
엘딘이 두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여기까지. 엘딘의 검세가 바뀐다. 앞으로 한 발짝. 앞으로 또 한 발짝. 시엔이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늙은이가 실력이 제대로네. 과연.
겉으로야 팽팽한 대련으로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체력 소모부터가 다르다. 간결한 동작만으로 공격을 차단하면서도, 빈 틈으로 한 번씩 서늘한 일격이 날아든다.
방어하면서 오히려 한 발짝씩 걸어 나오는 기묘한 수법을 쓰는데, 이로 인해 검의 거리가 꼬여 어쩔 수 없이 같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한 방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시엔의 풍부한 실전 경험 덕분이었다. 음차원 에너지가 바닥이 나도 적들은 여전하고, 개싸움의 연속인 탈출극이 한두번이랴.
지금!
시엔의 눈이 빈틈을 찾았다.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이 뻗어나간다. 탁. 엘딘의 손바닥이 주먹을 맞이했다. 시엔이 발을 뻗었다. 정강이를 노린 로우 킥. 엘딘 역시 무릎을 휘두른다.
”오오. 이렇게 하잔 말인가?“
”칫.“
검과 검, 손과 발이 서로 뒤얽혔다. 그럴듯하던 대련의 양상이 순간 뒤바뀌었다. 검으로 치고, 손잡이로 찍고, 주먹과 팔꿈치가 오가며 땅을 구르고 일어서고 잡아채고 인파이트와 아웃파이트가 복잡하게 오갔다.
서로 가장 큰 힘을 제외하고 겨루는 상황.
엘딘은 오러가 없어도 검투의 거장이다. 그러나 흑마법이 없으면 시엔은 잘 쳐줘도 베테랑 용병 수준이었다.
그러니 승패는 자명한 일이었다.
딱! 시엔이 호되게 머리를 얻어맞았다.
머리를 감싸고 연신 부비는 시엔의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맺쳤다.
”아이고, 사람 잡네. 사람 잡아.“
”클클. 멀쩡하구만 엄살은.“
엘딘이 고소하단 표정으로 키득거렸다.
”그나저나. 검술을 배운 적이 없다고?“
”책으로 배웠다지 않습니까.“
”에이,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린 그만두게. 한물간 낡은 검술을 실전 경험으로 써먹을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게 딱 보이는데.“
엘딘의 평가는 정확했다.
흑마법이 지워졌으니 마법이라도 무사하랴. 실상 마법이란 대분류 안에 들어가는 것이 흑마법이니 일부를 지워내면 전체가 손상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
그에 반해 검술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천 년 동안 발전해 온 검술은 더욱 효율적이고 강력해졌다.
시엔이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런. 들켰습니까? 사실 제 정체는 검은 사신이라 불리는 용병으로 이미 업계에 전설을 찍은 몸입니다만.“
”푸핫. 자넨, 진짜.“
엘딘이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기사 시엔의 소문이야 엘딘도 못 들어본 것은 아니니. 검술을 익혔다는 소린 그 중에 없고, 그리고 대체 어디서 실전을 경험하나.
그렇다면 뭔가. 진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란 말인가?
엘딘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였다.
”헉, 헉. 도련님. 여기 계셨군요.“
하인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연무장에 들어섰다. 시엔이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보자, 하인이 어렵사리 대답을 들려주었다.
”헉, 후작님, 후작님께서, 헉, 찾으십니다.“
< 7. 바다를 멀리하고 숲을 가까이하라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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