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원에 핀 제비꽃-207화 (207/208)

00207  여러분과 약조한 외전!  =========================================================================

1. 후원에 핀 제비꽃 성인판 외전 일반본(수위삭제)버전입니다.

노블(무삭제판)주소는 :http://www.joara.com/nobless/bookReading.html?bookCode=1093583&partNo=1&bookDetailCode=9189179입니다. (코멘트란에 달아둠)

2. 본작을 읽고 여운을 깨기 싫으신 분들은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이니 읽지 말아주세요. 캐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식외전이 아닙니다.

(저번에도 외전 써서 올렸다가 몰입 다깼다는 분들 계심.)

3. 성인 본은 노블에 있어요(당연히 무료입니다.)

4. 혹시나 이 외전이 문제되면 언제든지 내릴수 있습니다.

아아, 지쳤다. 비올렛은 거의 탈진했다. 어떤 생각으로 결혼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식을 치를 때, 그의 맹세를 받는 것은 행복했다. 행복했는데, 왜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았는지. 이곳에 양녀로서 있었던 사실도 사실 조금 부끄러운데, 수도로 상경한 후작가 가신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자니, 그 가신들과 더불어 식솔들까지 수가 꽤 되어 비올렛은 그들의 앞에서 억지로 웃어야 했다.

비올렛은 자신의 신분 때문에 그들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했으나, 가신들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자신들의 주군인 에셀먼드와 더불어 비올렛에게 경외 어린 시선을 보냈다. 앞으로 저런 시선이 얼마나 갈까. ‘마귀’의 최후의 발악을 없앤 최후의 성녀라는 칭호도, 샤를과 린도가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춘 것도 금세 잊혀질 것이다. 결국 저 사람들의 마음에는 신분만 남아서...... 아, 무슨 생각으로 그를 가지겠다고 선언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때 에셀먼드를 가지고 싶다고 선언했을 때, 에셀먼드의 놀란 표정이란, 평생 잊지 못할 것이었다.

어쩐지 얼굴이 붉어졌다. 술 때문일까 볼에 홍조가 사라지지 않았다. 앤은 오늘 몸단장을 하기 전에도 ‘마님’이라는 칭호에 부끄러워하는 비올렛을 보고 비올렛에게 야단아닌 야단을 쳤다.

큰일이다, 앤에게 마님으로 불리는 것만큼 이상한 것은 없었다. 이젠 리체(수도로 사랑하는 성녀님을 따라 취직함)역시 앤을따라 성녀님이라는 호칭은 접어 두고, ‘마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올렛은 이제 성녀님이 아닌 그 호칭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래도 어색하지만 싫진 않았다.

그녀는 거울 사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꽃잎을 우려낸 물로 목욕을 마친 피부는  생채기 하나 없이 뽀얬다. 새하얀 얼굴위에는 기다란 갈색 머리카락과 그토록 그리워했던 자안이 보였다. 아무래도 은발이나 하늘색 눈 쪽이 아름다웠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비올렛은 거울을 한참 보다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렇게 몸매가 드러나는 반투명한 슬립을 입었는데, 예쁜걸까? 군살은 없어보이는데 너무 말라보이지는 않을까? 좀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나? 가슴이 작지는 않을까? 비올렛은 여러생각에 잠겼다. 그는 언제 올까, 비올렛은 결혼식 뒤 열렸던 연회에 대해 생각했다.

에셀먼드는 술을 몇 모금 마시고 볼이 붉게 달아오른 비올렛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비올렛은 그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초야가 있기 때문에 그녀는 필연적으로 이렇게 몸단장을 했다. 그러면서도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못마땅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딱히 실수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들 사이의 규칙에 무언가 어겨버린게 있는 것일까. 하늘하늘한 슬립 치맛자락을 잡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그때 찰칵, 하고 문이 열렸다. 비올렛은 마치 맹수를 본 토끼처럼 움찔 했다. 에셀먼드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 역시 목욕을 끝낸 상태인지 머리가 물에 살짝 젖어 있었다. 그러다 그는 거울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비올렛을 보며 멈칫했다.

“......앤.”

그러다가 표정을 굳히며 이를 갈았다. 대체 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비올렛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의 시선은 슬립을 입은 비올렛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몸을 가리기 위해 입는 옷의 존재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이 반투명한 슬립 아래 비올렛의 부푼 가슴과 허리가보였다. 게다가 옷은 왜 그렇게 짧은지 그 아래로 비올렛의 통통한 허벅지와 쭉 뻗은 두 다리가 보였다. 더욱더 자극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거울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뒷모습에 슬립 안 속옷을 입은 비올렛의 동그란 엉덩이의 곡선이 그대로 보였다는 것이다.

“몸은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부인?”

아, 부인. 비올렛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말투는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이제 그에게서도 호칭이 달라졌는데, 그것이 무척이나 낯뜨거웠다. 그 역시 같은 것을 느낀 듯 흠흠 헛기침을 했다.

“저도 괜찮아요, 경...아니, 에드는요?”

비올렛이 더듬거리자 에셀먼드가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비올렛은 어쩐지 그가 난감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곤하면 이제 주무십시다.”

에셀먼드가 언제나의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비올렛은 흠칫 놀랐다. 아무일이 없는 건가. 비올렛은 우선 그와 잠자리를 할거라 생각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잡아 끌어 눕혔다.

“에드.”

비올렛은 조금 황당해 하며 그를 불렀다. 에셀먼드가 왜, 라고 묻는 듯 비올렛을 보자 비올렛은 그의 옷을 끌어당기더니 발돋움해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그가 당황해하는게 느껴졋으나, 에셀먼드는 이윽고 비올렛의 진한 키스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비올렛의 입술이 에셀먼드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에셀먼드가 따끔한 듯 입술을 뗐다. 비올렛은 미소를 지으며 에셀먼드를 보았다. 에셀먼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만히 자는게 좋을 겁니다.”

겨우 키스를한 것 뿐인데, 그의 두 눈은 열기가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초야인걸요? 에드가 안아주지 않으면, 비웃음받을거야.”

그 말에 에셀먼드가 멈칫 했다.

“아프다는 걸 알고는 있는 겁니까?”

아플거라니, 마치 비올렛에게 심각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아픈걸 모를 리가. 앤에게도 아니, 꽃의 거리에 있을때도 귀가 박히게 들었던 사실이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귀에 비밀을 속삭이듯 낮게 속삭였다.

“당신 때문에 아프다니 좋은데요, 전?”

그 말은 에셀먼드의 인내를 끊어버렸다.

*

비올렛은 조금 부끄러웠으나 볼에 발간 홍조를 가진채 침대 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남자,아니 남편에게 눈웃음 쳤다.

“비올렛 너.....”

에셀먼드가 말했다.

*

행위가 끝나자 비올렛은 팔을 풀고 에셀먼드를 바라보았다. 에셀먼드는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의 얼굴을 마주보다 눈을 크게 떴다. 비올렛은 그제야 자신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셀먼드가 겹치던 몸을 떼고 그의 시선이 어느 곳을 향했을 때 그의 표정이 굳었다.

“......에드?”

“........”

그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비올렛.”

“네?”

그렇게 말하려다 그는 잠시동안 또 혼란스러운 듯 했다. 비올렛이 생긋 웃자 에셀먼드는 하의를 주워 입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를 일으켜 세워 아까 입고 있던 그의 셔츠를 입혀 주었다. 아니 왜.....? 비올렛은 혼란스러웠지만 그가 해주는 호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커다란 셔츠가 비올렛의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자 그는 만족한 듯 했다.

“씻고싶으십니까?”

다시 존댓말로 돌아왔다. 비올렛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순간 그와 더 같이하고 싶었다. 게다가 그의 셔츠를 입으니 에셀먼드의 향기가 나 너무 좋았다. 비올렛이 웃자 에셀먼드가 나직이 한숨을 쉬더니 침대 곁에 누워 비올렛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조금 불안했지만 비올렛은 그의 품에 안겼다. 따뜻하고 너른 가슴이 좋아 비올렛이 쿡쿡 웃었다. 그러자 에셀먼드가 비올렛을 떼어놓았다. 대체 왜? 에셀먼드는 비올렛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팔을 뻗었다. 안기고 싶은데. 비올렛은 시무룩해졌다.

“주무십시오.”

“.........”

마치 주문과도 같았다. 몸은 욱씬거리고 하복부는 너무나 아팠으나,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등을 토닥이는 것을 느꼈다. 그와 같이 누워있는 것이 행복해서 비올렛은 웃었다. 그러나, 비올렛이 잠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없었다.

*

비올렛은 고민에 잠겼다. 왜 그럴까 고개를 갸웃했지만 문제를 찾을수가 없었다. 초야를 치룬날 아침,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선물한 것 같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선물받았다. 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인가, 에셀먼드가 없는데.

문제는 또 그 다음날이었다. 에셀먼드는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비올렛이 잠들 때 머물다 갔다. 비올렛은 혼란스러웠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앤.”

비올렛이 머리를 빗어주던 그녀에게 물었다.

“네, 마님.”

그 말에 비올렛은 아직도 어색했지만 이젠 좀 적응이 되었다.

“그가 나한테 화난걸까?”

“네?”

앤의 표정은 엄청 웃긴 농담을 들은 표정이었다. 풋, 하고 비웃기라도 할 태세였다.

“주인님이요? 진짜 그렇게 생각하세요?”

“........”

끄응, 착각인가. 하지만 이틀 동안 얼굴을 못보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비올렛은 생각했다.

“워낙 일 중독자시잖아요. 초야 뒤에도 그럴지는 몰랐지만.”

비올렛은 이 저택에서 가장 센사람이 앤이 아닐까 생각했다. 쯧쯧, 어휴, 한심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님이 아프진 않은지, 식사는 거르지 않은지 제게는 꼼꼼하게 물어보던걸요?”

“진짜?”

비올렛의 두 뺨이 홍조로 달아올랐다. 그 말에 앤이 피식 웃었다.

“이제 슬슬 혼인도 하셨겠다 대장군직을 위임받으시려 바쁘시잖아요.”

“그렇지.”

비올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에셀먼드가 혼례를 서둘러서 그렇지 그는 한창 바쁠때였다. 브라운슈바이크경이 건강상에 이상이 생겼고, 젊은 나이지만 에셀먼드가 대장군직을 물려받기로 암암리에 결정되어 있었다. 나라의 군권이 전부 그의 손에 달리니 인수인계 할 것이 한 두가지는 아닐 터였다. 기사단장에게 훈련 지침을 전달하고, 또한 귀족들의 보유 사병 조사와 더불어 왕실 기사 입단 시험 주최, 군사훈련, 그의 휘하에 있는 첩보부가 보고한 정보 분석 등 사실, 그는 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의 얼굴을 잘 못 보는 것은 그렇지 않나. 비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

모든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린도와 샤를의 ‘무엇을 원하냐,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에셀먼드를 선택해버렸고, 이는 에셀먼드가 신분을 포기하지 않아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이제 비올렛을 천민이라고 업신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그녀 뒤에는 아그레시아 남서의 주인 에르멘가르트 후작이 있었으며, 샤를과 린도가 발에 입 맞췄던 고귀한 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중앙 귀족들도 양심은 있었는지 수도에서 일어난 일로 그녀를 절대 천대하지 못했다. 그녀가 싸웠던 실체를 직접 봐버린 이상 경외감이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비올렛은 또다시 그 깊숙이 파헤쳐드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어쩌다 보니 후작부인이 되었으니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인 한편, 에셀먼드와 며칠동안 마주하지 못하자 시무룩해했다. 요즘은 신혼여행이라는 게 있어서 여행도 다닌다는데 이 남자에겐 역시 그런걸 기대하는건 무리겠지. 아니, 욕심 부리지 말자, 겨우 행복해 졌는데.  비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도 일을 마친 에셀먼드가 귀가 할 때 비올렛은 자신의 낭군님을 기다려 현관에 서 있었다. 저택 정원을 걸어오던 그가 비올렛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었다. 비올렛이 귀가를 기다리자 기쁜 듯 했다. 덩달아 흐렸던 비올렛의 마음도 환하게 개였다.

“에드.”

이런걸 보면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은데. 비올렛은 뛰어들어 안기려고 했다. 몸에 폭, 안겨서 그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허리를 턱 잡더니 들어올렸다. 발이 허공에 뜨며 비올렛은 팔을 들어 에셀먼드의 목을 휘감았다. 겉보기엔 신혼인 후작과 후작부인의 달달한 한때로 보였지만 비올렛은 어쩐지 당황했다. 꼭 마치 접촉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아침은 드셨습니까?”

지금이 저녁인데 무슨 아침을 가지고 말하는 건가. 비올렛은 황당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은?”

지금 식사를 함께 하자는 걸까? 비올렛은 고개를 갸웃하며, 먹었노라 대답했다. 그러자 에셀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침과 점심에 무언가 있던 것은 아닐까. 비올렛은 골똘히 생각하며 에셀먼드의 질문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다.

“먹었어요.”

“.........”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저녁을 먹자 말했다. 오랜만에 같이 저녁을 먹는 거라 좋았다. 비올렛을 내려둔 그는 그녀의 볼을 쓸다가 흠칫하며 손을 뗐다. 그리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비올렛은 이상하다 생각했다. 분명히 손, 잡아줬는데. 다리도 긴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가버리니 비올렛은 종종걸음으로 그것을 쫓아야 했다. 배려받지 못하는 그 속도에 비올렛의 속이 까맣게 타 내렸다. 비올렛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 앉았다. 식사시간에서도 그는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물론 그가 말이 없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비올렛은 어두운 얼굴로 식사를 먹는둥 마는둥 했다. 에셀먼드가 그런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언제나 오해와 오해를 거듭해왔던, 소심한 이들이 결혼을 했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는 법이었다.

*

비올렛이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던 것은, 시수일레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결혼식 준비로 바쁜 것인지 시수일레는 혼례 이후로 처음 찾아왔다.

“비올렛! 초야에 대해서 좀 알려줘.”

푸훗, 비올렛은 차를 뿜을 뻔 했다. 시수일레의 눈은 초롱초롱 했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천민이든 남자와 여자의 교합에 대한 관심은 계층에 상관없이 지대했고, 곧 결혼을 앞두는 이 여자는 드디어 결혼한 유부녀인 그녀에게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어했던 것이다. 비올렛은 당황했다.

“그 남녀간의 교합 말이야.”

“...그걸 왜.”

“해봤잖아.”

아니 그건 백작 부인이 알려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왜 이걸 물어보는 것인가. 아니, 친구이기에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인가.

“막 아파?”

“아프지.”

비올렛이 대답했다. 시수일레가 겁을 집어 먹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듯 했다. 비올렛은 차마 시수일레에게 견딜만 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역시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대체 그 쾌락이라는 것은 어디 있는 것인가. 알게 뭐야, 한번밖에 안해봤는데. 비올렛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 하기 전에는 어때? 어머니 말로는 여자는 얌전하게 남자의 손길을 받아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어?”

그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비올렛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자가 적극적이면 헤픈 여자라고 싫어하잖아. 그래서 남자의 손에 말없이 따라야 한다고 들었어, 너도 그랬지? 그랬을 거야.”

그녀가 먼저 에셀먼드를 유혹하고, 먼저 손을 뻗어 그의 옷을 벗겼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비올렛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그런데 이상한게 어느 정도 선에서는 응해줘야 한다하더라고. 나는 그걸 잘 몰라서 말이야.......”

비올렛은 시수일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던 것이다.

비올렛은 꽃의 거리 출신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교합하는 것은 잡일꾼으로서 일하다 보면 많이 보는 것이었다. 교합할 때 나오는 여성의 교성, 여자의 비명소리, 언니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주워 듣다 보니 처음에는 아프다, 나중에는 뭐 이것도 즐길만 할 것이다. 정도는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남자가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지도. 비올렛이 했던 방식은 그녀들의 방식이었다. 귀족들의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제야 에셀먼드는 초야때 비올렛의 신분을 강렬하게 자각했을지도 몰랐다. 이제까지 성녀로 살아왔지만 교합이라는 영역에 대해 성녀로 배울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지식대로 한 것에 이런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어렸을 때 보았던 대로 그를 유혹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비올렛은 언니들이 얼마나 천대받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더럽다 여기지 않다 한들, 에셀먼드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다. 비올렛은 그녀에게 실망하며, 다가오지 않은 에셀먼드에 대한 실망감 반, 그리고 그런 걸 헤아리지 못한 자괴감 반이 들었다. 어쩐지 에셀먼드가 당황한 표정이었다더니, 결국 그런 거였구나.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알게 뭔가. 비올렛의 마음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

비올렛은 잠에서 일어났다. 옆에 그가 누워 있었던 듯 베게에 눌린 자국이 나며 그의 체향이 났다. 에셀먼드는 또 새벽에 나간 듯 했다. 그의 일상은 이상하게도 변했다. 아침일찍나가 새벽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들어와서도 집무를 핑계로 침실에는 새벽 늦게 돌아왔다. 오히려 가디언이었을때가 훨씬 나았다고 비올렛은 생각했다. 비올렛은 몸을 움직여 그가 누워있던 곳으로 다가갔다. 시트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비올렛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비올렛은 앤이 세숫물을 떠오기 전에 리체가 선물을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비올렛의 눈색을 닮은 자수정이 달린 목걸이었다. 한눈에 봐도 귀한 것이었으나 비올렛은 그것을 보지도 않은 후 리체에게 치워버리라 말했다. 따스하진 않았더라도 짜증이 거의 없었던 비올렛의 답지 않은 날카로움에 놀라 얼른 그것을 가져다 두었다.

대체 선물은 왜 주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금슬이 좋은지 과시하려고 그러는건가? 비올렛은 짜증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우울해서 몸을 일으켜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연하겠지만 세숫물을 가져오던 앤은 그 모습을 목격했다.

비올렛은 그날도 집사에게 ‘안주인의 살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아 수업을 이르게 종료하고 쉬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비올렛은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서재에 틀어박혀 책만 줄줄이 읽었다. 기분 전환으로 시수일레를 찾아가려 했지만 백작가에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했다. 귀족가의 안사람이 즐기는 것은 쇼핑과 파티 정도였는데, 성녀로 자란 비올렛은 쇼핑을 하기에는 언제나 린도가 호화찬란한것들을 알아서 선물해 주었으며, 파티는 비올렛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못하고, 그녀는 결국 고양이들 몇 마리와 깃털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다 결국 자신이 낑, 하는 앓는 소리를 내고 이불을 뒤집어쓰며 잠들어버렸다.

비올렛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에 의식을 차렸다. 누구의 손인지는 비올렛이 제일 잘 알았다. 남편의 손이었다. 비올렛이 슬며시 눈을 뜨자 손이 멎었다. 비올렛은 흐릿한 시선으로 에셀먼드를 보고 있었다.

“......어디 몸이 안좋습니까?”

평소와도 같은 말투에 어쩐지 눈물이 핑 돌았으나 그것이 원망스러워 비올렛은 몸을 뒤로 빼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그리고 시선을 피했다. 에셀먼드의 짙은 눈썹이 모아졌다 풀어졌다.

“부인?”

“........”

비올렛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선물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까?”

“.........사실 안봤어요.”

비올렛의 말투는 쌀쌀맞았다. 그에 에셀먼드가 말했다.

“안봤다고?”

“........”

서운함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뭐가 그렇게 서운하단 말인가. 서운한건 오히려 자신이다. 비올렛은 속으로 꽁알꽁알 거렸다. 미워보이니 모든게 다 미워보였다. 비올렛은 힘든데 남편이라는 작자는 언제나 태연했다.

“부인.”

“졸려요.”

“........”

비올렛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그의 숨소리를 들었다. 왜, 뭐가, 그 한숨소리를 들으니 답이 보이지 않았다. 비올렛이 서러워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깨를 잡았다.

“비올렛.”

그 말에 비올렛은 결국 침대에 누운 채 다시 뱅글 돌아 에셀먼드를 보았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며 에셀먼드를 바라보자 에셀먼드는 멍하게 굳어 있었다. 비올렛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부인, 무슨......”

“제가 그렇게 보기 싫으시면 보기 싫다고 하세요.”

“........”

“일부러 피해 다니는 거 다 알아요.”

그에 에셀먼드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올렛은 그것이 들켰다, 라고 말하는 표정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비올렛의 얼굴이 더욱 더 싸늘하게 굳었다. 비올렛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셀먼드가 일어난 비올렛을 보며 말했다.

“지금 무얼하시는겁니까?”

“제 방으로 돌아가려고요. 알아서 피해드릴게요.”

후작가에서 묵었던 방으로 가겠다, 그러니까 즉, 각방을 쓰겠다 이말이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의 손을 잡았으나 비올렛은 그것을 뿌리치려 했다.

“부인.”

에셀먼드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알게 뭐야. 비올렛이 그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네요. 그날 밤, 그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다면 이야기 하시지.”

“.........”

“뭐 어때요, 제가 보고 배운게 그거라니, 그것이 싫으셨다면 그냥 이대로 따로 잠을 자는게 낫겠........”

“비올렛!”

“.........”

비올렛은 입을 꾹 다물고 에셀먼드를 째려봤다. 억울한 표정을 짓는 비올렛에게 에셀먼드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합니까? 싫었다니?”

“제가 귀족들이 잠자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서요. 당신을 유혹하고 싶어서, 야한 속옷을 입고, 먼저 안고 싶다고 말하며, 당신의 옷을 벗기는게 그렇게.... 그렇게 얼굴도 안보고싶을 정도의 일이었나요? 제가 끔찍해질만큼?”

에셀먼드의 얼굴에 낭패가 스쳐지나갔다. 에셀먼드는 그제야 비올렛이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비올렛이 처녀였던 만큼, 에셀먼드도 여자와 잠자리를 해본 적이 없는 동정이었다. 물론 3년동안 전쟁터에 있으면서 여자를 안을 기회는 많았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두고 온 비올렛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올렛은 천출이며, 꽃의 거리 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꽃의 거리, 그러니까 그 여자들과 에셀먼드는 괴로운 기억으로 얽혀 있었다. 그리하여 에셀먼드는 몸을 파는 이들을 멀리했다. 그는 짐승처럼 욕구를 푸는 남자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그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터나 기사단, 남자들만 있는 곳에 있던지라 그들의 음담패설로 어느정도는 지식을 습득했다.

물론 그가 무욕이라고 해서 진정으로 무욕이었던 것은 아니다.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욕정을 품었던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비올렛은 에셀먼드가 가지길 원했던 여자다. 너무나 소중해서 안을 수가 없었을만큼.

그리고 초야. 그 전부터 에셀먼드는 조금 초조해 하고 있었다. 비올렛과 합방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는 비올렛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속도 모르는 아내는 술을 마셔 발그레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는 몸이 동해 얼른 그녀를 쉬라고 보내버렸다. 그리하여 자고있을 줄 알고 갔더니 이번에는 야한 속옷을 입은 채 그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었다.

초야를 치르는 처녀가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에 관련된 일, 그정도 지식은 있어야 함이 맞았다. 게다가 비올렛에게 혹시 안좋은 기억을 상기시킬까봐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리하여 그는 비올렛이 마음의 준비가 되면 합방을 하자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일은 벌어졌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채 순진했다면 에셀먼드는 그녀를 재웠을 것이다. 그러나 비올렛은 그에게 스스로 안겨들었다. 당연하겠지만 사랑하는 여자, 아내가 먼저 좋다고 달려드는데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리하여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깜찍한 짓에 의해 그 단단한 결심을 버려야만했다.

잠자리는 좋았다.

침대 안에서는 도발적이었고, 유혹적이었다. 몸매의 곡선이 다 드러나는 속옷은 환상적이었으며, 술기운 때문인지 고양되어 쪽, 쪽, 입을 맞추며 매달리며 옷을 벗기는 비올렛을 보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귀여워 보였다. 에셀먼드가 보이게 비올렛은 어디서 보았는지 학습된 지식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순해보이던 미소와는다르게 비올렛은 그 붉은 입술에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으며 마치 선물 끈을 풀 듯 속옷의 끈을 풀자 보이는 몸매는 언제나 그가 욕정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좋았다. 좋은건 좋은데, 모든게 끝난후 자신은 멀쩡한데 비올렛이 처참한 몰골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자와 한번도 자보지 않은 에셀먼드는 자신이 비올렛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비올렛을 보니 그는 죄책감이 앞섰다. 그는 비올렛의 몸을 내려보았다. 깨물린 목은 붉은 자국이 그득했으며 가슴역시 그러했다. 온몸 구석구석 잡은 붉은 손자국도 더불어 비올렛의 눈에 흐르는 눈물도.  그녀는 아픈 것을 참은 것이다. 그에게는 좋았지만, 비올렛에게는 좋지 않은 행위였다.

-냉정과 이성이 경의 최고의 장점 아니셨습니까?

비올렛이 에셀먼드에게 그렇게 말한적이 있었다. 사실 비올렛이 이자카 앞에서 그렇게 말했을 때, 에셀먼드는 나름 상처를 받았다. 지금의 비올렛이 미소를 짓든 아니듯, 그의 머릿속에 이성은 경의 최고의 장점, 최고의 장점, 최고의 장ㅈ.... 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그는 지금 비올렛이 말하는 최고의 장점을 상실한 짐승놈이었다. 그는 자신이 인간쓰레기처럼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비올렛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으나, 자신은 또 비올렛을 바라고 있었다. 에셀먼드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비올렛에게 자신이 입었던 셔츠를 입혔다. 몸을 가린 것은 좋았지만 그 작은 몸집의 모습은 그나름대로 또 야해서 에셀먼드는 잠든 비올렛을 보면서 속으로 그 예전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불렀던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깨어나라 신성의 왕국,

솟아올라라, 대륙의 기상! 우뚝 선 용맹함으로 나아가라 조국의 전사들이여!

깨어나긴 뭘 깨어나고 솟아오르긴 무엇을 또 솟아오르는가. 우뚝 서기는 무엇이! 나아가라니 어디로. 에셀먼드는 나중에 군가의 가사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볼 때마다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이 맛보았던 쾌락이 떠올라 그는 비올렛을 볼 때마다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는 비올렛을 계속 안고 그것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비올렛이 자신과 결혼으로 묶였다고 해서 함부로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올렛은 소중하고 또 소중한 여자였다. 아파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올렛의 몸에 취해,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짓은 절대 하고싶지 않았다. 이미 그는 짐승놈이 되는 것은 한번 뿐이었다. 그러나 비올렛을 만나면 그 결심이 흔들렸다.

그래서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피했다. 잠든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또 그때의 유혹적인 비올렛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는 욕정을 품어주는 인형이 아니었다. 그는 비올렛을 보면 그런 마음을 품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도. 비올렛이 말한 그의 최고의 장점은 냉정과 이성이다. 그런 모습을 잃었다가는 분명 매력이 없다며 싫어할 것이다. 아니, 아니, 일단 매력을 떠나서 비올렛이 아프니 싫었다.

그래도 얼굴을 보고싶어 오랜만에 함께한  저녁식사에 비올렛이 어두운 얼굴을 하는 것을 보고, 에셀먼드의 오해는 완벽하게 정점을 찍었다. 비올렛은 그와의 합방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팠을 것이다. 그렇게 참혹한 몰골을 했는데. 왜 여자의 몸은 그렇게 작고 여리단 말인가. 그는 거의 탄식에 잠겼다.

이로서 에셀먼드는 완벽하게 비올렛을 피하게 되었다. 잠든 것을 보는것만으로도 그녀의 보드라운 뺨과 가느다란 목, 심지어는 손의 감촉만 느껴도 달아오르는 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그는 비올렛의 앞에서 위험한 짐승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만약 그런 말을 비올렛에게 하게 된다면 비올렛이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받아들일 것을 알기에 그는 비올렛에게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대신 에셀먼드는 비올렛에게 매일 선물을 주었다. 카탈로그를 보며 비올렛이 착용하게 될 것을 상상해서 선물을 주는 것은 생각 외로 좋았다. 덕분에 그는 애처가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매일 그녀에게 선물을 사는 것을 즐겨했다. 게다가 비올렛의 눈 색을 닮은 자수정 목걸이는 분명 그녀가 좋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셀먼드는 지체없이 그것을 구매하라 지시했다. 어마어마한 거금이 빠져나갔으나, 이정도는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얼굴을 생각하면 바쁜 일정에도 기분이 나아지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비올렛이 그것이 싫다며 짜증을 냈다는 보고가 들어왔던 것이다. 어디가 아픈것인지 수업도 일찍 종료하고 부쩍 우울해한다는 앤의 보고마저 들어왔다. 에셀먼드는 비올렛이 자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건강상에 이상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죽어버린 비올렛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적으로 인해 되살아났지만 후유증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모습은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았다. 에셀먼드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는 조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

그리고 지금 이 상황, 곤히 잠들어 있는 비올렛을 보며 안도하여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이 아내가 앙칼지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내가 부인을 끔찍해 한다니, 그게 진짜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에셀먼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결국 비올렛은 그가 비올렛을 피했다는 (누구나 알수 있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초야에서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야때문인건 맞았지만 비올렛은 그 탓을 자신에게 돌고 있었다. 그 누가 자신에게 매달려오는 사랑스러운 여자를 끔찍하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먼저 안는 것도, 내 옷을 벗기는 것도 좋습니다만.”

“좋습니다만?”

비올렛이 화가 난 말투로 그를 따라 말했다. 조그마한 몸에 겨우 말만 따라했을 뿐인데도 그 기세가 어마무시해 에셀먼드는 결국 자신이 솔직해져야 함을 인정했다.

“부인의 몸에게 제 몸은 흉기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건가요?”

비올렛이 소리쳤다.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는건가? 왜 흉기를 찾는

“언제나 안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욕의 자제가 힘이 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신을 아프게 할거라는 판단 하에 잠시 거리를 두고 있는 것 뿐입니다.”

하. 비올렛은 낯뜨거운 말에 입을 뻐끔거렸다. 언제나 안고싶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게다가 아파하니 그럴 거라니, 그녀의 두 뺨이 달아올랐다.

“남편 때문에 아픈게 뭐가 나빠요.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익숙해지면, 괜찮게 되어있어요. 그때 피가 났던 것도 별거 아니에요, 금방 나았어요.”

“........”

“나 참.”

비올렛은 황당했다. 결국 에셀먼드는 비올렛을 아프게 할까봐 피해다녔다는 말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 역시도 처음인지라 여성의 몸에 당황했을 수도 있었다.

당연한 상황임에도 놀라서 피했을 그를 생각하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그가 이성을 잃을정도로 매료시켰다는 것도. 성욕이 자꾸 일어 피한다니. 나름 재미있지 않은가?

일주일도 안되는 남편 실종사태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그제야 마음이 사르르 풀린 비올렛은 에셀먼드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는 절대 거부하지 않았다. 아, 이제야 살것같다. 부유하는 마음이 안정됨을 느끼며 비올렛은 속삭였다.

“에드 정말이에요, 진짜로 전 괜찮아요.”

“.........”

에셀먼드는 비올렛의 말에 또 속아넘어갈 뻔했다. 자신의 남성은 흉기다. 저 작은 몸에 들어가면 또 피가 날 것이다. 그리고 비올렛은 그 고통을 참아 넘기려고 그를 달래는 것이다. 역시, 솔직하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면 평생 저랑 안 잘 거예요?”

“아니.”

바로 즉답이 나왔다. 비올렛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발돋움을 해 그의 입술에 키스하기시작했다. 에셀먼드가 그 키스에 응해왔다. 그녀의 뒷목을 잡고 그는 비올렛을 침대위에 넘어트려, 올라탔다.

“연습 해봐요 우리.”

*

“이젠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군.”

“네?”

*(수위 삭제)

“이건....반칙이에요.”

비올렛이 힘없이 말하자 에셀먼드는 미소를 지으며 비올렛의 손을 들어 그녀의 손가락에 정중하게 키스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여전히 비올렛을 강렬하게 바라보는데, 비올렛은 왠지 이 행위가 오늘 밤중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비올렛은 도망가기로 결정했다.

“모, 목욕하러 갈래요 에드.”

“연습은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 벌써?”

에셀먼드가 비올렛에게 묻자 비올렛은 히익, 자신이 잘못 도발했다는 것을 그제야 인정했다. 당연하겠지만 목욕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목욕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 맞았다. 에셀먼드는 금욕적인 남자였다. 그러나, 금욕적이라 해서, 자신의 아내에게 금욕적인 남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혜림입니다. 이번에 이들의 신혼에 대해, 일반버전을 들고 왔어요. 19금 버전은 노블에 있으니 그쪽에서 즐겨주십시오 네네 무료에요 무료.

혹 이번 외전이 sns나 블로그, 다른 평에 몰입이 깨진다고 하면 다시는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전작 외전 썰을 풀어달라 해서 전작 외전 열심히 썼더니 몰입에 방해된다. 여운이 깨졌다는 분들이 계셔서요...

저도 후제꽃 끝내 아쉽습니다. 조만간 블로그에, 그동안 추천했던 곡들, 그 얽힌 비화 포스팅할게요 (blog.naver.com/tnsdl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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